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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alone 님의 서재입니다.

포탈 : 지구를 지켜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highalone
작품등록일 :
2019.05.20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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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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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27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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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5화

DUMMY

<포탈진입 30일차>


모든 것이 순조롭다. 우리는 다혜의 [탐지] 재사용 시간에 맞춰 빠르게 동굴을 돌파했다. 일직선으로 쭉 뻗어 있는 이 길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우리가 바라는 그 무언가가 있다는 확신은 들었다. 현재 우리는 무적이다.



<포탈진입 32일차>


처음으로 갈림길이 나왔다. 이것은 나라만큼이나 큰 미로 같은 것이었나. 우리는 고작 그 입구에서 깔짝대는 그런 피라미들이었나.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직 놀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괴물이 보이지 않는 다는 것. 제발 그 이상의 괴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포탈진입 67일차>


우리는 정신이 반쯤 나간 것 같다. 이 미로는 미쳐있다. 여기를 벗어나고 싶다.



<포탈진입 120일차>


이 기록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 그저 사냥하고 먹고 쉬고 반복된 생활만이 아니다. 죽기 전 한번이라도 밝은 하늘을 보고 싶다. 너무 지쳤다.



<포탈진입 150일차>


예수의 상태가 예사롭지 않다. 번들거리는 눈빛이 조만간 사고를 칠 것 같은 느낌이다. 이제야 정신이 번쩍 든다. 여기는 이런 곳이다. 이미 포탈에 진입할 정도의 각성자라면 지금 우리를 막는 괴물들은 어차피 상대가 되지 않는다. 마력 또한 주머니 가득 들어있는 마석이 있는 한 문제 되지 않는다. 문제는 미로다. 끝을 알 수 없는 이 미로. 여기를 벗어나고 싶다.


한 번씩 숨이 가빠온다. 이 공간이 내 목을 옥죄여 온다. 분명 예수의 상태는 나보다 심해보였다. 우리 중 가장 마음이 안정된 사람은 의외로 지승이 형이었다. 묻고, 묻고 또 물어보았지만 호흡법이란다. 아무래도 지승이 형에게 많은 것을 배워야 할 것 같다.



<포탈진입 165일차>


눈물이 흐른다. 결국 예수가 숨을 거뒀다. 그동안 보아온 예수의 상태를 보면 충분히 예상가능한 일이었지만 예수의 삶은 우리가 예상한 스스로에 의한 것이 아닌 괴물에 의한 것이다. 오늘부터 괴물이 바뀌었다. 돼지머리를 하고 일반 성인남자정도의 크기에 팔뚝의 근육이 사람의 허리 크기만 한 그런 괴물이.


다혜의 [탐지]가 끝나고 휴식을 취하는 우리에게 괴물의 침입이 있었다.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어 안심하고 있던 우리의 실책이었다. 소리도 죽인 채 다가온 놈들이 거리가 가까워지자 불시에 우리를 덮쳤다. 열 마리를 웃도는 놈들의 수에 내가 막는다고 설쳐보았자 모두를 막지는 못했다. 나를 비켜 간 서너 마리 중 하나가 예수의 죽음을 만들었다. 지금 우리에게 의지할 사람이라고는 고작 넷이 전부였다. 그런데 그 중의 하나가 죽었다. 그것도 내 눈앞에서. 아마도 정신을 잃었던 것 같다. 붉어진 시야로 더 이상 죽여야 할 것들이 없어지고 나서야 온 몸이 피로 얼룩진 나를 볼 수 있었다. 언제나 이랬다. 나의 방심이, 나의 안도가 사건을 만들었다. 익숙한 듯 생각이 사라지고 습관화되면 불현 듯 이놈들의 반격이 시작되고, 결국 난 누군가를 잃어야 했다.


포탈을 넘어올 때 이런 날이 오리란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 능력이 닿음에도 사람을 잃을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모두가 나의 잘못이다. 이것도 나의 잘못이다.



<포탈진입 170일차>


며칠간 보여준 지승이 형의 노력이 고맙다. 실의에 빠져 눈물만을 흘리는 나에게 다혜와 함께 끊임없이 말을 걸어주며 힘이 되어주길 바라는 형이 너무도 고맙다. 물론 다혜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나를 책망하지 않았다. 그저 스스로 그랬을 뿐이었다.



