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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도의 별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7 22:55
최근연재일 :
2024.06.03 12:00
연재수 :
369 회
조회수 :
221,569
추천수 :
6,909
글자수 :
2,019,328

작성
20.06.12 06:00
조회
2,470
추천
42
글자
7쪽

지역대가 6

DUMMY

현대는 발전했다. 분노는 상대를 바라보는 눈과 손가락 까딱 하나로 아주 손쉽게 골로 보내며 실천된다. 12지역대원들은 돌아다니며 호치키스를 찍듯이 턱 터더덕 턱턱 터더더더덕 생명들을 딱지 하나 버리듯 쏟아지는 폭우가 만든 시궁창에 가매장했다. 멍청한 놈들이나 복수할 때 상대를 잡고 찌르며


‘이 새끼야 니가 한 짓의 대가야! 알았어? 네 놈이 한 짓이 뭔지 알겠냐고!’


이렇게 생쇼를 하는 거. 군인은 걍 죽이는 거다. 우리 아군에 총부리 겨눌 놈들을 군말 없이 빨리빨리 보내는 거다. 죽인 놈을 왜 자세히 기억해야 돼? 죽을 놈에게 왜 쓸데없이 겁을 줘. 난 군인. 우리나라 좋아. 아군 도와야 돼. 넌 걸리는 존재. 그러니 뒈져. 먹어라. 아디오스. 다음 새끼 나와. 기분 드럽냐? 그럼 너도 빨리 날 쏘지 그랬냐 병신 새끼야. 이거나 처먹고 곱게 뒈져.


우리가 이러면서 살아가지고 훈장 꿈꾸고 그런 것 같냐? 훈장? 좆을 까서 존나 쳐 잡수셔. 나도 죽어. 나도 알아. 너도 죽고 나도 죽어. 여긴 공인 사이코패시가 존중받는 전쟁터야. 우리는 피의 잔으로 건배하고 죽음으로 all in 한다.


하여간 이 7.62밀리 하~~~ 좋아. 후덜덜 피스톤 뻠핑 쥐긴다. 탄창 낄 때 짜증나게 앞에 거는 것만 빼면 뭐 흠잡을 게 없지. 일성이가 광주 이후로 우릴 살인마 부대라고 존나 광고했대매. 그러니 뭐 이상한 거 있어? 야~~~ 설명 너무 많이 했다! 이거나 먹고 뒈져라. 철커덕.


그때부터, 어쩌면 군기가 좀 어지러웠다. 게릴라 잔칫날 모두가 미쳐가고 있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비를 피한다. 말도 당나귀도 비가 오면 나무 밑으로 간다. 비를 안 피하는 동물은 뇌에 기스났거나 그날 끝장을 보자는 거다, 5일 만에 작전이고, 작정하고 내려온 지역대원들은 통제가 힘들 정도로 과감하고 제멋대로 행동했다.


포로로 잡혔던 지역대 담당관이 사살인지 교살인지 저 어디 산에 던져졌다는 말을 주민들로부터 들은 것도 한몫했다. 폭우가 오감을 잠재웠다. 살아도 죽어도 내 것이 아니오, 내가 하는 것이 남이 틀어 놓은 드라마다. 장교들이 소리쳐도 도망가는 놈을 쫓아가 호치키스 박고, 빨리 이동하자고 하는데 실탄 수류탄 먹을 것 챙기고, 읍내 비슷한 마을 들어가 쑥대밭 만들자고 고집 부리는 사람도 있었다. 바로 그 담당관 중대. 그러다 또 차량대열 서너 대가 오자 다시 조용히 기습해서 제압했다.


바로 이때 오하사의 곤조가 시작되었다. 트럭 뒤를 뒤지니 눈에 그리던 진짜 폭약과 뇌관과 여러 장구들이 실려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북한군이 퇴각시 거부작전용으로 공병에게 보내는 것 같았다. 그때부터 오하사는 지역대 폭파들을 모아 물건을 보이고, 우리가 가장 꺼려했던 목표를 시도하자고 주장했다. 바로 우리 섹터 최남단의 교량을 날려버리잔 소리였다.


