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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피 님의 서재입니다.

망겜 속 마법사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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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피
작품등록일 :
2024.05.08 15:37
최근연재일 :
2024.06.07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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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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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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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2,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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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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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안개 낀 숲(2)

DUMMY

“멍청한 건지, 운이 좋은 건지.”


사령술사는 짜증 섞인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더라면, 멍청한 놈들이 해골병사에 한 눈이 팔렸다면, 이 넘치는 마나를 온전히 탐닉할 수 있었을 텐데.


딱 봐도 기사 나부랭이와 종자, 그리고 허접해 보이는 마법사에게 방해받다니.


사령술사가 비꼬듯이 말했다.


“너희 이게 뭔지 알기나 하냐?”


필빈이 울컥하며 앞으로 나섰다.


“당연하죠! 마나가 고인 곳 아닙니까?”

“호오. 그래도 애송이가 학식은 제법 있는가 보군.”


“하. 그러는 당신은 뭐라도 되십니까?”

“감히 한낱 종자 따위가 수준을 운운하다니. 나는 실체 없는자의 주인이자, 영겁을 걷는 자이신 모르데나님의 제자다.”


필빈이 화들짝 놀랬다.


어른이 아이를 겁주려고 하는 얘기 중 모르데나는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말을 듣지 않으면 모르데나가 찾아와 영혼을 가져간다 같은 얘기.


마냥 헛소리는 아닌게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무서운 이야기는 실제로 한 왕국을 초토화한 사건을 각색한 것이니까.


캘리번은 말없이 검을 꽉 쥐었지만 브릴은 심드렁했다.


‘대학교 입학하는 거와 다름없지.’


사령술사의 재능이 발현되는 사람이라면, 일단 실체없는자에 입단한다. 왜냐하면 가장 위세 높고 그나마 정상이니까.


하여튼 입단하면 실체없는자의 주인이 내린 마음가짐과 기초 뼈마법, 혼령술, 영매술을 배운다.


그래서 현재 실체 없는자 소속 강령술사는 모두 모르데나의 제자다. 물론 모르데나가 직접 가르치는 플레이어가 조종하는 강령술사와 재능 넘치는 일부에 불과할 뿐.


‘실망하거나 수련이 싫어서 도망친 놈들이 꼭 모르데나의 제자라고 떠벌리고 다니지.’


마치 ‘마! 니 도하이햄 아나!’ 하는심리와 비슷한 짓이다.


하지만 실체없는자 소속 강령술사 전체로 봤을 때 별 볼일 없다는 거지, 지금 조종하는 해골 숫자만 해도 열구가 넘는다.


‘최소 8레벨 이상.’


게임처럼 정해진 패턴이 있는 적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인간이다. 그러니 단순히 힘으로 찍어 누르는 방법은 위험하다.


‘최초의 PVP인가.’


라스트에라는 싱글게임이라서 유저간 대결은 없지만 커뮤니티에선 키보드로 직업 간 결투 우의를 다툰 적이 있다.


내 경험과 다수의 유저들이 내린 사령술사의 최대 강점은 소환수를 이용한 압도적인 전투 지속력이다.


최대 단점은 소환수가 없으면 파괴력 급감, 부족한 탈출기.


하지만 소환수를 모두 제거하는 건 힘들다. 마법공격 저항, 물리저항이 제법 되기 때문. 현실적인 방법은 소환수를 이동불가나 기절상태로 만드는 게 최선.


‘근접캐릭터가 오로지 사령술사 본체만 노리는 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지.’


그렇다면 캘리번이 달려들어야 하는데 과연 대비가 안 되어 있을까? 어떻게 하면 캘리번이 사령술사만 노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까.


한 가지 묘수가 떠올랐다. 다만 믿음의 도박이며 내가 감당해야 할 위험이 높다.


‘야생성소를 포기할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포기하는 게 아닌 눈앞에 있는 걸 포기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결국 고위험 고수익이다.


회사원일 땐 안전제일 이였는데, 참 아이러니하군.


브릴은 강령술사의 눈을 피하고자 캘리번의 등 뒤로 숨었다.


“캘리번경. 계획을 설명하겠습니다. 대답하진 마시고 사령술사가 눈치채지 못하게 말을 걸어 시간을 끌어주세요.”


캘리번이 움찔한 뒤 입을 열었다.


