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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도의 별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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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7 22:55
최근연재일 :
2024.06.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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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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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지역대가 9

DUMMY

누구도 장담할 수 없지만 어둠이 내리기 전에 이미 지역대원 반은 죽거나 쓰러졌다.


뻔한 결과였다. 서로가 가까워지자 조준이고 무엇이고 자동으로 놓고 갈기는 것이 장땡이었고, 지역대원들 실탄 보유는 급속도로 하강했다.


수류탄 던지고 화기가 RPG도 아끼지 않고 발사했다. 그래도 놀랍게 버텼다. 그들이 만약 남하하는 부대가 아니었다면 전투는 12지역대의 전멸이 다름없지만, 어느 순간이 되자 적은 떠나고 일정한 제대 이상으로 불어나지 않았다. 다 잡았다고 생각한 것이다.


평시에는 침투자 세 명을 끝까지 추격하지만, 전시에는 아니다. 전시는 주전선이 우선이다. 예전 강릉에 침투한 정찰조를 보고 사람들은 전시에 저런 사람 천 명이 내려오면 어떻게 하지 걱정했다. 뭔 걱정인가, 그냥 놔두면 알아서 목표로 다 기어 내려온다. 뭐하라 땀 흘리고 산 타며 추격하나. 평시니까 그런 것이지.


언론이 하도 지랄하고 겁을 주어서. 과연 그 정찰조가 아군에 무슨 거대한 피해를 입혔는가. 도립공원 입장료도 안 내고 땅에 발자국 찍은 것 밖에. 약간의 위장전술과 함께 그냥 죽어라 도망간 것인데. 도피탈출하다 아군 병사 하나 껍데기 벗겼다고 뭐가 어떻다는 말인가. 겁먹은 놈이 병신이지. 죽은 놈 벗긴 거 가지고 오버하기는... 산 놈을 벗긴 몽골족과 인디언은 세계를 지배하는가?


저 멀리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기 시작할 때, 생존자들은 안도의 기도를 올렸다. 정말로 밤이 친구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박모는 너무나도 아름답고 황홀했다. 그리고 반 쯤 컴컴해졌을 때, 박소령이 여러 차례 고함을 질렀다.


“하나둘 골프! 하나둘 골프! 목표 7! 7!”


이 말은 각자 알아서 분산탈출한 다음 교량에서 만나자는 말이었다. 7은 특수전 타격대상 일반순위다. 북한군이 알아듣지 못하도록 생각해서 한 말이다. 그러나 사실상 교량은 물 건너갔다. 그 누가 한단 말인가. 무엇으로 한단 말인가. 모여 있던 서대위도 들었고 오하사도 들었고 백하사도 들었다. 모두가 갈등했다. 만약 지역대장이 다리가 아니라 은거지라고 했으면 산으로 튀라는 말이다. 지역대장은 끝까지 목표를 가자고 했다.


어둠이 내리고 서대위가 서쪽을 택해 백하사와 오하사와 마지막 수류탄을 투척하고 일어나 뛰기 시작했을 때, 상당한 속도로 달렸으나, 서대위가 기억하는 그때 바닥의 장면은 전체를 석고상으로 깎을 수 있을 정도로 생생하고 명료했다.


힘없이 널브러져 쓰러진 지역대원들과 장비와 총과 피와 살 조각들과, 땀으로 검은 위장이 그로테스크하게 변해 누군지 순간 보고 알 수 없었던 지역대원이자 부하이자 동료였던 사람들. 그리고 지역대장의 눈. 지역대장은 이미 k1 실탄이 떨어져 AK를 잡고 있었다. 아마도 쓰러진 부하의 것이리라.


두 사람의 동공은 아무리 짧았더라도 일치했었다. 서대위는 계속 뛰면서 지역대장의 눈이 살아서 자신을 본 것인지, 그냥 그 눈 뜬 상태로 전사해 자신과 일치했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누구나 그럼 왜 잠시 지역대장을 확인하지 않았냐고 물을 것이다. 그런 생각하는 사람이 해보라. 그럴 수 없었다.


