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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새벽너울

상경했더니 뼛속까지 연예인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드라마

방탱
작품등록일 :
2024.02.20 14:20
최근연재일 :
2024.03.01 16:35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271
추천수 :
16
글자수 :
54,337

작성
24.02.29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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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멜로 눈알을 가져라.

DUMMY

킥킥거리며 차 안에서 숨을 고르던 우리는 스텐바이라는 말에 촬영장으로 돌아갔다. 촬영 중 소란 피워 죄송하다며 감독님께 인사를 드리고는 다시 본업이 시작됐다.

나와 민후형은 가까워지다보니 카메라 앞에서 시너지가 극대화 됐다. 우리 둘의 호흡으로 촬영장 분위기는 최상으로 끌어올려졌다. 감독님의 흡족한 컷 소리에 첫 날 촬영이 모두 끝이 났다.


"다음 촬영은 지민씨랑 하지?"

"네. 지민씨에게 흑심을 품는 연기를 해야하는데.."

"연애 안해봤어?"


연애? 누구집 개 이름이지? 먹고 살기 바쁜 시기에 연애는 꿈조차 꿀 수 없었다. 아직 덜 살았으니 당연하기도 하지만 난 그 흔한 첫사랑도 없었다.


"안해봤어요."

"헐. 모솔이야 모솔? 하기사 아직 어리긴 하지만.."

"어떻게든 되겠죠."


민후형은 놀리는 듯 하면서도 몇 편의 로맨스 영화를 추천해 주었다.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태블릿으로 추천 받은 영화들을 찾았다.


"뭐 찾아?"

"내일 지민씨하고 로맨스 연기 해야하는데.. 누굴 좋아해본 적이 있어야지."

"멜로 눈알은 영화를 본다고 나오는게 아닌데.. 흠.."


멜로 눈알.. 민호형까지 걱정을 하자 갑자기 마음이 초조해졌다. 악역, 가난한 역, 맞는 역, 재벌 역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로맨스는 영 감이 잡히지 않았다. 떠오르는 여자라고는 어머니와 빈대떡을 쥐어주던 아주머니, 학교 선생님이 전부였다.

잠시 후 민호형의 전화가 울렸다. 짧은 통화를 끝낸 후 내게 회사로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왜?"

"갑자기 오라고 하시네. 가보면 알겠지 뭐."

"가서 이사님한테 좀 여쭤봐야겠어요."

"이사님도 연애는 영.."

"아 그래요? 엄청 이쁘시잖아요."

"이쁘지. 장미도 이뻐. 가시가 많아서 그렇지."


그렇지. 너무 이쁘면 다가가기 힘들긴 하지. 그래도 이사님 정도의 미모와 능력이면 한달에 연애 백번은 할텐데.

이사님을 생각하던 차에 우린 회사에 도착했다. 이사님 방으로 들어가자 낯익으면서도 낯선 여자 한 분이 앉아 있었다. 그 여자는 나를 보자마자


"우리 구면이죠?"


라고 말했다. 구면? 만났던 적이 있었나?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여자는 웃음을 터뜨렸다.


"기억 못하시는구나. 첫 오디션 보러 가셨을 때 차 잘못 타셨죠?"


맞아. 그때 민후 형 차인줄 알고 탔는데 낯선 여자가 있었..?


"안녕하세요. 그때 차에 타고 계시던... 그때는 죄송했습니다."

"이제 기억나시나봐요. 별말씀을요."


여자는 내게 명함 한 장을 내밀었다.


"저는 스포츠누리 기자 한아영입니다."

"기자님이셨구나. 저는 최호영이라고 합니다. "


어색하게 서서 명함을 받아든 나는 일단 앉으라는 이사님의 말에 소파에 앉았다.


"호영씨. 기자님이 호영씨 인터뷰를 하고 싶어 하세요."

"저를요?"


나는 놀란 눈으로 아영을 쳐다봤다.


"저는 연예부 기자예요. 이번 김감독님 작품에 많은 사람들이 기대가 많아요. 그런데 완전 신인이 중요한 역할에 캐스팅되었다고 해서 오디션에서 있었던 일 등을 취재하고 싶어서 왔습니다."

"아.. 저는 아직 그런거 할만큼 유명하지도 않고, 아직 작품에 대해 제 마음대로 이야기를 하고 다녀도 되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오늘은 선미팅 자리이고 감독님과 이민후씨, 김지민씨 다 같이 인터뷰 할겁니다."

"하하. 그랬군요."

"그 전에 최호영씨에 대해 몇 가지 먼저 질문할 게 있어서 찾아왔어요. 괜찮으실까요?"

