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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도의 별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7 22:55
최근연재일 :
2024.05.2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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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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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09,395

작성
20.06.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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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10
추천
48
글자
9쪽

지역대가 5

DUMMY

넌 어떤 군가 좋아하니?


난 멋쟁이 용사야. 거 있잖아. 여기는 피가 끓는 젊음의 고오향. 용맹한 사나이가 함께 뭉쳤다. 싸우면 초전박살, 노도와 같이. 평화의 꽃을 심는 멋쟁이 용사. 왜 좋아하냐구. 죄다 씨벌 군가라고 음조가 장송곡 같은데, 이 군가는 사회 가요처럼 음조가 존나 스펙타클하거든. 그 다음은 하늘의 백장미지. 공수교육처에서 배운. 그런데 그 노래 가르쳐 놓고 백장미 피면 좆대는 건 아이러니 아니니? 고공은 이 노래 안 불러야지. 할로서 백장미 피면 퇴굔데. 안 되면 퇴교하라.


넘들은 참 우릴 멋있게 대단하게 보지만, 우리 안에서는 우리 참 일반적이고 그냥 평범해. 안 그래? 뭐 대부분 다른 데서 군 생활 해 본 것도 아니고, 보고 배운 것이 다 그건데. 특별할 것도 대단한 것도 사실 없지. 언론매체에서는 죄다 백호인 줄 알아. 복면하고 mp-5에 죄다 할로하고.


우리 땅 파고 걷는 넘들은 카메라가 찍어봤다 무슨 품바타령 거지 같고. 반합밥 해먹는 거 리얼타임으로 돌려 찍어봐. 개쪽팔리지. 사실 천리행군 같은 거 찍으면 그림이 나와? 용맹한 전사들이 눈깔을 부라려야 하는데, 한 4일차 되면 부라릴 힘이나 있냐 말야.


몇 년도인가, 천리행군 6일찬가 그래. 아산만 방파제 건너서 야산으로 들어가 그날 은거하는데, 군장 벗고 나니 설 수가 없는 거야. 서 있을 힘이 없어. 서려고 하면 몸이 다시 땅바닥이야. 텐트도 치고 해야 하는데. 기었어 니미 씨벌. 내가 왜 그러나 했을 거야. 왜 천리행군 전에 칫솔을 반으로 자르는지 말야. 그건 병신이지 칫솔을 버려야지. 먹긴 개 좆을 먹어서 잇빨에 뭣이 남는다고.


우린 평범한데, 만약 전쟁이 일어나면, 전시가 되면 과연 우리가 주기적으로 하는 격리지역 작계연구처럼 할 수 있는 건가 사실 의구심이 들어. 우리가 로보캅이야? 훈련이 실전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사실 좀 그렇지 않아? 맨날 측정 결과 숫자에만 집착하고. 하지만 하나만은 도움이 되는 것은 같다. 참는 거. 견디는 거. 배고파도 웃는 거. 맞아도 뒤돌아서면 동기들과 웃고 구라 까는 거. 그거지 뭐. 총은 많이 쏴봤으니 사람에다가 놓고 정확히 조준하면 되는 거지만.


그 무수한 실전상황을 우리가 곧 적응하고 해낼 수 있을까? 겁먹고 그러는 거 아냐? 까놓고 말해서 북한 애들도 정말 ISIS처럼 총폭탄 자폭 할까? 난 반은 거짓말이라고 생각해. 한 20년 전에는 가능했다고 생각해. 지금 정말 그럴까? 우리랑 전투하는데 질 것 같으니까, 수류탄 서너 개 안고 안전핀 뽑고 우리에게 달려들어 동무들 같이 사망동기 하자우 그럴까? 누구는 믿더라도 난 의문이 들어. 왜? 왜 그러는데? 세뇌 때문에? 나더러 하라면 못할 걸 아마. 그리고 말야, 진정한 총폭탄은 아무런 대우도 이득도 명예도 없는 상태에서 해야 진짜 아냐? 니미 씨바 공화국영웅된다고 총폭탄 자폭하면 그게 거래지. 순수한 국가영웅이야? 그렇게 치면 대우도 못 받으면서 6.25 때 목숨 걸고 싸운 사람들이 저넘들 정찰국보다 순수하고 강한 거지. 틀려?


물론 내가 죽는다고 가정하면, 난 씨바 한 새끼라도 더 죽이고 죽을 거야. 자존심이지. 뒈져도 몇 놈 죽이지도 못하고 죽으면 남자로써 거 기분 증말 좆같을 거 같애. 난 상대가 대검으로 날 찌르면 손가락으로 그 넘 눈깔 파고 죽을 거야. 나를 죽인 대신 평생 병신으로 살라고. 숟가락이 없어 소라 손가락으로 긁어서 훓어 먹듯이 박박 긁어줄 거야. 눈깔 확 찌를 거야. 아니면 귀라도 물어서 확 씹어 먹다가 뒤질 거야. 그래야 후련하게 죽을 수 있을 거 같애.


알잖아. 우리 부대 구호가 단결! 인거. 증말 인간들 친하면서도 개인 자존심 정말 쩔어. 수틀리면 군번 내려놓고 맞장 뜨자는 사건은 전군에서 여기가 최고일 걸 아마. 이런 징그러운 인간들을 어떻게 이렇게 많이도 모아놨는지. 조신하다 생각했는데 중사 정도 진급하면 이 새끼가 정말 이런 새끼였나 참 많이도 놀랐다.


