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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딧의 서재입니다.

빙법사가 힘을 안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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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딧
작품등록일 :
2020.05.18 16:44
최근연재일 :
2020.06.18 17:18
연재수 :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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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289
추천수 :
1,031
글자수 :
200,599

작성
20.06.17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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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두번째 징조와 변화(3)

DUMMY

"어어..."

장내가 조용해졌다. 마법사와 귀족 그 누구도 함부로 입을 열지 않았다. 그렇다고 시선을 돌린 것은 아니었다. 그저 분위기에 잠식된 것이었다.


"바, 바르나! 무슨 일이더냐!"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것은 죠난프 백작이었다.

죠난프는 이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벗어나고자, 계약한 마법사를 불렀다.

그러나, 답변은 들려오지 않았다.

백작이 황당함에 고개를 돌릴 때, 마법사의 웅성거림이 들렸다.


"바, 바르나 선배의 정수가 모조리 박살 났어."

"세상에. 나도 보았네. 타격도 아니며 변환도 아니야. 그냥 압도된 거였어."

"분석조차 되질 않아. 아이스 계열인데 이게 무슨···. 아이스가 저렇다고?"

"저 마법사가 한 짓이야. 그런데, 약하지가 않아."


마법사들은 냉철하게 상황을 분석했다. 서클이 낮다고 보는 눈까지 낮은 것은 아니었기에 그들은 현실을 마주 보며 침음성을 내뱉었다.


"바르나 선배에게 미안하지만..."

"현실이 그렇잖아? 그도 이해하겠지."


마법사들이 등을 돌렸다.

그리고 쿨라인에게 경외하는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급격한 변화.

누군가 변했다면 그를 지목해 흉볼 수도 있었으나, 마법사들은 그것을 당연하듯이 여겼다.

그것은 서클의 강함이었다.


서클 한 단계 차이는 숫자로 정의할 수 없다.

또한, 마법사의 경지는 지고하며 존경받아야 할 인물이기에 성격과 상관없이 고서클을 우대했다.

조금이라도 그에게 배우겠다는 뜻이 담겨 있었다.

고서클도 저서클을 함부로 대하지는 않았다.

같은 마나의 길을 걷고 탐구하는 자였기에 자비를 베푼 것이다.

그러나, 공격을 취하거나 비난 혹은 모욕적인 상황을 만든다면 자비는 주어지지 않았다.

저서클도 암묵적인 룰을 받아들였으며 고서클도 그것에 대해 엄벌했다.

따라서 살려면 '눈치껏' 행동해야만 했다.


파르르르


바르나는 숨통이 막히며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

누가 그를 공격한 것도 아닌데, 스스로 그리된 것이다.


'이, 이건 나보다 높은 경지야.'


저 파랗고도 시린 정수가 모든 것을 꺼버렸다.

정수가 쌓일수록 강해졌기에 남김없이 마나를 소모했는데, 그런 것과 무관하게 모두 꺼졌다.

두근!

바르나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그것은 공포였다.

바르나가 전에 했던 모욕적인 언어와 상황들.

그것은 죽임을 당해도 무관하다는 것을 뜻했다.


'살고 싶다! 미치도록 살고 싶다!'


백작이 자신을 불렀음에도 답할 기운은 없었다.

지금은 오직 살고 싶다는 본능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무릎 꿇고 빌면 살려줄까?

그에게 그런 말을 한 것에 대해 후회했다.

하지만, 후회한다고 상황이 나아지지는 않았다.

굴욕적인 무언가.

그 무언가를 생각해야만 그나마 희망의 밧줄을 잡을 수 있었다.


털썩


바르나가 무릎을 꿇었다.


"바르나! 지금 뭐하는 것이야. 일어나!"


죠난프가 당황해서 소리쳤다.

동시에 쿨라인의 입이 열렸다.


"상황이 대충 재미있게 돌아가네요. 원래라면 슥삭하고 남작의 권위를 올리려고 했는데...마법사의 눈치가 너무 빠르지 않습니까?"

