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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부처리 치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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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부제치킨
작품등록일 :
2019.07.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8.29 08:00
연재수 :
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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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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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글자수 :
244,630

작성
19.08.06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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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세 번째 작업 22. 상상도 못한 제안

DUMMY

(으아! 이름이 걸렸으니 제대로 일해야겠네.)


다시 어린아이의 목소리로 돌아온 염라는 투정을 부리듯 말했다. 하지만 싸늘해진 사무실의 분위기는 돌아오지 못했다. 염라의 외침에 강제로 정신을 차린 후배 차사는 얼굴이 창백해진 상태로 벌벌 떨고 있었다. 갈라테이아와 달연 차사도 얼굴빛이 좋지 않았다.


(팀장도 너무해~. 내가 알아서 잘 처리할 수 있었는데···.)


"그럴 리가요. 그냥 강림한테 맡기셨을 게 뻔합니다."


예전부터 귀찮은 일은 강림에게 넘기는 염라의 모습을 자주 봐왔던 팀장은 염라의 투정에 반박했다.


"그리고 강림 차사 요즘 바쁩니다. 낚시가자고 불러도 못 간다고 하더군요."


(둘이서 낚시도 다녀? 나는 빼놓고?)


예전에는 실제로 오 팀장과 강림은 사무 외적으로 만나서 놀러 다니곤 했다. 업무적으로 만나면 상대하기 힘들지만,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은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점점 강림 차사와 개인적으로 만나기 힘들어졌고 최근에는 업무적으로 부딪히는 경우가 많아졌다.


"한동안 못 갔습니다. 그리고 낚시 싫어하시지 않았습니까?"


(그건 그렇지만! 그치만···.)


염라가 예전에 낚시하다가 답답하다고 바다로 뛰어들어 물고기를 다 쫓아낸 적 있었다. 염라는 원래부터 싫증을 잘 내는 타입이었기에 오 팀장은 염라가 한 가지 일을 진득하게 붙잡고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도 이름을 거시면 진지하게 일하시지 않습니까? 그리고 당신이 조직 내 세력을 붙잡지 못하고 있다는 말을 제가 믿을 것 같습니까? 귀찮아서 그냥 방목하고 있는 거겠죠."


(으아! 귀찮은 일은 질색이란 말이야!)


염라는 투덜거리며 오 팀장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염라의 현재 목소리가 어린아이의 목소리였기 때문에 그냥 투정처럼 들렸다. 한참을 투덜대던 염라가 문득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오 팀장에게 말했다.


(아! 오 팀장! 달연이도 제대로 벌 받아야 하겠지?)


"그거야 당연하지 않습니까?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저희 쪽 마법진을 분석한 건 실수라 해도 이후에 저희를 협박하고 작업장을 습격한 일은 고의니까요."


오 팀장은 갑자기 달연 차사의 처벌에 관해 이야기하는 염라에 의중을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염라는 충격적인 제안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 사건에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오 팀장네 쪽 비법이 우리 쪽에 알려졌다는 문제지. 그렇다면 간단하네.)


"뭐가 간단하다는 말입니까?"


(우리도 오 팀장님에게 비법 하나 알려주면 되는 거잖아?)


염라의 터무니없는 발언에 사무실에 포박된 후배 차사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갈라테이아라는 존재가 만든 결과물들을 차지하려는 계획에 참여하면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눈감아주겠다고 한 선배들의 말을 믿고 참여했던 이번 일로 인해 오히려 염라 쪽 기술이 유출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한마디로 다른 세력의 기술을 훔치려다 오히려 자신이 속한 세력의 기술을 내주게 생겼다. 그리고 유출하겠다고 말한 존재가 최고 책임자인 염라이기 때문에 누구에게 따질 수도 없었다.


(등가교환이라곤 못하겠지만 마침 달연이도 있겠다. 달연이 비법 하나 오 팀장네 기술자에게 알려줄게. 그럼 되지 않아?)


"···. 이 양반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에헤이! 끝까지 들어봐. 어차피 달연이는 우리 쪽에서 좀 언터쳐블(untouchable) 이란 말이야. 그래서 나도 달연이한테는 내릴 수 있는 처벌이 근신 정도인데 이런 거로 처벌을 내리기엔 너무 약하다고 생각하거든?)


