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玄天
작품등록일 :
2011.02.18 23:24
최근연재일 :
2011.02.18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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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14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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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공작 2화-아이도 크면 어른이 된다(1)

DUMMY

여관 '손님맞이'의 급사 로라는 창밖으로 내리는 비를 보고 있었다. 그저께부터 시작된 비는 오늘로 사흘째 내리 퍼붓고 있었다. 지금은 손님이라곤 하나 없는 시간대라서 로라는 창밖을 보며 빈둥거려도 어머니께 혼나지 않았다.

이 추운 겨울에도 저렇게 비가 내리는구나…

새삼 겨울이 멀어진 기분을 느끼며, 로라는 창밖으로 손을 내밀었다. 차가운 겨울비가 그녀의 손가락 위로 퉁겨 올랐다. 그 차가운 느낌이 좋아서인지, 그녀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내리는 비 사이로 때론 나비가 날아다녔고, 여우가 꼬리를 물며 빙빙 돌기도 했다.

끼익

문이 열리는 소리에 로라의 작은 세계는 신기루마냥 흩어졌다. 이 시간대에 올 만한 사람은 없는데…하며 로라는 문가를 돌아봤고 거기에는 며칠 전에 여관에서 묵었던 꼬마가 온 몸이 비로 젖은 체 서 있었다.

"저스틴?"

소년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여관 안으로 들어왔다. 점심과 저녁 사이의 애매한 시간대는 사흘째 내리는 비와 함께 여관을 텅 비어 벼렸고 그 공간에 온 몸을 비로 적신 저스틴이 비집고 들어왔다. 로라는 그를 자리에 앉힌 후 수건을 갖다 주며 말했다.

"식사는 했니?"

저스틴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로라는 재빨리 어머니를 부르려다 어머니께서 장 보러 가셨다는 것을 깨달고는 부엌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그녀는 빵과 스프를 들고 왔다.

"어머니께서 계시지 않아서, 제대로 된 음식은 찾을 수 없겠더라고."

로라는 줄 수 있는 것이 고작 빵과 스프라는 것이 미안한 듯 식탁에 내려놓았다. 저스틴은 빵을 집어 들어 쪼갠 다음 스프에 찍어 먹었다.

빵은 딱딱했고 스프는 차가웠지만 저스틴은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그 모습에 로라는 괜히 더 미안해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저스틴은 안절부절못하는 로라를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았고 로라는 시선을 돌려버렸다. 마침 로라의 시선이 닿은 곳이 여관의 정문이었기에 저스틴의 시선도 자연스레 그 쪽을 향했고 정문은 기다렸다는 듯 벌컥 열렸다.

"아, 진짜 그놈의 비 엄청 퍼붓네. 로라! 나 다시 왔다!"

"키, 키야! 여관에서 그렇게 소리 지르면 안 된다고! 로라 씨가 뭐가 되겠어!"

여자와 남자의 목소리가 듀엣을 이루어 여관에 가득 찼다. 왠지 그 목소리의 주인을 알 것 같은 기분에 로라와 저스틴은 서로를 마주봤다.

"그러니까…테이 씨랑…키야 씨였죠?"

"오, 우리를 기억하는 군. 저기 저건 그때의 꼬마잖아?"

"키야, 제발! 로라 씨, 소란을 피워서 죄송합니다…응?"

테이는 당황한 듯 여관을 둘러보았고 배시시 웃는 로라와 키야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퍽!

키야가 힘껏 내지른 주먹이 테이의 배에 가서 박혀버렸고 그 충격에 테이는 무너져버렸다.

"…"

"이렇게 비가 많이 내리는 날에, 그것도 이 시간대에 상식적으로 사람이 많을 거라 생각했어? 내가 그 정도도 생각하지 않았을 것 같아?"

배를 부여잡고 고통을 호소하는 테이를 깔끔하게 무시한 키야는 로라에게 말했다.

"로라! 오늘은 여기서 묶어갈깨. 그리고…배고프다. 뭐 먹을 것 좀 줘."

"어머니께서 안 계셔서, 딱딱한 빵과 식은 스프뿐인데 그거라도 드시겠어요?"

"아무거나 괜찮으니까 좀 갖다 줘. 저번에 여기에서 묶은 이후론 건량밖에 못 먹었어. 여긴 어떻게 된 동내인지 그 흔한 토끼 한 마리도 보이지 않더라."

키야는 당연하다는 듯 저스틴이 앉아있는 테이블에 앉았다. 저스틴은 그녀를 바라보고 단지 고개만 까딱하였을 뿐, 시선을 내리깔고 있었다. 키야도, 어느 새 엉거주춤 다가온 테이도 그런 저스틴의 반응을 이상하게 생각했다. 오래 알고 지낸 건 아니지만, 그들이 알기론 저스틴은 꽤나 밝은 아이였기 때문이다.

"꼬마, 이번에도 할아버지 심부름이냐?"