그래서 우리는 단결해야 하나봐. 다른 여단과도 수틀리면 싸우는 거고. 뭐 몇 공수가 세네, 어디는 물공수네. 우리 자신은 모르지. 왜? 다른 여단에 개 좆도 관심이 없거든. 뭘 하던지 말던지. 만나면 반가울 뿐이지만. 아무리 낮춰도 우린 자기 여단이 최고이며. 자기 대대가 최고고 또한 자기가 세계에서 최고로 최고란 정신병이지. 자기 여단이 최고라면서어떤 여단은 별 거 없다고 무시하며 떠들다가도, 그 여단 소속 뽀대에 한 성질 하는 사람 만나면 또 꼬리 내린다. 어쩌면 모든 기본은 개인 대 개인에서 시작한다.


장교들도 반 헤까닥한 사람들이 있어 이 분위기 잘도 조장하며 끌고 가고. 총이나 구보 안 좋았다고 하사 새끼가 중사 은근히 무시하는 놈의 부대가 어딨겠어. 똑같은 경우 장교도 창피해서 땅 보고 다니게 되는데. 하지만 난 이게 좋아. 군대는 사람을 군대식으로 개조하고, 우리도 여기로 개조되었지만 본질적으로 나는 좆도 나다. 그런 게 좋아. 내가 이만큼 뛰고 쏘고 하면 너희들이 왜 건드릴 건데? 중사인 넌 잘하냐? 상사는 못하는 게 없어 우릴 고롭게 만들지만...


우린 알지. 베레모 다 썼지만 그 안에서 상또라이도 있고 체력 약한 놈도 있고 별에 별 놈이 다 있는 거. 어느 팀이 맡기면 더 잘하는지 우린 알아. 중사가 퇴근할 때 턱걸이 하고 가는 거. 하여간 재미있는 부대야. 최고 충성하는 것은 대통령이 아니라 여단장이고 대대장이고. 아는 세상이 그것 밖에 없는 정말 고립된 좆만한 사회니까. 정말 전쟁 나면 어쩌냐? 작계대로 슈~~~웅 저기 위로 가는 거야? 지면 만주산적, 이기면 영웅 되는 거야? 생각만 해도 답은 없다. 참. 답이 없어. 뭐 쪽팔리게는 안 하면 되지 뭐.


“중댐은... 이런 순간에도 어떻게... 이렇게 차분하고 이성적이쇼?”

“오하사 너 하쇼 하슈 또 나왔네. 또 동기 먹냐?”

“반까이 해서 동기 형님, 지금 이렇게 차분하슈?”


“그렇게 살아온 걸 나더러 어쩌라고. 내가 뭐 페스탈로친 줄 알아? 남자 아닌 줄 알어? 다 참고 사는 거지. 세상에 나서는 사람이 많으니까. 너나 나나 뭐가 달라. 똑똑하면 늦게 죽고, 전쟁터에서 사람이 나이 순으로 죽냐?”


“중댐은 어디 교수하면 잘 할 것 같습니다.”


“너희들은 항상 그러지. 이 부대는 부사관 것이다. 장교는 몇몇 특전맨 빼고 그냥 왔다 갈 뿐이다. 하지만 말야. 나도 따르고 싶은 길이 있어. 그리고 내 군 생활 중에 여기가 제일 마음에 들어. 개떼로 부사관들이 개기는 곳. 말로는 안 하지만 눈으로 보여. 이방인처럼 바라보는 눈동자. 장교가 군 생활 계속 하려면 진급이 필요해.여기 오래 머물면 별은 멀어지는 거야. 보병연대장 못하면 끝이야. 하지만 진급을 빼면 여기가 가장 남자의 로망이야. 나 같은 사람은 그런 게 없을 것 같으냐 이놈아. 거지같은 소리 그만하고. 어떻게든 뚫고 나가자. 오하사 너 포기하면 실망 오진다.”


“중댐, 어떻게 여기서 나가요. 누군 뭐 여기서 뒈지고 싶은 줄 알아요? 배때기에...... 총 맞고...... 서지도 못하는데 뭘...... 어떻게 해요. 그렇다고 여기서 이걸로... 자폭이라도 해요?”


“지금까지 될 만해서 한 게 몇 개나 되냐! 군인이니까 했지.”


시간은 30시간 앞으로 돌아간다.


오하사가 곤조를 부렸다. 돌아갈 배에 불을 지른 스페인 기사들처럼 산에서 내려온 무리는, 어둠이 내리자 거침없이 달렸다.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지역대가 처음 마주한 것은 도로의 검문소였다. 이대위가 웃었다. ‘자들은 씹 대주고 뺨맞은 놈들 시범케이스인 줄 모르나봐!’ 곧바로 3방으로 포위해 기습사격 때려 완전히 제압했다. 사방 젖은 총열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간다. 산 내려올 때 흘린 낭만의 눈물은 빗물이 완전히 씻어내 버렸고, 모든 것이 차갑게 식었으며, 맹수는 가면 속 얼굴을 드러냈다. 돌아갈 심리적인 다리는 끊어졌다.


‘니들 다쳐 쓰러진 우리 7중대장 사살했지? 우리 담당관도 보냈지! 니들 게릴라는 포로 없지? 미안 우리도 없어. 이거나 먹어!’


‘총열에서 연기 나고 바닥에 피나고 사람 돈다 돌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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