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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세상 님의 서재입니다.

마지막 귀환자는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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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감자세상
작품등록일 :
2023.05.10 11:25
최근연재일 :
2023.09.15 08:40
연재수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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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3.06.23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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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의외의 손님

DUMMY

드래곤들이 마법진을 펼치기 위해 위치를 잡고 준비하는 데는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류신은 바닥에 주저앉아 멍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자심에게 다가갔다.


“넌 왜 여기까지 온 거야?”

“왜 날 버리고 가신 겁니까?”


하지만 돌아온 것은 자심의 울분이었다.


“버리고 가다니?”

“에흐예 님이······”

“이름으로 불러. 이름으로.”

“히잉- 네. 류신 님이 절 데리고 왔으니까 데려다주셔야죠. 저 갑자기 끌려왔는데 그곳에 버려두고 가셔서 얼마나 무서웠는데요.”


자심이 울먹거렸다.

류신은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다가 유라크를 봤다. 유라크는 류신과 눈이 마주치자 분주한 듯 딴청을 피웠다. 다행히 유라크는 마법진을 구성하는 드래곤과는 별개였다. 일종의 호위로 따라온 모양이다.


“유라크?”

“아! 네? 저요? 저 지금 바쁜데······”

“너! 자심 괴롭혔냐?”

“괴롭히다뇨? 억울합니다. 같이 어울려 준 거예요.”

“어떻게 어울렸는데?”

“드래곤의 역사도 알려주고, 문화도 경험하게 해주고······”

“또.”

“사냥도 함께 나가고······ 비행도 시켜주고······ 술도 먹고······”

“후. 그게 문제군. 저 녀석이 끌고 다니고, 먹이고 그랬지?”


자심이 울상이 되어 고개를 끄덕였다.

드래곤들의 술 먹는 분위기는 의외로 대단하다. 가장 술을 잘 먹고 많이 먹는다는 종족인 드워프도 드래곤에겐 덤비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그런 드래곤들이 인간인 자심에게 술을 먹였다면 분명 멀쩡하지는 않았을 터.


“그래도 너 용케 버텼다? 생각보단 멀쩡해 보이는데?”

“히잉- 그게 술에 취하면 회복시켜주고, 취하면 회복시켜주고······ 그래야 자신들하고 마셔야 제대로 마시는 거라면서요.”


안 봐도 뻔했다. 괜히 류신은 자심에게 미안해졌다.


“고생했다. 네가 원하는 거 하나는 들어줄게.”


류신의 말에 순간 자심의 표정이 반짝 빛났다.


“정말입니까?”

“그래. 정말이야. 누구 죽여달라는 것도 포함해서 다 들어줄게.”

“어! 그, 그런 건 됐습니다.”

“큭큭큭. 농담한 거야.”

“아! 재미없는 농담을 하시네요.”

“너무 진실을 대놓고 말하는 것도 실례야.”

“죄송합니다.”


자심이 빠르게 사과했다. 그러던 자심의 눈이 반짝 빛났다.


“한 가지 원하는 게 있습니다.”

“그게 뭔데?”

“저희 레지스탕스 본부에 한 번 와주세요.”

“내가? 거길? 내가 가도 되나?”

“네. 정식으로 초대하는 겁니다.”


류신이 고개를 갸웃하며 자심을 봤다.


“초대 이유는?”

“뭐······ 저희가 지배자들, 그러니까 신의 대리인에게 반대하는 세력이라는 건 아실 겁니다.”

“그렇지.”

“그런데 류신 님이 엘 하이를 처리해 주셨죠. 그것 하나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 겁니다. 우리에게.”

“음······ 나 역시 신의 대리인인데?”

“그렇긴 하지만 다른 대리인들과는 확실히 다르시거든요.”


뭐가 어떻게 다르다는 것인지 류신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저 그런 이유로 레지스탕스의 본부에 와달라고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것 때문만은 아니지? 진짜 이유가 뭐야?”


류신의 물음에 자심이 인상을 쓰며 고개를 숙였다. 마치 속마음을 들킨 것에 낭패감을 느낀 표정이었다.


“말해도 돼. 암살 시도를 해도 괜찮으니까.”

“에이 설마요.”

“그러니까 빨리 말해. 진짜 이유가 뭐야?”

“누가 류신 님을 만나고 싶어 합니다.”

“나를? 누가?”

