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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alone 님의 서재입니다.

포탈 : 지구를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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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alone
작품등록일 :
2019.05.20 21:48
최근연재일 :
2019.07.31 01:14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31,963
추천수 :
573
글자수 :
291,505

작성
19.07.18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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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4
추천
10
글자
11쪽

39화

DUMMY

“생존자가 있다!”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다혜의 [결계]가 생존자로 보이는 물체가 있는 곳을 감쌌다. 웬만한 공격은 무시하는데다 인지간섭까지 가지는 [결계]가 펼쳐진 이상 신경 쓸 것들이 없었다. 마력을 최대치까지 소모하며 빠르게 괴물을 소거하기 시작하자 남아있는 수백의 괴물들이 사라지는 것도 순식간이었다.


‘헉, 헉.’ 마력의 빠른 소모가 가져오는 급격한 체력 저하에 모두가 양손을 무릎에 짚은 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정말 생존자일까?”


지후의 물음에 상규가 대답했다.


“내가 보기엔 확실했어.”


거친 숨이 진정되자 떨어진 체력이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했다. 급격히 떨어지다 보니 차오르는 속도도 꽤 빨랐다.


“저 썩어 문드러질 놈의 새끼들 때문에 이게 뭔 꼬라지야.”


투덜대는 원석을 두고 다혜의 잔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우리가 뭐 미치광이야? 제발 진정 좀 하자. 괴물만 보이면 다들 눈이 돌아가. 만약 숫자가 지금보다 배나 많았으면 어쩔 뻔했어. 양에 장사 없다고 레벨이 높고 빠르게 죽이면 뭐하냐고. 지금처럼 흥분한 거 안 고치면 서울은커녕 대전도 못가서 죽을 수 있어. 응? 오빠들! 제발 진정 좀 하자.”


포탈 속에서만 시간을 보낸 후유증과도 같았다. 괴물이 눈앞에 보이면 이성을 잃은 듯 공격을 하는 모습은 고치려 몇 번을 노력했지만 쉽게 되지가 않았다.


“아무래도 호흡법의 비중을 더 높여야겠어. 이게 더 익숙해져야 후유증도 이겨낼 수 있을 거 같네.”


“매번 같은 얘기하지 말고 실제로 좀 바꿔. 맨날 말만 그래. 호흡법이고 뭐고 시간도 주지 않으면서, 뭘.”


다혜의 잔소리는 끝이 나지 않을 것 같지만 맞는 말만 하는 통에 항상 지후와 친위대는 할 말을 잃어버린다. 그저 가만히 듣고 있으면 크게 길어지지 않으니 대꾸보다는 귀를 닫는 것이 더욱 이득이었다. 다혜도 그런 사정을 아는지 잔소리를 하면서도 몸은 [결계]가 있는 곳으로 가고 있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을 정도의 체력은 채워졌으니 생존자를 확인해봐야 하는 것이다.


[결계]가 물감이 옅어지듯 자연스레 사라지자 쓰레기 더미가 보였다. 말이 쓰레기 더미지 실상 이것은 괴물이 먹다버린 시체의 모듬이었다. 쓰레기의 대부분은 입으로 발라먹기 힘든 몸통이었다. 내장은 놀이 발라먹고, 팔다리는 오크가 씹어 삼킨다. 웨어울프가 즐기는 것이 무엇인지 쓰레기를 보니 알 것 같았다. 그놈들은 가죽을 즐긴다. 가죽이 벗겨져 벌겋게 익은 것과 같은 빛을 띈 사체의 일부분이 많이 보였다. 다혜는 그 사이를 스킬을 사용해서 파헤쳤다.


쓰레기 더미의 가장 밑바닥에 말라붙어 끈적이는 피 웅덩이 사이로 멀쩡한 몸뚱이가 보였다. 산발한 머리카락이 쓰레기 더미 바깥으로 삐져나온 것 말고는 큰 움직임이 아니었을 텐데 용케 상규가 발견한 모양이었다.


“정호 오빠 물 좀.”


피딱지가 전신을 뒤덮고 있는 생존자를 다혜가 보듬어 일으키자 사람 몸통만한 물방울이 얼굴을 제외한 모든 부분에 들러붙었다. 빠르게 사라져 가는 핏자국과 더불어 분홍빛으로 물드는 물방울이 빛을 받아 반짝였다. 예쁜 참상의 그림자처럼 느껴지는 그 모습에 원석이 재빨리 주변으로 흩트려 버렸다.


