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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딧의 서재입니다.

빙법사가 힘을 안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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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딧
작품등록일 :
2020.05.18 16:44
최근연재일 :
2020.06.18 17:18
연재수 :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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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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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1
글자수 :
200,599

작성
20.05.25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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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첫 번째 징조(1)

DUMMY

쿨라인의 몸에 활력이 돌았다.


'3서클···. 아니, 4서클이다.'


상급 마나포션의 위력이었다.

하나 마셨을 뿐인데, 서클이 순식간에 늘어났다.

쿨라인은 눈을 감고 수식을 계속해서 영창했다.

바람을 흡수하는 영창 마법이었다.

의미없는 듯 보이지만, 몸이 잘 적응하도록 일부러 마나를 깨운 것이다.


후우웅!


쿨라인이 눈을 떴다.

세상이 달라 보였다.


"철수한다."


마법사들이 모두 아카데미로 복귀했다.


*


이틀 후.

예고된 날이 찾아왔다.

동시에 쿨라인에 대한 소문이 아카데미에 퍼졌다.


"들었나? 포션으로 엄청난 수입을 벌었다는군."

"누가 말인가?"

"중급반의 쿨라인이라고 하던데."

"그 견습 마법사···. 맞지?"

"맞아. 고급반 마법사들이 쿨라인이란 이름을 다 기억하더라고."

"그 마법사가 엄청 강한 거야?"

"그건 아닌데, 아티팩트 제작과 포션을 잘 만든다고 하더라. 그래서 눈도장을 찍으려는 모양이야."

"나도 봤으면 좋겠군."

쿨라인이 지나가자, 마법사들이 아는 체했다.

더는 무관심하던 마법사가 아니었다.


"쿨라인 마법사님. 안녕하십니까!"

"누구신지?"

"아, 데릭이라고 합니다. 선배님을 존경합니다."

"같은 중급반 아닌가?"

"어? 절 혹시 본 적이 있으신 건가요?"···. 아니. 그냥 찍었어."

그의 마나는 2서클에 도달해 있었고, 쿨라인의 눈에 보였다.


"아···. 하하. 제 이름 꼭 좀 기억해주십시오. 데릭입니다."

"같은 중급반이 무슨 존칭을 해."

"어이쿠, 그런 말 마십시오. 쿨라인님은 곧 고급반이 되지 않겠습니까?"

"미리 눈도장을 찍어두겠다?"

"아하하. 정확하십니다."


쿨라인이 픽하고 웃었다.


'이런 경우도 있네.'


조금 유명세를 타자, 마법사들이 스스로 찾아왔다.

옆에서 조금이라도 이득을 보려는 자들이다.

그게 꼭 나쁜 것은 아니기에 쿨라인은 데릭이라는 마법사가 귀여웠다.


"기억해두지."


쿨라인의 입꼬리가 올라가려고 할 때,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꺼져. 어디서 처음 본 애가 꼬리를 쳐."


매리스였다.

그녀는 뛰어왔는지, 호흡이 거칠었다.


"헉. 매, 매리스."


역시 매리스는 유명했다.

못 알아보는 마법사가 없었다.


"쿨라인 선배님! 먼저 가보겠습니다! 저 데릭, 잊지 말아 주십시오."

"이, 이게!"


매리스의 눈빛이 달라졌다.

화들짝 놀란 데릭이 반대편으로 후다닥 도망쳤다.


"무슨 일이야."

"우리가 일이 있어야만 만나니?"

"황당하군. 용건만 간단히."

"포션 남은 거 있어?"


역시나, 예상은 빗나가지 않는다.

쿨라인은 손바닥을 앞으로 내밀었다.


"어머머. 지금 동기한테 금화를 받겠다는 소리니?"

"봤잖아. 어떻게 만드는지."

"...끙. 얼마인데."

"4골드."

"미, 미쳤나 봐! 얘, 왜 그래."

"요즘 시세야. 마나포션은 귀하다고."


하루 사이 포션의 가격은 미친 듯이 솟구쳤다.

스노더 백작과 팔레나 후작의 합작이었다.

그들은 구매한 포션을 귀족에게 '관상용'으로 보여줬고.

효능을 본 귀족들이 그것을 암흑리에 구매하다보니, 어느덧 물가는 4골드.

그러나 4골드도 매물이 없어서 구하지 못했다.


"하아...싼 걸로 줘. 나 한달동안 쓸거 여기에 다 쓰는 거야."

"너, 비자금 가지고 있잖아. 그게 더 많지 않나?"

"맞아......누가 알려줬어? 어떻게 아는 거야?"

당황한 매리스는 얼굴이 빨개졌다.

그 모습이 꽤나 볼만 했다.


"자, 선심 썼다."


쿨라인은 매리스에게 '하급 마나 포션'을 건넸다.

최하급 포션을 주려고 했으나, 그건 양심에 걸렸다.


"오! 고마워."

"중급이랑 별차이 안 난다."


매리스가 활짝 웃었다.


그때, 일렬의 무리가 걸어왔다.


"고, 고급반 선배님들이다!"