“저기 그게······”


자심은 뜸을 들였다. 마치 이름을 말하면 안 될 것 같은 표정으로. 그러다 결국 이름을 말했다.


“유리엘이라고 합니다. 류신 님이 계셨던 케테르 출신이고 우리 레지스탕스 대장입니다. 류신 님을 알고 있다고 하던데요?”


자심이 힘겹게 말했다.

그 순간 류신의 표정이 굳어졌다. 정말 딱딱하게 굳어진 류신의 얼굴이었다.


“유, 유리엘이라고?”

“네. 유리엘.”

“케테르 출신 엘프?”

“네.”

“키 작은 조그만 녀석?”

“맞습니다. 역시 아시나 보네요.”

“아니. 몰라. 난 절대로 몰라.”


갑자기 류신이 정색하며 자심을 피하려 했다. 하지만 뒤돌아섰을 때 세로가 서 있었다. 그것도 무척 음흉한 미소를 띤 채.


“방금 무척 그리운 이름을 들은 것 같은데?”

“아냐. 잘못 들은 거야.”


류신이 재빨리 멀어지려 했다. 하지만 세로가 류신의 팔을 붙잡았다.


“뭐가 그리 급해요? 아직 의식이 시작되려면 조금 남았어요. 그런데 자심? 방금 유리엘이라고 하지 않았어?”

“맞습니다. 유리엘.”

“엘프 유리엘.”

“네.”

“천방지축 유리엘.”

“네. 맞아요.”

“망나니 유리엘.”

“정확합니다. 정말 아시나 보네요.”

“천방지축? 망나니? 웃기네. 미치광이겠지.”


류신이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툭 내뱉었다.


“어쨌든 유리엘이 너희 레지스탕스 대장이라니······ 반가운 만남이 될 거 같은데요?”


세로가 이번엔 류신을 봤다. 류신은 인상을 잔뜩 찡그렸다.

물론 류신과 세로가 어째서 이러는지 자심은 알 수 없었다. 그저 케테르에서 뭔가 인연이 있어서 그럴 거라는 추측만 할 뿐이었다.


드래곤들의 마법이 모두 준비되었다.

바닥에 거대한 마법진이 그려졌다. 그리고 그 중앙에 레인이 차분한 표정으로 누웠다.

드래곤들이 마법진을 둘러싸고 섰다. 그들이 주문을 외우자 허공에 또 다른 마법진들이 하나둘 나타났다.

마법진은 겹을 이루기도 하고, 사방을 메우기도 하면서 레인의 주변을 가득 채웠다.


세로는 물론 모두 신기한 듯 멀리 떨어진 곳에서 드래곤들의 마법 의식을 바라보고 있었다.

세로는 드래곤의 마법에 관심이 많았다. 세로 역시 마법을 잘 다루지만 하이엘프와 드래곤이라는 종의 차이는 메울 수 없는 간격이 있다. 그 간격을 조금이라도 좁히는 것이 세로의 꿈이라고 할까.

하지만 가장 심각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이영철이었다. 자신이 모시는 멜렉의 생명을 연장하는 중요한 의식이기 때문이었다.


“이런, 이런, 멜렉이 이렇게까지 안 좋은 거였어?”


그때 목소리가 들렸다. 그것도 바로 류신의 옆에서 들린 전혀 낯선 목소리였다.

류신이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가면을 쓰고 망토를 두른 남자.

지배자 중 하나다. 그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이곳에 나타나 함께하고 있었다.

류신도 놀랐다. 자신도 전혀 눈치채지 못할 정도였으니까.


마법진이 흐트러졌다. 마법을 다루는 드래곤들도 갑자기 나타난 존재를 의식한 탓이다.


“정신 차려! 실수하면 너희들 종족을 전부 멸종시켜 버린다!”


그때 류신이 드래곤들을 향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류신의 호통에 마법진이 다시 정돈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류신의 시선은 옆의 사내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세로를 비롯해 이영철, 요르까지 긴장했다.

누구보다 요르가 더 긴장했다. 아직 자신의 동생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내지 못했다. 동생들이 없는 지금은 전처럼 무기력할 뿐이다.

게다가 이번에 나타난 지배자는 전에 나타났던 엘 하이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기운을 가지고 있었다. 요르도 그 기운에 몸이 자연스럽게 떨릴 정도였다.