"네"


아영은 내가 배우를 시작하게 된 이유와 배경에 대해 물어봤다. 바로 답하지 않고 이사님의 눈만 쳐다보고 있으니 이사님이 먼저 대답했다.


"제가 길거리 캐스팅을 했어요. 우연히 서울역에 갔다가 호영씨 보자마자 따라갔거든요."


아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가져 온 노트북으로 메모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래 전 헤어졌던 형을 만났던 이야기와 오디션을 보게 된 계기 등도 물어보았다. 혹시 잘못 대답하면 어쩌나 싶어 전전긍긍하던 차에 아영은 노트북을 닫았다.


"감사해요. 아직 프로필이 검색되지 않아서 여쭤봤어요. 그럼 저는 이만 돌아가보겠습니다. 다음에 정식 인터뷰때 봬요."


자리에서 일어난 아영은 노트북과 각방을 챙겼다. 나와 이사님도 함께 일어나 그녀를 배웅했다. 아영이 가고 난 후 이사님과 단둘이 대화를 나눴다.


"신입 기자인데 생각보다 일을 너무 잘해. 좋은 기사가 나갈 것 같아요. 참 오늘 첫 촬영 어땠어요?"

"재밌었어요. 민후 형하고도 친해지고."

"벌써 형동생 하기로 한거예요?"

"네. 저 그런데 이사님. 다음 촬영이 지민씨와의 촬영인데 영 감이 잡히지 않아요."

"어떤 장면인데요?"


나는 대본을 아린에게 보여주었다. 아린은 잠시 생각하더니


"저도 사실 누구를 애틋하게 사랑해본 적이 별로 없어요. 그래서 조언이라는 걸 할 입장인가 싶은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이 장면이 지민씨를 마음에 품고 있지만 처음엔 친구를 위해서, 두번째는 자신의 꿈을 위해서 마음을 접는다는 설정이잖아요. 만약에 호영씨가 정말 사랑하는 여자가 형의.. 아니다 형님은 나이가 있으시니.. 만약 조카의 여자라면?"

"아휴 뭔 그런 개자식을 상상하라고 하세요."

"극단적인 예지만 여기 최장수가 품은 마음이 그런 마음과 결이 비슷하지 않을까요?"

"음.. 대충 어떤 뜻인지는 알겠어요."


아린은 큰 도움이 되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별말씀을. 어쨌든 제가 해결해가야 할 일인걸요. 감사합니다. 저는 이만 숙소로 가볼게요."

"네 고생하셨어요."


나는 아린에게 인사를 하고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잠시 후 숙소에 도착해 세 편의 멜로 영화를 보며 캐릭터에 대해 연구했다. 연구만 한다고 민호 형이 말한 멜로 눈알이 나오려나..

걱정되는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다.


다음 날, 촬영 현장으로 가니 이미 촬영 준비가 끝나 있었다. 나는 스텝들에게 차례대로 인사를 하고는 카메라 앞에 섰다. 그때 들어올 때 보이지 않던 김동훈 선생님이 카메라 옆에 서 있었다. 인사를 드리자 손을 번쩍 들어 흔들며 내 이름을 크게 불렀다.


"최호영이"


갑작스러운 김 선생님의 행동에 시선이 우리에게 집중됐다. 감독님도 언제 이렇게 친해졌냐며 김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알고 봤더니 내 고향 친구 동생이더라고."

"아들 아니고요?"

"동생이래 동생."


김 선생님 친구의 동생이라는 말 한마디에 스텝들의 시선이 달라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첫 촬영때도 칭찬도 많이 해주셨지만 뭔가 눈빛에 애정이 들어갔다고나 할까. 나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드리고는 대본을 살펴보고 있었다. 그런데 촬영 시간이 20분이나 지났는데도 지민이 오지 않았다. 감독님과 스텝들이 몇 번 전화를 해봐도 통화조차 되지 않았다. 처음엔 조금 늦다보다 싶던 사람들이 점점 분노로 바뀌었고 1시간 30분이 넘어가자 사고가 난 건 아닐까 하고 다들 걱정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죄송합니다라며 지민씨가 촬영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지민씨의 모습은 죄송한 눈빛도, 죄송한 몸짓도 아니었다. 천천히 걸어 들어오는 지민을 향해 감독님의 목소리가 커졌다.


"지민씨! 전화도 안되고 이게 무슨 경우야?"

"아, 샵에서 일이 좀 있었어요. 어차피 신인이랑 하는 촬영인데 좀 늦을 수도 있지 왜 이렇게까지 화를 내세요?"