“사령술사여. 그대는 고여있는 마나를 어떻게 할 생각인가?”

“당연히 온전히 내 힘으로 만들어야지. 그다음은 내가 겪었던 수모를 되갚아줘야지.”


사령술사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캘리번을 쳐다봤다.


“내 하수인이 되기 싫으면 이제 꺼져라. 솔직히 덤벼주면 좋겠어. 기사로 만든 해골이라면 꽤 쓸만할 테니까.”

“마지막으로 한 가지 묻지. 길잡이로 삼은 마을주민은 어떻게 됐지?”


사령술사가 피식 웃으며 옆에 있는 해골에 어깨동무했다.


“영 쓸모없길래, 쓸모 있게-.”


캘리번이 곧바로 튀어 나갔다. 계획을 모두 얘기한 브릴은 눈을 감았고, 필빈은 검을 쥐고 브릴 곁을 지켰다.


“결국 악수를 두는군!”


사령술사가 손짓하자 해골들이 달그락거리며 네발로 달리기 시작했다.


선두에서 달리던 해골이 캘리번에게 뛰어들었다.


“흡!”


캘리번이 검을 사선으로 휘둘렀다. 카앙-! 머리뼈와 목뼈가 부서지며 파편이 튀었다. 머리가 사라진 해골이 팔을 휘둘렀다. 캘리번이 옆으로 피했다.


어느새 다가온 해골 두 마리가 캘리번을 붙잡으려 했다. 캘리번이 뒷걸음질하며 칼을 휘두르자, 해골 손목이 날아갔다.


“캘리번 경! 옆에!”


필빈의 외침에 곧바로 옆을 보자, 머리 없는 해골이 덮쳐들려고 했다.


퍼엉-!


머리 없는 해골 상체에 화염구가 작렬했다. 뼈가 검게 변하며 바스러졌다. 하체뿐인 해골은 쓰러졌지만, 다시 일어났다.


해골 한 마리가 캘리번을 무시하고 브릴에게 달려들었다. 브릴은 화염을 모아서 내던졌다. 직격으로 맞은 해골이 쓰러지고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캘리번은 거리를 조절하며 착실하게 해골을 베어 넘겼고, 브릴은 캘리번을 포위하려는 해골을 화염구로 요격했다.


“생각 이상이네.”


사령술사가 비웃으며 말한 뒤 중얼거렸다. 곧 중얼거림을 끝내고 손을 움켜잡았다.


스르륵-.


부서지고 흩어져있던 뼈들이 스스로 움직이고 수복했다. 사령술사 앞에 새로 만들어진 해골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선명한 적의를 내뿜으며 캘리번과 브릴을 향해 뛰어갔다.


캘리번이 옆으로 피하며 해골 목을 베어 넘기다, 필빈을 보고 소리쳤다.


“필빈! 뒤에!”


필빈이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해골 한 마리가 뛰어오고 있었다. 필빈은 이빨을 꽉 깨물고 해골에 달려들었다.


“흐헙!”


검에 해골이 충돌하자, 필빈이 주르륵 밀려났다. 사령술사가 마음에 안 드는 듯 입을 삐뚜름하게 올렸다.


“이것도 막아봐라.”


사령술사가 손을 모으며 눈을 감았다. 브릴은 화염구를 영창해서 사령술사에게 던졌다. 달그락-! 해골 한 마리가 몸을 날려 막아냈다.


사령술사가 눈을 뜨며 손을 뻗었다. 뼈로 된 화살이 캘리번에게 날아갔지만, 뒤로 물러나며 쳐냈다.


그 순간 화염구가 캘리번 옆에서 터졌다. 브릴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미안하군.”


약속된 신호였다. 캘리번은 곧바로 해골을 무시하고 필빈에게 달려갔다.


“필빈! 계획 변경이다.”

“예?”


머리와 팔이 없는 해골과 대치 중이던 필빈이 고개를 돌렸다.


“마법사는 두고 도망친다! 애초에 이딴 계획은 무리였어.”

“뭐라고?”


브릴은 당황해하며 캘리번을 쳐다봤다. 캘리번은 브릴을 무시하고 필빈과 대치 중이던 해골을 부숴버렸다.


“캘리번 경! 아무리 그래도-.”

“목숨이 먼저다.”


