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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세상 님의 서재입니다.

마지막 귀환자는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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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감자세상
작품등록일 :
2023.05.10 11:25
최근연재일 :
2023.09.15 08:40
연재수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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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022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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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25,145

작성
23.06.1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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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글자
13쪽

배신자

DUMMY

그것은 거대한 알이었다.

높이가 1m가 넘는 것이 못해도 열 살 아이의 몸통만 한 크기였다.

옥빛으로 은은하게 빛나는 거대한 알은 그 자체만으로도 신비로워 보였다.

하지만 알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그들은 모두 하얀 가운을 입고 있었고, 마스크까지 쓰고 있었다.


“어떤 것으로도 내부가 보이지 않습니다. X선은 물론 뉴트리노(neutrino)조차도 내부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

“도대체 이 껍질은 뭐로 만들어진 거야?”


여러 과학 장비들이 알의 내부를 살펴보기 위해 동원되었다. 그러나 어떤 장비로도 알의 안쪽을 들여다볼 수는 없었다.

알의 껍질 조직을 살짝 떼어내기 위한 작업도 진행되었다. 그러나 드래곤의 알에는 인간의 어떠한 도구로도 상처를 입힐 수 없었다.


마법으로 알의 내부를 살펴보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그것 역시 실패했다.

마법사들은 말했다.


“이 알은 안을 살펴볼 수도, 깨트릴 수도 없을 거요. 거대한 마법으로 보호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같은 마법사는 수천 명이 덤벼들어도 흠집 하나 낼 수 없을 정도의 마법이오. 과학적인 방법으로도 어림없을 거요.”


연구원들은 실패한 마법사들이 자신들의 실패를 정당화하기 위해 그냥 던지는 말로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결과를 보니 마법사들의 말이 맞았다.

과학도 마법도 모두 실패했다.

연구원들은 난감했다. 큰소리 빵빵 쳐놨는데 결국 알아낸 것은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어찌 되고 있지?”


그때 목소리가 들리고 연구원들이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체바오트가 서 있었고, 그의 뒤에 중년의 한 남성이 서 있었다.

연구원들이 일제히 체바오트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체바오트 님!”

“인사는 나중에······ 나는 지금 결과를 묻는 것이다.”

“그게······ 아무런 성과가 없습니다. 인간의 기술로는 이 드래곤의 알을 조사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런가?”

“네! 죄송합니다.”


연구원들이 살펴보는 것은 바로 드래곤의 신전에서 사라진 드래곤의 알이었다. 그 알이 체바오트에게 와 있었다.

연구원들은 잔뜩 겁을 먹고 있었다. 체바오트의 분노가 금방이라도 자신들에게 내려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조용했다. 체바오트는 알을 유심히 바라보기만 했다.


“확실히 나로서도 제대로 볼 수 없을 정도의 신비함이 있군. 너희들이 할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니 너무 자책하지 않아도 된다.”

“가, 감사합니다.”


연구원들은 안도했다. 목숨이 날아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인데 그냥 넘어갔기 때문이다.


“자신 있게 큰소리친 패기는 좋았다. 그 점은 칭찬하마.”

“감사합니다.”


연구원들은 이제 안심했다.


휘릭! 퍽! 파박!


하지만 그것은 연구원들의 착각이었다.

체바오트의 손짓 하나에 갑자기 연구원들 몸의 일부가 터져나갔다. 아니 터진 것이 아니라 무언가에 먹히고 있었다.

그들의 몸에 기생하던 생물들이 연구원들을 안에서부터 먹어 치우고 있던 것이다.


연구원들의 몸을 차지하고 있던 기생생물은 쇼고스를 닮아 있었다. 하지만 눈이 없었다.


체바오트가 작은 상자를 꺼내 뚜껑을 열자 연구원들을 모두 먹어 치운 기생생물이 하나로 합쳐지더니 상자 안으로 들어갔다.

말을 잘 듣는 기생생물로 확실히 쇼고스 보다는 다루기 쉬운 개체였고, 체바오트의 연구로 만들어진 생물이었다.


