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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투스 님의 서재입니다.

피도 눈물도 없는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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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투스
작품등록일 :
2021.05.14 20:29
최근연재일 :
2021.05.25 18:10
연재수 :
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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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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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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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피도 눈물도 없는 회귀. 011화

DUMMY

***

까마귀의 안전 가옥은 선우의 사냥터에서 그리 멀지 않은 B-01 지역 깊은 숲속에 있는 동굴이었다.


“끼아아아~!키키 끼에에에엑.”

“시끄러 이 새끼야.”


고문당하는 사마귀의 끔찍한 비명을 뒤로하고 나는 동굴 바깥으로 뛰어나와 토악질했다.


“우웨엑. 콜록 콜록. 퉤,”


까마귀가 수술용 고무장갑을 벗으며 따라 나온다. 주머니에서 물통과 약물이 든 작은 병을 나에게 건넨다.


“야 이걸로 입 헹구고 이거는 마셔라.”

“가글가글. 퉤.”


가글을 하는 나를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흘겨본다.


“야, 그렇게 비위가 약한 놈이 혼자 취조한다고 구라를 쳤냐?”

“해부되는 사마귀보다 산 채로 해부하는 네가 더 끔찍해서 그래.”

“뭐야? 이 자식이 정말.”


고문이야 여러 번 직접 해보기도 했지만. 사마귀를 취조하는 내내 까마귀는 나의 상상을 아득히 넘어서는 잔인한 방법으로 고문했다. 해부와 생체실험도 병행하는 것 같아 더 역겨웠다.


“누님‘ 놈은 약물로 재웠습니다. 삼 일은 못 일어날 겁니다.”

“응, 그래 수고했어. 이리와 앉아.”

“여기 있습니다. 이거나 한 대 피우시죠.”


탱커 기 성원이 온몸에 사마귀의 피가 묻은 수술복을 입고 선우의 옆에 털썩 앉더니 까마귀에게 담배를 한 개비 건넨다. 타는 냄새가 보통 담배가 아니라 텔드라민 풀 타는 냄새였다.


“이거 텔드라민 아니야?”


게이트 안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흑마법사들끼리 태우는 대마초 같은 것이다.


“왜? 뭐 문제 있어?”


까마귀가 한 모금 깊이 빨아들이더니 장난스럽게 내 얼굴로 연기를 뿜어 버린다. 짜증이 나서 손을 휘저어 연기를 날려 버렸다.


“크크크, 왜? 내가 뽕쟁이 같아 보이냐? 나도 맨정신에 그런 험한 수술을 하면 피곤하거든. 정신건강을 위해서 가끔 한 대씩 피우지. 너도 한 개비 줄까?”


기 성완이 담뱃갑을 나에게 불쑥 내민다.


“한 까치 피울래?”

“됐어. 너는 이런 거 피워도 되는 거야?”


탱커 기성완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한다.


“불법도 아닌데 뭘, 그리고 너 같으면 저런 누님이랑 맨정신으로 같이 일할 수 있겠냐?”

“하, 그건 또 그러네.”

“우이씨! 저 자식까지 왜 저래?”


그가 까마귀의 시선을 피하고 딴청을 피우며 밤하늘로 길게 연기를 내뿜는다. 기 성완을 째려보던 까마귀가 텔드라민 담배 연기를 코로 잔뜩 내뿜는다.


“이제 저놈 선에서 아는 건 거의 다 불었어.”

“드디어 가스길 남작의 꼬리도 잡았고 게이트 테러까지 막으면 크게 포상받을 겁니다. 하하하.”

“그렇기도 하지만 저놈 몸에서 새로운 세포 배양 기술이 발견된 게 더 큰 소득이야.”


놀랍게도 사마귀는 인간의 최첨단 바이오 과학과 다크 엘프의 마법이 합작해 만든 괴물이자 살인 병기였다. 내가 잡은 놈은 새로운 배양법으로 개량된 놈으로 기존의 사마귀보다 지능도 더 높아 상당한 고위급이었다.


회귀 전 수호 기사로 5년을 일했던 나도 미처 몰랐던 사실이다. 탈라트 공작을 잡는 일에 집중하느라 이런 세세한 일까지 알지는 못했다.