"와, 처음 보는데."


중급반과 기초반으로 이루어진 1층 복도.

거기에 마법사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2층에서 내려오실려면 다리 아프실텐데...무슨 일이실까?"

"아무래도 화제의 인물을 만나려고 오셨겠지."

"쿨라인?"

"그게 아니면...매리스?"


어느덧 복도는 포화 상태였다.

기초반의 마법사들이 다 모인 것이다.


"네가 쿨라인이냐."


쿨라인은 앞에 서 있는 마법사를 훑어보았다.


"헛짓거리는 하지 않는 게 좋아."


그의 손짓 한 번에 '마나 스캔'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붉은빛이 번쩍였다.


쿨라인은 무표정을 유지하며 물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충고 하나 해주려고."

"충고라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나대지 말라고. 고급반에 쩌리들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

"쩌리라는 게...혹시 아티팩트를 만들었던."

"맞아. 중급반의 아티팩트에게 박살난 애들이야."

"그건. 그분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뭐가 됐든. 네가 살아남았잖아. 그것만으로 고급반의 명예가 떨어졌다."


그가 말하는 명예는 도대체 무엇일까.

막 따지려고 입을 열 때, 매리스가 쿨라인의 팔을 잡았다.

그리고 작게 속삭였다.


[히리타 선배야, 4서클에 도달했고 파이어 스피어를 주로 사용해. 몬스터 토벌에서 1등으로 공적을 올렸어.]


그러니, 말을 들으라는 소리였다.


쿨라인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허허하고 실없이 웃었다.


그러자, 히리타의 이마에 작게 힘줄이 솟았다.


"지금 웃었어? 내 말이 웃겨?"


쿨라인의 눈이 날카롭게 변했다.


"전 정당하게 이 자리까지 올라왔습니다. 억지부리지 마십시오."


"하, 이놈 보게. 아이스 마법이나 쓰는 주제에."


쿨라인은 그의 의도를 단번에 파악했다.


'그렇군. 아이스 마법이 약하다는 것을 알고 기강을 잡으려는 거야.'


생각해보면 외부 뿐 아니라, 내부까지 경계해야 했다.

그는 아이스 마법이 익혀도 효율이 낮다는 것을 알고 있다.

거기에 아이스 마법은 중급 마법서가 적고, 고급 마법서는 존재하지도 않았으니. 미래를 볼 때,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말하는 거였다.

더불어 아이스 마법을 밑으로 보내서 하등한 마법으로 취급 후, 자신이 익힌 마법을 최고로 만들 속셈이었다.


전생의 방법처럼 말이다.


'그때는 아무 것도 몰랐지.'


전생의 쿨라인은 기초반에서 기초 마법을 배우고 있었다.

고급반의 횡포인지도 모른 채, 힘없이 지배당한 거였다.


'한심하게도 그게 맞다고 생각했어.'


개념을 익히는 과정은 항상 불리하게 시작했다.

왜 그런지는 모르고 다른 마법을 익히라고 해서 익혔다.

그런데, 익힌 후 알고보니 윗사람의 이득을 위해 익힌 것이었다.

그때는 정말 아이스 마법이 하등한 줄 알았다.

정말로 하등해서 쓰레기 취급을 하는 줄 알았다.


"쿨라인! 그만해."


매리스가 불안한지 발을 동동 굴렸다.

싸우면 백퍼센트 진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지금의 난...저자를 이길 수 있다.'


마나 서클을 4서클까지 늘렸다.

히리타보다 노련했으며 캐스팅 속도도 빨랐다.

그러나, 그 이후가 문제다.

쿨라인은 중급반에 속했고. 저 히리타는 고급반이다.

분명 위계질서를 무시했다며 징계를 받을 거다.


'아직은 안 돼.'


아카데미에서 '아이스 마법'의 틀을 만들기 전까지 나가는 건 손해였다.

개념을 잡은 후, 아카데미를 떠나는 게 옳았다.


'하지만, 열받는군. 좋은 방법이 없을까.'


저 해실해실 웃는 얼굴을 보니, 전생에서 고통 받던 나날이 떠올랐다.

이대로 물러나기에는 성격상 용납할 수 없었다.


그때였다.


댕댕댕!


12시를 알리는 종소리가 들렸다.

그와 동시에 매리스가 소리를 질렀다.


"저, 저기좀 봐! 태양이 두개야!"


그녀의 외침에 모두가 창문 밖의 세계를 보았다.

땅에서 아지랑이가 피어났고 잎사귀가 사그라들고 있었다.


"마, 마법이 아닐까?"


누군가의 외침에 쿨라인의 머릿속이 밝아졌다.

방법이 떠올랐다.


'태한의 열이 등장했어. 상황이 변했다고.'

예전과 같았지만, 다른 선상에 놓였다.


그를 직접 무너뜨리지 않아도 그는 스스로 절망할 거다.


쿨라인은 웃으며 히리타에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나대지 않고 조용히 지내겠습니다. 대신, 저를 찾지 말아주십시오."

