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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세상 님의 서재입니다.

마지막 귀환자는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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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감자세상
작품등록일 :
2023.05.10 11:25
최근연재일 :
2023.09.15 08:40
연재수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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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020
추천수 :
1,878
글자수 :
625,145

작성
23.06.10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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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6
추천
15
글자
12쪽

드래곤의 신전

DUMMY

바닥에 쌓인 눈을 바람이 허공으로 끌고 올라가 다시 지상으로 흩뿌리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발목까지 눈이 덮여있는 만년설의 한가운데.

평범한 사람은 단 1분도 버티기 힘든 이 추위에 류신은 낡은 트레이닝복 하나만 입은 채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의 눈에도 사방에는 눈과 산뿐이었다.


“분명히 이 근처 어딘데······ 젠장. 이것들 감추는 거 하나는 잘한단 말이야. 나도 찾기 힘들 정도로.”


이 근처가 맞다. 류신이 감지한 기운이 현재 이 장소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런데 도무지 어딘지 알 수가 없었다.

마법으로 감춰 놓은 것이 분명한데 잘 드러나지 않았다. 역시 이래서 드래곤은 쉽게 발견되지 않는 종족으로 유명했다.

게다가 정신 사납게 몰아치는 눈보라가 더욱 류신의 감각을 어지럽히고 있었다.


류신은 다시 정신을 집중했다. 기껏 자신이 직접 찾아오겠다고 해놓고 입구도 찾지 못하면 이만한 망신이 없다.

그렇게 정신을 집중하는 류신의 귀에 목소리가 들렸다.


[누가 우리의 영역에 함부로 들어왔는가?]


정신을 집중하던 류신이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드래곤 한 마리가 류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류신이 환하게 웃었다.


“하하! 다행이다. 괜히 귀찮게 안 찾아도 되네. 역시 이 근처가 맞았어. 이봐! 어서 마을로 안내해.”

[인간 따위에게 우리 마을을 안내할 순 없다. 자비를 베풀어 살려줄 테니 돌아가라.]


드래곤이 느릿느릿 몸을 돌렸다.


“안 돼! 가지 마! 너네 마을 입구 찾는 거 귀찮다고. 워낙 잘 숨겨놔서 나도 찾기 힘들어. 그러니까 이번엔 그냥 편하게 가자.”

[인간은 드래곤의 마을에 들어올 수 없다. 말을 듣지 않는다면 드래곤의 분노를 맛보게 될 것이다. 인간.]

“말귀 진짜 못 알아듣네. 딱 봐도 어린 녀석이······”


류신이 인상을 썼다. 드래곤도 인상을 썼다.


“내가 어리다고? 640년을 살아온 내가 어디라고?”


어리다는 말에 발끈하는 것 보니 어린 드래곤이 맞았다.


“시무스가 나를 불렀어. 도와달라고. 그러니까 어서 안내해. 안 그러면 너 나한테 진짜 혼나.”


시무스라는 이름이 나오자 그제야 드래곤은 조금 당황했다.


[시무스? 장로님이 인간을? 아니다. 그럴 리 없다. 드래곤은 인간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는다. 그리고 인간들로 인해 우리는 피해를 입었다. 그러니 인간은 우리의 적이다.]

“갑자기 뭔 헛소리야. 시무스에게 확인해 보면 될 거 아냐.”

[드래곤은 인간을 저주한다.]


드래곤의 몸 안쪽에서 강한 에너지 반응이 느껴졌다.

브레스를 토해내려 하고 있었다. 드래곤의 브레스는 화염 마법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강력한 에너지다.

류신이 사용했던 태초의 불과 오히려 비슷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만큼 강력한 브레스가 류신을 향했다.


“안 되겠다. 넌 좀 맞자.”


류신이 그대로 몸을 날려 브레스를 날리려는 드래곤의 머리를 강하게 내리쳤다. 드래곤에게 꿀밤을 선사한 류신이었다.


빡!


류신의 꿀밤에 드래곤은 브레스를 내뿜지도 못하고 그대로 바닥으로 머리를 처박고 말았다. 게다가 덤으로 기절해 의식을 잃어버렸다.

고작 한 방에 정신까지 잃어버리다니. 오히려 이렇게 되어버린 것에 류신이 당황할 정도였다.


“뭐야? 그렇게 세게 때리지도 않았는데.”


류신은 자신의 주먹을 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얼마쯤 기다리자 드래곤이 정신을 차리며 일어났다. 드래곤은 류신을 보더니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헉! 너, 너는 뭐냐? 너는 누군데 드래곤인 나에게 이런 고통을······]

“안내나 하라고. 너네 마을 안내!”


류신이 다시 주먹을 쥐자 드래곤이 깜짝 놀라며 딸꾹질을 하기 시작했다. 사람이 하는 건 다 하는 드래곤이다.


[히끅! 우리 드래곤은 무슨 일이 히끅! 있어도 인간에게 마을을 히끅! 안내하지 히끅!]


딸꾹질하며 말하는 드래곤의 모습에 류신은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어휴- 내가 말을 말지. 가서 전해. 케테르의······”


그때 류신의 말을 끊고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어서 오십시오. 에흐예님!]


