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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새벽너울

상경했더니 뼛속까지 연예인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드라마

방탱
작품등록일 :
2024.02.20 14:20
최근연재일 :
2024.03.01 16:35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281
추천수 :
16
글자수 :
54,337

작성
24.02.21 19:24
조회
25
추천
2
글자
11쪽

내 원래 나이는 말입니다.

DUMMY

여자는 너무 높아 고개가 뒤로 넘어가다 못해 부러질 것 같은 건물로 나를 데려갔다. 와 하고는 입을 다물지 못하는 나를 보곤 여자는 계속해서 웃기만 했다.


"서울은 처음이신가요?"

"예. 와 이렇게 높은 건물은 처음 보네요."

"이쪽으로 오세요."


여자는 자신의 방인 듯한 곳으로 안내했다. 깨끗하고 큰 사무실에 좋은 향기까지 나는 곳이었다.


"여기 앉으세요."


소파에 앉은 나는 사무실을 둘러보느라 정신없었다. 잠시 후 다른 여자 한 명이 커피 두 잔을 들고 테이블에 놓아주었다.


"감사합니데이."


내 인사에 여자는 고개를 까딱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아린이 이상한 기계를 하나 들고 와 내 앞에 앉았다.


"성함이 최호영씨라고 했죠? 스무살?"

"네. 스무살이긴 한데요. 이걸 어디서부터 말씀을 드려야할지."

"왜요. 출생의 비밀 같은거 있으세요?"

"아니 그것보다는."


선뜻 입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미친놈이라고 쫓아내면 어쩌지라는 생각만 머리에 맴돌았다. 하지만 이야기를 안할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손을 비비적 거리다 결심한 듯 여자에게 현재 상황들을 이야기했다. 그 사이 한 마디도 하지 않고 가만히 듣기만 하는 여자. 그 반응에 더 눈치가 보였다.


"그러니까 호영씨 말씀은. 기차를 타고 잠깐 눈을 감고 떳더니 2023년이다? 원래는 1983년이어야 하는데?"

"맞아요."

"하, 그게 말이 돼요?"

"못믿을거라 생각했어요. 이 곳에 전화번호 아는 사람이라고는 그쪽밖에 없어서. 염치없이 와서 죄송합니다."

"흠. 일단 그쪽 원래 생년월일 한 번 말해볼래요?"

"1963년 5월 1일. 최호영. 경주가 본가구요."


여자는 어디론가 전화를 하고는 잠시 기다리는 듯했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걸려온 전화를 받으며 여자는 나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1963년 최호영이라는 사람 예전에 실종 신고가 됐고 지금은 사망처리 됐다는데요."

"네? 사망이라니요? 멀쩡하게 살아있는데!"

"이거 참. 보물은 보물인거 같은데. 미지의 보물이네."


여자는 딱딱 소리를 내며 볼펜을 계속 두드렸다. 그리고는 다시 전화를 걸어 누군가를 방으로 부르는 듯 했다. 잠시 후 들어온 남자는 유쾌함이 흘러 넘쳤다.


"이싸님 이싸님. 왜부르셨나용."

"앉아봐 까불지 말고."


와.


"와?"


나도 모르게 남자를 보자 감탄사를 내뱉었다.


"아 죄송합니다. 얼굴이 너무 잘생기셔가지고. 태어나서 처음 봤어요."

"엥? 민망하게! 하하하. 그쪽분이 더 잘생겼는걸요. 우리 이사님이 또 보물 찾아오셨나봐요."

"아휴 저는 뭐 개똥쳐바른 얼굴인데요."

"개..개...똥? 풉. 하하하. 유머 감각도 좋으시네!"

"헛소리말고 이리 좀 앉아봐."


여자의 말에 남자는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는 아까 내가 했던 말을 그대로 남자에게 전하자 남자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니 그러니까. 지금 시간여행을 온거예요? 와우와우와우"

"너는 이 말이 믿겨?"

"못 믿을건 뭐예요? 만약에 사기칠 사람이었으면 어제 이사님 명함 받자마자 쳤을껄? 확인은 해봤어요?"

"응. 김형사님께 살짝 여쭤봤는데 사망한 사람으로 나와."

"100% 믿는다는 아니지만 영 못믿을 만한 말은 아닌거 같기도 해요. 굳이 미친놈 취급 받을거 알면서 이사님을 찾아왔다? 못하죠. 이사님이 어떤 분인지 알면."

"욕이야 칭찬이야. 일단은 생각을 좀 해봐야겠어요. 호영씨 전화번호가 뭐예요?"


두 사람이 이야기 하는 동안 숨죽이고 있던 나는 여자의 말에 화들짝 놀랐다.