캘리번이 필빈을 붙잡고 달렸다. 사령술사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도망치는 기사와 종자를 바라봤다.


“마을 주민을 위하는 척하더니만 역겨울 만큼 냉큼 도망가네.”


브릴은 일부러 주먹을 꽉 쥐자, 온몸이 부들거렸다. 그리고 항상 말을 재수 없게 하던 회사 과장의 얼굴을 떠올렸다.


부들거리며 얼굴이 빨개진 마법사를 보며, 사령술사가 숨넘어가듯 웃었다.


“하여튼 인간 새끼들을 믿으면 안 되지”


브릴은 고개를 푹 숙였다. 첫 번째 단계는 잘 넘어갔으니, 이제 캘리번이 계획대로 움직이면 된다.


‘슬슬 나도 준비해야지.’


스킬창을 열었다. 5레벨에 새로 해금된 스킬. 하나는 공격마법 번개화살, 다른 하나는 군중제어기 냉기돌풍.


냉기돌풍은 사거리가 짧고, 데미지는 약하지만 상태이상인 빙결을 유발하는 초반부 군중제어 스킬.


냉기돌풍에 스킬포인트를 투자했다. 어째서 점점 잡캐가 되어가는 듯했지만, 아끼다 똥 되는 것보다는 낫지. 나중에 가면 메인, 서브속성이 있어야 하니 미리 찍는다고 생각하자.


“이봐 마법사.”


사령술사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자기들은 달리기 좀 잘한다고 빨리 도망쳤지만, 마법사는 아니니 버리고 간 거잖아. 아무리 서로 믿음이 희박하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매몰찰 줄이야. 안그래?”

“.....”

“내가 복수하는 걸 도와주지. 주문을 다루는 사람이니 기사보단 이해관계도 맞을 테니까. 서로 상부상조하는 거지.”


브릴은 심호흡을 내뱉으며 고개를 들었다.


“글쎄. 네 도움 말고 뒤에 있는 고여있는 마나면 충분할 거 같은데.”

“하. 역시 인간이란.”


“마을주민을 이용하고 죽여 놓고선 인간 혐오라니. 역시 시체박이 답군.”

“주제 파악을 못 하는 애송이 놈!”


사령술사가 인상을 찌푸리며 손짓하자, 해골들이 적의를 내뿜으며 브릴에게 달려들었다.


브릴은 곧바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냉기를 떠올렸다. 냉동실을 열었을 때 쏟아지는 차가움, 겨울철 부는 칼바람.


머릿속에 허옇고 시린 냉기 이미지가 선명해지고, 동영상처럼 생동감 있게 몰아쳤다.


브릴은 눈을 번뜩 떴다. 어느새 한달음 다가온 해골을 향해 양손을 앞으로 펼쳤다.


“이야야야야야!”


과장된 외침과 함께 브릴의 양손에서 새하얀 냉기가 쿠오오- 쏟아졌다. 냉기를 맞은 해골은 얼음결정이 생기며 점점 느려졌다.


달그락-!


느려진 해골 옆으로 다른 해골이 뛰어왔다. 브릴은 스프레이처럼 냉기가 쏟아지는 양손을 움직였다. 쩌저적- 해골이 얼어붙었다.


사령술사는 의외라는 듯 브릴을 쳐다봤다.


“냉기마법을 쓸 줄 알다니. 이게 비장의 한 수 인가? 운이 좋군. 내 부하들을 쓸모없게 만들다니.”


영매술은 해골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환수를 부리는 능력이지만, 높은 정신력과 제어력을 요구한다.


그래서 뼈마술이나 혼령술은 쥐어짜도 구현되지만, 영매술은 자신의 수준을 넘으면 영창이 되지 않는다.


브릴이 노린 건 바로 제어력의 한계. 소환수를 되살리지 못하도록, 무력화시켜서 쓸모없게 만드는 것.


‘재소환해도 상관없다.’


해골 여섯 마리를 재소환했고 뼈 화살도 날렸으니 마나와 영혼력소모가 꽤 있을 터.


만약 캘리번이 작전을 제대로 수행하면 오히려 나쁠 게 없었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다면 브릴이 직접 근접전을 해야 할지도.


“그래도 쓸모 있는 마법사였군. 하지만 냉기는 녹기 마련이지. 좋아. 내가 직접 너의 뼈를 수습해 주마.”


