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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alone 님의 서재입니다.

포탈 : 지구를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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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alone
작품등록일 :
2019.05.20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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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31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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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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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24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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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3화

DUMMY

아지트에 도착하고 나서도 몸을 추스르는 데는 이틀이나 걸렸다. 한둘이 그런 것이 아니고 전부가 그랬다. 한 번도 그런 식의 대규모 전투를 치러본 적이 없던 이들이 전투를 치르고 나서는 정신적으로 녹초가 되었다. 그것은 지후도 마찬가지였다. 이틀 동안 꼼짝도 하지 않고 휴식만을 취했다.


‘이제 움직여야 한다.’


몸은 충분한 휴식을 더 원했지만 의지는 그렇지 않았다. 바닥을 뭉개던 몸을 일으켜 팔다리의 긴장을 풀던 지후가 허리 좌우에 칼을 챙겨서는 아지트 밖으로 나섰다. 최대한 아무도 모르게 길을 나설 생각이었다. 이것이 어떤 결과를 만들지 모르지만, 설혹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큰 위험을 만들 수도 있는 일이지만 지후는 포기 할 수 없었다. 반드시 자신이 해야만 하는 일,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바둑판처럼 퍼져 있는 포탈은 단 하나라도 제거가 되어야 한다. 하나만이라도 제거가 되어야 두 번째, 세 번째가 생길 수 있다. 물론 그때도 자신이 할 수 있을지는 오늘이 지나봐야 알 수 있는 일이겠지만 말이다.


“오빠, 나도 같이 가요.”


다혜가 슬그머니 지후의 곁으로 왔다.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안다는 듯 스스럼없이 따라 붙으니 지후로서도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혼자서는 힘들걸. 적어도 서넛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반대쪽으로 따라 붙은 지승과 예수. 지후는 이들이 어떻게 알았을까 하는 의문이 먼저였다.


“너 이틀에 한 번씩은 포탈에 갔다가 오잖아. 그걸 알고 있는데 지금처럼 비장한 얼굴로 길을 나선다. 별 말도 없이. 완전 도살장 끌려가는 소 같은 표정이야 너.”


예수의 한 마디에 거울을 들여다보고 싶은 지후였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다. 그저 이 위험은 자신만 부담하면 그만이었다.


“안다니까 하는 말인데, 오지 마. 형도 오지 말아요. 특히나 형은 각성자도 아니잖아요. 근처에 있다가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일이에요.”


씁쓸한 표정의 지승이 지후의 말을 듣고도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각성자라, 각성자가 생긴 지 얼마나 됐냐? 고작 한 달이 조금 안됐어. 거기다 각성한 애들 대체적으로 나이도 어려. 오히려 너나 예수가 그나마 나이가 많은 편이고. 애들에게만 모든 것을 떠맡길 수는 없어. 당장 너만 해도 괴물들이 사라지고 나면 살아갈 수 있을 거 같아? 절대 아니야. 그동안 봤던 피만으로도 미쳐버리고 말 것이야. 그런데 나보고 보고만 있으라고? 가만히 있으라고?”


크지는 않지만 언제나 정곡을 찌르는 지승의 말이었기에 모두가 움찔했다. 다들 괴물이 사라진 후를 생각해 본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방금 한 말은 표면적인 이유야. 걱정이 되고 신경이 쓰이고. 좀 더 속 얘기를 하자면 괴물에게 가족을 잃거나 지인을 잃은 사람은 너희뿐만이 아니야. 나도 포함돼. 그저 각성자가 아닐 뿐이지 괴물에 대한 원한은 누구 못지않지. 그래, 각성자가 아니라는 그거 하나로 지금까지는 그저 집 지키는 일 정도로 만족했지만 지금은 아니잖아. 솔직히 이제 집 지키는 데 일반인도 필요 없잖아. 그럼 난 뭘 해? 내 원한은 어떻게 풀어? 능력? 난 능력이 없어도 괴물을 죽여 왔어. 아지트에 들어온 것도 안전이 아니라 괴물을 사냥한다는 것 때문에 들어온 거야. 그것이 아니었다면 혼자 생활 했겠지. 가족의 죽음을 직접 눈으로 목격해야 원한이 생기는 것이 아니야. 나처럼 멀리 떨어져도 희망이 없는 지금 부모님의 죽음을 기정사실화해야 하는 사람도 원한은 충분히 가질 수 있는 거야.”