염라가 오 팀장에게 엄청난 이야기를 하는 와중인데도 정작 당사자인 달연 차사는 태도가 묘했다. 아마 자기의 기술이 오 팀장에게 도움이 될 걸 생각하니 기쁘면서도, 정작 기술을 가르칠 대상이 갈라테이아가 될 것 같아 실망하길 반복하고 있었다.


(그러니 달연이가 자기 비법을 오 팀장네 팀원에게 가르쳐 주면 좋은 벌이 될 거야. 그러면 우리가 멋대로 분석한 오 팀장네 기술에 대한 보상도 되겠지.)


"그런데 그렇게 일을 매듭지어 버리면 우리 쪽 기술을 탈취하려 한 이들의 처벌은 어떻게 하려 하십니까?"


(그거야 쉽지. 그들이 계획한 일 덕분에 우리 기술을 도리어 내준 결과가 되었으니 그걸 핑계로 징계하면 된다고. 아마도 승진에 큰 지장이 갈 테니 조직 내에서 세력을 키우려 했던 이들에겐 큰 처벌이 될 거야. 물론 크게 처벌받을 아이도 몇 있겠지만···.)


염라는 오 팀장의 기술을 멋대로 분석한 대가로 염라 쪽 기술자, 달연 차사의 기술을 알려주겠다고 제안했다. 만일 제안을 받아들이면 달연 차사는 자신의 기술을 남에게 알려줘야 하니 달연 차사 개인에게도 벌이 될 것이고, 이번 일을 계획한 이들은 기술이 유출된 사건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핑계로 처벌하려 할 것이다. 팀장이 고심하고 있을 때, 염라가 말을 이어나갔다.


(그렇지만 그냥 가르쳐 줄 순 없지! 그건 이해하겠지?)


"그렇죠. 기술을 전파한다는 일이 간단할 순 없으니까요."


만약에 갈라테이아가 다른 이에게 자신의 인형 제작법을 전수해야 한다고 해보자. 갈라테이아가 노트에 비법을 적어 전수하고자 하는 이에게 전달하면 끝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갈라테이아가 곁에서 꾸준히 가르쳐 주어야 하며 영력을 다루는 법도 함께 하는 식으로 전파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눈으로 직접 비법을 보았다고 할지라도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오거나 실패하게 된다. 한마디로 달연 차사의 기술을 전수받기 위해 갈라테이아가 염라 세력을 방문하거나, 기술을 전수할 달연 차사가 갈라테이아의 작업실을 방문할 필요가 있었다.


(이번엔 내가 오 팀장 팀에 공동 작업을 의뢰할게. 단! 조금 전 의뢰가 아닌 정식 요청이야. 그리고 달연이를 출장 형식으로 파견해서 달연이가 팀장네 기술자와 같이 일하는 방식이면 되겠지?)


염라는 달연 차사를 오 팀장의 팀에 파견해서 갈라테이아를 교육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오 팀장은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지만 염라가 알려주겠다는 기술이 무엇인지, 그리고 의뢰 내용에 대해 알지 못하기에 신중하게 질문했다.


"잠깐! 그전에 의뢰 내용부터 말씀해 주시죠. 막상 의뢰를 핑계로 이상한 기술을 알려주시는 거나 귀찮은 일 떠넘기려는 건 아니겠죠?"


(우욱! 날 뭐로 보고! 원래 계획했던 일이 있는데 그걸 오 팀장네랑 같이하게 된 거 뿐이고! 기술도 좋은 거 알려주면 되잖아!)


염라는 뾰로통한 태도로 오 팀장의 말에 대답했다. 그런데 정작 기술을 전수해야 하는 달연 차사는 오 팀장의 팀에 파견되면 오 팀장을 자주 볼 수 있게 된다고 생각했는지 얼굴에 웃음꽃이 만개하고 있었다.


(대한민국에 과거엔 잘나갔지만, 지금은 알코올 중독으로 피폐한 삶을 사는 작곡가가 있는 거 알아?)


"아! 배석현이었던가요? 그의 영력이 목표입니까?"