“여긴 다른 연구원들로 채워야겠군.”


체바오트가 주변을 둘러보며 심드렁하게 말했다.

체바오트의 말대로 문이 열리고 다른 연구원들이 안으로 들어와 각자의 위치에 섰다.

연구실은 언제 살육이 있었냐는 듯한 분위기가 되었다.

체바오트가 자신의 뒤에 서 있는 중년 남성을 봤다.


“보겔!”


체바오트가 이름을 부르자 이제껏 무표정하게 서 있던 중년 남성이 다가왔다.


“네! 체바오트 님!”

“자네가 그랬지? 드래곤의 알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부화한다고.”

“맞습니다.”

“부화까지 얼마나 남은 것 같나?”


보겔이 알에 가까이 다가가 손을 댔다. 그 순간 알에서 은은하게 빛이 흘러나왔다.


“얼마 남지 않았군요. 오늘 중으로 부화할 것 같습니다.”

“그런가? 그러면 시험해 보기 좋겠군.”


체바오트는 만족한 듯 보였다.


“상자를 가져와라.”


체바오트의 명령에 새롭게 들어온 연구원들이 구석의 거대 금고를 열고 안에 보관되어 있던 금속 상자를 가져왔다.

연구원들이 금속 상자를 보며 겁을 먹은 채 뒤로 물러났다. 상자를 건네는 연구원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겁먹지 마라. 이게 너희들을 잡아먹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


체바오트의 말에 연구원들이 어색하게 웃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두려움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알을 옮겨라.”


체바오트의 명령에 보겔이 알을 투명한 벽으로 사방이 막힌 밀폐된 공간 안으로 옮겼다.

사람이 열 명쯤은 들어가고도 남을 크기의 공간 안 바닥에 알이 놓였다.

연구원들이 금속 상자도 바닥에 나란히 놓고는 상자의 잠금장치를 풀려 했다. 하지만 겁을 먹은 연구원은 쉽사리 잠금장치를 풀지 못했다.

떨리는 손으로 잠금장치를 풀려 하니 실수가 일어났다. 장치만 풀어야 하는데 문까지 열려버린 것이다.

공간 안에 불빛이 번쩍거리며 문이 닫히기 시작했다.


“서둘러!”


밖에 있던 연구원 하나가 소리쳤다.

다급해진 공간 안의 연구원이 밖으로 서둘러 나오려 했지만, 너무 서두른 나머지 미끄러져 넘어지고 말았고, 그사이 끝내 문은 닫혀버렸다.


연구원이 투명한 벽을 두드리며 문을 열어달라고 외쳤다. 하지만 안에서 뭐라고 외치는 소리는 전혀 밖에서 들을 수 없었다.

연구원 모두 경악했다. 물론 동시에 자신이 아니라는 것에 안도하고 있었다.


금속 상자가 빼꼼 열렸다. 그 소리가 들렸는지 공간 안의 연구원이 투명한 벽을 두드리다가 뒤를 돌아봤다.

상자 안에서 나온 것은 촉수가 달린 기생 생명체였다. 쇼고스처럼 생겼지만, 또 다른 존재. 게다가 머리가 두 개 달리고, 눈도 두 개가 달린 변종이었다.

연구원은 어떻게든 피하려 했다. 하지만 상자에서 나온 쇼고스는 그대로 달려들어 연구원을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

연구원의 몸이 쇼고스의 빨판에 의해 조금씩 흡수되었다. 마치 뱀이 자신의 몸보다 커다란 생물을 삼키는 것처럼.

이 장면을 연구원들은 겁을 먹은 채 바라보고 있었다. 물론 체바오트와 보겔은 태연한 표정이었다.


“여기서 태어나는 것이 너희들의 로드라고?”

“맞습니다. 체바오트 님.”


보겔이 무표정하게 대답했다.

보겔 역시 드래곤이었다. 게다가 보겔은 드래곤이면서도 체바오트의 명령을 듣고 있었다.


