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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새벽너울

상경했더니 뼛속까지 연예인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드라마

방탱
작품등록일 :
2024.02.20 14:20
최근연재일 :
2024.03.01 16:35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274
추천수 :
16
글자수 :
54,337

작성
24.02.24 15:03
조회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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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차 오디션

DUMMY

"호영씨. 오디션장에서 연기를 엄청 잘했다면서요? 김감독님이 직접 전화주셨어요. 어디서 이런 사람을 찾았냐고."


사무실로 들어가자 아린이 웃으며 반겨주었다. 이미 감독님이라는 사람에게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원래 직접 전화하고 그러시는 분 아닌데 호영씨를 정말 좋게 보셨나봐요. 차기작 이야기까지 벌써 하시던데요? 아직 영화 시작도 안했는데."

"아휴 민망스럽게. 다 민호씨랑 박이사님 덕분이죠."

"아니죠. 호영씨 능력이죠. 제가 보석이라고 찾아낸건 맞지만 더 반짝반짝 닦는 건 호영씨 몫이니까요. 기분도 좋은데 오늘 한잔 할까요?"


아린은 조촐한 회식을 제안했다. 하지만 오늘 형이 올라오기로 한 날이라 일찍 숙소로 가봐야했다.


"아 오늘 형님 올라오세요? 지난주도 오셨지 않아요?"

"네. 오늘은 조카도 데려온다고 하시네요."

"조카분은 호영씨 존재를 아시는거예요?"


형은 아직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못했다고 한다. 직접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해야 믿을 것 같다며 오늘 함께 올라오기로 했다.


"조카분 나이가 어떻게 돼요?"

"아들은 서른 둘, 딸은 서른 이라고 하더라구요. 딸은 일찍 시집 갔는데 신랑이 해외에서 근무중이라 따라갔다고 하고 현재는 아들이랑 둘이 펜션 운영 중이라고 하고요."

"음 그렇구나. 그럼 회식은 다음에 하기로 해요. 얼른 가보세요."


화사하게 웃는 아린에게 인사를 하고 나는 사무실을 나왔다. 숙소 앞에 도착하자마자 형의 차가 보였다. 형은 나를 보자 차에서 내렸다. 함께 내린 조카는 나를 멀뚱멀뚱 바라보았다.


"인사하그라. 삼촌이다."

"아버지. 삼촌이랑 나이차이가..."

"얘기하면 길다. 일단 삼촌 숙소로 들어가자."


여전히 어리둥절해 하는 조카와 형님을 데리고 숙소로 올라왔다. 나는 냉장고에서 음료를 꺼내 두 사람 앞에 놓아주었다. 형은 그동안의 내 이야기를 했지만 조카는 믿지 않았다.


"그럴줄 알았어."

"우리 아버지 속이려는 거죠?"

"무슨... 못믿을 이야기지. 나라도 못믿을거야."

"유전자 검사해요."


조카는 갑자기 유전자 검사를 하자고 했다.


"그게 뭐야?"


나는 유전자 검사라는 걸 알지 못했다. 형은 두 사람이 진짜 친 형제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검사를 해보자는 것이었다.


"그런게 있었어? 그럼 당연히 해야지. 조카가 원하면 당연히 해야지."


화를 내고 싫다고 할 줄 알았던 내가 당연히 해야한다고 찬성하고 나서자 조카는 당황한 눈치였다.


"정호야 꼭 해야겠냐? 아버지를 한 번 믿어보지."

"아버지는 믿지만 이 사람은 못믿겠어요. 무슨 기차를 탔는데 시간 여행을.. 아버지라면 믿겠어요?"

"믿으니까 여기 있지. 사람이 감이라는게 있다. 야는 내 동생이 확실하다."

"후.. 일단 검사 결과가 나오면 그때는 저도 믿을게요. 그런데.. 아버지 숨겨둔 아들은 아니죠?"

"이 미친놈이 정신이 나갔나. 내가 그럴 사람이가."

"그건 아니지만.."

"헛소리 말고 검사해라 그래 못믿으면."


조카는 더이상 말을 하지 못하고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 형의 호통에도 유전자 검사는 진행할 모양이었다. 조카는 내 머리카락과 형의 머리카락을 몇 가닥씩 뽑아 작은 종이에 접어 넣었다.


"그럼 저는 먼저 가볼게요. 서울 대학 병원에 친구가 있어서 직접 부탁하고 경주로 내려갈게요."

"그래라. 근데 니가 인정을 하든 안하든 니 삼촌인건 분명하다. 똑바로 예의 갖춰서 인사 드리고 가라."

"아버지 그건 결과 나오면..."

"하고 가라."


조카는 어색한 자세로 쭈뼛거리며 고개를 숙였다. 이 상황이 우스웠지만 조카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씁쓸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조카는 곧바로 숙소를 나갔다.

