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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세상 님의 서재입니다.

마지막 귀환자는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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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감자세상
작품등록일 :
2023.05.10 11:25
최근연재일 :
2023.09.15 08:40
연재수 :
113 회
조회수 :
121,076
추천수 :
1,878
글자수 :
625,145

작성
23.06.04 10:10
조회
1,146
추천
16
글자
11쪽

당신들이 부모라고?

DUMMY

로젤리아의 기운이 점점 강해졌다. 신체도 변하기 시작했다. 박쥐로 변하려는 듯 형태가 조금씩 달라졌다.

류신은 그런 로젤리아를 멍하니 바라봤다.


“난 노스를 구해준다고 했을 뿐이야.”


류신이 로젤리아를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이 말의 의미를 노스페라투는 단박에 알아차렸다.

그 말은 노스페라투 이외의 다른 존재에 대해서는 어떠한 약속도 하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만! 로젤리아!”


노스페라투가 진정으로 차가운 기운을 담아 말했다.

그 바람에 기운을 모으던 로젤리아가 놀라며 뒤로 주춤 물러났다. 겁먹은 것이다.


“대, 대, 대왕님!”

“여긴 네가 낄 자리가 아니다.”

“하, 하지만······”

“그만. 너에게 말하는 것을 허가하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 내 손에 소멸하고 싶은 건가?”

“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로젤리아가 바닥에 엎드려 머리까지 조아렸다.

다른 남녀 흡혈귀들도 바닥에 조아린 채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노스페라투의 몸에서 무시무시한 기운이 흘러나와 주변을 채우고 있었다. 이 기운에 흡혈귀들이 제압당해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노스페라투는 자신의 이 기운에 류신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했다. 나름 긴장은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그 기대는 산산이 부서졌다.

노스페라투가 류신을 봤을 때 그는 하품을 하고 있었다.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류신은 자신이 어쩌지 못하는 존재라는 것을.

이런 존재를 노스페라투는 알고 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지배자. 그를 만난 것은 단 한 번뿐이었다. 하지만 그 한 번으로도 충분히 위압감을 느꼈던 존재였다.


“이 지역의 지배자······ 엘 하이를 알고 있나?”

“뭐······ 안다고 하는 게 맞겠지?”

“그가 두렵지 않나?”

“내가 두려워해야 하나?”


류신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군. 그렇다면 그에게서도 내 목숨을 구해줄 수 있나?”

“그건 너무 쉬운데?”


류신에게서 대답이 나왔다.

이제야 노스페라투는 눈앞의 남자가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물론 로젤리아는 아직도 눈치채지 못하는 듯 적의를 여전히 드러내고 있었지만.


“좋아. 안내하지.”


노스페라투가 앞장서고 류신이 그 뒤를 따랐다.


포달랍궁 안은 상당히 넓고 많은 방이 있다.

달라이 라마가 지내던 방, 수련을 하는 방, 명상하는 방, 거기에 승려들이 생활하던 작은 방들이 밀집해있는 곳까지.

그중 조금 큰 방들이 있는 구역이 있었다. 그곳은 승려 중 계급이 높은 자들이 머물던 곳이라고 했다.

노스페라투가 마치 가이드라도 된 듯 일일이 설명까지 해줬다. 졸지에 포달랍궁 관광 투어를 하게 된 류신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설명하며 걷던 노스페라투가 멈췄다.

복도의 맨 끝에 문이 하나 보였다. 다른 방과는 다르게 느껴졌다.


“그대가 원하던 자들은 여기에 있다.”

“오! 그래? 고마워.”


류신은 환하게 웃으며 복도를 걸어 문으로 향했다. 그 뒷모습을 노스페라투가 조용히 지켜봤다.

문 앞에 다가간 류신이 노크도 하지 않은 채 문을 벌컥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문이 쾅 소리를 내며 닫혔다.


“우린 그만 돌아가지.”


노스페라투가 몸을 돌렸다. 로젤리아가 재빨리 다가와 그의 옆에 섰다. 하지만 그녀는 불만이 많은 표정이었다.


“저자는 도대체 누구죠? 누군데 대왕님께 이토록 무례한 행동을 하는 거죠?”


로젤리아가 물었다.


“나도 정확히는 모른다.”

“네? 모르신다니······?”


로젤리아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런 로젤리아의 표정을 모를 리 없는 노스페라투였다.


“너는 느끼지 못하는 건가?”

“뭐를······ 말인가요?”


로젤리아는 진짜 모르는 표정이었다.


“그래. 너는 모를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난 그에게서 죽음이 보인다.”

“죽음이요?”

“그래. 영원한 죽음. 결코 돌이킬 수 없는 죽음. 모든 끝을 결정해버리는 죽음.”

