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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투스 님의 서재입니다.

피도 눈물도 없는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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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투스
작품등록일 :
2021.05.14 20:29
최근연재일 :
2021.05.25 18:10
연재수 :
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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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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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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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피도 눈물도 없는 회귀. 004화

DUMMY

정호가 거래를 마치고 아공간 배낭 대여비와 헬퍼들 일당 등의 비용을 빼고 계산을 해보니 9억8천만 원이 세전 수익이다.


”자 그럼 모두 해장국 먹으러 갑시다. 아침은 제가 사겠습니다.“

”하하하. 아이고 밥까지 챙겨주시고 이거 참.“


헬퍼들을 데리고 식당으로 들어섰는데 대광 길드원들도 아침을 먹고 있었다. 우리 쪽을 흘겨보더니 인상이 험해진다.


내 뒤로 줄을 서서 정호와 헬퍼들이 이야기를 나누며 식판에 음식을 담는다.


”그런데 어떻게 혼자 21마리나 잡으셨습니까? 하하하. “

”하하하, 아이고 정말 이런 걸 본 적이 없어서요,“

”무슨 비법이 있습니까, 헌터님?“


몇 개의 테이블 건너 자리를 잡은 선우 쪽 사람들은 웃고 떠들며 즐겁게 식사하고 있는데 갑자기 컵 깨지는 소리 들린다.


”쨍그랑.“

”아, 씨발 밥 처먹으면서 졸라 시끄럽네. 여기가 지네 집 안방이야 뭐야.“

”어이. 거기 김 씨! 여물 좀 조용히 처먹읍시다. 예.“


대광 길드 똘마니 두 녀석이 목소리가 유난히 컸던 헬퍼에게 윽박지른다.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밥을 먹는데 마소가 먹는 여물이라니. 식당 안 공기가 싸늘해진다.


정호가 사람 좋은 얼굴로 나서서 그들을 달래본다.


”하하하, 이거 좀 소란스러웠나 봅니다. 조용히 할 테니 그만합시다.“

”합시다? 거 나이도 어린 노무새끼가 한참 형님들 앞에서 합시다라니?“

”새끼라니요. 거 사과 할 테니 그만합시다.“

”어주, 저게 끝까지 합시다야?“


두 놈이 의자를 밀치고 일어서자 정호도 안색이 굳어지며 자리에서 일어서고 나는 조용히 젓가락을 던지기 좋게 집어 들었다.


”아이고 헌터님들 이거 왜 이러십니까. 진정하십시오. 죄송합니다. 제가 좀 목소리가 커서. 죄송합니다.“


목소리가 큰 헬퍼 김 씨가 잽싸게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의 테이블로 가서 허리를 굽신거리며 사과를 한다. 때마침 요새 관리자인 안 팀장과 공무원 헌터들이 식사를 하러 내려왔다.


”뭐야 이거, 아침 댓바람부터 밥상 앞에서 시비가 붙은 거야?“


안 팀장 나서자 대광 놈들이 꼬리를 내리고 몇 수저 떠먹더니 거칠게 식판을 던지고 나간다.


”와당탕. 챙그랑. 쿠당탕.“

”아, 나 저 새끼들이 진짜.“


안 팀장이 몰려나가는 그들의 등 뒤로 짜증을 내고는 나를 보더니 씨익 웃는다.


”저것들 조심하시오, 아주 진상들이니까.“

”네, 그래 보이네요, 감사합니다. 팀장님.“

”자~자, 다들 식사마저 합시다.“


***

아침 식사 후 곧바로 잠이 들었다가 깨어나 보니 오후 한 시다. 오늘도 게이트 월드 상점에서 거래할 때 해킹을 당했는지 궁금했다.


”비너스. 오늘도 해킹당했어?“

[네, 지시하신 대로 일부러 방화벽을 열어주었습니다.]

”역 해킹은 시도해 봤어?“

[방화벽을 뚫었습니다만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 같습니다.]

”알았어, 계속 작업하고 성과가 있으면 보고해 줘.“


헌터라면 누구나 거래를 하거나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게이트 월드 사이트에 접속해야 하는데 이때 놈들은 헌터들의 전투 데이터를 불법적으로 해킹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비너스는 해킹당하는 척하고 놈들의 전산망으로 깊이 침투할 것이다. 5년 후에나 개발될 첨단 스파이웨어를 탑재하고 있는 비너스라 손쉽게 침투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어려운 모양이다.


