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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alone 님의 서재입니다.

포탈 : 지구를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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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alone
작품등록일 :
2019.05.20 21:48
최근연재일 :
2019.07.31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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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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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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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3
글자수 :
291,505

작성
19.07.10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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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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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3화

DUMMY

“지후군, 제발 우리를 도와주게.”


보자마자 양수철이 지후에게 던진 말이었다. 불길한 예감에 지후가 다혜의 소재를 물었지만 뚜렷하게 답을 하지 못하는 양수철을 보고는 바로 쉘터로 출발할 채비를 했다.


“꺄악~, 퉷! 지후야 너 쉘터로 갈 거지? 하여튼 그 씨발노무 시끼들 내가 그럴 줄 알았어. 같이 가자. 내가 그놈들 대가리를 확 다 찢어 죽여 버려야 속이 시원할거 같네. 돼대갈 새끼들.”


언제나 조금만 흥분해도 욕을 해대는 원석을 보며 지후가 피식거렸다. 아마 그도 걱정이 많이 되는지 한쪽다리를 껄렁이는 모습이 지후의 가슴에 든든함으로 박혀들었다.


--형, 나도 필요할 거예요. 어차피 저기 양씨 아저씨는 못 쫓아 올테니 여기에서 그간의 사정을 얘기하면 가면서 내가 전달해줄게요.


지후와 거의 붙어 있다시피 하는 민규가 [텔레파시]로 지후에게 의지를 전해왔다. 고개를 틀어보니 지후와 가장 사냥을 많이 다녔던 민규, 상규 형제와 함께 7명의 각성자들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저들이 있었구나.’


지후가 포탈을 제거하면서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는 동안 항상 곁을 같이하던 사람들. 항간에는 벌써 지후의 친위대라는 소문이 나돌 정도로 지후를 따랐으며 레벨도 그에 맞게 40이 넘은 사람들이었다. 지후는 가만히 보다가 고개를 숙이고는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한마디로 모두의 참여에 동의했다.


한걸음에 5미터 이상을 나아가는 지후를 따라 그 친위대라 할 수 있는 각성자들이 뒤를 이었다.


--쉘터 외벽에서 오크들이 방어막을 무수히 두들긴 모양이에요. 놀의 공격 때는 상관없었지만 오크의 공격에 방어막이 출렁이며 위태로워지자 다혜 누나가 일부 각성자들을 데리고 오크 소탕에 나섰는데 만 하루 동안 오지 않은 모양이에요. 방어막을 때리는 오크들도 더욱 기승을 부리는 모양이고.


달리는 와중에도 민규의 설명은 이어졌다.


‘들어야 할 내용은 다 들었어.’


눈앞에 방어막이 있던 골목이 보였다. 마력을 눈으로 모으니 미력하게나마 방어막의 존재가 눈으로 보였다. 파도치듯 울렁이는 모양을 보니 어디선가 공격을 받고 있는 모양이었다.


‘분명 위험하다면 [결계]를 사용했을 거다.’


확신에 가까운 믿음이었다. 다혜 혼자만을 봤을 때 절대 오크 무리 때문에 문제가 생길 리 없었다. 그런데도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같이 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컸다.


지후의 움직임이 조금 더 빨라졌다. 방어막 외곽을 시계방향으로 돌아나가며 주변을 살피기 시작하는 모습에 친위대들이 산개해 지후와 보조를 맞춰나갔다.



--*--*--*--*--*--*--*--



“배보좌관, 역시나 그 사람들을 데려오는 것은 힘들 것 같은가.”

“이젠 좀 늦은 감이 있습니다. 자기네들끼리 만 명이 넘는 인원을 모았더군요.”

“시스템에 제약만 없었어도 그 사람들을 전부 모으고 데려오고 싶은데 어찌 이렇게 되어버린 것인지···.”

“의원님 그런 말씀 마십시오. 적어도 이 곳은 의원님이 계셔서 무사한 것 아니겠습니까. 우선 몸부터 추스르시는 것이 먼저입니다.”

국회의원이자 현재는 쉘터의 장인 김재규의원은 얼굴에 다크써클이 가득한 채로 옥상에서 담배를 피며 보호막 밖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



지후와 친위대가 보호막 외곽을 돈지 벌써 세 시간이었다. 백여 마리의 오크 무리들을 몇 번 만나기는 했지만 다혜는 없었다.


‘혹시나 잘못된 것은 아닐까?’


