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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투스 님의 서재입니다.

피도 눈물도 없는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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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투스
작품등록일 :
2021.05.14 20:29
최근연재일 :
2021.05.25 18:10
연재수 :
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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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135

작성
21.05.18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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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피도 눈물도 없는 회귀. 010화

DUMMY

***

흙먼지를 털고 일어선 까마귀가 금방이라도 돌진할 것 같은 기성완의 어깨를 툭툭 치며 진정시킨다.


”미끼로 이용당한 분풀이 한 번 한 거야. 살기는 없어, 안심해.“


걸어오던 선우가 살기를 거두고 둘 앞에 멈추고는 자신의 오른손을 들어 바라본다.


”정신을 잃기 전에 내 오른팔이 잘려 나가는 걸 봤어.“


까마귀는 선우가 기억을 말하는 것을 듣고 완전히 제정신이 돌아왔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러나 아직도 사마귀와 전투할 때의 무시무시한 기세가 남아있었기에 경계를 풀지는 않았다.


”아! 그 오른팔 다시 생기는 거 내가 봤어.“

”말해 봐.“

”그러니까 팔이 잘리고 네 어깨에서 용암 같은 게 꿀렁거리면서 흘러내렸거든 그러더니 그렇게 된 거야. 그게 다야. 여기 증인도 있다. 그지 성완아. 너도 봤지.“

”아. 네 누님. 저도 봤죠.“

”야, 어디 그 팔 좀 잠깐만 보자.“


까마귀가 호기심에 선우의 팔을 톡 쳐보고 열기가 없음을 확인하고 이리저리 확인한다.


”야~! 나도 처음 본 거라서 뭐라 설명해줄 길이 없다. 통증이 있거나 불편하지는 않아?“

”그냥 원래 있던 것 같아.“


까마귀는 천재적인 바이오 바디 수술 전문의 출신 각성자라는 것을 알고 있다.


국정원의 묵인 아래 몬스터와 인간을 상대로 불법적인 생체실험과 이식수술로 온갖 기괴한 괴물을 만들었다는 소문도 들었다.


요리조리 팔을 조몰락거리며 호기심 어린 눈으로 살펴보는 그녀로부터 팔을 거칠게 빼냈다. 틀림없이 해부해 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야, 야~! 안 짤라 가. 그러지 말고 좀 보자! 상체만 좀 벗어봐라. 어깨 접합부도 좀 살펴보게.“

”그만해,“

“야, 김 중사! 너 자꾸 말이 짧다. 이제 민간인 됐다고 막 나가도 되는 거야? 그리고..!”


선우의 눈에서 불꽃이 확 일어나는 것을 보고 까마귀는 뭔가 더 하려던 말을 삼키고 만다.


”뭐~ 그렇다는 거지! 아무튼, 거두절미하고 저 사마귀 놈 이쪽으로 넘겨라. 국가의 이익과 시민의 안전을 위해 저놈을 취조해야 해. 포상금은 줄 거야.“

”내가 잡은 놈이니 내 포로다.“

”우리가 침 발라놓고 추적하던 놈이야. 그리고 시민은 공무에 협조할 의무도 있으니 잔소리 말고 넘겨.“

”나도 추적하던 놈이야! 게다가 네가 하는 일이라면 비공식적인 일일 텐데. 그럼 협조할 의무는 없어. 안 그래?“


까마귀가 나를 노려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다. 천공에서 추적하던 사마귀를 나도 쫓고 있었다니 놀라기도 했겠지만 비밀 유지를 위해 나를 가만둘 것 같지는 않다. 이용하든 제거하든 둘 중 하나일 것이다.


”김 중사! 너 제대하고 도대체 뭐 하고 다니는 거야?“

”작은 클랜을 하나 만들어서 영업 중인데 놈들의 동태가 수상해서 게이트 테러를 의심하고 추적 중이야,“


게이트 테러라는 말을 듣고 까마귀와 기성완이 흠칫 놀라며 서로를 쳐다보며 사인을 주고받는다. 기성완은 호의적인 눈치를 보내는 것 같은데, 정작 나를 아는 까마귀는 애매한 눈치다.


”손 떼라. 민간인이 나설 일이 아니야.“

”내가 게이트 테러에 대한 정보가 꽤 있어서 이놈을 같이 취조하면 더 많은 것을 캘 수 있을 텐데.“


게이트 테러에 관한 것이라면 서로 윈윈하는 선까지만 천공과 협력 할 수 있다면 나쁜 것 없다. 내가 가진 정보로 거래를 걸어 보았다.


”나랑 거래를 하자는 거야? 이거 왜 이래~! 내가 하는 일 잘 알면서. 보안상 그건 곤란하지.“

“그럼 저놈도 못 넘겨. 나 혼자 취조한다.”

“네가 뭘 취조하겠다는 거야? 그놈이 어떤 놈인지나 알아?”

“이놈들과 네가 돌아다니는 곳에 재앙이 따른다는 것 정도는 알지.”

