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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새벽너울

상경했더니 뼛속까지 연예인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드라마

방탱
작품등록일 :
2024.02.20 14:20
최근연재일 :
2024.03.01 16:35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280
추천수 :
16
글자수 :
54,337

작성
24.02.20 14:22
조회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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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40년이나 지났다고?

DUMMY

낯선 소리에 잠시 감았던 눈을 떴다.

분명 마지막 밤 기차를 탔는데 밖이 훤했다.


"뭐야. 잠깐 눈만 감았을 뿐인데 낮이라고? 잠이 든거야? 여긴 어디야?"


그때 서울임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들렸다. 어젯밤엔 분명 텅텅 비어있던 좌석들은 사람들로 꽉 차 있었고 내가 탔던 기차가 아니었다. 어리둥절한 나는 일단 기차가 멈추자 빠르게 뛰어내렸다. 북적이는 사람들 사이에 멍하게 주위만 두리번 거렸다.


"이거 꿈인거야? 뭐야 도대체."


우선 사람들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걸었다. 울산으로 향하던 기차가 왜 서울에 도착했는지, 잠깐 눈을 감았다 떳을 뿐인데 왜 밤에서 낮으로 바뀌었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저기요"


양복을 입고 바쁘게 걸어가는 아저씨를 붙잡았다.


"여가 서울인교?"

"네. 서울역이잖아요."


아저씨는 이상한 사람이라는 표정으로 다시 바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니 자신이 알던 세계가 아닌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종종 서울의 모습을 목공소 티비로 봤지만 그 모습과는 전혀 딴 세상이었다. 사람들은 손에 이상한 물건을 들고 있었고 쉴새없이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다.


"환장하것네."


형에게 전화라도 하려면 공중전화가 필요했다. 하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공중전화를 찾을 수가 없었다. 다시 울산으로 돌아가는 방법을 찾아야했다. 다시 안으로 들어가 울산행 티켓을 끊으려고 했다.


"울산이요"

"ktx 말씀하시는거죠? 53000원입니다."


이상한 마이크를 쓴 안내원의 말에 뒤로 나자빠질 뻔했다.


"예? 얼마요?"

"53000원 입니다."

"아니 무슨 기차표 값이 53000원입니까? 지금 시골서왔다고 무시해요?"

"네? 아니 그게 아니라 서울에서 울산까지 가는 ktx 표 값이 53000원이 맞습니다."


안내원은 난처한지 다시 한 번 가격을 이야기 하고는 손가락으로 위쪽을 가리켰다. 위로 올려다보자 차표 가격이 적혀 있었다. 아무리 서울과 울산이 멀다고는 하지만 10배가 넘는 가격이라니. 그래도 일단은 돌아가야 했기에 사장님이 챙겨주신 봉투안에서 주섬주섬 돈을 꺼냈다.


"아니 뭔 기차표가 나참."


기차표를 받아 든 나는 다시 한 번 난관이 찾아왔다. 어디로 가야할지 길을 찾을 수가 없었다. 나가는 구멍이 이렇게 많다니. 나는 지나가는 사람을 다시 붙잡아 물어보고 열차를 타는 번호를 찾아 이동했다. 그런데 기차표에 낯선 숫자들이 적혀 있었다.


2023.12.15 14:00


응? 이게 뭐지? 기계가 고장이 났나? 분명 1982년인데. 어리둥절하게 표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내게 말을 걸었다.


"저기"


고개를 들자 핑크색 정장을 입고 있는 긴 머리의 여자가 나를 부르고 있었다.


"저요?"

"네. 혹시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남의 나이를 와 물어보는교."


서울은 이상한 사람 천지라더니. 다짜고짜 나이를 물어보고 자신이 누군지도 말하지 않는 여자를 경계했다. 여자는 이쁜 미소를 지으며 두 손으로 진정하라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아 놀라셨죠. 안녕하세요. 저는 박아린이라고 합니다."


여자는 작은 종이 하나는 내밀었다. 박아린이라는 여자의 명함인듯 보였다.


[h&g 기획

이사 박아린]


이사? 이사면 엄청 높은 사람 같은데.


"안녕하세요. 저는 최호영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무슨일로."

"아 혹시 연예인 관심있으세요?"

"예?"


그때 열차가 들어오고 있다는 안내방송이 들려왔다.


"일단 저는 지금 울산으로 가야해요. 연예인은 관심 없습니다."


나는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들어오는 기차에 올라탔다. 그러자 여자는 다급한 듯이 소리를 질렀다.