형과 나는 숙소 근처 횟집으로 향했다. 소주에 회를 먹으며 오디션 이야기와 며칠동안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를 또 한보따리 풀어냈다. 어릴때는 무뚝뚝한 형과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했었다. 아마 장남이라는 무게가 형을 더 무뚝뚝하고 어둡게 만들지 않았을까. 가난과 장남. 이 두 단어만으로도 형의 어깨는 많이 짓눌렸을 것 같았다. 형과 조촐하지만 거한 저녁식사를 한 후 형은 숙소에서 자고 다음날 바로 경주로 내려갔다. 유전자 검사는 열흘 뒤에나 결과가 나온다는 말을 들었다. 그때 다시 올라오겠다고 했다.


형이 간 후 나는 2차 오디션 준비를 시작했다. 어떤 연기를 시킬지 몰라 받은 대본 안의 모든 캐릭터를 연구하고 연습했다. 가장 탐나는 역은 단연 악역이었다. 주인공을 사지로 몰아넣는 악 중의 악. 그런데 이 역할은 너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서 신인인 내게는 절대 올리 없는 배역이었다.

처음에는 질색팔색했던 연기라는게 점점 재미있어 졌다. 하나의 인생을 살아야하는 일반 사람들과 달리 배우는 여러가지의 삶을 살아볼 수 있다. 물론 영화, 혹은 드라마라는 한정된 틀 안에서의 이야기지만 그 역시도 행복했다. 가장 행복했을때는 재벌 2세 연기를 연기했을 때였다. 생각보다 생소한 단어들이 많아 고생했지만 사람사는게 다 똑같지 않은가. 대본을 보면서 모르는 부분은 폰으로 검색도 하며 나름 이 세상 공부도 할 수 있었다.


2차 오디션 당일. 나는 영화 사무실로 찾아갔다. 이번 오디션은 개개인으로 보는 오디션이라 시간을 정해 한 사람씩만 오디션을 보는 방식이었다. 조심스레 노크를 하고 들어간 방 안에는 지난 번 검은 모자를 쓰고 있던 남자와 여자 한 분이 앉아 있었다.


"어서와요 호영씨."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감독님이 극찬을 하던 분이시라던데."

"아휴 아닙니다."

"정식으로 인사드리죠. 저는 김만호 감독입니다. 이 분은 정지은 작가님."


감독은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나도 모르게 두 손을 내밀었다.


"하하하. 긴장하셨나보네. 이번이 첫 오디션이라면서요? 예전에 연극을 하셨다거나 연기를 따로 하신적이 있으세요?"

"아니요. 이번에 처음 했습니다."

"와 그런데 너무 자연스럽던데."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시작할까요?”

“아니 잠시. 혹시 이번에도 지난번처럼 대사 다 외우고 계세요? 전 캐릭터?”


나는 그렇다고 답했다.


‘암기력 테스트 하려고 그러나.’


“그럼 최장수 역할 대사 한 번 해보실래요?”

“최장수요?”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최장수는 내가 탐내던 악역이었다. 완전 생 초짜에게 주기엔 비중있는 배역이었다.


“제가 최장수를요?”

“호영씨. 하하. 그냥 연기력을 보려는 겁니다. 그 캐릭터에 캐스팅 하려는게 아니라.”


감독이 말에 괜히 얼굴이 붉어졌다. 그럼 진작 그렇다고 말하지. 괜히 기대했네.

나는 가장 인상 깊었던 씬을 연기하기 시작했다. 악역이 주인공을 배신하고 그룹의 오너가 되는 장면이었다. 최장수라는 캐릭터에 매력을 느꼈던 건 이 장면 때문이었다. 세상 가장 나쁜놈이지만 가장 회사를 사랑한 남자. 너무 가난했기에 욕심이 생길 수 밖에 없었던 사람. 이 사람의 과거 회상 장면을 보면 꼭 나의 어린 시절인 것 같았다. 이 사람은 악을 선택했고 나는 그저 평범함을 선택했다는 것만 다를 뿐이었다. 내가 잘나고 착해서가 아니라 평범함밖에 생각할 수 없었으니 선택이 달랐겠지.

나는 지난번과 같이 주인공의 대사와 최장수의 대사를 번갈아가며 연기했다. 열번째 대사를 연기 하려고 할 때 감독은 손을 들었다. 그러자 작가님이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와 감독님 말이 정말이었네요. 그걸 어떻게 다 외웠어요?“

”그냥 연습하다 보니까. 같이 해줄 사람이 없어서 두가지를 다 하다보니 외워졌습니다.“

”천재 아니야? 연기 천재? 연기도 처음 하는 사람치고 나쁘지 않았어요. 진짜 연극 몇 년 한 사람 같아.“


연이어진 극찬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우리 같이 하기로 하는거 일단 비밀로 하시구요. 캐릭터는 조만간 연락 드리겠습니다.“

”아 여기 왔던걸 비밀로 하자는..?“

”하하하. 우리랑 같이 하자구요. 같이 대박 내보자구요.“


비밀로 하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 몰라 어리둥절하게 앉아있자 감독님이 캐스팅 되었다고 말해주었다. 순간 너무 기뻐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우여곡절 많은 인생에 첫 성공이었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고개를 연신 숙였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최호영씨. 지금 이 마음 잊지 마세요.“

”네.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첫 대본 리딩때 뵙겠습니다.“


나는 또다시 감사하다는 인사를 한 뒤 방을 나왔다.

