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玄天
작품등록일 :
2011.02.18 23:24
최근연재일 :
2011.02.18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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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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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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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5,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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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19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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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공작 2화-아이도 크면 어른이 된다(5)

DUMMY

저스틴은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자세를 잡았다. 테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선공은 저스틴부터였다.

그는 오른발을 앞으로 끌듯 내밀며 검을 부드럽게 휘둘렀다. 테이는 가볍게 뒤로 한 발짝 몸을 빼며 저스틴의 검을 피했다. 그러자 갑자기 저스틴의 검이 왼쪽을 향해 기괴하게 꺾여 들어왔다. 회전하듯 찔러 들어오는 그의 검에 테이는 기겁하며 할버드를 몸 쪽으로 끌어들여 방어했다.

카앙!

둘의 무기가 부딪치기 무섭게 테이는 할버드를 끌어내리듯 움직여 저스틴의 검을 튕겨버렸다. 저스틴의 팔 힘이 아직 검을 지탱할 만큼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용한 공격이었다.

"아!"

저스틴이 당황한 틈을 타 테이의 할버드가 풍차처럼 휘둘러졌다. 둘의 거리가 무기를 맞댈 수 있을 만큼 가깝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테이의 공격은 그야말로 섬전과 같은 공격이었다.

당황한 것도 잠시, 저스틴은 고개를 숙여 피해버렸다. 저스틴의 키는 꽤 작은 편이었기에 고개를 숙이는 작은 동작으로도 테이의 할버드를 피할 수 있었다. 그의 검이 다시 한 번 기묘한 나선을 그리며 테이를 향해 쇄도해 들어갔다. 할버드같이 큰 무기를 휘두르면 생기는 시간차를 이용한 공격이었다.

카앙!

테이는 그 특유의 속도로 저스틴의 검을 막았다. 다만 이번에는 테이의 속도도 따라잡긴 힘들었는지, 저스틴의 검을 막은 것은 방금처럼 날이 아닌 손잡이 쪽이었다. 테이의 할버드는 전부 철제로 이루어져 있던 것이다.

저스틴은 그 괴물같은 할버드를 빠른 속도로 휘두르는 테이의 힘에 감탄하며 몸을 뒤로 빼 거리를 벌렸다. 테이는 저스틴을 따라잡기 위해 할버드의 길이를 이용해 크게 휘둘렀다. 저스틴은 테이의 할버드를 검으로 비껴 흘리고 검을 낮추었다.

테이의 할버드가 저스틴의 위로 떨어졌다. 테이의 빠른 방향 전환 속도는 어느 새 할버드를 저스틴의 머리 위로 떨어트리고 있었던 것이다. 저스틴은 자신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할버드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발을 반 발짝, 때었다.

그의 검끝에서 다시 한 번 나비가 피어올랐다.

테이는 저스틴의 검에 튕겨나가는 할버드를 짧게 잡으며 한 발짝 나아갔다. 그의 할버드는 저스틴을 향해 폭풍처럼 떨어졌다.

"괜히 폭풍의 용병이라는 칭호가 붙은 건 아니라니깐. 그나저나 저스틴도 꽤 하잖아?"

저스틴과 테이의 대련이 시작할 때 쯤 점심을 치우고 그늘에 앉아 주스를 마시던 키야의 평이었다. 그녀의 말대로, 테이의 할버드는 그 길이에 걸맞지 않게 맹렬히 쏟아 부어졌다. 저스틴의 저 얼핏 보면 나비처럼 보이는 검술이 그 공격들을 막아내고 있지만, 곧 그 방어도 뚫릴 것 같았다.

"테이의 필살기인 '창의 폭풍'까지 쓴 건 아니지만, 저 정도라면 어렵지 않게 D급은 될 거 같은…아! 저런!"

키야가 말을 하고 있는 사이, 테이의 할버드를 힘겹게 받아 넘기던 저스틴의 나비가 모습이 변했다. 나비의 날개 사이사이로 예의 나선으로 감아지듯 쏘아지는 찌르기가 테이와의 전세를 역전시킨 것이다.

순간이지만 그 모습은 흡사 하얀 드래곤처럼 보였다.

테이는 자신이 만들어낸 할버드의 망을 비집고 들어오는 저스틴의 검을 쳐냈다. 그 바람에 그의 공격은 깨져버렸다. 테이는 방어 자세를 취했지만 다음 공격은 없었다. 저스틴이 지쳐버린 것이었다. 테이 역시 더 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저스틴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드려 준 다음 키야에게 다가갔다. 그는 그녀가 마시던 주스를 빼앗아 마시며 물었다.

"한 몇 분 정도 버텼어?"

"4~5분? 그래도 대단했어. 지쳐서 그런 거지 중간에는 한 치의 밀림도 없었잖아. 저기에 체력만 보충된다면 B급도 가능할 것 같은데?"

"그래?"

테이는 키야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키야는 저스틴을 손짓으로 불렀다.

저스틴이 검을 들고 와서 테이의 옆에 주저앉았다. 테이는 자신이 마시던 주스를 그에게 건네주며 칭찬했다.

"네 나이에 비하면 엄청난 실력이던걸? 거기에 체력만 조금 보충되면 웬만해선 꿀림이 없을 거야."

저스틴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스를 들이켰다. 키야는 그런 저스틴에게 경고했다.

"테이가 조금 칭찬해 준다고 너무 들뜨지 마. 네가 되려는 용병은 돈을 받고 싸우는 사람이야. 싸울 때 상대가 네가 어리다고 봐줄 것 같아? 테이처럼, 네가 지쳤으니 기운을 차린 다음 다시 싸우자~하지는 않는단 말이지.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어떤 비겁한 짓도 서슴지 않고 하는 자들이 바로 용병이야. 그리고 네 상대는 언제나 1명이 아니라는 것도 명심하고."