로라가 가져다 준 빵을 먹으며 키야가 물었다. 저스틴은 여전히 굳은 얼굴로 답했다.

"이젠 할아버진 없는걸요."

멈칫

테이와 키야는 식사하던 손을 멈칫하며 저스틴을 바라보았다. 저스틴은 여전히 그들과 시선을 마주치지 않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계시지 않다니?"

테이가 놀란 어조로 물었다. 예전에 봤을 때, 저스틴이 할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해 준 적이 있었다. 그 이야기 속에서 그는 할아버지에 대한 저스틴의 애정을 느꼈고 내심 부러워하기도 했었다. 그런 저스틴의 할아버지가 계시지 않다니?

저스틴은 말할 필요가 없다는 듯 시선을 내리깔고 있었다. 테이는 저스틴에게 어찌 된 일인지 계속 물었지만 저스틴은 묵묵부답이었다.

"그래서, 이젠 뭘 할 거냐? 뭘 하고 살 거냐고."

키야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저스틴은 고개를 들고 그녀에게 답했다.

"부모님과 할아버지의 원수를 갚을 겁니다."

"그래? 그래서?"

저스틴은 말문이 막혔다. 키야는 저스틴에게 묘하게 달뜬 어조로 말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다. 칼을 들고 가서 대낮에 칼부림이라도 할 거냐, 밤에 몰래 담을 넘어서 목에 칼 꽂아 놓고 올 거냐. 아니, 누가 네 할아버지와 부모님의 원수인지 알기나 하는 거냐?"

저스틴은 우물쭈물했다. 할아버지의 편지 덕분에 부모님의 원수에 대해서는 알았지만, 할아버지가 누구에게 살해되었는지는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델로아 공작과 무슨 관련이 있으리라고 어렴풋이 짐작만 할 뿐이었다.

키야의 이죽거림이 계속 이어졌다.

"그리고, 네가 지금 칼들고 간다고 해도 누구 하나 네게 죽어줄 것 같냐? 겨우 열 살 남짓한 꼬마에게 죽어 줄 정도로 순 순한 놈은 이 세상에는 없단다."

거기까지 말한 키야는 윗층으로 올라가버렸다. 저스틴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저스틴."

테이가 천천히 스프에 빵을 찍어 먹으며 말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묻지 않으마. 그래도 한 가지 말하자면, 키야가 저러는 것은 다 너를 생각해서 하는 거야.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거라."

"괜찮습니다."

"저스틴,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떠냐? 키야 말대로, 세상은 그리 만만한 게 아니야. 난 네가 복수를 한다고 나서기보단 평범하게 살아가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한단다."

"그러기엔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린 것 같습니다."

저스틴은 씁쓸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 웃음은 15살짜리에겐 어울리지 않는 웃음이었다.

"전…"

저스틴은 칼을 움켜쥐며 말했다.

"너무도 많은 목숨을 지고 있었습니다. 돌아가신 할아버지께서도 제가 평범하게 살아가길 원하셨지만, 제 자신은 그 목숨의 무게를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테이는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저스틴이 하고자 하는 것이 단순한 복수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얼핏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방법으로 복수할 건데? 칼들고 뛰어들건가?"

어쩔 수 없는 여자라니깐. 테이는 쓴웃음을 머금으며 계단 쪽에 서 있는 키야를 보았다. 사실 그는 키야가 2층으로 올라가는 척 한 것이라는 것도, 그가 저스틴의 대화를 다 엿듣고 있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녀의 상처를 잘 알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키야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저스틴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검을 배울 겁니다. 그러면서 기회를 기다려야죠."

"하…"

키야는 기가 막히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테이는 그들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래 봤자 개죽음만 될 뿐이야! 이런 시골에 사는 사람을 일부러 와서 죽일 정도면 귀족쯤은 되겠지. 그런 사람들이 너에게 순순히 죽어줄 것 같아? 설사 성공하더라도, 결국 잡혀서 죽게 될 거라고! 넌 그딴 개죽음을 원하는 거냐?"

"그것이 설사 개죽음이라도, 복수를 위해서라면 그렇게 할 겁니다!"

"오냐, 어차피 개죽음당할 거, 여기서 삶을 끝내주마!"

그 말과 함께 정말로 키야는 양 허리춤에서 검을 빠르게 빼내며 저스틴의 목을 노렸다. 저스틴은 식탁을 박차며 몸을 뒤로 뺐다.

"까아아아악!"

"피했다 이거지? 어디까지 피하나 한 번 보자!"

갑작스런 칼부림에 로라는 비명을 질렀다. 키야는 허공을 갈라버린 검을 회수하더니 기괴한 각도로 비틀며 몸을 용수철처럼 튕겨올리며 저스틴에게 달려들었다. 저스틴 역시 검을 뽑아들었다.

"멈춰, 키야!"

테이가 저스틴에게 달려드는 키야의 몸을 꽉 붙잡아 멈춰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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