“······”


로젤리아의 굳은 표정을 보며 노스페라투는 한숨을 길게 쉬었다.


“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하지만 그는 분명 우리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존재다.”

“하지만 저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요. 도무지 믿을 수 없어요.”


로젤리아는 믿지 않았다. 아무리 봐도 류신은 그저 어떠한 기운도 없는 평범한 인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모든 생명체에게는 기운이 있다.

강함과 약함을 판별하는 기운. 본능적으로 모두는 기운을 느낀다.

감각이 발달한 존재가 있는가 하면 둔한 존재도 있다.

노스페라투가 류신에게서 강함이라는 기운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는 것에 비해 로젤리아는 류신에게서 아무런 기운도 느끼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대왕님! 제가 그자의 목을 꿰뚫어 버릴게요. 아무 걱정 마세요. 저는 늘 대왕님의 편이니까요.”


로젤리아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런 로젤리아를 오히려 노스페라투는 불쌍한 듯 바라봤다.

강함을 알아보는 것도 강함의 기준이 된다. 그런 면에서 그녀는 노스페라투가 아끼는 존재였지만 강한 존재는 아니었다.

문득 오늘 자신이 아끼는 많은 것들이 소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저 방 안에 정말 저자의 부모가 있는 게 맞아요?”

“그래.”

“그러면 잘됐네요. 부모를 인질로 삼을 수도 있으니까요.”

“로젤리아! 너는 그의 눈을 보지 못했나?”

“네? 눈이요?”


노스페라투는 자신의 부모 이야기를 꺼내던 류신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가 자신의 부모와 만나서 무엇을 할지 알고 싶지도 않군.”


노스페라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자신의 왕좌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


나무 문이 닫히는 소리가 생각보다 크게 실내에 울렸다.

방 안은 역시 어두웠다. 창은 아예 막아 놓아서 빛이 들어오지 않았다. 군데군데 양초가 타오르고 있었지만, 실내를 모두 밝히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류신은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그때 그의 목덜미를 누군가의 손이 감쌌다.


“세상에. 이게 누구야? 우릴 찾아온 거니? 정말로?”


간드러진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얀 피부와 붉은 손톱, 그 대상이 류신의 몸을 타고 미끄러지듯 앞으로 나섰다.

바로 류신의 어머니였다. 그러나 어머니라고 하기엔 너무나 젊고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20대의 모습. 오히려 류신보다 더 젊어 보일 정도였다. 게다가 반쯤 헐벗은 모습이기도 했다.


“자기! 어서 나와 봐요. 우리 큰아들 신이가 왔어요.”

“누가 왔다고?”


느릿한 목소리, 훤칠한 키에 잘생긴 남자가 나타났다. 그는 류신의 아버지였다. 역시 젊은 20대의 모습이었다.


“세상에. 정말 신이가 왔네. 하하하. 엄마 아빠가 보고 싶어 이렇게 여기까지 찾아왔구나.”


부모가 류신을 끌어안았다.

류신은 가만히 있었다.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았다.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았다.


“어떻게 지냈니?”


떨어져 나온 류신의 어머니가 물었다.


“관심 없잖아.”


류신은 자신이 이세계에서 지내 온 삶을 말할 기분이 아니었다. 물론 말할 이유도 없었고. 480만 년의 세월을 말할 수도 없었다.


“그래. 네가 갑자기 사라져서 우리가 무척 걱정했단다. 이세계로 끌려갔을 거라곤 그땐 생각도 못 했지 뭐니. 그래도 이렇게 돌아왔으니 좋네. 민이도 데리고 오지. 가족이 모두 모이는 자리였을 텐데.”

“그러게······ 가족의 재회라. 좋네.”


류신도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나 류신의 웃음은 어딘지 조금 달랐다.


“우리 앉아서 이야기할까?”


원형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류신과 그의 부모가 마주 앉았다.

류신은 자신의 앞에 앉은 젊은 남녀가 못마땅했다.

그들이 자신의 부모는 맞다. 하지만 젊어진 그들의 외모는 부모라고 보기에 너무나도 어색했다.

게다가 지금도 여성은 남성의 무릎에 걸터앉아 서로를 핥으며 애정행각을 벌이고 있었다. 류신이 있거나 말거나, 보거나 말거나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되게 불편하네.”


결국 참다못해 류신이 한마디 했다.

동시에 서로의 몸을 핥던 남녀의 행동이 멈췄다. 잠깐 불쾌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류신을 보며 둘은 미소를 지었다.


“어머! 그랬니? 미안하구나. 하지만 우리 부부의 애정이 너무나도 과해서 그런 거니 이해하렴. 이런 애정 때문에 너도 태어난 거잖니.”