<포탈진입 175일차>


이제 돼지머리 괴물들에게 익숙해졌다. 더 이상 우리는 그놈들에게 큰 상처를 입지 않는다. 마음에 담아 둔 예수에게 진 빚이 일부 깎여나가는 것 같았다. 이 와중에 우리와 같은 힘이 없음에도 괴물들을 사냥하는 지승이 형이 놀랍다. 그저 습관처럼 지승이 형을 따라하고 있는 이 호흡법에 무언가가 있는 것일까. 궁금증이 일긴하지만 이전의 물음에 딱히 답이 없었던 걸로 보아 아직 때가 아닌 모양이다.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지만 여기를 벗어나기 전까지 알려주지 않을까하고 생각해본다.



<포탈진입 180차>


형이 나와 다혜에게 가전무공을 알려준단다. 자신의 움직임은 모두 그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나의 무협지처럼 내공 같은 것이 있냐는 물음에 쓴 웃음을 지은 형이 예전 기록에는 있었다고 한다. 다혜가 혹시 설화나 전설 같은 것이 아니냐고 되물었지만 자신도 알 수는 없다고 했다. 이름을 알려주지는 않았지만 모두 108가지의 동작으로 되어있는 것을 하나하나 알려주었다. 분명 형이 괴물들과 싸울 때 보았던 동작들이 상당히 있었다. 한 번에 다 외울 수가 없다고 한 소리했더니 나에게 핀잔을 준다. 무식한 것이라고. 마치 가···족 같다. 그래 가, 족 같다.



<포탈진입 183일차>


다혜와 내가 108가지 동작을 모두 외우는데 정확히 3일이 걸렸다. 무협지 보면 한 번에 다 파악하고 그렇다고 하는데 나는 그런 천재는 아닌 것 같다.



<포탈진입 192일차>


다혜가 부쩍 웃음이 많아졌다. 내가 이제야 사람 같다고 하는데 언제는 아니었냐고 구박을 줬더니 저쪽에서 벽을 긁어대고 있다. 저 단검 만들기 어려운데···.



<포탈진입 217일차>


곰곰이 포탈에 진입하고 난 뒤를 고민해보았다. 뭔가 나 같지 않은 느낌이 든다. 다혜와 지승이 형을 가족처럼 느껴서 그런 것인지 포탈안의 이 끈적한 무언가가 나를 바꿔 놓은 것인지 알 수는 없다. 돌이켜 보면 지금의 내 상태가 이상하기는 했다. 들뜬 기분의 나는 평화롭던 시기에도 드문 감정이다. 나를 변화게 하는 무언가를 찾기 전까지 조심하는 것이 좋을 듯했다.



<포탈진입 218일차>


모두에게 이 들뜬 기분에 대해 설명했다. 나만 이런 것인지 아니면 다혜나 지승이 형도 이런 것인지. 다혜는 그렇고 지승이 형은 그렇지 않았다. 왜일까. 조심스레 되물으니 호흡법과 108가지 동작에 투자하는 시간을 늘리라는 답이 나온다.



<포탈진입 220일차>


사냥을 하지 않고 호흡법에만 집중하니 마음에 차분함이 깃들었다. 지승이 형의 답이 맞았다. 차분해지고 나니 내가 해야 할 일들이 눈에 들어왔다. 훈련. 마력을 지금과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 위한 훈련. 아지트의 각성자들로부터 얻은 마력의 가능성, 그것에 대해 몰두해야 한다. 왠지 그래야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포탈진입 300일차>


부쩍 돼지머리 괴물들의 출몰이 잦아진다. 이제 곧 이들의 근거지 또는 포탈을 이루는 무언가에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걸어본다.