"꼭 찾아오세요! 마음 바뀌시면!!"


좌석에 앉아 창밖을 보자 여자는 신나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민망함에 인사를 하고는 고개를 돌렸다. 2023년이라 적힌 기차표. 연예인 생각이 있냐고 물어오던 여자의 명함. 나는 너무 혼란스러웠다.


"이게 대체 뭔일이고. 아 돌겠네. 아니 공중전화도 없고 워째 돌아가는겨."


머리를 벅벅 긁어보지만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서울에서 울산까지 적어도 5시간은 족히 걸릴거라 생각하니 갑자기 배에서 꼬로록 소리가 났다. 매점에서 달걀이라도 사올걸 후회가 밀려왔다.


"자 그럼 이제 정리를 해보자."


계속 중얼거리는 내가 이상했는지 통로 옆 좌석의 남자가 힐끔 쳐다보는게 느껴졌다. 속으로 정리해보자.


울산가는 밤기차를 탔는데 눈을 떠보니 서울이고 기차표에는 2023년이 적혀있다. 그런데 아직은 진짜 2023년인지 알 수 없다. 낯선 여자는 다짜고짜 연예인을 하란다. 사기꾼이겠지. 만약 울산을 갔는데도 형을 못찾으면 어쩌지?


이런저런 잡생각을 하다 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버렸다. 잠결에 혹시나 울산을 지나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눈이 번뜩 떠졌다. 마침 울산이라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벌써 도착한건가? 3시간도 채 안됐는데. 서울에서 오는 기차는 다른가보네."


나는 입가에 흐른 침을 대충 손으로 닦아내고 기차에서 내렸다. 그런데 서울역과 별반 다른게 없었다. 사람들이 나오는 쪽을 따라 나왔지만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했다. 입구 근처에 있는 안내데스크로 가 공중전화가 있냐 물어보았다.


"공중전화요?"


이상한 사람이라는 듯이 쳐다보는 눈빛. 아까 서울역 표 끊어주던 아가씨와 같은 표정이었다.


"네. 아무리 찾아도 없네요."

"급하시면 이거라도 잠시 쓰시겠어요?"


여자는 조그만한 기계를 하나 내밀었다.


"네? 이게 뭔데요? 무전기라예?"

"네? 핸드폰.."

"그게 뭔데요."

"전화기잖아요."


여자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 미친놈이라도 본 듯 사색이 되어갔다. 그리고는 손짓을 하더니 한 남자를 불렀다.


"무슨 일이십니까."

"아 공중전화를 찾는데 이 아가씨가 이 무전기를 쓰라길래요."

"핸드폰을 모르십니까?"

"네 뭔지 모르겠습니다."

"집은 어디십니까?"

"경주요. 저 미친놈 아인데요."

"아 그런 의미가 아니라. 아무튼 이렇게 전화하시면 됩니다."


남자가 알려준 방법대로 형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여보세요. 형!

-네 홍콩반점입니다.

-어? 혹시 최호민씨 계십니까?

-누구요? 그런 사람 없습니다.


이내 화면이 어두워졌다.


"형이 없다니 이게 무슨 일이고. 여가 맞다고 했는데."

"무슨 문제 있으십니까?"

"아닙니다. 일단 감사합니다."

"혹시 묵을 곳이 필요하시면 기차역 맞은편으로 가면 모텔촌이 있습니다."

"모텔촌은 뭔데요?"

"음. 숙소요. 여관 같은."

"아 감사합니다."


나는 인사를 하고는 돌아섰다. 그때 다시 돌아가 남자에게 물었다.


"지금이 몇년도 입니까?"

"네? 2023년도 입니다."

"하 나참. 감사합니데이."


맞구나 2023년이. 그럼 기차를 타고 울산을 가는동안 여기 온거란 말인가. 그럼 울산으로 돌아오면 다시 돌아와야지 왜 그대로지?

정신없는 머리를 마구 흔들었다. 난데없이 2023년에 떨어져버렸으니 집도, 돈도, 나도 없는거나 마찬가지었다. 이 정신없는 와중에도 배에서는 소리를 지르고 난리가 났다. 뭐 어쩌겠노. 밥부터 먹어야지.

나는 기차역을 빠져나와 역 앞에 있는 해장국 집으로 향했다. 오는 길을 둘러보니 정말 내가 살던 시대와는 너무나 달랐다. 40년이 훌쩍 지난 시간이니 그렇기도 하겠지. 나는 자리에 앉아 해장국 한그릇과 밥 두공기를 시키고는 미친듯이 먹어치웠다. 배라도 든든해야 정신을 차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마지막 국물까지 쪽 빨아마시고는 계산을 하기 위해 계산대로 갔다.