연기는 정말 관심이 없었다. 잘한다는 생각도 못했다. 먹고 살아야하니 묵묵히 해보려고 했던 것이었는데. 40년을 거슬러 온 이유가 이거였을까.

나는 얼른 아린에게 전화를 걸었다.


- 이사님! 저 됐어요 됐어!

- 와! 진짜요? 축하해요! 어떤 배역이예요?

-조만간 연락 주신대요. 아마 단역이겠죠. 그래도 행복합니다.

- 치. 처음에 안하겠다고 하시고서는. 아무튼 너무 축하해요. 오늘은 진짜 축하주 한 잔 해야겠어요. 빨리 사무실로 오세요.


알겠다는 대답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영화사 건물을 나오자 낯익은 차가 서 있었다. 민호였다. 올때는 민호가 일이 있어 같이 오지 못했지만 일을 끝내고 와서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얼른 문을 열고 앉아 민호의 얼굴은 보지도 않고 소리를 질렀다.


“민호씨!! 됐어! 됐다고!!”


원래 같으면 함께 환호해야할 민호가 조용했다. 나는 얼굴을 가리고 있던 손을 내리고 옆을 쳐다봤다.


“누구세요?”


낯선 여자가 운전석에 앉아 있었다. 누구냐고 묻는 나를 이상한 사람이라는 듯 여자는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


“그쪽이야 말로 남의 차에 타서 뭐하는거예요.”


여자는 기분 나쁜 말투가 아닌 차분한 말투로 설명했다. 그제서야 민호의 차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당황하자 그간 고쳤던 사투리가 튀어나왔다.


“아이고 미안하니데이. 차를 착각 했는 갑다.”


나는 얼른 차에서 내렸다. 문을 닫는 순간까지도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여자는 호탕하게 웃으며 괜찮다고 했다. 민망함에 문을 닫고는 지하철 역으로 냅다 뛰었다.


“정신차려 미친놈아. 단역 캐스팅 한 번 됐다고 호들갑은. 아휴.”


지하철 역을 내려가는 동안 머리를 쥐어박았다. 그래도 아프지 않았다. 기분이 좋았으니까.

잠시 후 도착해 사무실 문을 열자 민호가 폭죽을 터뜨렸다.


“아이쿠 깜짝이야.”

“축하해요 호영씨! 첫 오디션에 합격이라니! 제가 다 뿌듯하네요”

“다 민호씨랑 이사님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나중에 제가 다 갚을께요.”

“저는 한게 없죠.“

”민호씨가 저를 믿어 주셨고 챙겨 주셨잖아요. 저라면 못했을텐데. 진짜 감사합니다.“


아린은 앉아서 이야기 하자며 나를 소파로 끌어당겼다.


”호영씨 축하해요. 이제 본격적으로 준비를 해야하니까 매니저 붙여 드릴게요.“

”아니 무슨 매니저까지. 혼자 다닐 수 있습니다.“

”그건 우리 소속사 체면이 안서죠. 그래도 국내 최고 소속사 중 한 곳인데. 매니저는 민호씨가 할거예요.“

“네? 민호씨 연예인 아니었어요?”


저 잘생긴 외모에 연예인이 아니라고? 나는 그동안 민호가 바쁘지 않아 나를 잠시 도와준다고 생각했는데 민호가 매니저라니. 나보다 잘생기고 훤칠한 사람이 왜 매니저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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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경했더니 뼛속까지 연예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1 씹어먹네 씹어먹어. 24.03.01 16 1 11쪽
10 멜로 눈알을 가져라. 24.02.29 14 1 11쪽
9 천재 아니야? 24.02.28 15 1 10쪽
8 피터지는 기싸움 24.02.27 20 1 11쪽
7 떨리는 첫 리딩연습 24.02.26 23 1 11쪽
» 2차 오디션 24.02.24 26 1 12쪽
5 새로운 신분으로 +1 24.02.23 30 2 11쪽
4 행님. 지 맞습니더. 24.02.22 28 2 11쪽
3 내 원래 나이는 말입니다. 24.02.21 25 2 11쪽
2 40년이나 지났다고? 24.02.20 30 2 11쪽
1 가난한 엿장수의 아들 +2 24.02.20 48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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