"뭐? 이건 기본 예의 아닌가?"


옆에 있던 김선생님은 상황을 가만히 지켜 보았다. 아마 지민은 김 선생님을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 같았다.


"저도 신인때 몇 시간을 기다렸어요. 그래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게 죄송하다는 태도야? 이건 고의적이잖아."


나는 혹시나 큰 싸움이 될까 싶어 안절부절했다. 지민이 받아치려는 순간 김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나는 10시간 정도 늦게 와도 되는건가."


그때 김 선생님을 발견한 지민이 당황한 듯 끼고 있던 팔짱을 풀고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선생님 오늘 저녁 촬영이시라고.."

"일찍 오면 큰일 나는거야? 나는 최호영씨보다 일찍 왔는데 그럼 내가 신인인가?"

"아니 그게 아니라.."


지민은 갑자기 나를 노려보았다. 뭘 잘못했을까 나는. 이 여자의 눈은 왜 날카롭게 나를 노려보는 걸까.


"지민씨 다시봤네. 김감독 나는 이따 다시 올게. 앞 그림 좀 보고 뒤에 어떻게 연기할지 생각해보려고 했더니."


김 선생님은 혀를 쯧 차고는 촬영장에서 나가버렸다. 지민은 난처한 듯 손을 비비며 어떡하지라는 말만 반복했다. 그때 지민의 매니저로 보이는 사람이 뛰어들어왔다.


"주연은 너야 김지민. 뭘 그렇게 바들바들 떨어."

"그걸 말이라고 해? 저 선생님 입김 몰라? 나락간 애들이 한 둘이냐고."


매니저는 지민의 말에 대답하지 못했다.

멜로 눈알만 신경쓰며 왔는데 갑자기 이런 일이 일어나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감독은 오늘 촬영 접자며 "에이" 하면서 나가버렸다. 지민은 순간 나를 노려보았다.


"지금 나 일부러 골탕 먹이려고 한거죠?"

"네? 억지세요. 늦은 건 지민씨잖아요."

"듣도보도 못한 신인 주제에. 너 이 바닥에서 오래 못가."

"아니 지민씨. 제가 뭘 잘못했어요? 지민씨 기다리고 있던 것 밖에 없는데."


지민은 더이상 말하지 않고 매니저와 함께 촬영장을 나갔다. 나는 세트장에 덩그러니 서있었다. 잠시 음료수를 사러 갔던 민호는 냉랭해진 촬영장을 보고는 무슨 일이냐며 물었고 나는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결국 촬영이 미뤄지고 나는 민호와 차로 돌아왔다. 나는 찝찝한 마음에 민후에게 전화를 걸었다.


- 그런일이 있었어? 지민씨가 원래 신인 배우들한테 무례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김동훈 선생님이 보셨으면 일이 조용히 끝날 것 같지는 않네.

- 그렇게 무서운 분이세요?

- 무섭다기 보다는.. 이 바닥에서는 그 선생님 말이 진리라는 평이 많지. 바른 소리만 하시는데 또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으시니.

- 제가 뭘 잘못한건지 모르겠어요.

-괜한 생떼야. 신경쓰지마. 내일 내가 따로 한 번 이야기 해볼게.


민후 형은 걱정 말라고 했지만 이런 기분으로 멜로를 어떻게 찍을지. 이래저래 고민만 쌓여갔다.

며칠 뒤 지민이 직접 찾아가 감독과 김선생님께 사과를 드리고 나서 상황이 일단락 되었다.


"지민씨는 처음부터 사과만 하다 끝나겠다."


민호 형은 내 옷을 챙겨주며 혀끝을 찼다.


"그러게. 오늘은 진짜 불똥 안튀어야 하는데.. 괜히 이제 겁나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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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경했더니 뼛속까지 연예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1 씹어먹네 씹어먹어. 24.03.01 16 1 11쪽
» 멜로 눈알을 가져라. 24.02.29 14 1 11쪽
9 천재 아니야? 24.02.28 15 1 10쪽
8 피터지는 기싸움 24.02.27 20 1 11쪽
7 떨리는 첫 리딩연습 24.02.26 23 1 11쪽
6 2차 오디션 24.02.24 25 1 12쪽
5 새로운 신분으로 +1 24.02.23 30 2 11쪽
4 행님. 지 맞습니더. 24.02.22 27 2 11쪽
3 내 원래 나이는 말입니다. 24.02.21 25 2 11쪽
2 40년이나 지났다고? 24.02.20 30 2 11쪽
1 가난한 엿장수의 아들 +2 24.02.20 47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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