하지만 그를 바라보는 류신의 입가에는 살짝 미소가 번졌다.


“그래. 한 놈 정도는 더 있을 줄 알았지. 오랜만이야. 예호바.”


류신이 자신의 옆에 서 있는 신의 대리인을 보며 말했다. 그는 바로 호크마의 신의 대리인이었던 예호바였다.


“드래곤들의 마법 의식이라······ 자주 못 보는 건데 오랜만이네.”

“이거 보자고 여기까지 온 건 아닐 텐데?”

“그렇긴 하지.”

“그럼 여긴 그냥 드래곤들에게 맡기고 우리끼리 볼일을 볼까?”

“뭐 그것도 좋지.”


예호바와 류신의 모습이 동시에 사라졌다.

잔뜩 긴장하던 주변이 조금은 안정되었다. 무엇보다 가장 겁에 질렸던 것은 자심이었다.

그는 세로의 등 뒤에 숨은 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이제 갔어. 나와.”


세로의 말에 자심이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정말로 류신과 새로 나타난 지배자는 보이지 않았다. 레지스탕스인 자신의 정체를 들켰다간 흔적도 없이 소멸될 것이 분명했다.


“집에 가고 싶어.”


자심은 끝내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한편 카이엔은 여전히 불안한 마법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는 갔다. 에흐예 님이 함께 가셨으니 아무 문제 없을 것이다. 그러니 우린 우리의 일에 집중한다. 모두 다시 마법진에 기운을 불어넣도록.”


카이엔의 묵직한 말에 드래곤들의 표정이 다시 진지해졌다.

불안하게 흔들리고, 불규칙하던 마법의 흐름이 조금씩 정돈되기 시작했다.


마법진이 완성되고 마법의 기운이 마법진들을 채우기 시작했다.

마법진을 날카로운 표정으로 지켜보던 카이엔이 시무스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법을 시전한다.”


시무스의 명령이 떨어지자 레인이 있던 마법진이 거대한 빛으로 채워졌다.


***


허공에 포털이 일렁이더니 안쪽에서 먼저 예호바가 나타났고, 그 뒤를 류신이 따라 나왔다.

그들은 허공에 뜬 채였다. 그것도 꽤 높은 위치였다.

류신은 주변을 둘러보고는 인상을 썼다.


“꽤 불길한 곳이네.”

“맞아. 아래를 봐.”


예호바의 말에 아래를 보니 이상한 것이 보였다.

이곳은 노란색 유황 호수로 유명한 미국의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한가운데였다. 물론 사람들은 지금 이곳에 없다.

유황 호수는 그 크기를 더욱 크게 넓힌 채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었고, 그 주변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수많은 몬스터들이 바글바글 모여있었다.

무엇보다 유황 온천에서는 류신으로서도 처음 느껴보는 낯선 기운이 느껴졌다.


“느껴지나?”

“그래. 이질적인 것이 느껴지는군. 저게 뭐지?”


류신도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처음 보는 것이었으니까.


“이곳이 바로 아자토스가 지구로 오는 통로야.”

“이곳이?”


류신이 놀라며 다시 내려다봤다.

게다가 예호바는 류신에게 이 장소를 보여주고, 알려주기까지 했다.


“그래. 지금이야 한창 부족한 크기지. 더 마력이 모여서 크기를 늘리면 이 통로를 통해서 아자토스가 지구로 오게 될 거야.”

“그렇군. 이걸 나에게 보여주는 이유는 뭘까? 나에게 여길 부숴 달라는 걸까?”


류신이 예호바를 슬쩍 바라봤다.

예호바가 손을 자신의 가면으로 가져가더니 천천히 벗었다.

잘생긴 남자의 얼굴이 드러났다.


“설마. 여긴 부수면 안 돼. 아자토스는 지구로 와야 하거든.”


예호바가 류신을 보며 말했다. 류신은 살짝 인상을 쓴 채 예호바를 봤다.

호수 주변의 몬스터들이 허공을 올려다보며 적의를 드러내고 있었다. 몬스터들의 적의는 류신을 향한 것만이 아니라 예호바를 향한 것이기도 했다.


“그놈이 지구로 와야 죽일 수 있으니까.”


예호바의 말에 류신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예호바도 웃고 있었다.


“에흐예! 너도 같은 생각 아니었나?”

“내 생각을 알아?”