목소리는 바로 시무스였다. 세계수에 찾아왔던 시무스와 그때 같이 왔던 암수 드래곤이 함께 다가오고 있었다.

류신에게 한 방 맞았던 드래곤은 에흐예라는 말에 화들짝 놀랐다.


[네? 에흐예? 진짜요? 진짜 에흐예 님이라구요?]


조금 전까지의 태도와는 완전히 달라진 그였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정말입니다. 저는 유라크라고 합니다. 드래곤의 젊은 피! 파릇파릇한 미래입니다.]


어느새 똘망똘망한 눈으로 바라보는 어린 드래곤의 머리를 류신은 다시 한번 쥐어박았다.


딱!


***


시무스의 안내를 받아 들어가게 된 드래곤의 마을은 사람들의 마을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공간의 활용을 위해 드래곤들은 주로 사람의 형태를 한 채 살아가고 있었다.

게다가 집은 모두 나무로 지은 통나무집 형태를 하고 있었다. 전형적인 중세 판타지의 서민 마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 소박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나마 다른 것은 모두가 마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불을 붙이는 것도, 도로를 정비하거나 집을 짓는 것조차 마법을 사용했다.


모르는 사람들이 이 마을에 오게 된다면 아마도 이들이 드래곤이라는 사실은 도저히 알아챌 수 없을 것이다.

그나마 마법을 능수능란하게 사용하는 것에 신기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다. 마법을 사용하는 사람들도 지금은 그리 드물지 않으니까.

심지어 드래곤들 중에는 자연스럽게 인간들 틈에 섞여 인간처럼 살아가는 존재들도 있다. 그들의 변신을 알아챌 수 있을 정도의 고수준 마법사들은 극소수이기 때문이다.


시무스와 류신이 나란히 걸었고, 남녀 두 명과 유라크가 뒤를 따랐다. 유라크의 머리 위에는 눈에 띄게 큰 혹이 생겨 있었다.


“유라크! 머리 위에 열매가 열렸네?”

“그러게. 따먹자! 맛있겠다.”


주변에서 유라크를 놀려댔다. 하지만 유라크는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당당했다.


“절대로 건드리지 마. 이거 에흐예님이 친히 만들어주신 혹이야. 영원히 간직할 거야.”


유라크의 말에 류신의 얼굴이 다 화끈거렸다.

도대체 혹을 어떻게 영원히 간직하겠다는 말인가. 줄어들 때쯤 다시 찾아와 때려줘야 할까.


“신경 쓰지 마십시오. 아직 어린 녀석입니다.”

“나도 알아.”


시무스가 빙긋 웃으며 안내한 곳은 마을을 가로질러 외곽에 위치한 지하로 이어지는 동굴의 입구였다. 자연스러운 동굴은 아닌 것을 보니 직접 만든 모양이었다.


입구를 지키던 두 명의 건장한 드래곤-물론 인간의 모습을 한-이 시무스를 보며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그들의 표정은 잔뜩 긴장한 채 굳어 있었다. 마을 한가운데를 지날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동굴 안으로 들어가 지하로 내려갔다. 그것도 한참을.


“깊게도 팠네.”

“아무래도 저희들에겐 중요한 곳이니까요.”

“도대체 이 지하에 뭐가 있는데?”


류신은 투덜거리며 계속 시무스의 뒤를 따라갔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바로 드래곤의 신전이었다.

넓은 공간과 상징적인 건축물, 그리고 벽을 메우고 있는 거대한 벽화들까지.

류신도 본 적 없는 드래곤의 감춰진 성역 중 하나를 지금 보고 있었다.


산맥의 암석을 파고 들어가 만들어 놓은 신전은 웅장하고 거대했다.

드래곤답다고 해야 할까.

드워프와는 또 다르게 공간을 이용하는 종족이 드래곤이다.

평범하게 집을 짓고 살면서도 유독 신전을 짓는 것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다. 드워프는 살아가는 집이나 도구에도 신경을 쓰는 것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신전은 못 해도 만 명은 수용할 수 있을 정도의 넓이를 자랑했다.

이런 동공이 산 아래에 있는데 산이 무너지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다.


“마법으로 보호받고 있어 붕괴할 위험은 없습니다.”


마치 류신의 생각을 알아챈 듯 시무스가 말했다.

류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신전을 더 살펴봤다.


신전의 벽에는 거대한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벽화는 신화의 시대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촉수를 가진 괴생명체와 그를 섬기는 모든 생명들이 첫 그림이었다.

촉수의 괴생명체는 수많은 살육을 즐겼고, 결국 생명체들은 반기를 든다.

괴생명체에 맞선 것은 생명들만이 아니었다. 빛에 둘러싸인 어떤 존재가 함께 맞서 싸웠다.

류신은 빛의 존재를 보자마자 인상을 썼다. 바로 자신이 알고 있는 신이었기 때문이다.


그림은 계속 이어졌다.

결국 촉수의 괴물은 찢어진 하늘 너머로 도망쳐 버리고 신과 드래곤, 인간들을 위시한 모든 생명체가 승리를 만끽했다.