"시끄럽다! 그쪽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 있는 것이냐? 이곳은 카르 남작이 비빌 수 있는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다. 보거라. 나를 호위하는 기사들과 40여의 마법사들. 그들이 널 놔둘 것 같으냐?"


백작은 두 손을 쫙 펴며 호기롭게 말했다.

하지만, 쿨라인은 애처로운 시선을 보낼 뿐. 동조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를 무시하며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제 말과 카르 남작의 말은 절대적입니다."


단 한마디.

그 한마디가 울려퍼지는 순간.

매리스가 문을 막았고, 팔린이 항아리 뒤에 숨었다.


쥬난프가 당황하며 목청을 높혔다.

"뭐, 뭣들 하는 것이냐! 저 망나니같은 마법사를 잡아버려라!"


드르륵


체인이 바닥에 끌리며 기사들이 움직였다.

얼굴이 어두웠는데 승기를 이미 읽은 듯했다.


"말로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면 사회는 변했을 겁니다."


쿨라인이 앞으로 나서며 푸른빛을 터트렸다.

지붕이 흔들리며 쥬난프의 눈을 어지럽혔다.

"마, 마법! 마법이야! 마법사들은 뭐하는가? 나를 돕게!"


죠난프가 기겁해서 소리쳤다. 하지만, 마법사들은 요지부동의 자세를 취하며 백작의 말을 무시했다.

그제야 죠난프는 당했다는 것을 인지했다.


"이보시게! 고작 마법사 한 명에게 겁을 집어먹은 것이야? 왜 다들 가만히 있나. 저자가 우리를 모욕했지 않은가!"


죠난프의 외침에 파란을 불러 일으켰다.

물론, 나쁜쪽으로.


"죠난프 백작, 마법사는 숫자로 보는 것이 아니외다. 저자가 적일지언정 이룩한 경지를 무시할 수는 없는 법이오. 그러니, 우리는 싸우지 않을 것이외다. 우리의 입장을 알렸으니, 더는 언급하지 마시오. 만약 어기고 또 다시 언급할 시 우리도 참지 않을 겁니다."


마법사가 등을 돌리자, 중립을 유지하던 네카트 남작이 헛기침을 하며 존재감을 알렸다.


"으음...백작, 귀족이라하지만, 너무 눈치가 없지 않소. 상황 파악이 너무 느리면 이제는 살아남을 수가 없지요. 나, 네카트는 저 마법사의 말에 따르겠소!"

죠난프의 얼굴이 붉어졌다.

가만히 있다가 이게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태세변환이 수준급이었다.

"네카트! 이게 무슨 짓이야. 자네는 귀족이 아니었나? 어떻게 마법사 곁에 설 수 있는 거지?"


죠난프가 네카트를 꾸짖자, 네카트 남작이 펄쩍 뛰었다.


"무슨 말입니까. 저는 귀족에 대해 자부심이 없는 사람입니다. 오히려 반발심만 가득하지요. 백작, 그대에게 당한 것만 생각하면 치가 떨립니다."

죠난프는 답답함에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네...네가 어찌!"

이 감정은 분통.

잘 지내며 호호하하 웃던 남작이 한 순간에 변한 것이다.

분함이 죠난프의 온몸을 지배했다.

그러다보니, 이성보다 본능이 앞섰다.

화난 눈동자에 쿨라인이 보였다.

죠난프는 생각했다. 어차피 마법사 한 명만 제압하면 다시 상황이 변하지 않은가?

그것은 달콤한 속삭임이었다. 쥬난프는 달콤함에 취해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때, 기사 하나가 꼬챙이처럼 벽에 추욱 늘어졌다.


"커헉!"


말할 틈도 없었다.

푸른빛의 창 하나가 벽을 관통한 것이다.

너무 놀라 쥬난프의 몸이 굳었다. 시간이 지나자 저절로 몸이 떨렸다.

마법사가 벌써 마법을 사용하다니...

속도가 너무 빨라서 영창한 것을 놓치고 말았다.