평소답지 않은 많은 말에, 두서도 없는 말에 지후는 차마 오지 말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저 심정을 지후가 모를까.


“오빠, 나도 그래요. 아빠의 시신이 없으니 살아 계시다고 믿고는 싶어요.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없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잖아요. 그런데 그 길을 혼자서 가겠다는 건, 여기 있는 우리를 그저 같은 방향을 봤던 일행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거예요.”


지후는 자신을 따라 나온 일행들에 대한 평가를 새로이 했다.


‘이런 사람들이었던가. 난 눈과 귀를 다 막고 있던 것인가.’


생각해보니 자신은 같이 다니고 친하다는 느낌만 가졌지 그들을 살피지는 않았다.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행동을 하는지, 또다시 가족이나 지인을 잃을 수 없다는 회피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집이라는 단어와 같이 보니 자신이 얼마나 껍데기로 생활 했는지 알게 되었다.


“어쩔 수 없네요. 그럼 가요.”


고개를 가로저으며 길을 이어가는 지후를 따라 지승, 예수, 다혜가 바짝 붙었다. 어딘가 부쩍 힘이 들어가는 지후였다.


포탈은 계속 그 자리에 있었다. 학교 운동장 한 가운데. 크기도 그대로였으며 색상의 변화도 없었다. 포탈이 가까워짐에 따라 지후가 마력수치를 확인했다. 이전 전투에서 모든 포인트를 마력에 투자했기에 130이나 되었다. 현재 아지트 내 각성자들 중 가장 마력 수치가 높을 것이다. 거기에 여유 포인트 또한 15정도가 남아 있었다.


“여기까지 오는 것을 반대 하지는 않아. 하지만 포탈에 접근할려면 마력수치가 100은 되어야 해. 그런데 여기 있는 사람 중 나를 제외하곤 해당하는 사람이 없어. 그러니 정 원한다면 근거리에서 살펴봐줘. 어떤 위험이 있는지. 혹시 보인다면 나에게 경고를 날려주고.”


지후의 말을 들은 일행이 포탈에 접근하기 위해 애를 썼지만 포탈에 완전히 붙지는 못했다. 그저 다혜가 1미터까지 접근했고, 지승의 경우 아예 5미터 밖에서부터 발을 구르고 있을 뿐이었다.


크게 숨을 쉰 지후가 긴장된 얼굴로 포탈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기에 그 긴장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겉보기엔 검은 안개와도 같은 포탈이 손이 닿는 순간 도자기와도 같이 매끄럽게 변했다. 차갑고 매끄러운 그 느낌에 긴장하고 있던 지후의 안색이 풀렸다. 슬그머니 뒤를 돌아보니 역시나 일행들도 긴장하고 있는 것인지 표정이 굳어 있는 것이 보였다.


‘깨 부셔야 하는 건가.’


표정이 굳었다고 행동이 바뀔 수는 없었다. 양손으로 칼을 들고 힘차게 내리쳤지만 포탈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일반 공격이 안 된다면, 스킬로.’



[일섬]

스킬 시전에 성공합니다.



짧은 설명과 함께 시전되는 스킬. 적과 싸울 때도 [일섬]을 써야 할 곳은 없었다. 큰 데미지가 좋기는 하지만 스킬 시전 후 불규칙적인 경직이란 항목이 자신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아예 사용할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칼질이 먹히지 않는 포탈에 [마력던지기]도 먹힐 거 같지 않았다. 답은 이미 나와 있는데 사용하지 않을 리 없었다.


스킬이 포탈을 강하게 때렸다. 마치 ‘쩌저적’ 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처럼 포탈의 마기장이 충격을 받은 부위를 시작으로 사라져갔다. 눈으로 보일 리는 없지만 지후에게는 느껴졌다. 마기나 마력이나 그 성질이 다를 뿐 느껴지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마기장이 걷히고 포탈이 떨리기 시작했다. 균열이 가는 모양새가 곧 깨져버릴 것 같은 기대를 품게 했다.


