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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alone 님의 서재입니다.

포탈 : 지구를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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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alone
작품등록일 :
2019.05.20 21:48
최근연재일 :
2019.07.31 01:14
연재수 :
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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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985
추천수 :
573
글자수 :
291,505

작성
19.07.19 03:18
조회
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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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0쪽

40화

DUMMY

그 말이 시작이었다.


허리를 숙이고 빠르게 달려 나감과 동시에 수백의 불꽃이 하늘을 수놓았다. 도깨비불처럼 공중에 떠서 지상의 괴물들에게 향하는 불꽃을 보며 모두들 뒷수습을 고려하며 달렸다. 저 사이를 파고들어 사람을 구한다. 간단명료한 계획이었다. 하지만 계획은 시작부터 어긋났다. 괴물들이 사람을 들어 불을 막기 시작했다. 달려가던 발걸음이 멎고 떨어지는 불꽃들이 사라졌다.


‘이것들 머리가 좋아졌다.’


웨어울프 때문인지 자연스레 그런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생각도 못해본 상황이었다.


“제엔~장! 뭐야! 이 개새끼들아!”


울분을 참지 못한 원석이 욕설을 퍼부었지만 ‘크륵’거리며 비웃는 대답만 들려왔다. 그리고 날아오는 사람의 몸뚱이. 가장 힘이 좋은 동철이 앞으로 나가 안전하게 받았지만 이미 숨이 끊어진 상태였다.


“제기랄, 씨팔. 니미럴.”


평소 욕을 아예 모르고 있는 지후의 입에서 자연스레 욕지기가 나왔다. 아직도 놈들이 사람을 한손에 들고 ‘크륵’ 대는 것이 보인다. 이전엔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상황. 여기서는 결단이 필요했다. 후퇴하거나 희생을 감수하거나.


“모두들 흩어져. 흩어져서 사방에서 놈들을 조진다, 이 앞은 내가 막는다. 한 곳이라도 놔두면 이 안의 사람들이 다친다. 제발 부탁이다. 한 놈도 남기지 말고 깡그리 죽여라.”


”옙.“


한 번도 지후의 분위기가 이런 적이 없었다. 희생이라는 단어는 으레 그러하듯 당연하게 넘어가는 세상이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제물이 된 상황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공격 해봐라, 우리는 이 제물부터 소진할 것이다. 제물은 아직 무궁무진하다. 일행이 받은 상황에 대한 인식은 이런 식이었다.


“우리로 인한 희생은 내가! 이 내가 지옥까지 모든 죄를 안고 갈 것이다. 그러니 맘껏 죽여라. 속죄는 나중이다.”


답이 필요 없었다. 대단위 공단을 둘러싸고 있는 저 괴물들을 단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좌우로 친위대가 산개했다. 눈으로 보이는 곳에서 하나를 떨어트리고, 그 다음 지점에서 또 하나를 떨어트리는 식으로 포위하여 섬멸할 것이다. 그것이 지후가 바라는 것이었다.


친위대가 좌우로 사라짐과 동시에 지후의 신형이 앞으로 쏘아졌다. 괴물이 닿을 정도가 되자 발을 굴러 몸을 높이 띄웠다. 어른 키 높이의 2배 정도를 날아 단번에 괴물들 사이로 들어간 지후가 사방으로 칼을 휘두르자 그 끝으로 살아 있는 사람의 몸뚱이가 닿았다. 사람을 방패막이로 쓰는 괴물을 보며 팔꿈치를 접어 칼의 간격을 줄였다. 지척까지 다가오는 사람방패. 그 사이를 웨어울프의 손톱과 오크의 몽둥이, 놀의 손톱칼까지 파고들었다. 결단이 필요한 상태, 지후는 마력 방패를 사방에 두르고 휘두르기가 아닌 찌르기로 괴물의 미간을 노렸다. 처음 두 마리 정도가 쓰러지자 사람의 몸뚱이 사이로 얼굴을 가린 괴물들. 최대한 희생을 피하고 싶었지만 이젠 결단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파이어 - 마력 20]

스킬 시전에 성공합니다.