사령술사는 해골을 재소환하는 대신에 양손을 모았다. 손펼치자, 뼈로 된 화살이 브릴을 향해 쏘아졌다.


브릴이 화염구로 응사했다. 뼈와 화염이 부딪히며 파편이 흩날렸다.


쩌적-!


얼어 붙어있던 해골이 손을 쭈욱 내질렀다. 파편이 튀고 얼음 가루가 흩날렸다.


‘아직까진 예상 범위다.’


해골을 얼리고, 사령술사의 뼈화살을 맞받아치는 공방을 한 번 더 할 힘은 남아있다.


하지만 딱 한 번 뿐. 상황은 점점 안 좋아지고 있었다.


그제야 뒤늦은 후회가 밀려왔다. 아 내가 왜 캘리번을 믿고 그런 계획을 세웠을까. 차라리 안전하게 캘리번을 앞에 세우고 몰아불이면 어떻게 되지 않았을까.


‘쓸데없는 생각이야. 정신 차려.’


냉정히 판단해 보면 사령술사가 뼈화살 마법을 시전할 때 계획을 접었어야 했다. 왜냐면 사령술사의 필수 생존기인 뼈방패 마법이 반드시 있다고 가정하면 최소 10레벨 이상.


아이템과 스킬빨이 있는 중후반이 아닌 초반에 5레벨 차이는 꽤 크다. 또한 최악을 가정해서, 사령술사가 숨겨둔 아이템이 있다면 격차는 압도적.


그래서 위험부담이 큰 계획을 세웠다. 그러니 징징대지 말고, 할 수 있는 걸 다하고 나서 안되면 그때 가서 원망하자.


“으아아아아아!”


다시 한번 함성을 지르며 화염구를 사령술사에게 내던졌다. 어느새 반쯤 녹은 해골이 팔을 펼쳐 화염구를 막았다.


“슬슬 끝이 나겠네.”


사령술사는 그리 중얼거리며, 뼈화살을 영창했다. 쩌적-! 냉기돌풍에 맞은 뾰족한 뼈가 얼어붙으며 땅에 떨어졌다.


브릴은 곧바로 얼음에서 풀려나려는 해골에게 스프레이 뿌리듯 냉기돌풍을 영창했다.


사령술사는 브릴을 보면서 입맛을 다셨다.


“아쉽네. 도망칠 때 원혼 혼령술이나 해골 마법사 영매술을 훔칠걸.”


그랬으면 저 훌륭한 재료로 더욱 강해지고, 복수를 원활하게 이룰텐데.


곧 잡념을 털어버린 사령술사는 다시 뼈마법을 영창 하려고 했다.


타다닷-!


희미하게 들리는 발걸음 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사령술사는 곧바로 몸을 뒤로 틀었다.


철갑을 두른 기사, 캘리번이 안개를 뚫고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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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기사의 덕목(4) 24.06.06 28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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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기사의 덕목(2) 24.06.04 31 2 13쪽
22 기사의 덕목(1) 24.06.03 36 2 13쪽
21 일상 24.06.02 39 2 14쪽
20 애송이 용병 마법사(4) 24.05.31 41 4 13쪽
19 애송이 용병 마법사(3) 24.05.30 37 3 13쪽
18 애송이 용병 마법사(2) 24.05.29 39 3 13쪽
17 애송이 용병 마법사(1) 24.05.28 41 3 14쪽
16 개척지로 향하는 길(3) 24.05.27 44 4 14쪽
15 개척지로 향하는 길(2) 24.05.24 48 4 13쪽
14 개척지로 향하는 길(1) 24.05.23 50 5 13쪽
13 갈림길(4) 24.05.22 47 7 14쪽
12 갈림길(3) 24.05.21 55 5 13쪽
11 갈림길(2) 24.05.20 58 5 13쪽
10 갈림길(1) 24.05.17 62 6 13쪽
9 안개 낀 숲(3) 24.05.16 66 6 13쪽
» 안개 낀 숲(2) 24.05.15 72 4 13쪽
7 안개 낀 숲(1) 24.05.14 77 4 14쪽
6 방랑기사(2) 24.05.13 92 5 13쪽
5 방랑기사(1) 24.05.11 101 5 14쪽
4 브릴(3) 24.05.10 95 6 13쪽
3 브릴(2) 24.05.09 98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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