“오빠, 이게 끝일까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검은색 반구가 깨지고 주위로 마기를 날렸다. 소리 없는 폭발에 지후와 일행들 모두 손으로 얼굴은 가렸지만 눈은 포탈에 고정되어 있었다.



[포탈이 문을 열었습니다.]



짤막하게 울리는 알람과 함께 높이 2미터 크기의 직사각형으로 이루어진 검은색의 그것이 보였다. 출렁이는 물로 이루어진 것 같은 표면을 가지면서도 절대 넘치지 않는, 마치 게임에서나 보던 차원과 차원을 이어놓은 통로와 같은, 일행들은 그제야 포탈이라는 이름이 가지는 의미를 알게 되었다. 포탈은 말 그대로 문이었다. 어디로 가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하나만은 알 것 같았다. 지구에 온 괴물들이 사는 곳, 포탈은 그곳과 연결이 되어 있다는 것. 이것은 지구와 괴물들이 사는 곳을 연결하는 통로인 것이다.


“여기에 들어가야 할 것 같은데, 지후야 아지트의 각성자 모두 데려가야 하는 거 아니야? 분명 어마어마한 숫자의 괴물들이 있을 건데 우리만으로는 불가능해. 싸우다 목숨을 잃는 건 괜찮지만 개죽음은 싫은 거잖아. 이대로 아무도 모르게 들어갔다가 모두 죽어버리면 그건 정말 의미 없는 거잖아.”


갑자기 겁이라도 난 것인지 예수의 말에 떨림이 느껴졌다.


“그럴 수 없어. 포탈이 이 상태로 얼마나 지속될지, 이후 어떤 일이 생길지 우리는 알 수가 없잖아. 그런데 이걸 이대로 두고 다른 사람들을 모으러 간다는 건 책임회피밖에 되지 않아. 문이 열린 이상 이 인원으로 답을 찾아야 해.”


지후의 음성엔 필요하다면 혼자서라도 들어가겠다는 굳은 의지가 묻어있었다. 그때 지승이 의문을 표했다.


“그러니까 이게 문이란 거지? 각성자들에게 알람이라도 울린 거야? 좀 설명을 해주면서 말을 해주면 안 될까?”


다혜가 지승에게 간단하게 설명하는 동안 불안에 떨리던 예수의 눈이 멈췄다.


“그래, 그럼 가자. 어차피 각오한 것 두려워 해봐야 무슨 소용이겠어.”


다혜의 설명이 끝난 건지 지승도 한마디를 보탰다.


“지금도 시간이 지체된 것 아냐? 구경할게 아니라면 가자.”


지후는 마지막으로 다혜에게도 눈빛으로 의사를 물었다. 마음 같아선 다혜는 남아서 이것에 대해 아지트의 각성자들에게 알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오빠, 그렇게 봐도 소용없어요.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간다는 데 나만 빠질 수는 없죠. 걱정하는 게 뭔지는 알겠는데 생각보다 간단해요. 마침 나에게 메모지가 있으니까 여기에 적어놓고 가면되죠.”


다혜는 말을 마침과 동시에 메모지를 펼치고선 열심히 뭔가를 적기 시작했다. 그 어떤 설득도 하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과 같다고 느낀 지후는 고개를 좌우로 몇 번 젓고 일행들을 한 번씩 바라본 후 입을 뗐다.


“그럼, 가자.”


돌아올 방법은 있는지, 괴물들은 얼마나 많을지 알 수 없는 포탈을 향해 지후와 일행은 한 발 앞으로 나아갔다.


차가운 물이 몸에 닿는 느낌에 등으로 닭살이 돋았지만 내색할 수는 없었다. 이미 내뻗은 발걸음에 혹시나 몰라 모두 손을 맞잡고 한명씩 포탈 속으로 사라져갔다. 지후와 다혜, 예수와 지승이 포탈로 들어가자 물결처럼 출렁이던 포탈이 부피가 늘어나며 문의 존재를 감췄다. 다시 검은색의 반구형태로 돌아간 것이다.


지후와 일행이 사라지고 십여 분 후 성준이 아지트 내 각성자들과 함께 나타났지만 다혜가 남기고간 메모장만을 확인하는 것이 전부였다.


‘지후야, 꼭 돌아와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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