여성이 간드러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 목소리 자체에 색기가 묻어나오고 있었다. 게다가 아들인 류신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요염함을 가득 품고 있었다.

물론 그런 것에 류신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아니 흔들릴 이유가 없었다.

그녀가 아무리 아름답고 육감적인 몸매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어머니다. 게다가 극도로 혐오하기까지 하는 존재다.


“그래서 너도 우리와 함께하러 온 거니? 우리도 네가 온다면 가족으로 받아줄 용의가 있단다.”


류신의 어머니가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물론 여전히 그녀는 류신의 아버지 무릎 위에 앉은 그대로였다. 둘이 떨어져 앉아 정상적인 자세로 대화를 나눌 생각은 없어 보였다.

류신이 그 모습에 깊게 한숨을 쉬었다.


“우선 궁금한 게 있는데······ 어떻게 여기에 있는 거야?”


류신이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세상이 변했잖니. 그 세상에 맞춰 살아야지. 그렇게 우린 영생을 찾아 여기에 왔고 드디어 찾은 거란다. 영생할 수 있는데 굳이 인간들 세상에서 한계를 느끼며 살아갈 이유는 없겠지. 너도 영생을 얻을 수 있어. 어떠니? 네가 동의만 한다면 우린 함께 할 수 있단다.”


류신의 어머니는 말끝마다 류신을 유혹했다.

류신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게다가 영생? 류신에겐 이보다 더 끔찍한 단어가 없었다.


“그래서 흡혈 종족이 되셨다? 그냥 해주진 않았을 텐데.”

“물론이지. 우리 전 재산을 바쳤어. 돈이야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는 거 아니니?”

“하하하!”


갑자기 류신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 바람에 웃는 얼굴이던 류신의 부모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왜······ 웃지?”

“하하하. 어떻게 이게 안 웃기지? 사람까지 죽여가면서 돈을 모으던 양반들이 갑자기 물욕이 사라져? 지나가던 개가 웃겠네.”

“신아! 네 어머니에게 말이 너무 심하잖아.”


쾅!


류신이 테이블을 강하게 내리쳤다.

테이블이 그대로 박살이 났다. 그야말로 산산조각이 났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류신은 이렇게 화가 치밀어 본 적이 없었다.

지금 자신의 앞에 있는 부모라는 작자들의 행동에 류신은 이성을 잃을 정도의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어머니? 아버지? 부모? 웃기고들 있네. 당신들이 내 부모라고? 당신들은 처음부터 내 부모였던 적이 없었어. 당신들이 나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잊었어? 내 사람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주변 사람들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류신의 변화에 화기애애하던 분위기가 일순 경직되었다.

류신의 부모는 어느새 잔뜩 날카로운 분위기로 류신을 경계했다.

그들에게서 젊은 남녀의 모습은 어느새 사라졌다. 오히려 잔뜩 찡그린 얼굴은 괴물과도 같았다.

길게 자란 손톱과 이빨까지. 영락없는 흡혈 종족의 모습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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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이런 식으로 나온다 이거지? +2 23.06.27 839 1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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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의외의 손님 23.06.23 843 16 13쪽
51 살아야 하는 이유 23.06.22 847 17 14쪽
50 영입 제안 +1 23.06.21 865 15 13쪽
49 선전 포고의 효과 +1 23.06.20 939 16 13쪽
48 지배자들 23.06.19 932 16 13쪽
47 선전 포고 +1 23.06.18 953 15 16쪽
46 새로운 주인 23.06.17 966 15 12쪽
45 약속은 지켜야지 23.06.16 986 16 13쪽
44 드래곤 로드 +1 23.06.15 993 17 13쪽
43 돌려받았으면 하는데 23.06.14 973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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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배신자 23.06.11 1,028 16 13쪽
39 드래곤의 신전 23.06.10 1,077 15 12쪽
38 회의 소집 23.06.09 1,095 17 11쪽
37 겨우 이거야? 23.06.08 1,109 15 13쪽
36 절대적인 위기(2) 23.06.07 1,092 15 13쪽
35 절대적인 위기(1) 23.06.06 1,145 16 14쪽
34 이제 정리할 건 정리해야지 23.06.05 1,137 15 13쪽
» 당신들이 부모라고? 23.06.04 1,147 16 11쪽
32 흡혈귀의 왕 23.06.03 1,079 15 12쪽
31 침공 23.06.02 1,128 14 12쪽
30 이건 경고야 +4 23.06.01 1,144 14 12쪽
29 위태로운 동업 +1 23.05.31 1,196 17 13쪽
28 가족은 비지니스 +1 23.05.30 1,280 17 13쪽
27 가족의 재회 +1 23.05.29 1,378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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