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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새벽너울

상경했더니 뼛속까지 연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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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탱
작품등록일 :
2024.02.20 14:20
최근연재일 :
2024.03.01 16:35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276
추천수 :
16
글자수 :
54,337

작성
24.03.01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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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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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씹어먹네 씹어먹어.

DUMMY

감독님의 큐사인을 시작으로 나와 지민씨의 연기가 시작됐다. 청순하고 착한 캐릭터의 지민이 얼굴을 갈아끼운 듯 아까와는 전혀 다른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완전 다르네. 집중하자.'


지민의 그런 모습에 살짝 당황했지만 역시 프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민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고민하다 나는 장사를 마치고 돌아온 어머니의 모습을 생각해 보기로 했다. 그것도 사랑이니까.

퉁퉁 부르튼 손으로 집에 오자마자 밥을 하는 엄마의 모습. 나는 그 모습이 미우면서도 안타까웠다. 내가 조금만 더 빨리 컸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그러면 조금 더 엄마를 도와줄 수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런 내 마음을 거부하듯 다달이 내 월급을 가져가버리는 엄마를 이해하면서도 원망이 가득했으니까.

내가 지금 지민씨를 그런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선택한건지 원망스러우면서도 한 없이 사랑스러운 여자.

나와 지민은 한껏 몰입해 있었다.


"컷! 뭐야. 뭐야? 호영씨! 어떤 연애를 한거야 도대체! 완전 최장수 그자체인데?"


감독님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마도 감독님이 원하셨던 그림이 나온 모양이었다. 지민은 언제 그랬냐는 듯 얼굴을 다시 갈아 끼우고는 자신에게 칭찬해주지 않는 스텝들을 등지고 서서 엄한 코디한테 화를 내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얼떨떨한 칭찬에 머리를 긁적이자 이리 와보라며 모니터 앞으로 나를 불렀다.


"와 이거 뭐. 씹어 먹었네 씹어 먹었어."


감독님의 말에 여러 스텝들도 모니터에 모여들었다.


"대박이야 대박. 내가 원래 신인들한테는 칭찬을 안해. 조금 뜨면 거만해지거든. 근데 장수씨. 아니 호영씨한테는 칭찬을 안할수가 없네."


연이은 칭찬에 민망해진 나는 그저 감사하다며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감독님은 뜻밖의 이야기를 하셨다.


"호영씨. 혹시 노래도 할 줄 알아?"

"노래요? 어떤 노래요?"

"신나는 것도 좋고"


감독님이 대뜸 노래 할 줄 아냐고 물으셔서 혹시 여기서 불러달라는 말인가 싶었다.


"글쎄요. 요즘 노래는 제가 잘 몰라서요."

"꼭 요즘 노래 아니어도 괜찮지."

"그런데 노래는 왜요?"


감독님은 중간의 시나리오를 조금 바꿔 내가 노래하는 장면을 넣고 싶다고 했다. 오늘 연기를 보고 갑자기 생각났다며.


"다음 촬영때까지 두 세곡 정도 준비해봐요."


어떤 노래를 준비해야할까. 역시 최장수가 좋아하고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노래여야 할까. 갑작스러운 제안에 머리가 복잡해졌다.


"알겠습니다."


까짓거 해보지 뭐. 우선 요즘 어떤 노래가 있는지 민호형에게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시 촬영이 시작되고 나와 지민의 촬영이 끝날 때쯤 민후 형이 촬영장으로 들어왔다. 반가운 마음에 민후형에게 다가가려 할 때 지민이 나를 밀치고 민후 형 앞에 섰다.


"오빠. 왜이렇게 늦게왔어?"


밀쳐진 나를 본 민후 형은 지민에게 잠시만 이라고 말하고는 내 앞으로 왔다.


"잘 했어?"

"오빠!"


지민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왜 소리를 질러."

"아니 왜 내 말을 무시해."

"뭘 무시해. 니가 호영이 밀었잖아."


두 사람의 말 다툼에 끼어들 틈이 없었다.


"여기저기 다 상전으로 모시네 아주."


결국 지민은 또다시 나를 째려보고는 휙 가버렸다.


"어떻게 해요?."

"뭘 어떡해. 놔둬."

"근데 형 지민씨랑 아는 사이었어요? 저번에는 지민씨 하더니."

"응. 어릴 때부터 같이 연기했으니까. 사석에서는 오빠 동생 하는데 공석에서는 존대하지. 어릴 때부터 여기저기서 오냐오냐 했더니 버르장머리가 없어. 맞다 호영아."

"네?"


민후 형은 우선 조용한 곳으로 가자며 자신의 차로 나를 데려갔다. 그리고는 박성민과 어떤 사이냐고 물었다.


"엥? 갑자기 박성민? 그 분 우리 회사 선배잖아요."