거긴 폭격도 힘들 정도로 양쪽에 가파른 협곡이 있고 위에 지대공 미슬과 대공포들이 올라가 있다. 아무리 머리가 짱구라도 그 콘크리트 다리는 대충 200파운드도 넘게 들어가는 거였다. 그것도 직접 봐야 아는 것. 그리고 거긴 병력 집중구역. 이 병력으로 거기까지 도달하는 것도 문제지만, 시간을 얼마나 버텨 가능한 것인가. 누가 봐도 불가능이었다. 다리 날리는 설치면, 일단 면밀히 보고 다마 굴리고 설치까지 몇 십 분 걸리는 게 결코 아니다. 빨라야 두 시간. 그러나 오하사는 항변했다.


“중댐, 지역댐, 이틀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전 목표를 전에 관측했습니다. 사회서 노가다 무척 했습니다. 상판만 날리도 됩니다. 이틀이요. 만약 상판을 공병이 위에 뭐 대고 깔고 넘어갈 정도보다 크게 부수면, 저는 그림이 보입니다. 북한에서 뭐라고 그러는지 몰라도, 거기에 뭐 타설하거나 대충 메꾸려고 해도 일단 아시바 잡고 작업준비하는데 반나절 걸립니다. 게다가 주간에는 우리 전폭기 뜨죠. 도로 근처에서 차량 밀리면 우리 항공에 그대로 때려맞습니다. 이거 최대한 챙겨가서 상판 양쪽 입구 쪽을 우선으로 날려버리면 제가 보기에 복구 이틀 이상 걸립니다. 지역댐이 말한 이틀! 아무리 여기서 우리가 죽을 때까지 쏴죽이고 불사르고 터트려도 그 도로로 넘어가며 아래위서 횡단하는 병력 장비 물량의 중단이 훨씬 더 큽니다. 맞죠? 지역댐. 생각해 보십쇼. 앞서 말했죠? 어떤 방법이든 최고로 지연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시작되었다. 사실 지역대 갱단이 야간에 계속 이동하면서 도로 부근을 습격하고 여명시에 산으로 튀었다가 다시 내려오는 방법이 가장 무난했다. 아무리 그래도 자살특공대는 아니니까. 그리고 그때는 관측점 하나 잡아서 아예 무전기 틀어놓고 실시간 중계로 항폭유도 날리는 것이 상책. 명령에 따라 낮에도 작전 지속하면, 그건 너무 빨리 다 죽는다. 다음 날도 괴롭히고 때려야 한다. 거의 도적질 습격 타격에 가까운 광적인 네 시간을 보낸 다음이었고, 순간 지역대장은 멈칫했다.


일리가 있다. 지역대장과 간부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아마도 거기 가다가 다 죽을 거란 불안감 때문이었다. 순간 지역대장은 대충 용량을 물었고, 폭파가 최소 200파운드를 언급했다. 폭약과 뇌관은 북한 거나 아프리카 것이나 아무리 모양이 요상해도 전혀 군말 없이 동일한 법칙을 적용받는다. 그 법칙은 너무나도 간단하다.


지역대장은 갈등했다. 가다가 전멸할까봐. 어둠과 빗줄기 속에 얼굴조차 시커메서 보이지 않는 총 든 그림자들이 자신을 쳐다보는 걸 느꼈다. 지역대장은 모두 30초간 모이라고 했다.


“지휘관 포함 개인당 폭약 10파운드 이상씩 쑤셔 넣고 휴대! 본부팀 통신사수 한 명만 빼고. 나도 든다. 폭파는 뇌관과 도폭선 기타 물품 챙겨. 가능하면 전기식 비전기식 이중으로. 해뜨기 전에 교량 바라보는 곳까지 가옥과 도로 피해 이동한다. 중대장들 지도정치와 MSS 잡아. 화기들이 첨병과 후위에 선다. 무거워도 실탄 수류탄 챙겨. 화기는 RPG탄 최대한 챙겨. 지금 화력으로 거기까지 못 간다. 2분 뒤 이동한다. 무전기 조심해. 동트면 일단 공군 불러서 교량 일대를 최대한 구라를 쳐서라도 박살을 내고 박모에 들어간다. 행군열은 앞뒤 화기와 중간에 통신 빼고 중대 건제순. 첨병 뒤에 독도법은 서대위, 후위는 이대위가 맡아. 이상. 빨리 움직여.”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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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7 hi******
    작성일
    20.06.12 11:08
    No. 1

    유격대의 기본 원칙이지만 자주 잊는 것이 부대와 인원의 '생존'입니다. 어디건 누구라도 있으면서 이 지역에 게릴라들이 '있음'을 계속 알리고 부담스럽게 해야 합니다. 목표에 집중하느라 다 죽게는 하지 말아 주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참좋은아침
    작성일
    22.03.26 17:55
    No.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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