"얼만교."

"13000원 입니다."

"예? 해장국 한그릇에 밥 두공기인데?"

"해장국 한그릇이 12000원에 밥이 하나 무료로 나가고 한그릇 추가하셔서 13000원 입니다."


기찻값부터 시작해서 해장국까지. 돈을 꺼내는 손이 덜덜 떨리는 기분이었다.


"아무리 세월이 이래 지나도 그렇지. 무슨 해장국 한그릇에 참."


혀를 끌끌 차며 밖으로 나온 나는 거기서 움직일 수 없었다. 갈데가 없으니까. 이미 시간은 저녁 6시가 넘은 듯 했고 겨울이라 날이 빨리 어두워졌다. 일단은 숙소를 찾아야 하는데 가격을 생각해보니 만만찮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밖에서 잘 수도 없고. 일단은 아까 남자가 말했던 모텔촌으로 향했다. 예전 여인숙들과는 달리 번쩍거리는 불에 머리가 다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1박에 5만원. 한달내내 일해도 50만원도 채 안되게 벌었는데 하루 방값으로 5만원이 나가다니.


"요 세상은 아주 도둑놈들 세상이네."


어휴.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왕 왔으니 여기서 살아야만 한다. 그런데 일이라도 하려면 신원이 있어야하는데. 40년을 넘어 온 내 흔적이 이곳에 있을까? 얼굴은 갓 스무살인데 60이 넘었다고 하면 믿어라도 줄까. 또다시 머리가 복잡했다. 그때 아까 받았던 명함이 눈에 들어왔다. 연예인은 개뿔, 그래도 일자리 정도 부탁하면 들어주시려나. 사정을 설명하면 괜찮지 않을까? 에이, 누가 믿어 미친놈이라고 내쫓기기만 하지. 계속 앉았다 누웠다 명함을 봤다 내려놨다 반복했다.


"뭐 달리 답이 있어? 일단 내일 한 번 찾아가보기나 하자. 아니면 전화라도 해보던가."


나는 부른 배를 문지르며 그대로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시끄러운 전화벨 소리에 눈이 떠졌다.


"손님 퇴실시간입니다."


시계를 보니 11시였다. 아니 저녁 다 되서 들어왔는데 벌써 나가라는거야?


"예"


나는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끊고는 대충 씻고 나왔다. 그리고 모텔의 전화기로 명함에 있는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 네 여보세요 누구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어제 그 기차역에서 봤던...

-아! 안녕하세요. 호영씨? 맞죠?

-예. 혹시 만나뵐 수 있을까요?

-그럼요. 저희 회사로 오시겠어요?


나는 지금 울산이고 서울 길을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자 여자는 흔쾌히 기차 도착시간에 맞춰 기차역으로 나오겠다고 말했다.


-그렇게까지 번거롭게 해드려도 되는지 모르겠네예.

-당연히 그렇게 해도 돼요. 제가 보석 찾는 촉이 좋아서요.

-보석이예?

-하하. 아무튼 그럼 이따 기차역에서 뵐께요.

-예


전화를 끊고는 바로 모텔을 나와 기차역으로 향했다. 또다시 53000원을 내려니 속이 쓰렸지만 일자리만 얻을 수 있다면야.

그렇게 왔던 길을 되돌아 서울역에 도착해 입구로 나가자 어제 봤던 박아린이라는 여자가 까만 정장을 입고 서 있었다. 어제는 당황스러워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키고 크고 늘씬한게 아주 이쁜 여자였다.


"반가워요. 호영씨. 우선 제 차로 갈까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여자를 따라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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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경했더니 뼛속까지 연예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1 씹어먹네 씹어먹어. 24.03.01 18 1 11쪽
10 멜로 눈알을 가져라. 24.02.29 14 1 11쪽
9 천재 아니야? 24.02.28 16 1 10쪽
8 피터지는 기싸움 24.02.27 21 1 11쪽
7 떨리는 첫 리딩연습 24.02.26 23 1 11쪽
6 2차 오디션 24.02.24 26 1 12쪽
5 새로운 신분으로 +1 24.02.23 31 2 11쪽
4 행님. 지 맞습니더. 24.02.22 28 2 11쪽
3 내 원래 나이는 말입니다. 24.02.21 25 2 11쪽
» 40년이나 지났다고? 24.02.20 31 2 11쪽
1 가난한 엿장수의 아들 +2 24.02.20 48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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