키야의 말에 저스틴은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키야는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 주었다.

"그래도 그 나이에 그 정도라면 대단한 거야. 기운 내라고."

저스틴은 키야를 향해 씩 웃어 보이더니 벌렁 누워버렸다. 테이는 그를 보고 피식 웃었다. 문득 그의 검에 눈길이 가는 테이였다.

"저스틴? 검 한 번 봐도 될까?"

저스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허락이 떨어지자 테이는 그의 검을 집어 들었다.

검은 대체적으로 바스타드 소드와 롱 소드의 중간 형태를 띠고 있었다. 블레이드에는 하얀 드래곤이 음각으로 정교하게 새겨져 있었고 가드는 수수했지만 고풍스런 문양이 조각되어 있었다. 다만 그 검은 매우 낡아 있었다.

"저스틴, 혹시 이 검에 이름 같은 것이 있어?"

저스틴은 생각에 잠겼다. 이름? 설령 그런 것이 있다 하더라도 그는 모른다. 다만 검의 옛 주인이 누군지를 알 뿐이었다. 검의 옛 주인을 떠올린 그는 속에서 뭔가 울컥하는 것 같았다. 그가 세상 누구보다 사랑했던 할아버지. 이 검의 옛 주인은 그였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이주일이 채 안되었다. 예전 할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 그 비 오던 날에. 저 검을 땅에 찍어 넣으며 그는 더 이상 할아버지로 울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랬는데, 그랬는데…

왠지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저스틴은 돌아누우며 테이의 질문에 대답했다.

"케이베인."

"음…케이베인? 좋은 이름이구나."

바람이 밀려 와 나무 그늘에 앉아 있는 그들을 부드럽게 밀었다. 너무 상쾌해서, 나른해질 것만 같은 오후였다. 한참을 그렇게 있었을까. 테이는 벌떡 일어서며 힘차게 말했다.

"자, 쉴 만큼 쉬었겠다, 말텐을 향해 다시 출발하자고. 급한 일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빨리 가는 쪽이 좋지 않겠어?"

키야와 저스틴은 엉덩이를 툭툭 털고 일어섰다. 테이는 등짐을 메며 할버드를 짊어졌다. 이번에는 그가 앞장섰다.

햇살이 그의 할버드 날에 부딪쳐 눈부시게 빛났다.


탁, 타탁, 탁…

"테이, 그 말텐이라는 마을은 여기서 얼마나 가야 하나요?"

밤이 이슥해지자 그들은 적당한 공터를 골라 모닥불을 피우고 잘 준비를 했다. 모닥불 가에 앉아 있던 저스틴이 테이에게 물었다. 테이는 본격적으로 설명할 생각인 듯 나뭇가지를 하나 들고 와 저스틴의 곁에 앉더니 대강 지도를 그려가며 설명을 시작했다.

"여기가 노라크 산맥이라는 것은 알지? 우리는 얼어붙은 강 쪽으로 갈 거야. 말텐은 얼어붙은 강 상류 쪽에 있는 마을이지."

"얼어붙은 강?"

테이는 나뭇가지로 지도를 그리다 멈추었다.

"아센 왕국의 가장 대표적인 강인데, 몰라? 대륙의 6대 강에도 드는 강이잖아."

"알긴 하지만…얼어붙은 강이라는 말이 이상해서…"

테이는 피식 웃었다.

"거 참, 이 나라 토박이답지 않은 말을 하는구나. 겨울이 되면 강이 상류에서부터 하류까지 모두 얼어붙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잖아."

그러고 보니 예전 다임 마을에서 들었던 기억이 났다.

"아, 그 화이트 드래곤의 저주라는…"

"그래. 요즘 들어서 다시 심심찮게 나오고 있는 말이기도 하지."

"심심찮게 다시 나온다고요?"

마침 물을 뜨러 갈 겸 해서 씻으러 갔던 키야가 돌아왔다. 그녀는 물통을 배낭 안에 넣어두고는 모닥불 가에 앉았다.

"무슨 얘기를 그렇게 재미있게 해?"

"아, 얼어붙은 강 말이야. 요즘 들어서 다시 나돌고 있는 화이트 드래곤의 저주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어."

키야는 피식 웃었다. 그러고는 침낭 속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그런 쓸데없는 소리 말고, 나중에 불침번 때나 깨워줘. 나 잔다."

키야는 침낭 안으로 완전히 들어가 버렸다. 테이는 말없이 모닥불 속에 땔감을 집어넣다가 문득 생각난 듯 키야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그새 자고 있었다.

"당했다…"

테이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에 저스틴은 의아하다는 듯 그를 쳐다보았다. 테이는 천천히 설명을 시작했다.

"원래 불침번은 처음과 마지막이 서기 가장 좋아. 그걸 알고 키야가 먼저 잠든 거지. 내가 설마 널 가운데에 불침번으로 세우진 않을 테고, 그렇다고 가운데에 불침번서라고 자길 깨우지도 않을 거다~란 계획이지."

테이는 모포 속으로 기어들어갔다. 그의 입에서는 웅얼대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벌써 졸려서 그런지, 키야에게 당했다는 충격 때문인지는 자기 자신과 신만이 알 것이다. 물론 믿는 신이 있다면.

"저스틴, 적당히 불침번 서다가 나 깨워라…불 꺼트리면 안 돼…두고 보자 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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