“뭐야? 너 이 자식 정말.”


군 복무 시절 천공을 지원할 때 사마귀와 까마귀가 동시에 나타나는 곳은 항상 큰 사고가 터지곤 했기에 잔뜩 비꼰 말이다.


팔짱을 끼고 나를 노려보던 까마귀가 입을 연다.


“좋다. 시민의 재산을 강탈할 수는 없으니 우리 이러지 말고 깔끔하게 돈으로 해결하자. 기본 포상금 3억에 더 얹어줄게. 얼마면 넘겨줄래?”


놈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돈보다는 정보가 필요했다. 내가 잡은 놈의 전투력으로 보아 상당한 지위에 있는 놈이 틀림없다.


“나는 돈보다 이놈에게 캐낼 정보가 있어.”

“야! 김 중사. 네가 그 정보를 듣게 되면 큰일에 휘말릴 수밖에 없어. 그런 것쯤은 알고 있잖아? 민간인이 된 지금 네가 감당할 수 있겠어?”


차원 수호 기사라는 내 정체를 모르는 까마귀는 나를 일반적인 민간인 헌터로 취급하고 있다.


“감당하든 못하든 내가 알아서 해.”

“하~ 나 이 꼴통을 진짜 어떻게 하면 좋으니.”


까마귀는 짜증이 치밀었으나 문득 선우의 이레귤러 능력을 자기 일에 어느 정도 선까지만 활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생각보다 일이 커지고 있어서 사람이 더 필요했으나 마땅한 사람이 없었다.


군대에 있을 때도 제법 똘똘해서 맡은 임무는 똑소리 나게 잘 해냈었고 대 몬스터 특수부대인 M808 중사 출신이라 충성심도 믿을 만했다. 게다가 조금 전에 S 등급이 넘는 사마귀를 혼자 잡은 능력자였다.


한참 동안 선우를 노려보던 까마귀가 뭔가 결정을 내린 모양이다. 기 성완과 눈을 마주치고 서로 무언가 사인을 주고받았다.


“좋아. 네가 원하는 정보가 뭔지는 몰라도 놈을 같이 취조하자. 그리고 너도 군대에서 이런 일 나랑 몇 번 해봐서 잘 알 테니 보안만 철저하게 지켜. 보안에 구멍 나면 너부터 내 손에 죽는 거 알지?. 이제 됐어?”

“그거야 기본이지. 나도 경고할 게 있는데, 행여나 나를 이용만 해 먹고 묻어버릴 생각이면 너도 내 손에 죽는다.”

“뭐야? 이 쪼랩 자식이 정말 오냐 오냐 했더니.”


발끈한 까마귀가 마나력을 확 개방해 버리고 두들겨 패려고 달려드는데 어느새 선우도 불꽃을 맹렬하게 내 뿜고 있다.


탱커 기 성완이 재빠르게 말리고 나선다.


“에헤이~, 누님 쪼랩인데 말로 타이릅시다. 말로.”

“어후, 너 내가 공무 수행 중이라 참는다.”


까마귀는 어떻게든 사마귀를 넘겨받아 취조해야 했기에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화를 참을 수밖에 없다. 기 성완이 금방이라도 잡아먹을 듯 노려보는 둘 사이에 끼어든다.


“어이 김선우 중사, 그럼 저 사마귀를 어디서 취조할 생각이지?”

“그건 내가 알아서 할 일이고. 김선우 헌터라고 불러. 나 이제 민간인이야.”

“그래 김선우 헌터. 까마귀 누님한테 네 얘기 들었다. 나는 탱커 기성완이다.”


악수를 청하는 그의 손을 무시해 버리자 당황한 그의 손이 잠깐 길을 잃고 헤맨다.


“으흠. 그러지 말고 우리 안전 가옥에서 놈을 취조하는 게 어때? 전문적인 시설과 장비도 다양하게 잘 갖춰져 있고 또 우리 누님이 취조 장비 쓰는 데는 전문가니까 자백받는 것도 수월할 거고 말이지. 어때?”


잠깐 생각해보니 수긍이 가는 말이다.


“흠.”


내 손에 피를 묻혀가며 힘써서 긴 시간 할 일을 까마귀는 요상한 흑마법을 동원해 영혼을 빼앗고 보기만 해도 섬찟하게 생긴 수술 도구 같은 것들로 고문하면 손쉽게 원하는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좋아, 너희 안전 가옥으로 가자.”

“야, 꼴통, 너, 내 안전 가옥에 발 들이는 순간 발도 못 빼고 큰일에 휘말린다. 잘 생각해라. 진짜 마지막 경고다.”

“내가 경고한 거나 까먹지 마. 까마귀.”

“뭐야. 우이씨~ 저게 정말.”

“에헤이, 누님 말로 하자니까. 말로. 이러다 선량한 시민 하나 때려잡겠네.”


기 성완이 선우에게 달려드는 까마귀를 달랑 들어 올려 떨어뜨려 놓는다. 그녀가 분기를 못 참고 허공에 헛주먹을 휘두른다.