<포탈진입 320일차>


괴물들의 출몰이 늘어남과 동시에 훈련을 병행하느라 이동 속도가 답답할 정도로 많이 느려졌다. 그렇다고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드디어 마력의 또 다른 성질을 구현하는데 성공했다. 불. 마력으로 불을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 비록 약하기는 했지만 내 손 끝에서 만들어진 불이다. 시험 삼아 돼지머리 괴물들의 고기를 살짝 구워봤지만 너무 작아서 그런지 효과는 없었다. 거기에 불을 만들어냈음에도 시스템의 반응이 없었다. 아마도 그 이목이 여기까지 완벽하게 닿지는 않는 모양이다. 뭐 레벨 업이 없다는 것만으로 이미 예상한 바이긴 했지만 스킬로 등록이 되지 않을 줄은 몰랐다. 나만이 성과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혜의 경우 단검 4개를 이제 아주 능숙하게 다룰 수 있게 되어 혼자서도 많은 수의 돼지머리들을 없애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그 숙련도에 목마른지 지금은 6개를 가지고 연습중이다. 이런 모습들은 본 지승이 형이 제안을 해왔다. 당분간 여기에서 훈련만을 지속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괴물의 출현빈도와 그 수가 늘어나는 만큼 우리들에게도 그에 상응하는 무언가가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그 말에 수긍하고 말았다. 사실 한 자리에 자리를 잡는 것은 힘든 일이다. 꽉 막혀 버린 통로에 갇혀 있는 이 기분이 스물스물 내 정신을 갉아 먹는 것 같은 환상이 나를 지배할지도 몰랐다. 아무리 호흡법이 좋다고 하지만 과연 막아줄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거기에 아직도 떨치지 못한 예수의 죽음도 문제였다. 나는 지금 불안전하다. 이대로 가만히 있기만 한다면 터져버릴 지도 모른다. 수긍한다고 말은 했지만 정말 괜찮을까?



<포탈진입 347일차>


이제 구운 고기를 먹을 수 있다. 더 이상 피똥을 싸지 않아도 된다며 웃는 다혜를 보고는 지승이 형이 호흡법에 더 열중하라며 호통을 쳤다. 물론 다혜는 자신의 원래 성격이 그렇다며 반박하지만 뜨끔해하는 눈빛을 보아하니 반드시 그렇지는 않은 모양이다.



<포탈진입 350일차>


동굴 내부에 이처럼 큰 공동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2백 미터 이상은 될 것 같은 그 크기에 우리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그 안을 가득 채운 괴물의 수는 얼마나 될 지 셀 수도 없었다. 마치 어딘가로 나갈 준비를 하는 것처럼 동공의 한 가운데 세워진 제단을 향해 몰려 있는 모양이 등골을 오싹하게 한다. 거기에 검은 깃털을 머리에 매달고 제단을 향해 연신 절을 올리는 네 마리의 돼지머리 괴물들은 여타 다른 괴물들보다 머리하나는 더 큰 것이 만만찮아 보였다.


다행이도 모든 괴물들의 시선이 제단으로 향해있어 우리를 보지 못한 것이 지금 생각해도 천운인 것 같다. 우리는 약속이나 한 듯 조용히 뒷걸음질 치며 그 자리를 벗어났다. 우리에겐 각오가 필요했다. 필사(必死)에 대한 각오가.



<포탈진입 365일차>


오늘로써 일 년이 되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렇다’라는 느낌이다. 나는 여기에서 이 기록을 마쳐야 한다. 몇 번을 고심해도 방법이 없었다. 우리는 그 동공의 괴물들을 무시할 수 없었다. 5일 동안 우리는 돼지머리 괴물의 가죽을 몇 겹이나 덧대어 갑옷을 만들었다. 이상하게도 여기에서는 아이템을 만들 수가 없었다. 절연 테이프가 없어서일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이건 그것과는 달랐다. 마치 무언가의 보조가 사라진 것 같았다. 예상컨대 시스템이 내가 만드는 아이템을 보조한 것이 아닐까 한다. 아이템을 만들 수는 없지만 가죽을 모아 온 몸을 감싸는 데 문제는 없었다. 그저 살을 파내고 그것을 말리는 것이 귀찮을 뿐이다. 이제 준비는 끝났다. 죽을지 살지는 알지 못한다. 설사 살아난다 해도 다시 기록하지는 못할 것 같다. 분명 누군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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