"니네 회사인건 나도 알지. 너 혹시 박성민이랑 무슨 일 있었어?"

"아니요? 그냥 저를 이유 없이 조금 싫어한다 정도?"


민후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손으로 턱을 괴었다.


"왜요 형. 무슨 일 있어요?"

"박성민이 네 얘기를 여기저기 안좋게 하고 다니나봐. 나처럼 널 아는 사람들은 괜찮은데 모르는 사람들한테 그런 이야기를 하니까. 아직 니가 신인이라 찌라시 이런건 안도는데 암튼 조심해. 지민이랑 박성민이랑 연인인건 알아?"

"네에?"


박성민이랑 지민씨랑 연인이라고? 그래서 나를 못잡아 먹어서 안달이었던 거야?


"몰랐어요. 그런 말 못들어봐서."

"친한 사람들만 아는 이야기라. 회사 사람들도 알고. 몰랐구나. 아마 지민이도 오늘 박성민 때문에 그랬을거야. 원래 까칠하고 싸가지 없긴 해도 안하무인은 아니었거든. "

"아..."

"내가 아린 실장님한테 이야기 해볼까?"

"아니요. 해도 제가 해야죠. 괜찮아요. 알려줘서 고마워요 형."

"혹시 무슨 일 있음 무조건 말해. 그래도 내가 그놈들보다 더 오래 이바닥 생활 했으니까."

"그럴게요 형. 하하."


나는 그 후로도 형이 촬영에 들어갈 때까지 차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회사로 돌아왔다.


'그러니까 박성민이 나에 대해 안좋은 이야기를 하고 다닌다 이거지. 증거도 없는데 다짜고짜 말하는 것도 그렇고. 조금 더 지켜보자.'


당장이라도 달려가 왜 그러냐 묻고 싶었지만 증거도 없을 뿐더러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자신의 자리를 빼앗겼다 생각하고 화풀이 하는 것 같아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 그리고 민후 형에게 오늘일은 민호 형에게도 말하지 말아달라고 미리 부탁했다. 혹시 민호형까지 알게 되면 실장님이 알게 되는 것도 시간문제니까.


"호영아!"


주차를 하고 온 민호 형은 로비에 서서 기다리고 있는 나를 불렀다.


"아까 민후랑 무슨 얘기 했어?"

"응? 아 그냥 연기 얘기. 아 형. 감독님이 노래 몇 곡 준비 해오라고 하던데 요즘 어떤 노래가 좋아?"

"노래? 너 노래는 할 줄 알아?"

"알지 당연히."

"그럼 이따 코노 가서 한 번 골라보자."

"코노가 뭐야."


아 맞다 하며 민호는 자신의 이마를 탁 쳤다. 내가 어디서 왔는지 잠시 잊은 듯 했다.


"이따 가보면 알아. 우선 사무실 가야지?"


나와 민호는 아린의 전화를 받고 사무실로 가던 길이었다. 그런데 사무실 앞에서 또 마주치고 싶지 않은 얼굴을 마주치고 말았다.


"안녕하십니까."


나와 민호는 씩씩 거리고 있는 성민에게 인사를 했다. 오늘은 또 무슨 일로 화가 난건지 어깨가 하늘 위로 솟아있었다.


"진짜 뭐 만한 새끼가. 야 인사하지마."


갑자기 날아든 욕에 순간 이성을 잃을 뻔 했다.


"성민씨. 욕은 하지 맙시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호영이 선배면 선배 답게 좀 굴어요."

"뭐라구요? 누가 저런 후배 갖고 싶다고 했어요? 어디서 쓰레기 같은거 하나 주워와서는."


더이상 참을 수 없어 한 마디 하려는 순간 민호의 손이 성민의 얼굴 앞까지 다가갔다. 다행히 때리지는 않았지만 조금만 더 가까이 갔어도 성민은 날아갔을 것 같았다.


"뭐, 뭐야.. 지금 저 새끼 때문에 나를 치려고 한거야?"

"내 소중한 배우야. 어디다 욕짓거리야. 그런 마음 심보 가지고는 이바닥 생활 오래 못해. 대충 들어보니 요즘 여기저기 호영이 소문 안좋게 하고 다닌다며. 아니 다른 소속사도 아니고 같은 소속사끼리 그래야해? 이거 전부 아린 실장님 알고 계셔? 말씀드려도 되지."


성민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여러번 호영이 까내리려다 오히려 욕먹었겠지. 그러니까 이제 다른 수를 쓴거고. 더이상 호영이 건들면 나도 안참아."

"누가 보면 몇 십년 매니저 한 줄 알겠네. 니까짓게 안참으면 어쩔건데."


성민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민호를 말리고 성민의 앞에 섰다. 성민은 한 쪽 입꼬리를 올려 비웃으며 비아냥 거렸다.


"어쭈. 니가 막아서면 내가 겁이라도 낼 줄알고?"


