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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새벽너울

상경했더니 뼛속까지 연예인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드라마

방탱
작품등록일 :
2024.02.20 14:20
최근연재일 :
2024.03.01 16:35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279
추천수 :
16
글자수 :
54,337

작성
24.02.2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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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새로운 신분으로

DUMMY

형은 가게 문을 닫고 펜션 위층으로 나를 데리고 올라갔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형은 펜션과 편의점을 함께 운영하고 있었다.

펜션 한 방에 나와 민호, 형이 둘러 앉았다.


"혹시 아직 믿지 못하시면 두 분 유전자 검사도 해 드릴 수 있어요."

"아입니더. 이정도면 확인됐습니다. 사실 처음 들어와 행님 할때부터 울컥 하는게 동생이라는 감이 왔습니다. 그런데 아직 스무살이라니. 무슨일인가 싶기도 하고."


나와 형은 그간의 이야기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민호는 지루했을텐데도 재촉하지 않고 우리를 기다려 주었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셨다는 것과 나를 찾으러 다시 경주로 왔다는 이야기, 우연히 취직했던 곳에서 대기업으로 스카웃 되었던 이야기까지 형의 지난 이야기를 들었고 나는 지금의 생활을 이야기 했다. 형은 나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 나서는 살아 있어서 다행이라며 내 손을 잡았다. 그 때 민호가 끼어들었다.


"그래서 호영씨 신분을 찾아야 하는데 형님이 좀 도와주셔야 합니다."

"당연히 해야지요. 야한테는 찰나지만 우리한테는 긴 세월인데 그래도 찾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그래 니가 배우가 된다고?"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예. 그냥 일단 살 곳이 없어가 계약을 했는데...."

"여 와서 형이랑 살래. 아들한테 얘기하면 믿을지는 모르겠다만 설득 시킬 수 있다. 즈그 엄마 닮아가 속이 깊은 애라서."

"저도 행님이랑 살고 싶은데 이미 계약서에 싸인 했습니더. 인자 형도 찾았으니 자주 올께요. 아니면 제가 성공하면 형님 서울로 오소."


형은 차차 이야기 하자며 현재의 삶을 누리라고 몇 번을 당부했다. 그날 밤 형의 펜션에서 하루 묵으며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밤새 쏟아냈다.


다음 날, 형과 아쉬운 인사를 하고는 서울로 다시 돌아왔다. 신분을 찾는 일부터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형과는 매일 통화하며 안부를 전했고 형이 숙소로 올라오기도 했다.

그렇게 한달이라는 시간이 흘렀을 때 내게 새로운 신분증이 주어졌다.


"축하해요. 새로 태어나셨네."


종이로 된 주민등록증이 아닌 빳빳한 카드로 된 주민등록증을 받아 들고는 한참을 쳐다봤다. 나는 얼른 사진을 찍어 형에게 보내주었다.


[새로 태어난걸 축하한다. 앞으로는 가난 없이 행복하게 살자. 힘들때면 언제든지 형 찾아오고.]


나는 기쁜 마음으로 아린에게 받은 지갑에 신분증을 집어 넣었다. 그리고 연기 연습이 끝나자마자 민호를 데리고 은행으로 달려가 통장을 만들었다. 옛날에 공장에서 돈을 많이 벌면 꼭 적금 통장을 만들고 싶었었다. 적금 통장은 아니지만 내 이름으로 된 첫 통장을 동네방네 자랑하고 싶었다.

기분좋게 민호와 사무실로 들어가려는데 아린의 방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움찔한 나는 선뜻 들어가지 못했다. 어쩌다보니 도둑 고양이 처럼 남의 이야기를 엿듣게 되었다.


"아니 이사님. 너무 하신거 아닙니까? 그럼 그 초짜 지원해준다고 저를 밀어낸거예요?"

"성민씨. 너무 억지스러운거 아시죠? 그 영화에서 성민씨 이미지가 맞지 않는다고 해서 최종적으로 고사한거라고 말했잖아요. 그리고 성민씨랑 호영씨는 완전 달라요. 성민씨는 주인공으로 캐스팅 하기 위해 대본이 성민씨에게 들어왔고 호영씨는 단역 자리가 있어서 오디션을 봐야하는 상황이구요. 지금 최고의 자리에 있는데 왜 이런 억지를 써요."

"억지라니요. 소문이 자자하던데요. 박아린 이사님이 찾아온 보석을 밀기 위해 모든 회사 내의 시스템이 최호영에게 집중했다고."

"하 참, 한달밖에 안된 신인 중에 신인이예요. 그리고 아직 연기 연습 중이고 단역 오디션을 봐서 된다는 보장도 없구요. 그리고 성민씨. 성민씨도 제가 찾은 보석입니다."