스으으으


스산한 기운이 오두막에 가득찼다.

청옥빛의 창이 자태를 뽐내며 냉기를 발산했다.

온몸을 집어삼키는 듯한 추위.

쉽게 접근한다는 건 불가능했다.

기사의 움직임이 느려졌다.


"접근이 쉽지 않아."


기사가 주변을 살폈다.

창이 꽂힌 자리가 오두막의 정가운데로, 맹점인 지역이었다. 움직이는 것도 힘들었고, 입김이 계속 나와 호흡 조절이 쉽지 않았다.

흐흡이야, 조금 불편해도 싸우는 것에는 지장이 없었다.

하지만, 기사들은 기사 호흡이라는 게 존재했다.

'마나 호흡법'과 비슷하지만 약간의 개념이 달랐는데 그 호흡법에 지장이 가면 오러를 사용하는 게 힘들었다. 자유자재로 오러를 사용할 줄 알면 아무런 상관이 없으나, 대다수의 기사는 오러 사용에 미숙했다.

소드 익스퍼드 초급.

그 경지만 올라도 축하받지 않은가.

초급으로는 이 추위를 이겨낼 수 없었다.


"다들 비키거라!"


그러나, 예외는 항상 존재하는 법.

백작의 기사중에는 강한 자가 한명씩은 존재했다.

히샨이라는 기사였다.

그는 검에 오러를 만들어냈다.

화르륵 피어오르는 오러.

그의 경지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었다.


"히샨 경!"


히샨이 앞으로 나서자, 죠만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히샨이 누구인가.

영지전에서 선두로 활약한 기사였다.

그의 검이 움직일 때, 무쇠가 잘렸으며 판금이 녹는 것도 본적이 있었다.

강한 기사들은 그를 동경했으며 백작가에서 추천 받아 후작가로 갈 인물이었다.

한데.

죠만트는 눈을 비비며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히샨이 쿨라인의 앞에 서자, 팽팽한 긴장감도 없이 한 방에 넘어지고 말았다. 커다란 방패에 맞은 것이다.

쿨라인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그를 보다가 아이스볼을 연달아 세방 날렸다.

히샨이 기겁하며 저항했으나, 그 아이스 볼은 창보다 한기가 강했다.

느려진 몸으로 피하는 게 불가능하여 막을 수밖에 없을 때.

히샨이 검을 올렸고, 쩌저적이란 소리와 함께 상황이 종료됐다.


"강한 기사를 보내는 것이 좋을 겁니다. 한기에 저항할만한 기사면 더욱 좋구요."


쿨라인이 하품하며 충고했다.

오네스까지 뽑아든 이상 제대로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백작은 묵묵부답으로 답했다.


'한기에 저항할 기사가 어디있단 말인가!'


더위로 고통받는 세계.

무거운 철갑옷을 벗어던지고 맨몸으로 돌아다니고 싶은 것이 모두의 마음이었다.

그래도 권위와 명예가 있으니, 최소한의 옷을 갖춘 것이었다.

다들 시원하게 입고 싶지 누가 덥게 입으려고 한단 말인가.

쥬난프가 볼 때, 다른 기사가 갑옷에 구멍을 뚫어도 못 본척 넘어갔다. 온갖 괴상한 방법으로 안보이게 구멍을 뚫어도 넘어갔다는 말이었다.

왜? 더우니까.

쥬난프도 말은 안했지만, 현재 시원한 아티팩트를 세개나 착용했다.

그런 입장인데, 한기에 대응하는 기사라니.

선천적으로 타고난 사람도 몸서리를 치며 거부할 상황이었다.

따라서 쿨라인의 말은 현실적이지 못했다.


"..."

히샨이 죽고 쿨라인의 말이 울려퍼지자, 사기가 곤두박질하며 수직 하강했다.


"하, 항복하겠네. 한 번만 살려줄 수 있겠나?"


쥬난프 백작은 두려웠다. 본디 귀족은 몸값을 요구하며 살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마법사와의 싸움에서는 그 법칙이 통할지 의문이었다.