성민은 손가락 하나로 내 볼을 툭툭 쳤다. 나는 성민의 손을 낚아채 허공으로 쳐 버린 후 성민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어이 선배. 선배라는 호칭도 아까우려고 하네. 지민씨 그쪽 여자 친구라면서요? 무슨 소리를 하고 다니는지는 모르겠지만 헛소리 작작하고 다녀요. 나도 참는데 한계가 있어. 민후 형 봤을 때는 유명한 배우라해도 예의 바르고 겸손한 줄 알았는데 소문대로 개차반도 많긴 많네?"

"개... 개 뭐?"

"나잇값 하라고. 말 섞기도 싫다. 민호형 들어가요. 실장님 기다리시겠다."


어깨로 성민을 밀어내고 민호 형의 팔을 끌고 사무실로 들어가려 하자 성민은 더 발악했다.


"박 실장이 왜 그렇게 못 키워 안달났나 했더니 혹시 실장이랑 그렇고 그런 사이? 호빠 출신이야 너? 부모도 없다며? 형만 있고."




이성의 끈이 결국 끊어져 버렸다. 나는 뒤를 돌아 그대로 성민의 얼굴에 주먹을 내리 꽂았다. 윽 하는 소리와 함께 성민은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금방 일어나 다시 칠 기세로 달려들려 하자 민호가 성민을 뒤에서 끌어안았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더니. 어이. 내가 니자리 뺏을까봐 그렇게 겁나냐? 아무것도 모르는 신인한테 쫄아서 발악하는게 꼭 범 앞에 개새끼 같은데."

"닥쳐. 왜 하필 여기야. 다른 소속사로 꺼져."

"니가 왜 지랄이야. 내가 여기 있든 말든. 절이 싫으며 중이 떠나야지. 니가 떠나. 진짜 이번이 마지막이다. 쓰레기 새끼야."


그때 소란스러운 소리에 아린이 문을 열고 나왔다. 입가에 피를 흘리고 있는 성민의 얼굴을 보고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뭐야. 왜이래. 두 사람 싸웠어?"

"그럴 일이 있었어요. 들어가서 말씀드릴게요."


민호는 성민을 놓아주고 나와 아린의 어깨를 잡고 사무실 안으로 밀었다. 소파에 앉자 손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무슨일이야. 성민씨가 뭐라고 했어요?"

"실장님 저 새끼 왜 저런거예요? 뭐 호영이한테 광고라도 뺏겼어요?"

"아니? 뺏길 광고라도 있나. 왜 그래. 무슨 일인데. 호영씨한테 뭐라고 했어?"

"난리도 아니예요. 지민씨한테 무슨 말했는지 지민씨도 촬영장에서 사사건건 시비고 오늘도 그렇고. 다른 소속사로 떠나라는 둥. 누가 보면 호영이가 자기 자리 뻇은 줄 알겠더라구요. 오디션 못봐서 그런건가?"

"흐음. 성민씨가 뭔가 착각하고 있나보네. 내가 잘 이야기 할게요. 호영씨도 화 풀고. 아무래도 그냥 두면 안되겠네."

"화는 다 풀렸어요. 지 혼자 헛소리 하는 놈한테 화내봐야 제 손해죠. 그건 그렇고 아까 전화주신 이야기는 뭐예요?"


아린은 아차 하며 책상에서 종이 두장을 가지고 왔다.


"지난 번 기자님 기억나시죠? 스포츠 누리. 다음주 수요일에 영화팀 전체 인터뷰가 있다고 해서요. 예상 질문지를 보내주셨거든요."

"아. 그럼 민후형이랑 다 같이 나가는 건가요?"

"그렇죠. 감독님, 작가님, 민후씨, 지민씨, 호영씨. 그리도 김동환 선생님도 같이요."

"저만 신인인데 어부지리로 끼인 듯 하네요. 하하."

"어부지리는요. 이 인터뷰 잘 하면 홍보가 잘 될 것 같아요. 너튜브에도 올라갈거라."

"너튜브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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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씹어먹네 씹어먹어. 24.03.01 18 1 11쪽
10 멜로 눈알을 가져라. 24.02.29 14 1 11쪽
9 천재 아니야? 24.02.28 15 1 10쪽
8 피터지는 기싸움 24.02.27 20 1 11쪽
7 떨리는 첫 리딩연습 24.02.26 23 1 11쪽
6 2차 오디션 24.02.24 26 1 12쪽
5 새로운 신분으로 +1 24.02.23 30 2 11쪽
4 행님. 지 맞습니더. 24.02.22 28 2 11쪽
3 내 원래 나이는 말입니다. 24.02.21 25 2 11쪽
2 40년이나 지났다고? 24.02.20 30 2 11쪽
1 가난한 엿장수의 아들 +2 24.02.20 48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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