서대위가 부하 둘을 이끌고 뛰기 시작했을 때, 분명 반대편인가 측면에서 역시 뛰는 발걸음 서너 개를 들었다. 적인지 아군인지는 모른다. 아군이기를 믿으려 했다. 지나치면서 본 전사추정 지역대원은 옛일곱이었다.


얼핏 그런 생각도 들었다. 사람이 죽으면... 영원한 안식에 든다는 표현. 그게 틀린 말은 아니구나. 뒤따라오는 두 하사도 느꼈을지 모르나, 서대위가 본 지역대장을 포함한 망자들 표정은 평화로웠고, 얼핏 미소도 본 듯했다.


아무런 근심이 없어 보였다. 떠나는 얼굴들이 무섭지 않았다. 마음으로 이해했다. 그들은 그들의 일을 끝내고 이제 가야할 곳으로 갔다. 쓰러진 북한군도 똑같다. 지역대원 20명에 대한 포위공격에 가까운 상황에서 주간 3시간 버틴 것을 그 누가 나중에 주목하랴.


그러나 주간 포위공격 3시간을 버틴 것은 기본적으로 기적에 가깝다. 허무맹랑하고 초인적인 혹은 낭만적인 믿음을 가진 사람들만이 하찮은 전투로 볼 것이다. 전투는 완전히 지속적인 것이 아니었다.


첫 공격에서 피해를 입은 적은 1분 뒤 다시 공격했고, 5분 뒤 다시 공격, 그 다음은 15분 뒤에 공격했으며, 이렇게 공격주기가 점점 길어졌다. 지역대원들은 이들이 처음 실전에 투입되는 병력임을 알아차렸다. 그런 병력에게 어떤 식으로 겁을 주는지도 알고 있었다.


전장 3주 고참이 신병을 다루는 방법. 실전경험이 있는 적이라면 20명을 죽이는데 그 열배 200명으로 치면 15분도 길다. 무슨 엄청난 참호화 요새화된 상태도 아니고, 화력이 우세한 것도 아니었다. 지형도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도움이 된 것이라면 북한군이 지역대원들 복장 때문에 조금 혼란을 일으켰을 것이란 점 정도. 북한군이 얼마나 죽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거의 모든 총성이 AK였다는 것도 북한군의 오판에 도움이 되었는지는 모른다.


세상에 태어날 때 가져온 것이 없으니 두고 갈 것도 많은가? 그렇게 그곳에서 나왔을 때, 세 명 모두 폭약이고 개뿔이고 다시 전날 밤 하산할 당시 그대로 돌아갔다. 다만, 오하사는 폭약 10파운드 이상과 뇌관들을 기어코 버리지 않았다. 거 왜, 훈련 전에 다 빼라고 해도 교범이나 훈령 이외에 다른 생각을 못해 이상한 것까지 다 들고 나오는 신삥하사 같은. 뭐 누구에게 충고하랴. 다 각자 지독한 철학의 소유자들이니까 인간이란. 모든 사람은 자기 자신에 대한 광신도다. 누구를 이해시키고 싶으면 말로 하지 말고 차라리 주먹다짐으로 싸우고 화해하라.


서대위 입장에서는 팀 선임담당관 이중사의 전사가 컸다. 심리적으로. 전투에서 내가 쏘는 주 방향에 나타나는 것은 속도가 빨라져도 총만 삽탑중이거나 총알이 없지 않으면 금방 적중시킬 수 있다. 그러나 측면은 누군가 맡아주어야 한다. 터널효과로 내 주 전투(사격)방향 외에는 둔감해지고, 측면에서 오는 상대에게 어이없이 당할 수 없다.


영화에서 자주 나오는 장면인데 그건 어쩔 수 없는 진실이다.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을 야산전투에서 이중사는 측면에서 서대위로 향하는 적을 무척이나 쓰러트렸다. 이중사는 포복해 나가 적 시체를 끌어 방패물로 사용하고 거기서 나오는 실탄 탄창들을 사용했는데, 서대위 K1 실탄이 떨어져가는 걸 알고 있었던 이중사는 전사한 적의 AK와 탄창 몇 개를 기어와 주었다.


‘실탄 떨어지믄 중댐이 알아서 구해야 되요이.’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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