“얼마나 더 빨라진 겁니까?”

“이제 일 년이면 성체가 된 몸을 만들 수 있을 거야.”

“무섭군요, 블랙 오크보다 무서운 놈들을 찍어내듯 만들 수 있다니.”

“마법사가 하나하나에 공을 들여야 하니. 대량으로 찍어내지는 못할 거야.”

“휴~ 그건 다행이네요.”


천재적인 바이오 바디 수술 전문의 출신인 까마귀가 놈들을 잡아서 해부하고 여러 가지 생체실험을 하는 이유도 누가 이 첨단 세포 배양 기술을 다크 엘프에게 제공하는지 추적하기 위함이었다.


”야! 김 선우, 게이트 교란자와 한통속인 인간이 많다는 게 놀랍지?“


그깟 일쯤이야. 까마귀 너보다 더 잘 알고 있다. 회귀하기 전에 게이트 5적이라 불리는 놈들을 잡아 증거와 함께 법의 심판대에 넘겼지만, 증거 부족이니 뭐니, 법망을 피해 모두 무혐의로 풀려났었다. 내가 순진했었다.


옆에 앉아있는 기 성완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사실 전 세계 정부들도 게이트를 닫는다는 게 어려운 문제야. 안보 문제뿐만 아니라 게이트 안으로 펼쳐진 드넓은 영토와 거기서 나오는 막대한 천연자원을 포기할 수도 없고 말이지.“


기 성완이 한숨처럼 담배 연기를 뿜어내고 말을 이었다.


”그동안 키워 온 게이트 관련 산업도 있지. 거기에 종사하는 사람들 실업문제도 있고 정당이나 이익단체들도 얽히고설켜서 어휴~ 뭐~ 졸라 복잡해. 이제는 인간끼리도 누가 아군이고 누가 적인지도 모르겠어.“


나 역시 먼 곳을 응시하며 중얼거렸다.


”게이트가 열리고 지난 21년 동안 전 세계 80억 인구 중 십 분의 일이나 되는 8억이 넘는 사람들이 희생됐어. 차원의 질서를 되찾고 더 이상의 희생은 막아야 해.“


기성완이 담배를 깊이 빨고 연기를 뿜어내며 말한다.


”아~! 물론 게이트는 닫아야지. 그런데 그걸 차지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망을 어떻게 닫아?“


천공 소속의 요원인 기 성완이 민간인 앞에서 쓸데없이 나불댄다 싶어 까마귀가 둘의 대화를 끊으려고 끼어든다.


”오글거리게 입지랄들 한다.“


텔드라민 담배를 땅에 비벼 끄고 일어선다.


”야, 진지충들아 진지 그만 먹고 밥 먹자. 누나 배고프다.“

”네, 저도 배고프네요. 제가 준비하겠습니다. 누님.“


까마귀를 따라 기 성완이 들어가고 나는 잠시 심호흡을 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이들이 안전 가옥으로 쓰는 동굴 내부는 나무나 돌 같은 자연 재료로 불편한 게 전혀 없이 편의 시설을 해 놓았다.


조리를 할 수 있는 주방이며 각자 쓸 토굴 같은 방이며 심지어 화장실도 흐르는 지하수를 이용해 깨끗하게 쓸 수 있었고 샤워 시설까지 있다.


기 성완이 깨끗이 씻고 나와 앞치마를 두르고 조리 준비를 한다.


“성완아, 오늘은 사마귀 다리 잘라서 구워 먹자. 가운데 다리는 내꺼다.”

“아~! 좀, 그만해.”


끔찍하게 해부된 사마귀의 왼쪽 다리 모습이 떠올라 역겨웠다.


“크크크. 성완아, 꼴통이 그건 먹기 싫다는데, 다른 거 해 먹자.”

“(미친년.)”


식전에 끔찍한 농담으로 나를 놀리고는 베실베실 웃던 까마귀의 표정이 살짝 진지해진다. 또 무슨 말을 할지 불안하다.


“저기 내가 생각을 좀 해 봤는데 말이야.”