커다란 불덩이가 사방으로 퍼져 나간다. 지후와 지후를 감싼 마력 방패를 중심으로 사방 20m이상을 불바다로 만드는 위력의 스킬이 사용되었다.



[냉기 - 마력 2]

[냉기 - 마력 2]

[냉기 - 마력 2]

[냉기 - 마력 2]

···

[냉기 - 마력 2]

스킬 시전에 성공합니다.



약간의 숨만 붙어 있어도 살릴 수 있다. 지후는 이전 포탈을 벗어나며 새로이 얻은 스킬을 사용했다. 온도를 급격히 낮추는 스킬. 온몸에 피어난 불꽃을 일시에 잠재울 수 있도록 일일이 지정하며 범위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사용했다. 소모 마력이 더욱 커져 버리면 일순 동사할 수 있었기에 마력 투자도 최소화한 스킬이 사람들을 감싼다. 스무 명의 사람 중 살아 있는 건 고작 셋. [힐]을 연거푸 사용했지만 그 이상은 무리였다.


‘내가 죽인 것이다. 내가 죽인 거다.’


머릿속에서 반복적으로 뇌까린다. 안고 가야할 죄, 잊지 못할 죄. 어쩌면 지후는 두 번 다시 사람이 되지 못할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도 들었다. 속으로 구역질이 올라온다. 고기 타는 냄새와 사람의 그것이 구분되지 않았다. 치밀어 오르는 구역질에 몸을 맡겼다간 겨우 살려놓은 세 명조차 지키지 못할 수도 있었다.


급히 한자리에 모아 마력방패를 쳐놓은 지후의 눈동자에 두 부류의 괴물이 보였다. 지후로 향하는 것들과 공단 안으로 향하는 것들. 한 번에 터트리기엔 [파이어]가 좋겠지만 더 이상 역한 냄새를 맡을 처지가 못 되었다.


[마력던지기], [마력던지기], [마력던지기]

십여 개의 스킬이 공단으로 향하는 것들의 길목을 막았다. 여러 개의 길목이 있겠지만 당장 눈에 보이는 부분만을 생각하기로 했다.


‘우선은 길목부터 지킨다.’


자신을 향해 오는 괴물들이 보였지만 아직 간격이 남아 있었다. 다리로 뻗은 마력에 몸을 싣고 빠르게 길목을 차단한 지후가 한쪽 무릎을 꿇고 오른손을 바닥에 붙였다.



[냉기 마력 - 30]

스킬 시전에 성공합니다.



손바닥 끝에서부터 얼어붙기 시작한 아스팔트가 괴물들에게로 부채꼴로 펼쳐져 나아갔다. 전진을 막는 괴물의 발과 다리까지도 얼려 바닥에 고정을 시킨 스킬이 끝없이 뻗어 나갔다.


실금실금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꾹 참은 지후가 제자리에 서서 [마력던지기]를 날려댔다. 과도한 마력의 사용으로 붉은 색 알람이 울리면 마석을 씹으면서 끝없이 날렸다.


“흐흐흐, 프흐흐, 프흐흐흑, 프흑.”


웃음인지 울음인지 알 수 없는 소리가 지후의 입에서 뱉어지고 눈에선 눈물이 배여 나오기 시작했다.


얼마나 스킬을 날려댄 것인지 오래지 않아 지후의 눈에 보이는 괴물들이 없었다. 굳이 찾자면 저 멀리 도망가는 놈들이 보이긴 했으나 쫓아갈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아직 저놈들은 놔두어야 했다.


잠시나마 놓았던 정신이 돌아옴을 느낀 지후가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세워놓은 마력방패를 제거했다. 온몸가득 스킬 [힐]로도 지워지지 않는 화상의 흉터를 가진 세 사람이 멍한 눈으로 지후를 바라보는 것이 보였다. 입을 벌렸지만 말이 되지는 않는 모양인지 몇 번 오물거리다 조용히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는 그들의 모습에 지후도 같이 고개를 숙였다. 누군가에겐 감사가, 누군가에겐 미안함이 담긴 조아림이었지만 굳이 말로 뱉어낼 수는 없었다. 그저 눈물을 흘리는 것으로 뜻을 전할 뿐이었다.