"아 지 번호는요. 054-777- ****"

"네? 아니 핸드폰 번호요."

"그게 저는 없는데요."

"아. 민호야 가서 폰 하나 개통해와."

"내가? 내가 가??"

"그럼 내가 가?"


여자의 눈빛에 남자는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저는 사실 다 믿지는 못하겠어요. 그런데 호영씨 보자마자 대 스타가 되겠다고 촉이 딱 왔거든요. 근데 만약 그 말이 다 맞다 해도 틀렸다 해도 뭔가가 다 어려워요. 그래서 일단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요. 그런데 호영씨 지금 거처도 없고 전화도 없다고 하시니까. 서울까지 오신 건 어쨌든 저 때문이잖아요. 오늘 내일은 회사에서 잡아드리는 숙소에서 쉬시고 그 후에 다시 이야기 한 번 해봐요."

"아유 염치없이 그건 아니죠. 이 근처에 모텔촌만 알려주시면 거기서 하루 이틀 보내고 올게요."

"아니요 아니요. 이건 제 책임이니 거절하지 말아주세요."


여자의 단호한 눈빛에 주눅이 드는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갈데 없는데 재워주시기도 하고."

"별말씀을요."


잠시 후, 아까 나갔던 남자가 뛰어 들어왔다.


"아후 숨차라. 엄청 빨리 갔다왔죠?"

"바로 밑인데 뭘."


남자는 내게 핸드폰이라는 걸 건네었다.


"제 번호는 저장해뒀어요. 이사님꺼랑."


남자는 자신의 전화기로 전화를 내 폰이라는 곳에 전화를 걸었다.


-장민호-


"제 이름이 장민호예요. 혼자 심심하실텐데 전화드릴게요. 근데 궁금한게 그럼 그 세상에서는 무슨 일을 하셨어요?"

"목공소에서도 했고. 엿장수 아들이었어요. 가난이 싫어서 공장이 많은 울산으로 가려고 기차를 탔는데."

"와우와우"


여자는 시끄럽다는 듯 남자를 노려보았다.


"제가 전화하면 받으세요. 급한 용무시면 전화를 하시구요. 민호야 이 분, 우리 회사 레지던스에 묵을 수 있게 좀 해드려."

"예썰!"


민호는 내게 같이 나가자며 손짓했다. 반짝 반짝 빛나는 사람 옆에서 걸으려니 내 꼴이 너무 초라해보였다.


"죄송합니데이. 괜히 저때문에. 꼬질꼬질해서 부끄러우실텐데."

"헐, 그런 말이 어디있어요. 호영씨 얼굴이 반짝 거리는데."

"아휴 참. 농담도."


가는 내내 민호는 내게 이것저것 물었다. 가족관계부터 살아온 환경까지. 듣는 내내 힘들었겠다는 위로도 잊지 않고 해주었다. 잠시 후 아까 회사만큼 큰 모텔에 도착했다.


"모텔이라는 곳이 이렇게 큰곳도 있나봐요."

"아 여기는 호텔이예요."

"호텔? 여기 엄청 비싼거 아니래요?"

"회사에서 내주는거라 괜찮아요."


코를 찡긋거리며 웃던 민호는 내 팔을 끌어당겼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23층으로 올라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곰팡이 향이 나던 모텔과 전혀 달랐다. 깨끗하고 아주 큰 방이었다.


"방이 몇개래. 아이구."

"거실이랑 방 두개요. 욕실을 저쪽 쓰시구요. 왜냐면. 저도 오늘 여기서 잘거거든요. 하하하."


민호는 전화기를 들어 무언가를 말하고는 씻고 나오겠다며 화장실로 들어갔다. 나도 꼬질한 모습이 부끄러워 얼른 씻기부터 했다. 씻고 나오자 언제 왔는지 음식들이 테이블이 차려져 있었다. 민호는 이럴때 회사돈을 팍팍 써야한다며 이것저것 시켰다고 했다. 나는 허기진 것도 잊고 있다 음식을 보자 배고픔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나와 민호는 앞에 펼쳐진 음식들을 신나게 먹어치웠다.


"워 이제 살거 같네. 내일은 저랑 옷 보러가요."

"네? 옷이요?"

"네. 프로필 사진이랑 찍으려면 옷도 봐야하고 음, 머리랑 메이크업도 좀 하고."

"아니 일을 하기로 결정된 것도 아닌데요."

"으음으음 이사님을 모르셔서 하는 말씀. 우리 이사님 한 번 찍은 사람은 어떻게든 만들어요 스타로. 아무리 호영씨가 지금 이상한 상황의 사람이라고 해도 밀어붙이실거예요."

"그래도... 제가 연예인이라니 말도 안돼요."