불안한 마음이 들긴 했지만 잡념을 오래 끌어봐야 좋을 것이 없었다. 느려지던 다리에 힘을 주고 다시 달려 나가는 지후에게 [텔레파시]가 들려왔다.


--형 이리 와 봐요. 여기 이상한 것이 있어요.


다른 이들에게도 스킬로 알렸는지 산개해 움직이던 친위대들이 한곳으로 몰려들었다. 지후가 도착했을 때 보이는 것은 투명한 비닐이 일대를 감싸 안은 모습의 반구였다.


“찾았다.”


친위대원들은 지후가 다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현실에서야 고작 2주 정도였지만 포탈진입을 생각한다면 같이 보낸 시간만 일 년 반이었다. 서로가 숱하게 하던 이야기 속에서 지후가 편안하게 얘기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다혜였다. 아직도 그들은 기억하고 있었다. 지후가 ‘자신이 인간으로 있을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라고 표현한 이가 다혜라는 것을.


이미 인근의 오크들은 모두 처리가 된 상황이라 안전을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문제는 이 [결계]를 어떻게 해제하느냐 였다. 모두가 말없이 바라만 보고 있을 때 결계가 사라지고 있었다.


“오빠, 여기 이 사람 좀 봐줘요! 빨리.”


내부에서는 바깥을 볼 수가 없는 결계의 특성상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일 것이라는 생각에 지후는 볼 것도 없이 스킬부터 사용했다.



[힐]

스킬 시전에 성공합니다.



“휴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지혜가 격하게 지후를 안았다. 얼떨결이긴 하지만 마주 안아주는 지후에게 키스를 하는 다혜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너무 보고 싶었어 오빠.”


“왜 그렇게 눈물을 흘려. 어차피 조만간 오려고 했는데.”


“그냥 혼자인 것 같은 기분에 감정이 격해졌나봐.”


배시시 웃는 모습에 지후의 걱정도 녹아내렸다.


“흠, 흠.”


헛기침 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지만 연인을 안은 지후의 팔이 풀리진 않았다.


--아주 좋아죽네요, 그렇게 좋아요? 아씨, 나도 여친이 생겨야 하는데.


이 곳에 오기까지 삭막하던 분위기가 한꺼번에 풀려 버렸다. 그때부터 다혜의 얘기가 시작되었다.


처음 쉘터에 도착하고 나서 가장 먼저 국회의원을 만났다고 했다. 상상하는 모습과 다르게 김재규 의원은 거의 뼈만 남다시피 한 모습으로 자신을 만났으며 그 이유가 가관이었다. 보호막을 유지하기 위한 저장고. 흔히 아지트에서 상상하던 모습과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었다. 각성자가 전해주는 마력을 몸에 담아 보호막으로 자연적으로 빠져나가는 형태와 거기서 오는 부담을 전부 몸으로 감당해야 하는 처지라고 했다. 하루에 감재규 의원이 감당해야 하는 마력량도 어마어마해서 쉘터 내에 있는 모든 각성자들이 돌아가며 마력을 충전해야하기에 보호막 바깥에서 사냥을 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고 한다. 시간이 조금 흐른 후엔 보호막 바깥에 진을 치고 있는 놀 무리 때문에라도 밖으로 나서지 못한 것이고 말이다. 그러다 다혜가 들어올 당시에 문제가 생겼다고 했다.


오크. 몽둥이를 보호막에 대고 두들기는데 그것을 막기 위해 필요한 마력량이 훨씬 커진 상태라 다혜가 도와주었음에도 유지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지경이라고 했다. 결국 궁여지책으로 선택한 것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마석을 쉘터에 두고 몇몇 원하는 각성자들을 데리고 레벨업을 위해 사냥에 나선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마력수치를 올려야 했다. 그래야 수만 명의 생활이 위협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었다.


“내가 쉘터 안을 볼 수 있을까?”


“안될 이유가 없잖아.”


“그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을 만나는 일인데도?”


“오빠 그 사람 죽일 거야?”


대화의 내용이 이상하게 흘러가는 듯하자 지후가 다혜에게 꿀밤을 먹인다.


“내가 그럴 사람이냐?”


“아···. 아퍼. 그러니까 하는 말이야. 해꼬지를 할 것도 아닌데 왠 걱정?”


이전에도 느낀 것이지만 다혜는 지후의 긴장을 풀어주는 역할에 항상 충실했다. 언제 어느 때든 필요하다 싶을 땐 알아서 이렇게 나서주니 지후로써도 마음이 편했다.