"널 찾아? 내가 한가한 마법사로 보이나? 걱정마라. 눈에 얼씬도 안 할테니까. 너야 말로 내 눈에 띄지마라. 빌어도 안 받아줄 테니까."


피식 웃던 히리타가 뒤돌며 돌아섰다.

고급반의 마법사들이 걱정스러운지 그에게 말을 걸었다.


"어쩌려고 그래. 이렇게 할 생각이 아니였잖아."

"맞아. 저녀석이 눈에 거슬려도 중급반에서 인지도가 제법 높다. 그런식으로 말하면."

"시끄러워! 그 맨들맨들한 얼굴로 말대꾸하는 거 못 들었어? 똑똑하니 잘 알아들었겠지."


히리타는 진짜 속내를 감춘 후, 그대로 복도를 빠져나왔다.


"휴. 다행이다. 잘 참았어."


매리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쿨라인을 위로했다.

자신이라면 분명 한바탕하고 병실로 누웠을 거다.

그리고 퇴학까지 당했겠지.

그래서 그런가?

그의 냉철한 모습이 꽤나 멋지다고 느꼈다.


"매리스, 미안한데. 난 참지 않았어."

"응? 무슨 소리야."


참지 않았다니?

놀리는 건가?

매리스는 따지려고 쿨라인을 쳐다봤다.

그런데, 그의 눈빛이 매우 사나웠다.

닿으면 베일 듯한 눈빛이었다.


"아씨, 빨리 말해. 더워서 찝찝하니까."

"지금 많이 덥잖아? 앞으로는 쪄죽을 듯이 더울 거야."

"뭐?"


쿨라인의 몸에서 한기가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때와는 상황이 달라."


전생에서도 '태한의 열'이 찾아왔다.

그러나, 기초반인 쿨라인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했다.

누군가의 목마른 갈증도.

누군가의 세탁도.

해소시키지 못했다.

그건 천대받는 마나와 마법 때문이었다.

성장하지 못한 아이스 마법은 이 계기로 더욱 하등한 취급을 받게 된다.

그러나, 현재.

상황이 바뀌었다.


'고서클에 근접했다.'

그때의 1서클 마법사가 아닌, 4서클 마법사.

그게 쿨라인이었다.

할일이 넘쳤다.

너무 많아서 마나가 부족할 지경이었다.


"그가 지닌 마법 계열은 전투계열, 심지어 유틸도 아니야. 파이어 스피어? 화염 속성 마법으로 아이스와는 상성이지. 그런 그가 뜨거운 날에 버틸 수 있을까?"


"...아! 뭔지 알았다. 쓸 마법이 없다는 거구나."

"그런 단순한 문제로 보면 안 돼. 생활이 안 되서 모두 수작업으로 상황을 극복해야 돼. 그말은 즉, 마법사의 길에서 멀어진다는 걸 뜻하지."

"세, 세상에...아이스 마법이 있잖아. 왜 굳이..."

"그에게는 없어. 내가 장담하지."


쿨라인이 볼 때, 히리타는 단 하나의 아이스 마법도 익히지 않았다.

만약 익혔다면 자신의 감각에 걸릴 수밖에 없다.


"으으. 쿨라인, 어디있어."


벌써부터 쿨라인을 찾는 마법사가 등장했다.

익숙한 얼굴인 팔린이었다.


"감지가 너무 잘 돼. 마나 증폭이 커졌어!"

감지에 민감한 팔린.

더위를 느끼는 것도 몇 배로 느낀다.


"트레아 딘."


그의 표정을 보자, 쿨라인은 바로 영창했다.

벽에서 '워터'가 쏟아져나왔다.

물줄기가 팔린을 적시자, 그는 살 것 같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아...고마워. 죽는 줄 알았네."


아직 초기 단계다.

그런데, 엄살이 수준급이었다.


그때였다.

마법 아카데미의 마나가 들썩이며 움직였다.


[현재 이상 징후가 발견됐다. 모든 마법사들은 대기한 상태로 기다려라. 그리고, 고급반의 마법사들은 신속하게 집합할 것.]


지옥의 시작이었다.


작가의말

물론 이쪽은 환영입니다.

지옥...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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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귀족이 원하는 마법사(3) +1 20.06.04 690 24 11쪽
23 귀족이 원하는 마법사(2) +1 20.06.04 713 27 13쪽
22 귀족이 원하는 마법사(1) +2 20.06.02 786 25 12쪽
21 마법사님이 맞으신가요?(5) +2 20.06.01 777 24 12쪽
20 마법사님이 맞으신가요?(4) +1 20.06.01 814 22 12쪽
19 마법사님이 맞으신가요?(3) 20.05.30 840 22 12쪽
18 마법사님이 맞으신가요?(2) +2 20.05.29 890 22 12쪽
17 마법사님이 맞으신가요?(1) +1 20.05.29 952 28 11쪽
16 아이스 메이지(4) +1 20.05.28 989 31 12쪽
15 아이스 메이지(3) +2 20.05.27 964 32 12쪽
14 아이스 메이지(2) +3 20.05.27 990 3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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