저 싸가지, BBB 등급으로 강등되지만 않았어도 아작을 내버리고 싶지만, 지금은 참을 수밖에 없다. 저년은 SS 급의 흑마법사다. 주먹이 울고 있다.



***

제3 게이트 안에 있는 게이트 월드 강원도 지사 건물은 며칠째 삼엄한 경비로 통제되고 있다. 민 우진 회장이 있는 임시 회장실은 AAA 급 이상의 고위급 헌터들이 사무실 안팎으로 경호를 서고 있다.


민 회장은 모니터를 유심히 보고 있다. 김선우 헌터를 담당했던 헌터 시스템 기획부 성 과장과 이 대리가 부지런히 필요한 부분에서 추가 자료를 챙겨 민 회장이 보기 좋게 테이블 위에 정리해 놓는다.


“잠깐, 거기서 다시 돌려 봐.”


게임회사 서버 관리자로 일하던 중 각성한 민 회장은 쉴새 없이 올라가는 전투 데이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실무 담당자인 성 과장의 설명이 없어도 알아볼 수 있다. 자기가 개발한 시스템이니까.


“전투 브레인이 사마귀라고 인식했어. 헌터 닉네임이 피닉스라고 했던가?”

“네, 그렇습니다. 4월 2일에 회원 가입한 본명 김선우 헌터입니다. 피닉스라는 작은 클랜의 클랜 장입니다. 지금은 B-00 지역을 사냥 중입니다.”


성 과장 팀에서 발견한 선우의 전투 데이터가 상부로 보고되면서 마침내 민 회장의 책상까지 올라왔다.


“B-00 지역이라면...! 그럼 104호까지 잡힌 건가?”

“그렇습니다. 까마귀를 피해 도피하던 중 저놈을 잡아먹으려다가 되레 당한 것 같습니다.”

“아무리 이레귤러 각성자라지만 어떻게 B 급 헌터가 S 급 사마귀를 잡을 수 있지? 전투 브레인이 끊긴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게, 저희도 추적은 하고 있습니다만, 매번 결정적인 순간에 전투 브레인이 끊겼습니다.”


비서실장 장 지훈이 민 회장을 심각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오지에 있는 민간인인데 조용히 묻어버리고 사마귀를 회수해 올까요?”

“지금 제정신이야? 까마귀가 근처에 있으면 어쩔 거야? 우리는 절대 나서면 안 돼. 가스길 자작이 처리하게 해.”

“네, 회장님.”


장 실장이 시간을 확인하더니 정 부장과 성 과장을 둘러보며 말한다.


“자네들은 이만 나가봐도 좋아.”

“네, 실장님.”

“회장님, 손님 오실 시간입니다.”

“아! 그래? 어이, 정 부장, 성 과장 수고했어. 이 대리도.”

“네. 감사합니다. 회장님.”


성 과장과 이 대리는 보고 자료를 챙겨 정 부장과 함께 회장실 문을 나선다. 문을 나서고 정 부장에게 인사를 하고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는데 복도 중앙에 있는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세 사람이 마주 다가온다.


후드가 있는 긴 로브를 걸치고 다가오는 세 사람이 내뿜는 오러가 20여 미터 밖에서부터 숨통을 조여온다. 조명이 밝은 곳으로 걸어오며 깊이 눌러쓴 후드를 벗는데 가운데 있는 사람은 놀랍게도 인간이 아니었다.


“(헛~! 게~ 게링턴 백작!)”


지나치는 순간 잠깐 눈이 마주치고 즉시 눈을 내리깔았는데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뭔가 화가 나는 일이 있는지 눈에서 시퍼런 안광을 뿜어내고 있다.


성 과장과 이 대리는 그들을 지나쳐 멀어지는 동안에도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모퉁이를 돌자마자 쫓기듯 잰걸음으로 한참을 간 후에야 크게 숨을 쉴 수 있었다.


“커억, 허억. 케엑, 컥. 과장님 백작급 다크 엘프가 여기는 웬일일까요.?”

“하아~! 휴~. 몰라 회장님 만나러 가는 것 같은데, 뭔가 화가 난 것 같아.”

“컥. 하아. 하아. 제가 심장이 좋지 않은데 각성자가 아니었으면 죽었을 겁니다.”

“후~ 나도 숨이 멎는 줄 알았다. 야, 이 대리 괜찮냐?”

“이제 살만합니다. 빨리 여길 벗어나시죠.”


한 달 전에 자작 급 다크 엘프와의 협상 자리에서 상무님을 보조한 적이 있었는데 이렇게까지 후달리지는 않았다. 고위급 다크 엘프들은 눈빛과 뿜어내는 오라 만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던데 거짓말이 아닌 것 같다.


“승진하려면 저런 백작급과도 가까이서 대화를 할 수 있을 만큼 등급을 올려야 할 텐데 끔찍하구먼.”


성 과장은 이 대리를 부축해 서둘러 사무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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