한동안 서로를 마주보며 움직이지 못하고 있던 지후의 뒤로 웅성거림과 함께 손수레가 덜커덩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그놈들이 남아 있을까?”


“알 수 없지. 이 골목만 돌면 거리가 나오니 자네가 먼저 살펴보아도 좋을 거야.”


“그런 무서운 소리는 하지도 말게나.”


사람의 발자국 소리는 십이 넘었지만 들려오는 목소리는 고작 둘이었다. 틀어진 골목길의 담벼락 앞에서 멈춰서는 소리가 들리고 조용히 있던 이들 중 하나가 뜻밖의 말을 내뱉었다.


“이제 우리도 준비해야하지 않나요? 어차피 다음 차례는 우린데 다음 사람을 위해 대비를 해야죠.”


“그렇지. 곧 죽을 사람이 아니라면 할 짓이 아닌 거지.”


“흑흑, 전 죽기 싫어요. 그렇다고 그런 짓을 하기도 싫어요. 제가 뭘 잘못해서 이래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난 그저 열심히 살고 있을 뿐이었는데.”


등을 토닥이는 소리와 함께 좀 더 나이든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람인 이상 누가 원하겠나. 그래도 남아 있는 사람은 살아야 하잖아. 그냥 죽을 순번인 우리가 죄를 안고 간다고 생각하게. 아직 살아 있는 이들에게까지 죄를 전가할 수는 없잖는가.”


내용을 알 수 없는 소리가 계속 이어졌지만 누구하나 길목으로 들어서지는 않았다. 지후가 싸우는 소리를 분명 들었을 텐데도 의심을 지우지 못했음인지 조용히 대화를 나눌 뿐인 사람들이었다.


그때 살아남은 세 명의 남자가 지후의 곁으로 왔다.


“강사항니다, 고망승니다.”


화상으로 다친 성대에도 흉터가 남아 있는지 소리가 제대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뜻을 모를 정도는 아니었다. 그들은 지후에게 다시 한 번 머리를 조아리고는 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아니! 당신들 살아 있었소? 어떻게 아직 그렇게.”


놀라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살아남은 사람들은 애써 그들을 무시하고 손수레를 잡았다. 불편한 발걸음으로 지후가 괴물들과 싸우던 장소까지 돌아와선 사체더미 안에서 이번 전투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시신을 하나하나 찾아 수습하기 시작하는 세 남자. 그 뒤를 따라 십여 명의 사람들이 칼을 들고 서있는 지후를 한 번 힐끗 보고는 생존자들을 따라 시신을 수습하기 시작했다.


“혹시 저 총각이 이 괴물들을 다 죽인 겁니까?”


지후에게 들릴세라 조용히 속삭이는 사람에게 생존자가 지후를 힐끗 보고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렇다면 이제 이러지 않아도 괜찮지 않습니까?”


되묻는 소리에 생존자는 그저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었다.


가져온 손수레는 모두 5대였다. 백여 명의 시신을 한 번에 수습하긴 힘들었던지 차곡차곡 쌓아올린 손수레가 공단 안으로 먼저 가고 남은 사람들은 쓰레기더미들 사이에서 시신을 골라내는 작업을 이어갔다.


손수레가 4번 정도 오고가니 더 이상은 시신이 보이지 않았다. 그제야 모두들 숙인 허리를 펴고 공단 안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지후를 지나칠 때마다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던 이들이 이번엔 지후의 옷자락을 잡고 따라오라는 듯 자신들이 향하는 길로 끌었다. 갈수록 말이 없어진 그들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몸을 움직이는 지후의 눈에 수십의 사람들이 들락날락 거리는 건물이 보였다. 아마도 저 곳에서 시신을 처리하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지후가 건물 안으로 들어선 순간 그는 주저앉고 말았다. 꿇어진 무릎에 양손을 바닥에 댄 지후는 그렇게 그 자리에서 한참을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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