신의 위용과 전쟁에서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드래곤과 인간이 바벨탑을 만들었다. 그리고 바벨탑은 신의 거주지가 된다.

신이 또 다른 세상을 만들기 위해 드래곤과 함께 떠나는 것으로 그림은 끝이 났다.


인간들이 익히 알고 있는 내용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 그리고 실제 일어난 이야기가 드래곤들에 의해 이렇게 신전의 형태로 전승되고 있었다.


“너희들도 징글징글하다. 지구에 왔으면 그냥 살면 되지 꼭 이런 걸 만들어야 했어?”

“이것은 저희의 정체성과 같습니다.”

“후- 어쨌든 신전 구경은 잘했어. 그런데 문제가 뭐야? 내가 뭘 도와야 하는 거지?”

“보여드리겠습니다.”


거대한 신전 공간 중앙에 작은 건물이 세워져 있었다.

신전의 크기나 드래곤의 크기를 생각하면 작다는 것이지 건물 자체의 크기는 그리 작은 것은 아니었다.

그리스 신전을 닮은 건물에는 사람이 백 명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고, 중앙에 무언가가 보관되어 있었을 법한 단이 마련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곳은 지금 비어 있었다.

시무스가 안내한 곳은 바로 그 단 앞이었다.


“이곳에 보관되고 있던 것을 잃고 말았습니다.”


시무스가 침통한 표정으로 말했다.


“빼앗긴 건가?”

“도둑맞았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도둑을 맞았다? 드래곤들의 마을에서? 게다가 드래곤들이 지키고 있는 신전에서? 신전의 가장 중앙에 보관되고 있던 걸?”


류신은 어이가 없었다.

자신도 쉽게 찾지 못한 드래곤의 마을 입구다.


드래곤이 어떤 종족인가.

자신이야 상대할 수 있다고 해도 다른 종족은 상대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종족이다.

여타 종족 중 최고 정점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 바로 드래곤이다.

그런 종족의 마을에, 그리고 신전에 들어와 소중하게 보관되고 있던 것을 훔쳐낸다? 과연 그것이 가능한 자가 누가 있을까?


“이해가 안 되네. 신전에 들어올 때 출입구는 우리가 지나온 그거 하나지?”

“맞습니다.”

“게다가 여기서는 이동 마법은 봉인되어 있고.”

“그것도 맞습니다.”


류신은 신전 안에 들어와서 느낄 수 있었다. 이동 마법이 봉인되어 있다는 것을.

류신이 만드는 포털은 마법이 아니기에 신전 안에서도 만들어낼 수 있었지만, 드래곤들이 생성하는 마법진 포털은 생성 불가능이었다.


“그러면 도대체 누가 여기에 있는 걸 가져갔다는 거야? 그게 가능하기나 해? 다른 신의 대리인 정도나 파멸자라면 모를까. 하지만 그들이라면 몰래 들어와 훔쳐 가지 않겠지. 그냥 쳐들어오면 되니까. 그렇다 해도 나도 찾기 힘든 걸 그들이 쉽게 찾았을 리도 없고······”


시무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런 표정을 짓는 이유는 하나다. 범인을 알고 있을 때.


“누가 그랬는지 알고 있다는 얼굴이네.”

“네.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 된 거 아닌가? 잡아 오면 되잖아. 누군데?”

“그게······”


시무스가 침통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리를 배신한 자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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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살아야 하는 이유 23.06.22 847 17 14쪽
50 영입 제안 +1 23.06.21 864 15 13쪽
49 선전 포고의 효과 +1 23.06.20 939 16 13쪽
48 지배자들 23.06.19 932 16 13쪽
47 선전 포고 +1 23.06.18 953 15 16쪽
46 새로운 주인 23.06.17 966 15 12쪽
45 약속은 지켜야지 23.06.16 985 16 13쪽
44 드래곤 로드 +1 23.06.15 993 17 13쪽
43 돌려받았으면 하는데 23.06.14 973 14 12쪽
42 네가 주인공이야 23.06.13 978 14 12쪽
41 소란 한 번 일으켜볼까 23.06.12 996 16 12쪽
40 배신자 23.06.11 1,027 16 13쪽
» 드래곤의 신전 23.06.10 1,077 15 12쪽
38 회의 소집 23.06.09 1,095 17 11쪽
37 겨우 이거야? 23.06.08 1,108 15 13쪽
36 절대적인 위기(2) 23.06.07 1,092 15 13쪽
35 절대적인 위기(1) 23.06.06 1,144 16 14쪽
34 이제 정리할 건 정리해야지 23.06.05 1,136 15 13쪽
33 당신들이 부모라고? 23.06.04 1,146 16 11쪽
32 흡혈귀의 왕 23.06.03 1,078 15 12쪽
31 침공 23.06.02 1,128 14 12쪽
30 이건 경고야 +4 23.06.01 1,144 14 12쪽
29 위태로운 동업 +1 23.05.31 1,196 17 13쪽
28 가족은 비지니스 +1 23.05.30 1,280 17 13쪽
27 가족의 재회 +1 23.05.29 1,377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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