“드래곤 로드는 과연 저 쇼고스를 어떻게 다루는지 보고 싶군. 운이 좋으면 드래곤 로드가 내 수족이 될 수도 있지 않겠나. 아니면 드래곤 로드의 힘을 가진 쇼고스가 태어날 수도 있겠지.”


체바오트가 웃었다.


“원하시는 대로 될 겁니다. 체바오트 님.”


보겔이 고개를 숙이며 화답했다.

보겔의 얼굴에는 기쁨도, 슬픔도, 어떠한 감정도 보이지 않았다.


***


“알을 훔쳐 간 것은 드래곤입니다.”


시무스의 대답에 류신은 어이가 없었다.


“그게 뭐야? 같은 종족이 알을 훔쳤다는 거야?”

“네.”


시무스의 표정은 침통 그 자체였다.

종족의 지도자가 태어날 알을 훔쳤다. 이유가 뭘까? 어딜 가나 문제를 일으키는 존재는 있는 모양이다.


“알을 가져간 자는 보겔. 저희 종족의 삼장로 중 하나입니다.”

“하! 그것도 삼장로 중 하나가? 이유가 도대체 뭔데?”


이유를 물었다. 하지만 시무스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왠지 시무스의 반응에서 뭔가 있다는 것을 눈치챈 류신이었다.


“뭔가 있나 보네?”

“그게······ 말씀드리기가······”

“도와달라며? 내 도움받기 싫어?”

“아, 아닙니다.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실······ 보겔은 인류를 멸종시키려고 합니다.”


시무스의 말에 류신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길 원하는 드래곤들이야 많잖아. 한둘이 아니었을 텐데?”

“과거의 역사에 많았습니다. 폭룡 칼론이나 백룡 자콤도 그런 용들 중 하나였죠.”

“그래. 내 말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라는 거야. 그래도 최소한 자신들의 종족을 상대로 이런 짓들을 벌이지는 않았잖아.”

“보겔은······ 자신을 막은 우리들의 멸망도 바라고 있습니다.”

“가장 막 나가는 놈이라 이거네.”

“네. 그렇습니다.”


시무스의 대답은 침통했고, 다른 드래곤들의 표정도 어두웠다. 하지만 여전히 류신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한 게 말이야······ 난 보겔이란 녀석의 이름도 들어본 적이 없어. 그 말은 별로 위험한 녀석이 아니라는 건데······”


과거의 문제를 일으켰던 드래곤들은 모두 이름을 알렸다. 세상을 난장판으로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이름이 알려진 것이다.

신의 대리인들도 그래서 칼론이나 자콤의 이름이 낯이 익었다. 하지만 보겔이라는 이름은 처음이다.


“그렇게 위험한 놈인 거야?”

“삼장로 중 하나이긴 하지만 그리 위험하지는 않습니다.”


의외의 대답이다. 과거 폭룡이나 흑룡은 드래곤들이 떼거리로 덤벼도 이기지 못할 만큼 난폭하고 실력도 뛰어났었다. 그런데 보겔은 그 정도가 아니라니 무난하게 해결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러면 직접 찾아오면 되는 거잖아. 실력도 뛰어나지 않다며? 내 도움이 필요한 이유가 뭐야?”

“그게······ 보겔이 체바오트와 함께 있습니다.”


류신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인상을 찡그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입은 웃고 있었다.


“체바오트라······ 재밌네. 그러면 너희들 로드의 알도 거기 있는 거야?”

“그렇습니다.”

“체바오트를 상대해야 하니 내 도움이 필요하다는 거네?”

“맞습니다.”

“좋아. 기왕 이렇게 된 거 인사나 하고 오지 뭐.”

“이런 부탁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체바오트를 상대하기에 우리 종족은 많이 부족합니다.”


시무스가 고개를 숙였다.


“알아. 너희들에게 책임을 물을 생각도 없어. 대신 궁금한 게 있는데······ 바벨탑의 결계를 알고 있나?”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결계가 만들어졌는지도 알겠군.”

“물론입니다.”

“멜렉의 몸에서 결계석만 빼낼 수 있어?”