인간들의 시간으로 십 년 전, 대한민국을 주름잡던 1세대 아이돌의 히트곡을 여럿 작곡한 잘나가던 작곡가이자 작사가였던 배석현은 여러 가지 이유로 유명한 인물이었다. 작곡한 곡과 키워낸 가수들로도 유명했지만, 지금은 사업 실패로 인한 충격에 술을 입에 달고 사는 피폐해진 천재로 유명했다. 그래서 팀장은 염라가 작곡가의 영력을 목표로 한다고 생각했으나 이어지는 염라의 말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아니! 그 작곡가에게 역빙의를 의뢰할게.)


역빙의란 다른 세계에 사는 인물의 기억을 추출해 지구에 사는 인간에게 삽입하는 기술이었다. 살다가 갑자기 엄청난 발상이 떠 올랐다는 천재의 이야기, 혹은 방탕하게 살다가 한순간 정신 차리고 개과천선하게 된 인간의 경우 역빙의를 받은 인간일 가능성이 높다. 갑자기 염라 세력 비장의 기술 중 하나를 전수하겠다고 하는 염라의 발언에 오 팀장이 할 말을 잃을 정도였다.


"···. 잠깐. 제가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역빙의라고요?"


(그래! 공동작업으로 배석현에게 역빙의를 요청한다.)


염라는 과거에 역빙의를 이용해서 인간들에게 힘을 주거나 각성하게 하는 방식으로 세력을 공고히 했었다. 역사에 남은 훌륭한 장군, 역사를 바꾼 과학자를 탄생시켰던 중요한 기술이었다. 아는 존재들만 아는 역빙의의 가장 유명한 예는 프랑스의 농촌 소녀 잔 다르크 이야기였다. 염라 세력에서 작업한 일은 아니지만 각성한 소녀가 프랑스를 승리로 이끌어 성녀로 추앙받게 된 이야기는 사실 어떤 세력이 역빙의를 시도하다가 저질렀던 사고였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 염라가 그 기술을 오 팀장의 팀에 전수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괜한 소리를 하실 분은 아니니 좋습니다만, 괜찮으시겠습니까? 그건 매우 중요한 기술일 텐데요."


(그 정도 기술 말고도 더 대단한 것도 많거든? 그리고 이번 계획에 결재한 나도 이번 일의 책임을 진다는 의미니까 받아줄 거지?)


역빙의의 의미를 모르는 갈라테이아는 그저 멀뚱히 서 있었지만 후배 차사는 이젠 턱이 빠질 것처럼 입을 벌리고 있었다. 그 정도로 염라의 발언이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술을 훔치러 왔다가 자기 세력의 핵심 기술 중 하나를 주게 생겼기에 혹 떼러 왔다가 혹 붙이고 가는 격이었다. 그런데 기술을 전파해야 할 입장인 달연 차사는 태연한 분위기였다.


"좋습니다. 그런데 저희 팀원들은 지구 쪽 말고 다른 세계의 영혼을 추출하는 작업은 해본 적 없습니다."


(영혼은 준비되어 있어. 단지 역빙의할 작업만 남았을 뿐이니 그리 걱정하지 마.)


"좋습니다. 계약서는 직접 만나서 하는 게 좋겠죠?"


염라와 오 팀장의 이야기가 마무리되려 할 때, 천장에서 포탈이 열리더니 검은 날개를 드러낸 후긴이 멋지게 착지하며 들어왔다. 그러자 사무실의 모두가 그녀의 등장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팀장님! 갈라테이아 님! 무사하십니까?"


갈라테이아의 연락을 받은 후긴은 염라와 대화하고 있다는 갈라테이아의 말을 오해하여 염라 본인이 사무실에 방문했다고 착각했다. 그래서 어느 정도 회복한 이무기를 작업장에 놔두고 결계가 사라진 사무실에 멋지게 돌입했던 것이다. 그런데 염라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차사들은 제압된 상태였기 때문에 뒤늦게 자기가 오해했다는 걸 깨달았다.


(일단 다음에 보자고! 큰소리 난 걸 보니 문제가 생긴 거 같은데 잘 처리하길 바라! 아! 달연이랑 옆에 있는 애는 돌려보내 줘.)


"···. 네. 제가 다음에 찾아뵙죠. 그럼."