“잘 알지. 너와 난 비슷한 부류거든.”

“비슷한 부류라. 그러면 내가 바벨탑의 결계를 깨려는 이유도 알겠군.”

“잘 알지.”

“신을······”

“신을······”

“죽이기 위해서.”

“죽이기 위해서.”


류신과 예호바는 동시에 같은 말을 했다. 그리고 둘은 서로를 마주 보고 크게 웃었다.


“크하하하!”

“하하하하!”


한참을 웃은 둘은 서로를 마주 보았다.


“동맹이라도 맺자는 건가?”


류신이 살짝 인상을 쓰며 물었다.


“못할 것도 없지.”


예호바가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우린 목적이 같아. 아자토스를 죽이고 신도 죽인다.”

“그래. 그 점은 인정.”

“그 목적을 이루기까진 서로 돕자는 거야. 나는 내부에서······ 너는 밖에서.”


예호바의 말에 류신이 고개를 갸웃했다.


“좋아. 목적이 같다는 건 인정. 결계는 어떡할 거지?”

“아! 결계는 걱정 마. 나에게 방법이 있으니까. 설마 내 목숨까지 버려가면서까지 결계를 만들었겠어?”


예호바가 웃으며 대답했다.


“역시 너도 미친놈이군. 노인네가 했던 말이 맞았어.”


류신이 예호바를 보며 말했다.


“내가 미쳤다고? 설마······ 너보다 더 미쳤을라고.”


예호바는 오히려 류신을 보며 맞받아쳤다. 다시 둘은 웃었다. 왠지 닮은 두 사람이었다.


“난 류신이야.”

“알아. 전 세계를 향해 이름을 말해버렸는데······ 기억 못 하면 그게 더 이상하지. 내 이름은 벤자민.”

“벤자민?”

“그래. 흔한 이름이지.”

“그렇군. 벤자민······ 신뢰가 두터운가 봐. 이런 놈들을 다 부리고.”


류신이 순간 손을 뻗어 움켜쥐었다. 그러자 그의 손에 누군가의 목이 쥐어지며 모습을 드러냈다.

컥컥거리며 버둥거리는 것은 바로 대천사였다.


“도대체 다들 어디에들 숨어있나 했더니 여기에 있었네. 미카엘.”


류신이 자신의 손에 붙잡힌 대천사 미카엘을 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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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맛만 살짝 보여줄게 +2 23.06.28 793 16 12쪽
54 이런 식으로 나온다 이거지? +2 23.06.27 839 17 13쪽
53 조건부 동맹 23.06.26 832 15 12쪽
» 의외의 손님 23.06.23 843 16 13쪽
51 살아야 하는 이유 23.06.22 847 17 14쪽
50 영입 제안 +1 23.06.21 865 15 13쪽
49 선전 포고의 효과 +1 23.06.20 939 16 13쪽
48 지배자들 23.06.19 932 16 13쪽
47 선전 포고 +1 23.06.18 953 15 16쪽
46 새로운 주인 23.06.17 966 15 12쪽
45 약속은 지켜야지 23.06.16 986 16 13쪽
44 드래곤 로드 +1 23.06.15 993 17 13쪽
43 돌려받았으면 하는데 23.06.14 973 14 12쪽
42 네가 주인공이야 23.06.13 978 14 12쪽
41 소란 한 번 일으켜볼까 23.06.12 997 16 12쪽
40 배신자 23.06.11 1,028 16 13쪽
39 드래곤의 신전 23.06.10 1,077 15 12쪽
38 회의 소집 23.06.09 1,095 17 11쪽
37 겨우 이거야? 23.06.08 1,109 15 13쪽
36 절대적인 위기(2) 23.06.07 1,092 15 13쪽
35 절대적인 위기(1) 23.06.06 1,145 16 14쪽
34 이제 정리할 건 정리해야지 23.06.05 1,137 15 13쪽
33 당신들이 부모라고? 23.06.04 1,147 16 11쪽
32 흡혈귀의 왕 23.06.03 1,079 15 12쪽
31 침공 23.06.02 1,128 14 12쪽
30 이건 경고야 +4 23.06.01 1,144 14 12쪽
29 위태로운 동업 +1 23.05.31 1,196 17 13쪽
28 가족은 비지니스 +1 23.05.30 1,280 17 13쪽
27 가족의 재회 +1 23.05.29 1,378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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