침대에서 일어나 욕실로 걸어가는데 어제 라이칸에게 맞은 허벅지가 욱신거렸다.


”비너스. 내 허벅지 상태 어떤지 바이털 체크 좀 해봐.“

[타박상입니다. 뼈에는 이상 없습니다.]


의무실에 가면 공무원 힐러가 무료로 치료를 해준다고 했으니 가보기로 한다. 샤워하고 의무실로 향하는데 대광 길드 똘마니들이 실실 빈정 상하는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


무시하고 의무실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내 일을 도와주는 헬퍼 김 씨가 치료를 받고 있다.


”아니 김 씨 아저씨 어디 불편하세요?“

”아, 헌터님 아닙니다. 그냥 제가 실수로 그만.“

”어디 좀 봐요.“


상처를 감추려고 고개를 돌리는데 눈에 멍이 들어있고 입술이 찢어져 부어있다. 누군가에게 린치를 당한 것이 분명했다. 순간 대광 놈들의 빈정거리는 눈빛들이 떠올랐다.


”그냥 제가 좀 실수로 계단에서 굴렀습니다. 헌터님 신경 쓰지 마십시오.“

”오늘 일 나갈 수 있겠어요?“

”그럼요, 일 나가야죠. 하하.“


힐러를 쳐다보니 괜찮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힐러가 그의 얼굴과 갈비뼈 부분을 치유의 손길로 치료하자 멍이 사라지고 부은 입술도 금방 가라앉았다. 솜씨를 보니 B급 이상의 힐러였는데 전투 힐러는 아닌 듯했다.


”자 다 됐습니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김 씨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인사를 하고 서둘러 나간다.


”헌터님 있다가 뵙겠습니다.“

“네. 오늘 꼭 일 나오세요.”

“하하하. 감사합니다. 헌터님.”


그가 인사를 하고 의무실을 나가는 것을 지켜보는데 힐러가 나를 부른다.


”자 다음 분. 헌터님은 어디가?“

”아, 네 저는 허벅지에 타박상을 입었는데 욱신거리고 신경이 쓰여서요.“


신의 손이 따로 없었다. 따듯한 온기가 느껴지고 잠시 후에 통증이 말끔히 사라졌다.


”감사합니다.“

”별말씀을 사냥하다 작은 상처라도 생기면 언제라도 오세요.“

”네, 감사합니다.


의무실을 나와 식당으로 가려는데 정호와 헬퍼 하나가 선우의 이너 전투복과 갑옷 키트를 들고 창고 건물에서 나오는 것이 보였다.


“일어났냐? 네 갑옷 청소했다. 이분이 갑옷 다루는 솜씨가 아주 좋더라.”

“아, 그래. 이거 감사합니다. 사례는 해 드릴 테니 앞으로도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아이 그럼요, 맡겨만 주십시오.”

“참, 정호야 너 김 씨 아저씨 봤냐.”


정호가 표정이 가라앉고 전투복을 헬퍼에게 건네고 가라고 손짓하자 그가 먼저 숙소로 들어간다.


“너도 봤어? ”

“의무실에서 치료받고 있더라고.”

“말은 안 하는데 대광 길드 놈들한테 당한 것 같아.”

“뭐야? 요새 안에서 폭행을 당했다고?”

“야, 저놈들이 자릿세라고 헬퍼들 일당 삥도 뜯는다더라. 세금 안 내면 일도 못 하게 하나 봐.”

“그럼, 여기 관리자 안 팀장한테 신고하지, 그래?”


이틀 전부터 옮긴 사냥터에서 사냥을 못 하게 방해하고 시비를 걸더니 내 일을 돕는 헬퍼까지 폭행하고 금품을 갈취했다니 슬슬 내 못된 성질이 삐죽삐죽 돋아나기 시작한다.


“대광파라는 조폭이 만든 길드래. 신고하면 더 큰 보복 때문에 그게 쉽지 않데.”

“하여튼 깡패 새끼들, 헬퍼들 얼마나 버는 사람들이라고 그걸 뜯어먹어.”

“우리는 그냥 모른 척하자. 우리 같은 뜨내기 외지 사람들이 섣부르게 나서봐야 저 사람들 피해만 더 커져.”