팀장과 염라의 통화가 끝나고 팀장은 사무실을 돌아보았다. 달연 차사를 제압하느라 엉망이 된 사무실엔 쓰러진 테이블과 의자들이 널려있었다. 염라와의 통화가 끝나갈 때쯤에 등장한 후긴은 자기가 생각했던 분위기와 달라서 뻘쭘해 하고 있었다. 갈라테이아는 역빙의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지만 역빙의가 먼지 몰라서 어리둥절한 상태였고 후배 차사는 염라와 팀장의 대화로 인해 넋이 나간 상태였다.


"달연 차사, 풀어줄 테니까 복귀해."


"네~."


마지막으로 달연 차사는 자신의 기술을 전수해야 한다는 사실은 신경 쓰지 않고, 오 팀장과 자주 보게 된다는 사실에 기뻐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 오 팀장은 쓰게 웃을 뿐이었다. 후긴은 그 둘의 묘한 분위기에 신경이 쓰였다. 오 팀장을 바라보는 달연 차사의 눈빛과 태도가 사랑하는 사람을 보는 소녀 같았기 때문이다. 협상이 결렬된 이후, 바로 사무실을 탈출했던 후긴은 오 팀장과 달연 차사의 관계에 대해 알지 못했기에 달연 차사의 태도가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일단 차사들부터 보내고 이야기하자고. 물론 청소도 좀 하고."


팀장은 엉망이 된 사무실을 둘러보며 말했고 갈라테이아와 후긴도 동의하듯이 끄덕여 답했다.




막 시작한 초보 글쓴이입니다. 비평해 주신다면 새겨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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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다섯 번째 작업 42. 요정을 구출하다 19.08.29 21 0 13쪽
44 다섯 번째 작업 41. 꾀 부리다 걸리면 된통 당한다. 19.08.28 19 0 13쪽
43 다섯 번째 작업 40. 배 나온 아저씨는 강하다 19.08.27 25 0 12쪽
42 다섯 번째 작업 39. 불청객은 강아지 머리 19.08.26 23 0 12쪽
41 다섯 번째 작업 38. 아무데서나 각성하지 마라 19.08.23 24 0 13쪽
40 다섯 번째 작업 37. 모든 계획이 참신한 건 아니다. 19.08.22 29 0 12쪽
39 다섯 번째 작업 36. 초월자들도 사냥꾼이 있다?! 19.08.21 40 0 12쪽
38 다섯 번째 작업 35. 훈련 후에 교육까지 받는 이무기. 19.08.20 28 0 12쪽
37 네 번째 작업 외전. 이세계에 와버린 전(前) 체대생 19.08.19 37 0 13쪽
36 네 번째 작업 34. 작업이 끝나다. 19.08.18 29 0 13쪽
35 네 번째 작업 33. 작업이 마무리 되어간다. 19.08.17 32 0 11쪽
34 네 번째 작업 32. 강제 철야 작업중 19.08.16 31 0 12쪽
33 네 번째 작업 31. 어떻게든 진행한다 19.08.15 25 0 12쪽
32 네 번째 작업 30. 의뢰자 상태가 더 심각했다! 19.08.14 33 0 12쪽
31 네 번째 작업 29.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했다 19.08.13 31 0 12쪽
30 네 번째 작업 28. 회의 시간 19.08.12 64 0 12쪽
29 네 번째 작업 27. 게임 폐인 의뢰자 19.08.11 36 0 12쪽
28 네 번째 작업 26. 단골 의뢰자 19.08.10 31 0 13쪽
27 네 번째 작업 25. 엉망진창인 일상 19.08.09 34 0 12쪽
26 세 번째 작업 24. 합의 종료 19.08.08 38 1 13쪽
25 세 번째 작업 23. 개운치 못한 마무리 19.08.07 34 0 13쪽
» 세 번째 작업 22. 상상도 못한 제안 19.08.06 37 0 12쪽
23 세 번째 작업 21. 탐탁지 않은 연락 19.08.05 44 0 13쪽
22 세 번째 작업 20. 반갑지 못한 목소리 19.08.04 32 0 12쪽
21 세 번째 작업 19. 뜬금없는 연심 19.08.03 36 0 13쪽
20 세 번째 작업 18. 원치 않은 상황 19.08.02 35 0 13쪽
19 세 번째 작업 17. 원치 않은 대면 19.08.01 34 0 13쪽
18 세 번째 작업 16. 원치 않은 협의 19.07.31 30 0 13쪽
17 세 번째 작업 15. 원치 않은 협의 19.07.30 3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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