“오빠 얼굴은?”


“하아, 바라는 것도 많아. 잠시만 숨 좀 참으세요.”


동일한 과정이 지나고 20대 초반의 앳된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깨끗한 피부와 대조될 정도로 깡마른 생존자는 그동안 맘고생이 심했던 건지 연신 사방을 살펴보느라 눈동자가 가만히 있지 않았다.


당장 말을 나누기 힘들어 보이는 모습에 일행은 [결계]를 치고 식사를 시작했다. 지후가 통조림을 [불]로 데우고 나면 뚜껑을 따고 숟가락으로 먹기 시작한다. 일행들에게 하나하나 건네주고 마지막으로 생존자에게도 음식이 쥐여졌을 때 눈물을 흘리면서도 걸신이 들린 것처럼 먹는 모습에 상규가 자신의 것까지 넘겨주자 웅크려든 몸으로도 거부하지를 못했다.


“천천히 드세요. 여기는 안전해요.”


“고, 고맙습···.”


생존자는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한참이 지나고서도 진정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다혜가 곁으로 가 안아주었다.


“괜찮아요. 이젠 괜찮아요.”


다혜의 품이 따뜻해서일까, 눈물 흘리는 그대로 잠이 들어버린 그 모습에 종철이 스킬을 사용했다.



[큐어]

스킬 시전에 성공했습니다. 대상의 몸에 있는 독소를 제거합니다.



몸에 든 독소를 제거하는 것이긴 하지만 도움이 될까 싶어 사용한 스킬에 생존자의 표정이 조금 더 편안해지는 것이 보였다. 지후와 일행들은 그녀가 깰 때까지 조용히 기다렸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잠에서 깨고 쉬지 않고 뱉어내는 단어였다. 아직 아지트에서도 이렇게까지 하는 사람을 본적이 없는 일행들에겐 너무도 무거운 감사였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볼 수밖에 없는 모습이 아닌가. 동료의 죽음이 그러하듯 이런 모습에도 익숙해져야 함이 아닌가. 다른 것은 몰라도 여기에는 익숙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지후의 가슴에 자리 잡았다. 여기에도 익숙해져버리면 더는, 자신은···.


“혹시 이곳 상황을 얘기해 줄 수 있겠습니까?”


상규가 정중히 생존자에게 물어왔다.


“여긴 지옥이예요. 처음엔 괴물들이 나타나고 정신없이 숨었습니다. 반 지하 원룸, 그것도 화장실에 숨어 꼼짝도 할 수 없었죠. 물로만 배를 채운 게 보름이었습니다. 도저히 배가 고파 참을 수가 없었어요. 바깥에 소리에 귀 기울이다 조용해질 때면 밖으로 나와 음식들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다 한 달이 지나자 새로운 괴물들이 나타났어요. 나는 너무 무서웠어요. 하지만 괴물보다 배고픔이 더 무서운 상태가 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요. 눈앞에 괴물이 있는지 아닌지 그것들은 상관도 없어요. 아무것도 인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먹을 것을 위해 밖으로 나갔다가 결국.”


생존자는 또다시 말을 잇지 못했다. 이대로라면 언제쯤 제대로 된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태였다. 종철이 다시 [큐어]를 시전하고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질문의 종류를 바꿨다.


“아! 아직 이름도 모르네요. 이름이 어떻게 되요?”


“제 이름은 김지영 이예요. 이제 20살이죠.”


“원래 고향이 여긴가요?”


“아뇨, 원래는 부산이 고향이에요. 다대포쪽이죠. 이제 고등학교 졸업하고 일하러 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진정해요.”


일상 얘기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필요한 정보들이 지후와 일행들에게 전해졌다. 김지영은 2차 포탈침공 때 오크들에게 잡혀 공단에 있는 폐공장에 갇혀 있었다고 한다. 단지의 대부분에 사람들이 있었으며 그 수는 몇 만에 이른다고 했다. 괴물들은 사람들을 한꺼번에 모아두고 필요할 때마다 백여 명씩 밖으로 끌고 간다고 했다. 끌고 간 결과물은 일행들이 봤던 쓰레기 더미였다. 다행히 먹다 버린 사체에 층격을 받고 쓰러진 곳이 피 웅덩이였고, 괴물들의 식사가 끝나고 나서야 정신이 드는 바람에 그때까지 살아 있을 수 있었다고 했다.