“후~ 네 말이 맞다. 나는 운동 좀 하고 갈 테니 먼저 들어가라.”


정호를 보내고 운동을 하러 체육관으로 향했다.


150여 평 규모의 큰 체육관인데 오늘따라 사람이 많다. 센드 백을 두드리는 대광 길드 공대장과 길드원들이 보였으나 못 본 채 스트레칭을 하며 가볍게 몸을 풀고 벤치 프레스로 가서 운동을 시작했다.


마강철로 만든 평범하게 생긴 원판 하나가 500kg이나 나간다. 마강철은 같은 크기라도 일반 철보다 무게가 10배에서 15배까지 나간다. 샤프트에 두 개를 끼우니 일 톤이다.


“30개씩 삼 세트만 하자.”


운동하는 내내 대광 길드 공대장의 기분 나쁜 시선을 느꼈으나 무시하고 한 시간 넘게 운동했다. 근육이 팽팽해지고 제법 땀이 흘러 잠시 쉬려고 벤치에 앉았다.


“어이, 운동을 꽤 하는데. 일 톤을 우습게 들어 올리네.”


대광 길드 공대장이 똘마니 둘을 뒤에 달고 내 앞에 삐딱하게 버티고 선다.


“나 대광 길드 공대장 마동훈이야. 통성명이나 하자.”

“나는 양아치 새끼들하고 안면 트는 거 싫은 해.”


내가 일어서며 느닷없는 던진 도발에 뒤에 있던 똘마니들이 욱하고 나서는 것을 마동훈이 손을 들어 제지한다. 잠시 노려보더니 얼굴을 가까이 들이민다.


“야, 김 선우, 어린 노무새끼가 세상 물정 모르고 객지에서 까불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묻힌다. 조심해라.”

“내 이름은 어떻게 알았어? 양아치들한테 관심받는 거 반갑지 않으니까 신경 꺼라. 비켜, 입 냄새난다.”


마동훈은 좋은 말로 나와바리를 침범하지 말라는 경고를 하려 했는데 그 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했다. 자기를 밀쳐내고 체육관을 빠져나가는 선우를 턱짓으로 가리킨다.


“저거 말로는 안 될 새끼다. 쌍칼 형님께 연락해라.”


***

숙소로 돌아오니 정호가 태블릿 PC로 장부를 정리하고 있다.


”왔어. 안 팀장이 너 좀 보자더라.“

”안 팀장이?“


중앙건물인 관리동으로 건너가 안 팀장의 집무실로 가니 문이 열려있다.


”저를 찾으셨다고요?“

”아, 김 선우 헌터, 거기 앉아.“


그가 좋아하는 벌꿀 주를 한 잔 들고 마주 앉더니 술을 권했으나 사양했다.


”하하하, 수색을 해보니 김 선우 헌터 덕분에 동문 쪽은 거의 다 토벌됐더군.“

”지금은 북쪽을 정찰 중입니다.“

”하하하, 이 지역 라이칸을 아주 혼자 싹 쓸어버릴 참인가?“

”아닙니다. 이제 라이칸 킹만 잡으면 떠날 겁니다.“


안 팀장이 벌꿀 주를 한잔하더니 웃음을 거두고 정색을 하는 것을 보니 본론을 말하려나 보다.


”그런데···! 삼 일 후 보름달이 뜨잖아.“

”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요새 내부에 있는 모든 사람은 금족령을 내릴 거야. 뭐 권고 사항이라서 법적인 구속력은 없지만, 안전을 위해서 김 선우 사냥꾼도 협조 부탁해.“


보름달이 뜨는 날로부터 하루 전과 다음 날까지 3일 동안은 요새를 둘러싼 결계 역장 밖으로는 아무도 나가지 못 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라이칸의 힘이 가장 세지고 포악해지는 때라 헌터 보호차원에서 권고하는 일이다.


하지만 나는 이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동안 놈들의 습성도 파악했고 이제 본격적으로 라이칸 킹을 잡기 위해 정찰을 하고 있었다.


보름달이 뜨는 사흘간 라이칸 킹이 동굴에서 나와 활보하고 다니는 때라서 운이 좋다면 라이칸 킹의 굴을 찾아낼 수도 있다.