--형, 우리도 들어가도 돼요?


이미 얘기가 어느 정도 끝난 모양인지 친위대 전원이 지후를 바라보았다.


“아!”


갑자기 지후가 친위대를 바라보며 고개 숙여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다혜와 쉘터의 저레벨 각성자들, 그리고 지후와 친위대가 쉘터 안으로 들어갔다.


다혜가 보호막에 손을 가져다 대자 그 일부분이 갈라지며 통로가 만들어졌다. 마치 살아 있는 생물 같은 그 움직임에 잠시 시선을 뺏기긴 했지만 신경 쓸 것이 없었다.


“의원님은 가장 높은 건물 꼭대기에 있어, 오빠. 유일하게 엘리베이터가 되는 곳이야.”


우습게도 가장 높은 건물은 주상복합 아파트였다.


‘45층 건물의 펜트하우스라’


아직 사람을 보지 않았으니 무엇이라 평가를 할 수는 없겠지만 썩 좋은 느낌은 들지 않았다.


“보통은 자전거를 타고 가겠지만 아무래도 모두들 이 곳을 알아야 하니까 느긋하게 걷자.”


지후가 생각하는 쉘터의 이미지에 부정적인 감정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인지 유독 말이 많은 다혜였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아 보였다. 시간이 갈수록 지후의 인상이 굳어졌다.


쉘터 안은 아무런 흔적이 없었다. 도로와 인도도 깨끗했으며 건물조차도 어떠한 상처도 없었다. 굳이 트집을 잡자면 쓰레기가 많고 차량이 없다는 것. 멀리서 아이들이 뛰어노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마도 운동장이나 아파트 단지의 놀이터인 모양이다.


‘여긴 다른 세상이다.’


지후뿐 아니라 친위대의 머릿속에도 같은 생각이 들었다. 자신들은 처음 세상이 변한 날부터 지금까지 항상 죽음과 동거동락 중이었는데 여기 이곳은···. 마치 선택받은 자들만 있는 곳 같지 않은가.


“다혜야, 이건···.”


“무슨 생각인지 알겠어. 나도 처음 들어왔을 때 들었던 생각이니까. 하지만 오빠, 우선 의원님을 만나서 얘기를 나눠봐. 비난은 그 뒤로 미뤄도 손해날 것은 없잖아.”


다혜의 말이 끝나고 지후는 묵묵히 걸었다. 친위대도 그 뒤를 따랐지만 고개가 좌우로 흔들리고 서로 눈을 마주치는 것이 [텔레파시]로 말을 나누는 모양이었다.


왕복 12차선의 사거리 중 한 모퉁이를 차지한 주상복합아파트에 도착하자 아파트 단지의 정문부터 등에 총을 메고 경찰복을 입은 경비원들이 보였다. 대충 보아도 열 명 가까이가 경계를 서고 있는 모습에 지후의 입꼬리가 비틀렸다.


“여기야. 이 아파트 단지에 의원님과 각성자, 그리고 그들의 가족들이 살고 있어.”


“일종의 특권이 되겠네.”


한동안 조용하던 다혜가 지후의 모습을 본 것인지 말을 꺼냈지만 이미 지후의 감정은 차가워져 있었다.


“오빠, 아직은 그런 식으로 보지 마. 부탁이야.”


“휴우, 알았다. 아직은, 그래 아직은.”


다혜가 지후의 손을 꽉 잡은 채 아파트 단지로 들어갔다. 복도를 지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 층에서 문이 열렸을 때 바짝 말라 산송장과 같은 모습을 한 장년의 사내가 지후에게 말을 건냈다.


“반갑습니다. 국회의원이자 쉘터의 장인 김재규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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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52 낸맘데루
    작성일
    19.07.10 04:27
    No. 1

    잘보고있습니다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0 highalon..
    작성일
    19.07.10 10:08
    No. 2

    항상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힘이 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무명산인
    작성일
    19.07.10 08:25
    No. 3

    다른 의미로 성장을 막고있는 경우네. 범위를 줄인다거나, 사냥을 나간다거나, 뭔가 해야될일을 안했나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0 highalon..
    작성일
    19.07.10 10:09
    No. 4

    아마 내일 올라갈 내용에 답이 있을 듯 합니다. 거의 사냥을 안했죠. 그럴 수밖에 없었구요. 무명산인님 댓글에 제가 엄청 힘이 납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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