“그 공단까지 길 안내를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어, 어떻게 하시게요? 그쪽은 사방이 괴물들이 지키고 있는 곳이에요. 이곳에 있는 수보다 몇 배나 많은 괴물들이 지키고 있는 곳이란 말이에요. 이 사람들로는 못가요.”


“방향만 알려줘요. 우리도 알아요. 그냥 정찰만 하는 겁니다.”


상규의 굵직한 저음이 김지영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계속 되었다.


“우린 대구에서 왔습니다. 그쪽은 이미 대다수의 괴물들을 몰아냈죠. 충분히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이제 외부로 나온 겁니다. 지영씨가 보고 있는 우리들은 이미 괴물 수백명을 혼자서도 처리가 가능한 그런 사람들입니다. 지영씨 혹시 각성자라고 들어보셨어요?”


“어? 당신들도 각성자 인가요?”


며칠 전 김지영도 각성을 했다고 한다. 아직 싸우는 법도 모르고, 그런 사람을 만난 적도 없다고 했다.


“하지만 한 달 전까진 쉘터라는 곳이 있어서 그곳에서 나온 각성자들이 괴물들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는 얘기는 들었어요.”


“혹시 쉘터가 어딘지 아십니까?”


“지금은, 하아, 소용이 없어요. 사라져 버렸거든요. 공단 쪽에 있는 사람들 중 절반이상이 쉘터 쪽 사람들이었어요. 저도 얘기만 들은 거죠.”


대화의 방식이 답답했는지 참다못한 종철이 한마디 꺼냈다.


“뭔가 알아 볼 곳이 있어 묻는 겁니다. 이제 정신이 어느 정도 돌아왔다면 시간 절약을 위해 질문에 집중을 해줄 수는 없습니까?”


할 말만을 하는 종철의 입장을 이해는 할 수 있었지만 상규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종철아, 조금만 참자. 응?”


“아니, 지금도 죽어 가···. 알았어 형.”


“시청에 있다고 들었어요. 죄송해요.”


필요한 얘기는 그것이 끝이었다. 더 이상 김지영이 아는 정보가 없었다. 그녀는 풍랑에 휩쓸린 조각배일 뿐이었다. 태풍이 어느 쪽에서 와서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는 사람이었다.


“다혜야, 너랑 동갑이니까 네가 김지영씨랑 같이 좀 있어줘. 뭣하면 몇 마리 잡아서 레벨이라도 좀 올려줘도 되고. 우리는 좀 갔다가 올게.”


“아니 이제 밤이라 불편할 텐데 해 뜨면 가지?”


“시간을 절약할수록 살릴 수 있는 생명이 늘어나.”


지후의 한마디로 끝이었다. 이런 저런 말을 꺼낼 수 없는 단어, 생명. 일행들은 자신들이 하는 일의 최대목표가 다시금 되새겨지는 것을 느꼈다.


다혜와 김지영을 두고 불빛 한 점 없는 거리를 달린 지후와 일행들의 눈에 떼로 몰려있는 괴물들이 보였다. 가는 길 중간에 소규모 무리들이 보였지만 소리 없이 처리가 가능했기에 시간이 지체되는 일은 없었다. 마력이 지후의 눈으로 몰려들고 그 순간 시야가 대낮과도 같이 바뀌었다.


“아무래도 웨어울프들이 내뿜은 마기가 나중엔 문제가 될 것 같네. 흩어지는 것이 아니라 저 무리 사이에 고이고 있어.”


지후의 말이 끝남과 때를 맞춰 괴물들 사이에서 비명이 흘러나왔다.


“살려줘! 제발, 제발 살려줘!”


한두 명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김지영의 말마따나 백에 가까운 사람의 비명이 사방을 뒤덮고 있었다.


“저 씨발놈의 새끼들 저대로 둘 거야? 난 그렇겐 못하겠네. 저 개새끼들은 귓구멍이 막혔나, 비명이 신경 쓰이지도 않나봐. 어여 동철아, 전봇대 하나 뽑아봐라. 그걸로 저 새끼들 귓구멍이나 뚫어줘야겠다.”


원석의 말이 아니더라도 이미 일행의 눈은 붉게 충혈되었다. 저것을 두고 참으면 사람이 아닌 것이다.


“가자”


그 말이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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