안 팀장이 꼬맹이들에게 귀신 이야기를 들려주듯 은근히 겁을 준다.


”보름달이 뜨면 라이칸 킹이 부하 10마리를 몰고 다녀, 하나같이 무시무시한 놈들이야. 특히 애꾸눈과 짝귀, 그 두 놈은 악마야 악마.“


넘버 3 짝귀라는 놈의 소굴은 내가 이틀 전 정찰하던 중 찾아냈다. 열 마리의 부하를 이끌고 다니는 놈이었다.


”라이칸 킹을 잡을 좋은 기회가 되겠네요.“


겁을 줬는데도 기어코 나가겠다는 말이다. 역시 말을 안 들을 줄 알았다는 듯 안 팀장은 꿀벌 주를 벌컥 들이마셨다.


”사냥 금지 권고 기간에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럴 일 없을 겁니다. 그럼 저는 이만, 정찰을 나가야 해서요.“


방문을 나서려는데 뒤에서 안 팀장의 구시렁거리는 듯한 소리가 들렸으나 못 들은 척 문을 나서 숙소로 향했다.


어쩐지 오늘따라 요새 안에 유난히 사람이 붐빈다 싶었는데 금족령 때문이었다.


***

15일 밤 꽉 찬 두 개의 보름달이 서치라이트처럼 밤하늘에 떠 있다.


내가 이틀 전날 밤 숲속을 들어섰을 때 이미 피의 광란이 벌어지고 있었다. 라이칸들이 돌아다니며 먹지도 않을 짐승들을 마구잡이로 사냥하고 다녔다.


[3시 방향 짝귀가 나타났습니다.]


위장하고 짝귀의 굴 근처에 숨어서 짝귀를 기다렸는데 전투 브레인 비너스가 알림을 울렸다. 미친 듯이 사냥을 하는 놈들과는 달리 짝귀는 혼자 천천히 어디론가 향했다.


”따라가 보자.“


보름가량 이 지역 숲에서 지내다 보니 이제는 감각도 예민해지고 들키지 않고 추적을 하는 능력이 예전보다 훨씬 더 향상됐다.


오르막에서는 네발로 뛰는 것도 많이 편해졌다. 한참을 따라가다가 놈이 주변을 돌아보는 것을 보니 더욱 주의해야 하는 구간이다.


산 8부 능선쯤에 있는 바위 굴에 이르더니 갑자기 놈은 꼬리를 감아 내리더니 낮은 자세로 부복하듯이 기어간다.


”뭐야? 왜 저렇게 겁을 먹지?“


시선을 옮겨 굴에서 산을 향해 삐죽 튀어나온 큰 바윗덩어리 끝을 자세히 보니 커다란 라이칸 한 마리가 산 아래를 굽어보며 앉아 있었다. 그 위로는 오늘따라 커 보이는 보름달 두 개가 떠 있다.


”저놈이 라이칸 킹이다. 과연 네임드답다.“


앞발 어깨뼈에서 등 피부와 갈기를 뚫고 나와 뿔처럼 보이는 푸른 마나석 두 개가 확실히 보였다. 덩치가 다른 놈들 더 훨씬 더 크고 몸에서 풍기는 보라색 오라가 S급 몬스터 못지않았다.


짝귀가 놈의 옆에 서고 잇따라 반대편에서 한 마리가 더 나타났다. 넘버 투 애꾸눈이다. 두 놈이 양옆에 서자 라이칸 킹이 천천히 바위 위에서 몸을 일으켜 울부짖기 시작했다.


”오~우우우~~~~오우우~~~~!“


듣는 사람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울부짖음이 산을 울리며 멀리까지 퍼져나간다. 연이어 놈의 발아래 펼쳐진 숲속 여기저기서 라이칸들이 놈을 따라서 울부짖기 시작한다.


”오우우~!“

”오우~!오우,오우~!“


온 산에 있는 라이칸들이 일제히 놈의 부름에 대답이라도 하는 듯 울부짖었다. 라이칸 킹을 따라 바위 굴을 내려온 놈들은 보무도 당당하게 숲속 길을 천천히 달렸다. 지배자 다운 위풍당당함이 몸에 배어 있다.


나는 놈들이 잘 보이는 높은 위치에서 계속 따라갔다. 처음에는 세 놈이었는데 바위 굴로 이르는 초입에 이르자 꼬리를 말고 엎드려 기다리던 놈들이 따르기 시작한다.