"그건 뭐 지켜보면 알겠죠. 그나저나 진짜 아버님이 엿장수셨어요?"


민호는 아버지가 엿장수였다는 것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였다. 내게는 불과 몇년전의 이야기지만 이 사람에게는 몇십년 전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한 편의 드라마네요. 나중에 이걸로 글을 써봐도 되겠어요."

"글이요?"

"네. 시나리오요. 드라마를 만들어도 괜찮을것 같아요. 호영씨가 여기 오는 것 까지."


별스러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평범한 삶이 드라마가 된다니. 우리 동네 사람들이 들으면 박장대소하고 웃을 일이었다. 민호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밤 늦게까지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러다 새벽이 되어서야 둘 다 잠이 들었다. 낯선 곳이었지만 호영은 그날 밤 꿈도 꾸지 않고 푹 잠들었다.


다음 날, 민호의 호들갑스러운 소리에 잠이 깼다. 시계를 보니 8시였다. 민호는 얼른 움직여야 된다며 나를 재촉했다.


"바쁩니다 바빠. 빨리빨리."


나는 민호의 구령소리에 맞춰 씻으러 들어갔다. 그리고 민호는 나를 태워 근처 미용실로 향했다. 민호는 머리를 해주는 분과 사진을 보고 이야기 하더니 잠시 커피를 사오겠다며 나갔다. 나는 미용사분의 말에 따라 머리를 숙였다 들었다 하며 그의 손에 머리를 맡겼다. 잠시 후 더벅머리 같던 머리가 깔끔하게 잘려나가고 갈색빛이 도는 머리로 변했다. 머리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꼬질꼬질했던 어제의 모습이 사라지는 진 것 같았다. 그리고는 여자분이 따라오라며 데려간 곳에서 얼굴에 무언가를 바르기 시작했다.


"이거는 뭐예요?"

"메이크업 하는거예요. 한 번도 안받아 보셨어요? 조금 타서 까무잡잡 하시긴 한데 피부가 너무 좋으세요."


뺨을 때리듯 무언가로 톡톡 치는 것이 영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시커먼 얼굴이 뽀얗게 변해가는걸 보니 또 썩 나쁘지는 않았다. 눈썹도 칼로 샥샥 정리하고 입술에도 반짝이는 무언가를 발라주었다.


"와, 인물이 진짜 좋으시네요. 흙속에 진주였네."


머리를 해 주었던 사람이 다가와서는 박수를 치며 감탄했다. 나는 괜히 쑥스러워 머리를 긁적이려다 애써 한 머리가 망가질까 손만 비비적 거렸다. 메이크업이라는 것까지 끝나자 민호가 돌아왔다. 민호는 변한 모습을 보고는 이사님의 눈이 틀리지 않았다며 감탄스러워했다. 그리고 이제 옷을 보러가야 한다며 나를 다시 차에 태웠다. 눈을 뜨자마자 여기저기 끌려다니다 보니 머리가 어지러웠다.

민호가 나를 데려간 곳은 한 눈에봐도 비싸보이는 옷가게였다. 민호는 이번에도 사장과 사진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더니 몇 벌의 옷을 내게 입어보라고 쥐어주었다. 나는 탈의실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이게 인형놀이도 아니고 뭐하는 건지. 힘드네 힘들어."


혼자 중얼거리며 옷을 입고 나오자 민호가 고개를 저었다. 나는 민호가 괜찮다고 할 때까지 옷을 갈아입었다. 여덟번째 옷을 갈아입고 기진맥진하게 나오는 나를 보고서야 민호는 박수를 쳤다. 그리고 옷을 입은 상태로 나를 또 차에 태웠다.


"저기 민호씨. 조금 쉬었다 하면 안됩니까? 죽겠는데."

"아 배도 고프고 힘드시죠? 밥 먹고 사진 촬영하러 가요. 거기는 더 오래 걸릴테니까 든든히 드세요."

"아이고메."


나는 지끈 거리는 머리를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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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경했더니 뼛속까지 연예인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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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씹어먹네 씹어먹어. 24.03.01 18 1 11쪽
10 멜로 눈알을 가져라. 24.02.29 14 1 11쪽
9 천재 아니야? 24.02.28 16 1 10쪽
8 피터지는 기싸움 24.02.27 2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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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2차 오디션 24.02.24 26 1 12쪽
5 새로운 신분으로 +1 24.02.23 31 2 11쪽
4 행님. 지 맞습니더. 24.02.22 28 2 11쪽
» 내 원래 나이는 말입니다. 24.02.21 26 2 11쪽
2 40년이나 지났다고? 24.02.20 31 2 11쪽
1 가난한 엿장수의 아들 +2 24.02.20 48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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