류신의 물음에 시무스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목숨을 담보로 한 결계입니다. 그래서 결계석을 몸에서 빼낼 수 있는지는 확답드릴 수 없습니다.”


시무스가 침통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하지만 류신의 표정은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나도 쉽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하지만 너희들은 늘 방법을 찾잖아.”


류신이 빙긋 웃었다. 물론 그 웃음이 시무스에게는 곤혹스러웠다. 방법을 찾아왔다는 말은 결국 방법을 찾아내라는 말과 다르지 않으니까.


“당장 해내라는 게 아냐. 레인 녀석 수명이나 먼저 늘려주고 나서 고민해 보라는 거지. 알았지?”


류신의 말에 시무스가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에흐예님!”

“아! 그리고 앞으로는 날 그렇게 부르지 마.”

“그러면 뭐라고······”

“신. 류신이 내 이름이야. 이름을 불러.”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신 님!”

“성까지 붙여라. 오해하겠다.”

“네! 류신 님!”


류신이 성큼성큼 신전을 나가려 했다. 그러다 우뚝 멈췄다.

다들 갑자기 멈춰선 류신을 바라봤다.


“그런데······ 알은 어디에 있지? 구체적인 장소를 알고 있어? 무턱대고 쳐들어가서 이곳저곳을 뒤질 수는 없잖아.”


류신이 멍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 친구가 안내할 겁니다. 저희 전사 중 한 명으로 로드의 알이 보관된 곳을 알고 있는 유일한 존재입니다.”


시무스가 손짓하자 여성이 앞으로 나섰다.


“캐틀린이라고 합니다! 류신 님!”


여성 드래곤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래. 캐틀링.”

“캐틀린입니다.”


류신과 함께 캐틀린은 신전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온 캐틀린이 갑자기 드래곤으로 변했다.

거대한 드래곤은 붉은색의 빛을 띠고 있었다.


“홍룡(紅龍)이구나.”

[네. 그렇습니다. 제 등에 타십시오. 제가 모시겠습니다.]


류신은 조금 귀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드래곤의 알이 구체적으로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헤매고 다니는 건 사양이다.


“좋아. 근처까지만 가. 눈에 띄면 안 좋아.”

[네. 알겠습니다.]


거대한 덩치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것도 참 오묘하게 들리는 순간이었다.

류신이 캐틀린의 등 위에 올라타자 거대한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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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살아야 하는 이유 23.06.22 847 17 14쪽
50 영입 제안 +1 23.06.21 864 15 13쪽
49 선전 포고의 효과 +1 23.06.20 939 16 13쪽
48 지배자들 23.06.19 932 16 13쪽
47 선전 포고 +1 23.06.18 953 15 16쪽
46 새로운 주인 23.06.17 966 15 12쪽
45 약속은 지켜야지 23.06.16 985 16 13쪽
44 드래곤 로드 +1 23.06.15 993 17 13쪽
43 돌려받았으면 하는데 23.06.14 973 14 12쪽
42 네가 주인공이야 23.06.13 978 14 12쪽
41 소란 한 번 일으켜볼까 23.06.12 996 16 12쪽
» 배신자 23.06.11 1,028 16 13쪽
39 드래곤의 신전 23.06.10 1,077 15 12쪽
38 회의 소집 23.06.09 1,095 17 11쪽
37 겨우 이거야? 23.06.08 1,108 15 13쪽
36 절대적인 위기(2) 23.06.07 1,092 15 13쪽
35 절대적인 위기(1) 23.06.06 1,144 16 14쪽
34 이제 정리할 건 정리해야지 23.06.05 1,136 15 13쪽
33 당신들이 부모라고? 23.06.04 1,146 16 11쪽
32 흡혈귀의 왕 23.06.03 1,078 15 12쪽
31 침공 23.06.02 1,128 14 12쪽
30 이건 경고야 +4 23.06.01 1,144 14 12쪽
29 위태로운 동업 +1 23.05.31 1,196 17 13쪽
28 가족은 비지니스 +1 23.05.30 1,280 17 13쪽
27 가족의 재회 +1 23.05.29 1,377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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