”저놈들이 호위하는 놈들인가? 하나같이 무시무시한 놈들이군. 아무래도 준비를 좀 더 하고 와야겠는데.“


라이칸 킹이 부하 10마리를 대동하고 달리다가 30마리 정도의 라이칸이 모여 있는 곳에 이르렀다. 놈들 앞에는 어제부터 사냥한 짐승들이 쌓여있다.


그 무리의 대장 같아 보이는 놈이 라이칸 앞에서 땅바닥을 구르며 배를 까뒤집고 복종의 몸짓을 한다.


”크르르르~!“

”깨갱 캐개갱.“


라이칸 킹이 하늘로 배를 까고 누워 있는 놈의 목을 콱 물고 잠시 있다가 놓아주자 놈이 납작 엎드려 일어나지도 못하고 기어 다닌다.


킹이 놈들이 잡아 쌓아놓은 짐승 중 야생 소 한 마리의 배를 물어뜯어 피를 핥아먹고는 다음 장소로 이동한다.


다음 장소로 이동한 라이칸 왕이 50여 마리의 무리가 모여 있는 곳에 도착하자 전과 똑같은 의식이 진행되는구나 싶었다.


“크르르~!”


커다란 황소만 한 크기의 라이칸이 배를 까뒤집고 누워 아양을 떨며 복종을 맹세하는 듯했다.


”크르르~! 콰드득. 콰득.!“

”캐개갱. 캐객. 캑.“


갑자기 무리의 대장을 라이칸 킹이 목을 물어 그대로 죽여버린다. 그러자 50여 마리의 라이칸이 일제히 땅바닥에 엎드리고 깨갱거리며 하늘을 향해 배를 까뒤집고 어쩔 줄을 몰라 한다.


돌발적인 상황에 숨어서 지켜보던 나도 바짝 긴장했다.


”뭐야? 갑자기 왜 물어 죽이는 거야?“


라이칸 킹이 목숨을 끊어 버리고 물러서자 뒤에 서 있던 애꾸눈과 짝귀가 사납게 뛰어들더니 킹에게 물려 죽은 놈을 무자비하게 물어뜯어 몸을 갈가리 찢어버렸다.


”캬으으. 크아악.“

”와드득. 와득. 푸드득. 찌직. 뚜둑.“


사방에 피가 튀고 앞다리가 멀리 던져지고 창자와 뼈가 날아다녔다. 참혹하기 이를 데 없는 광경에 나도 모르게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기어이 머리만 남고 죽은 놈의 시체가 아예 분해되고 흩어져 버렸다.


”크아아아. 크르르르 크아~!“

”캐객갱, 깨깅. 깨갱. 캥.캥.“


그 모습을 보던 50여 마리의 졸개들은 겁에 질려 엎드린 채로 연신 깨갱거리며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한 놈이 죽은 놈 대신 기어 나오자 애꾸눈과 짝귀가 놈을 협박하듯 그르렁거리자 배를 까뒤집는다. 무리의 대장을 다시 임명했나 보다.


라이칸 킹은 그들 앞에서 길게 한번 울부짖고 부하들을 데리고 그 자리를 뜬다.


”죽은 놈이 뭔가 잘못을 저지른 건가? 지옥 같은 위계질서구만.“


라이칸 킹은 그렇게 온 산을 돌고 부하들이 커다란 산짐승 한 마리씩을 물고 바위 굴로 돌아갔다.


킹이 돌아가자 라이칸들은 분풀이라도 하려는 듯 다시 마구잡이로 사냥을 시작하고 숲은 먼동이 틀 때까지 포식자의 잔혹한 사냥과 피식자들의 소름 끼치는 울부짖음으로 온 숲이 몸서리를 쳤다.


”어휴~ 지금 잡히면 뼈도 못 추리겠다. 이럴 때는 숨어 있는 게 장땡이지.“


나는 미쳐 날뛰는 놈들을 피해 커다란 나무 아래 패인 땅속으로 숨어들어 나뭇가지와 풀로 위장을 하고 감각을 곤두세우고 꼼짝도 하지 않고 해가 뜨기를 기다렸다.


”정찰 나오길 잘했어. 드디어 라이칸 킹의 굴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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