"아, 알지만..."

"호영씨가 들어왔다고 해서 한 번도 성민씨에게 소홀했던 적 없어요. 그건 본인이 더 알잖아요. 벌써부터 뒤로 밀릴거라는 걱정을 하는겁니까? 이렇게 속이 좁은 사람이었어요? 지금 성민씨는 최정상입니다. 거기에 맞는 품격을 갖추세요. 몸도 마음도."


품격이라는 말에 성민의 눈썹이 치켜올라갔다.


"지금 제가 격떨어 진다는 말씀이세요?"

"그런 말이 아니잖아요. 호영씨랑 성민씨, 쉽게 얘기하면 카테고리 자체가 다르다는 말입니다. 억지를 부리려면 다른데 가서 부리세요."

"저 이제 계약 1년 남았어요. 재계약. 생각 없으신겁니가?"


갑자기 아린의 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저랑 계약하고 오래 일하는 스타분들이 더 많습니다. 그런데 다른 소속사로 가신 분들도 아직까지 왕래하고 지내고 있습니다. 저와 원수지고 나가신 분은 한 분도 없어요. 그런데 지금 꼴같지 않는 재계약 건으로 이런 억지스러운 일에 동참해달라는 말입니까? 박성민씨. 정신 차리세요."


성민은 입술을 굳게 깨물었다.

편의점 알바 중인 자신을 찾아와 스타로 키워주겠다던 아린은 자신이 장담했던대로 성민을 최고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9할은 아린이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어느 날, 특급 보석이라며 회사를 떠들썩하게 만들며 새로운 인물을 데려왔다. 성민은 지금 최고의 자리에 있지만 아린의 관심을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후회하실겁니다."

"그러죠."


아린은 성민을 지나쳐 자신의 책상에 가 앉았다. 성민은 민망함에 방 문을 거칠게 열고 밖으로 나왔다. 앞에서 안절부절하며 서 있는 나를 보고는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보석? 가짜라는거 금방 밝혀질거야."


성민은 민호를 밀치고는 자리를 떠났다. 민호와 나는 열린 문 틈으로 손짓하는 아린에게 다가갔다.


"박성민 왜저래요? 뭐 영화 까였어요?"

"아니. 별일 아니야. 어쩐 일이야?"


나는 새로 만든 통장을 자랑할 생각이었는데 그럴 분위기가 아닌거 같아 그냥 들렀다고 둘러댔다. 아린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내게 작은 책자를 전해주었다.


"호영씨. 이거 다음주에 있을 오디션 대본이예요. 여기, 밑줄 그어진 곳 보이시죠? 단역이긴 하지만 대사가 좀 있어요. 남자 주인공 친구 역할이예요. 장난기가 많은. 대본 읽어보시고 비슷한 관련 영화들 찾아보세요."

"오디션이요?"

"네. 비밀리에 몇몇 회사의 신인들만 오디션 일정을 알려줬어요. 물론 우리 회사도. 이 감독님 유명하기도 하지만 저 못지않게 신인을 잘 발굴하시는 분이라. 대사 중에 이해 안되는 부분 있으면 연기 선생님께 여쭤보시면서 준비해보세요."

"네. 근데 괜찮으세요?"

"네? 아 별일 아니예요. 괜찮아요. 하하. 오늘 같이 저녁이나 드시죠. 와 근데 호영씨. 서울살이 한달 하셨다고 이제 완전 서울 사람 같네요."


갑작스러운 아린의 칭찬에 몸둘바를 몰라 손사래만 쳤다. 부끄러워하는 나를 놀리는 민호와 함께 셋은 구내식당으로 향했다. h&g는 사내에 구내 식당이 맛있다는 여느 식당보다 맛있었고 퀄리티도 좋았다. 되도록이면 구내식당에서 모든 식사를 해결하고 싶을만큼.

그날 이후로 오디션에 전념했다.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대사를 외우는 건 어렵지 않았지만 대사 안에 감정을 넣는 건 어려웠다. 더군다나 나와 정반대의 캐릭터를 연기해야하니 쉽지 않은 일이었다. 또 현재 세상의 모든 것들을 적응하는 것 또한 쉽지 않았다. 태플릿이라는 것도 몰라 민호에게 물어봤으니까. 내 걱정과는 다르게 시간은 야속하게 흘러갔다.