그래서 빌었다.

빌다보니, 옆에서 빌고 있는 바르나가 보였다.

세상에나.

그는 이미 선견지명하며 상황을 앞서 본 것이었다.

허탈한 것과 나약한 감정이 뒤섞여 복작함이라는 것이 탄생했다. 쥬난프 백작은 침울하게 카르 남작을 쳐다봤다.


'저런 마법사가 있었으면서 왜 저리 조용히 있는 것이야!'


모든 게 밉다보니, 카르 남작도 미웠다.

그가 조금이라도 언질을 줬다면 이렇게 대들지도 않았을 거다.

아니, 애초에 저런 마법사가 왜 남작 곁에 붙어 있는지 의문이었다.

실력을 보아하니, 공작 곁에 있어도 될만한 마법사였다.

그때, 상념을 깨는 목소리가 들렸다.

쿨라인이었다.


"좋습니다. 애초부터 살려줄 생각이었습니다. 제가 그쪽을 죽여서 이득을 볼만한 게 크지 않거니와 죽일 생각이었으면 충고를 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그러니, 안심하십시오."


후우.

바르나와 쥬난프가 동시에 한숨을 쉬었다.

안심하라는 저 말이 이토록 가슴에 와닿다니.

세삼 오래살고 볼 일이었다.


"응? 그쪽은 왜 안도하는 겁니까. 마법사여, 그대는 해당되는 게 아닙니다."

"자, 잘못했습니다. 원하시는 게 있으면 드릴테니, 부디 살려주십시오."


바르나가 아예 이마를 땅을 박으며 애원했다.

명예보다는 살고 싶다는 욕구가 큰 듯했다.


"원하는 거라...그럼 그 목걸이를 내놓으십시오."

"이, 이건 제 전재산을 투자한."

"알고 있으니 내놓으십시오."


바르나는 울먹이며 쿨라인에게 목걸이를 건넸다.


'이것 때문에 정수를 만들 수 있던 거로군.'

쿨라인은 목걸이를 받아서 만져보았다.

마나의 흐름이 거세었다.

정말 희귀하다는 '증폭' 아티팩트였다.

증폭은 화력을 증가시키는 게 아니라, 다른 복합적인 요소로 파장과 범위를 늘렸다.

전투도 효과가 있으나, 다른쪽에 더 큰 효율을 발휘할 수 있었다.

만들기가 힘들지 만들어진 아티팩트는 강력했다.


"이야, 쿨라인! 그거 나한테 파는 게 어때."


팔린이 냄새를 맡고 다가왔다.

다른 아티팩트는 관심도 없더니, 이것은 흥미가 생긴 모양이다.


"얼마에 쳐주게."

쿨라인도 증폭 아티팩트는 탐이 났으나, 돈이 더 좋았다.

전생에서 돈없이 지낸 게 한이 된 것이다.


"부르는대로 줄게."

"으음."


쿨라인은 고민했고, 그 모습을 바르나가 부들대며 쳐다보았다.

그런 이야기는 좀 뒤에 나가서 하지.

이게 뭐란 말인가.

흥정하는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울화통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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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귀족이 원하는 마법사(3) +1 20.06.04 690 24 11쪽
23 귀족이 원하는 마법사(2) +1 20.06.04 713 27 13쪽
22 귀족이 원하는 마법사(1) +2 20.06.02 786 25 12쪽
21 마법사님이 맞으신가요?(5) +2 20.06.01 777 24 12쪽
20 마법사님이 맞으신가요?(4) +1 20.06.01 815 22 12쪽
19 마법사님이 맞으신가요?(3) 20.05.30 840 22 12쪽
18 마법사님이 맞으신가요?(2) +2 20.05.29 890 22 12쪽
17 마법사님이 맞으신가요?(1) +1 20.05.29 952 28 11쪽
16 아이스 메이지(4) +1 20.05.28 989 31 12쪽
15 아이스 메이지(3) +2 20.05.27 964 32 12쪽
14 아이스 메이지(2) +3 20.05.27 990 3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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