“뭐? 또 무슨 이상한 소리하려고?”

“농담이 아니고 이왕 이렇게 된 거 너 나랑 일 안 해볼래? 이거 돈벌이가 괜찮은데.”


아마도 취조 과정에서 내가 가진 정보로 놈을 쉽게 요리 할 수 있었고, S급 사마귀를 잡는 내 이레귤러 능력도 탐 나는 모양이다. 천공과의 협력이 필요하긴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나는 다른 계획이 있어.”

“뭐? 클랜 키워서 길드 만들려고? 그거 내가 해봐서 아는데 골치만 아프고 재미없어. 나랑 일하는데 돈벌이가 훨씬 나을 텐데.”


내 계획이 뭔지도 모르고 제멋대로 생각하는 까마귀를 그냥 내버려 두기로 하고,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는 혹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이야?”


의심스러운 눈으로 까마귀를 흘겨보는데 그녀는 내 눈길은 아랑곳하지 않고 믿을 수 없는 좋은 조건들을 술술 풀어낸다.


“진짜야, 너 정도면 기본급 10억에 전리품 따로 챙길 수도 있지. 특활비 따로 나오고 최첨단 무기와 방어구, 아이템까지 공짜로 지급받고 필요할 때마다 신분 세탁도 확실하고 어때?”

“그럼 미스릴 갑옷도 공짜로 지급해 주나?”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구해 주지.”

“그게 정말이야? 천공에서 그 정도로 지원을 해 준다고?”

“얘가 속고만 살았나. 야 성완아 네가 말 좀 해줘라.”


까마귀가 조리대에 서 있는 기 성완을 부르자 그가 요리하면서 끼어든다.


“진짜야. 국정원과 천공 홀딩스도 조직개편하고 지금은 예전 같지 않아. 우수한 각성자나 헌터가 모자라서 더 해줄 거 없나 계속 고민하더라고.”


21년 전 게이트가 열리고 유능한 헌터의 질과 숫자가 국력이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헌터들은 마치 게임을 하는 것처럼 미친 듯 몬스터들을 썰고 다니며 게이트 영토를 확장해 나갔다.


땅이 좁고 자원도 없이 기술과 수출로 먹고 살던 나라가 게이트 안으로 광활한 영토를 갖게되고 자원까지 퍼내게 되니 단박에 국력이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삼 위로 급 부상했다.


그런데 그 과실이 각성한 헌터들에게는 충분히 돌아가지 않았고 불만이 터져 나오고 말았다.


“천조국에서는 메이저리그 선수들보다 연봉이 많은데 미쳤다고 5급 공무원 월급 받고 여기 있어?”

“길드 만들라고 홍보질하고 부추기더니 세금을 50%나 때리네! 제기랄, 야 다 짐 싸자!”

“씨바, AV 배우보다 못 버는 게 말이나 되냐? 나가자.”

“애국은 지랄! 헬조선, 다시는 안 돌아온다.”


특히 인구 대비 S급 이상의 헌터가 많기로 유명했던 대한민국이 미국이나 중국에게 절반이 넘는 고위급 헌터들을 야금야금 빼앗기는 상황까지 갔는데도 아무런 대책이 없었다.


급기야 8년 전 부산에서 A급 게이트가 터지고 고위급 헌터가 모자라 수많은 인명피해가 있었다. 민심이 들끓고 대통령 탄핵으로 정권이 바뀌면서 새로 취임한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게이트 안전 관리부를 만들고 헌터 출신 장관을 앉히고 그 밑으로 헌터 관리청을 만들어 헌터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관리하는 등의 노력으로 헌터들을 잡아두기 위해 비상이 걸렸었다.


“많이 좋아지긴 했지, 솔직히 말해서 천조국인 미국 CIA나 글로벌 기업으로 커버린 게이트 월드만은 못해도 웬만한 대형 길드보다는 훨씬 낮지.”


까마귀가 제법 진지한 눈길을 보내며 다시 묻는다.


“어때? 같이 일해 볼래?”


조직안으로 들어가면 운신이 자유롭지 못해 탈라트 놈을 잡는 일에 집중할 수가 없어서 곤란하다.