오디션장에 도착하니 열명 정도의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회사의 면접과 다르게 한 사람당 오디션 보는 시간이 꽤 길었다. 다섯번째 순서로 오디션을 보게 된 나는 긴장감에 손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바지에 벅벅 문질러 봐도 멈추지 않았다. 잠시 후 내 차례가 되자 안내하는 사람이 내 이름을 불렀다. 오디션장 안으로 들어가자 맞은 편에 다섯 명의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최호영씨? 스무살이네? 준비해온거 보여주시겠어요?"


나를 제대로 쳐다보지 않고 서류만 보고 있던 사람들 앞에서 나는 연기를 시작하기 위해 심호흡을 했다. 그런데 갑자기 머리가 번뜩이는 느낌이 났다. 무언가가 내 몸으로 들어온 듯한 기분. 머릿속이 상쾌해지고 기분이 좋아지고 있었다.

연기를 시작하자 사람들의 눈이 내게 집중됐고 종이에 무언가를 쓰는 사람도 보였다. 나는 집중했다.

십분이 넘게 멈추라는 말이 없자 나는 고개를 살짝 돌려 사람들쪽을 힐끔 쳐다봤다. 그러자 검은 모자를 쓴 남자가 나를 빤히 쳐다봤다.


"더 할까요?"

"저기 최호영씨. 지금 자신이 연습한 연기 말고 상대방 대사도 다 외워서 같이 연기 한거예요?"

"네? 아. 제것만 하면 대사가 잘 안나올 것 같아서... 다시 할까요?"

"아니아니요. 대단한데. 신인 맞죠? h&g? 박이사가 새로 찾았다는 보석이구만? 어쩐지."


박이사란 아린을 뜻하는 듯했다. 어리둥절한 나는 쭈뼛거리며 서 있었다.


"호영씨. 혹시 자유연기 해볼 수 있어요?"

"형님, 제가 이번에 캄보디아 공장이랑 계약을 했어요. 그런데 들어봐요. 이놈들이 글쎄..."

"지금 뭐..."


한 여자가 말을 하려고 하자 아까 검은 모자를 쓴 남자가 여자를 제지했다. 자유연기라는 말이 떨어지자 마자 자연스럽게 연기를 이어간 것이다. 짧은 내 대사가 끝나자 검은 모자를 쓴 남자는 박수를 쳤다.


"지금까지 본 사람중에 제일 잘했어요. 민정씨 봤어 방금? 내가 자유연기 라는 말 떨어지자마자 자연스럽게 연기 시작한거?"

"네. 저는 뭐하나 했어요. 최근들어 가장 괜찮은 연기였어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연신 고개를 숙였다.


"5일 뒤에 2차 오디션이 있어요. 그때 다시 뵙죠."

"네? 그럼 1차는 합격인가요?"

"원래 따로 연락을 주는데 호영씨는 바로 1차 합격입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다시 한 번 인사를 하고 오디션장을 나왔다.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민호는 어떻게 됐냐며 내 팔을 붙잡았다.


"1차는 바로 합격이라는데요?"

"헐 진짜? 저 깐깐한 김감독님이 그랬다구요?"

"네. 5일 뒤에 2차 오디션 오래요."

"그럼 확정이네. 와 대단한데? 진짜 이사님 눈이 정확했다는 거잖아. 와우와우."


민호는 바로 아린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린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민호는 얼른 가서 2차 오디션 준비를 하자며 내 등을 밀었다. 1차 오디션에 바로 합격이라니. 대본을 받고 연습을 할 때 상대방 역을 해줄 사람이 없어 상대역 대사까지 다 외운게 이렇게 도움이 될 줄 몰랐다. 사실 상대역이 없어 같이 연습한 것도 있지만 대본을 한 두번 읽자 전체가 외워지기도 했다. 학교 다닐때, 물론 초등학교도 겨우 나왔지만 암기과목은 영 꽝이었는데 대본 전체가 외워지는 것도 신기했다.


"진짜 이사님 말대로 재능이 있는건가. 에이 아니야. 미꾸라지 주제에 용이라고 생각하면 안돼."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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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멜로 눈알을 가져라. 24.02.29 14 1 11쪽
9 천재 아니야? 24.02.28 16 1 10쪽
8 피터지는 기싸움 24.02.27 21 1 11쪽
7 떨리는 첫 리딩연습 24.02.26 23 1 11쪽
6 2차 오디션 24.02.24 26 1 12쪽
» 새로운 신분으로 +1 24.02.23 31 2 11쪽
4 행님. 지 맞습니더. 24.02.22 28 2 11쪽
3 내 원래 나이는 말입니다. 24.02.21 25 2 11쪽
2 40년이나 지났다고? 24.02.20 30 2 11쪽
1 가난한 엿장수의 아들 +2 24.02.20 48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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