“난 월급쟁이는 싫어.”

“그럼, 너네 클렌에서 건당이나 프로젝트별로 하청받아서 해.”

“하청? 가스길을 잡는 일이면 생각해 볼게”

“좋아, 일단 이번 일을 같이해보자. 보안 채널 알려 줄 테니 연락해. 오래 못 기다린다.”


기성완이 보글보글 끓고 있는 된장찌개를 한 숟가락 떠올려 ‘호로록’ ‘짭짭‘ 간을 보며 말했다.


“그리고 김 선우 헌터는 이제 우리랑 일하는 게 오히려 안전할걸.”

“그게 무슨 말이야?”

“가스길 그놈이 너를 가만둘 것 같아? 조직적으로 너를 제거하려고 움직일걸.”


까마귀가 선우의 눈을 슬쩍 살핀다. 불안과 동요가 느껴진다. 이쯤에서 선우의 가장 큰 약점을 파고들어 뼈를 때리기로 한다.


”그리고 네 아픈 상처는 건들고 싶지 않은데, 너, 그 이레귤러 능력 사회 나와서 쓰는 거 위험한 거 너도 알지? 군대 있을 때야 어떻게 커버가 되지만 사회에서는 힘들어. 행여 그때 같은 사고라도 치면 넌 살인죄로 구속이야.”


까마귀가 선우의 아픈 곳을 제대로 찌르고 들어간다. 사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이레귤러 특성이 제어될 때까지는 조심해야 했으나 사고라는 것이 언제 어떤 상황에서 터질지 몰랐다.


혹시라도 사람들 많은 곳에서 가스길 자작이 보낸 사마귀의 습격이라도 받는다면 불가피하게 이레귤러 능력이 터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틀림없이 민간인 사망사고가 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 천공에서 커버해 줄 수 있나?”

“당연하지, 신변의 위협이나 임무 수행 중에 일어난 불가피한 일에 대해서는 면책 특권이 있는 거 몰라?”


천공에서 주는 면책 특권은 현실적으로 매우 탐나고 매력적인 조건이다. 선우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까마귀는 자기의 의도가 적중했다고 생각하고 조금 더 세게 밀어붙인다.


“너, 헌터가 민간인 죽이면 가중처벌 받는 거 알지? 네 힘을 주체 못 하고 쓰다가 일반인 죽으면 너는 마나력 빨리는 깜빵에서 평생 썩게 될 수도 있다. 너~!”


까마귀는 내리깐 선우의 눈동자를 슬쩍 흘겨본다. 거의 넘어왔다는 느낌적인 느낌이 왔다. 이번에는 당근을 던질 차례다.


“아 참~! 그리고 너는 내일 우리랑 천공에 같이 가자. 포상금 받아야지.”

“포상금을 천공에서 직접 주나?”

“응, 사마귀를 잡은 것 자체가 비밀 유지 사항이라서 직접 주지.”

“얼마나 주는데?”

“저놈 몸값하고 자백한 정보의 가치가 있으니 10억은 나올걸?”

“뭐? 10억이나 준다고?”


전생에서 천공 소속 김 부장이라는 놈과 두어 번 공조할 때 남작급 다크 엘프 두 놈을 넘겼는데 포상금 같은 이야기는 없었다.


“(김 부장 그 자식이 중간에서 내 돈을 꿀꺽 삼킨 모양이군.)”


천공 홀딩스는 게이트와 몬스터를 막기 위해 국정원에서 만든 위장 회사다. 조직 개편 후 기존의 국정원보다 예산 규모가 몇 배는 더 크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이 정도의 포상금은 예상 밖이었다.


“알았어, 의논해야 할 사람도 있으니 생각해 보고 연락할게.”

“잘 생각해라. 26살이면 한창 꼴릴 나이에 여자랑 데이트도 못 하고 평생 감옥에서 썩을 수도 있다.”


까마귀는 마지막 쐐기를 박았다는 듯 득의양양하게 입꼬리를 올린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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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피도 눈물도 없는 회귀. 003화 21.05.14 49 1 13쪽
2 피도 눈물도 없는 회귀. 002화 21.05.14 58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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