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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딧의 서재입니다.

빙법사가 힘을 안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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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딧
작품등록일 :
2020.05.18 16:44
최근연재일 :
2020.06.18 17:18
연재수 :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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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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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1
글자수 :
200,599

작성
20.06.01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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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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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글자
12쪽

마법사님이 맞으신가요?(4)

DUMMY

쿨라인이 믈루리를 두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자, 믈루리는 벌떡 일어나 영주성으로 향했다.

옷에 흙이 덕지덕지 묻었지만, 이런 것에 신경 쓸 틈은 없다.


'죽여버리겠어. 날 기만해?'

용병들이 영주성에 들어오는 날이다.

마법사와 같이 다른 땅을 개척하려고 부른 것인데, 운 좋게 시기가 딱 떨어졌다.

영주성에 도착한 믈루리는 백색의 수정구에 손을 올렸다.

빛이 터지며 중후한 남자가 나타났다.


"조금만 기다려라. 곧 도착한다."

"율데 단장, 상황이 바뀌었어.

"상황이라니, 우리는 같은 말을 번복하는 인간을 제일 싫어한다는 것을 모르나?"

"알지...대금은 손대지 않아. 아니, 그 두 배를 주지."

"두 배라···. 지금 받는 금액도 많다고 생각하는데?"


금화 120개. 절대 적은 금액이 아니었다.

용병단의 명성을 생각해도 높은 금액이었다.

그런데, 두 배라면 금화 240개.

용병단이 아니라 몰락한 기사를 움직여도 될 금액이었다.


"영지에 미친놈이 들어왔어. 그놈만 처리해줘."

"미친놈?"

"지원 온 마법사라고 하는데, 감히 영주인 나를 모욕했어. 제정신을 가졌으면 그런 짓은 못 하지."

"마법사라고? 정말로 마법사가 맞나?"

"맞아. 내 눈으로 확인했어. 설마···. 두려운 거냐?"

"쓸데없는 소리. 요새 마법사들이 늘어나서 물어본 것뿐이다. 우리가 누군지 잊은 건가?"


율데가 이끄는 용병단은 다른 용병단과 다르다.

사호도 용병단이며 불사대라고 명성이 자자했다.

하나하나가 정예이···. 지금까지 완수 못 한 임무는 없었다.


'애초에 임무를 안 받은 거지만.'


율데의 직감은 날카로웠다. 단장에 위임한 것도 그의 예리한 감각 덕분이었다. 덕분에 모든 것을 피하며 죽음을 면했다. 용병의 신뢰도는 최상. 불사대라는 이름을 얻을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도 구린내가 나는데.'


율데의 감이 피하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피한다는 건 한탕 크게 할 수 있는 기회를 잃는 것과 같다.

금화 240개. 손쉽게 벌 수 없는 금액이 아니다.

냄새가 났지만, 입술은 이미 벌어지고 있었다.


"알지. 사호도 용병단이잖아. 한 번 받은 임무는 무조건 하는 정예들."

"잘 아는군. 마법사들의 옷차림새는 어땠나?"

"별 거 없어. 몰락한 귀족처럼 한껏 꾸몄더군. 로브가 제법 값비싸 보였어."

"그래? 그들을 죽이면 로브까지 갖겠다."

"다 가져도 돼. 그 자식만 죽일 수 있다면."

"원한이 깊군. 나머지는 가서 말하지."


통신이 툭하고 끊겼다. 믈루리는 어둠속에서 하얀이를 들어내며 낄낄 웃었다. 불사대라면 안심이었다.

#

"최소한의 방어벽은 세워야 합니다."

쿨라인은 나무 모퉁이 끝에서 커다란 지붕까지 손으로 가리켰다. 영지민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렸다.


"너무 큽니다. 보수하기도 벅찬데 몬스터를 만나면 말짱 도루묵 아닙니까?"


영지민의 낯빛이 검게 변했다. 남은 재료로 방어벽을 짓는 것은 한계다. 가족의 안위를 위해 사비로 짓는 것도 한 두번이지. 이러다가는 식량조차 얻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저희가 오지 않았습니까? 물자야 영주성에서 빼내면 되고, 몬스터는 이 친구들이 막아줄 텐데. 뭐가 걱정입니까?"

"그, 그렇게만 해주신다면...저희들이야 감사하죠. 우려하는 게 마법사님들이 머무시는 게 힘드실까봐...저희도 염치가 있지 않습니까."


척박한 환경. 먹을 것조차 쉽게 구할 수 없다.

잠자리는 어떤가?

짚을 깔아도 순식간에 건조해져서 푹신푹신한 감촉을 느낄 수 없다.

태양이 아직도 두개다.

뜨거운 열기가 일대를 강하게 쬐였다.

얼기는 날이 지날수록 점점 강해졌다.

옷을 벗고 짚 위에 누우면 잠을 어찌 자야하나 고민하는 게 말이 되는가?


"잊지 마십시오. 저희는 마법사입니다."


쿨라인이 빙긋 웃으며 마법사를 강조했다.

마법사라면 환경적인 요소를 어느 정도 대처할 수 있다.

저서클만 익혀도 '유틸'마법을 사용해 실생활을 유하게 만든다.


"그, 그렇죠. 마법사님이시니...가능하시겠죠."

그러나, 영주민의 표정은 시큰둥했다. 불신하며 고개를 좌우로 젓는 영주민도 있었다.

영주를 보고 마법사에 대한 환상이 깨진 것이다.


"처음부터 믿음이 갈 수는 없다고 봅니다."

"...예? 그, 그런 건 아닌데."

"어차피 말로 설명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영주민이 의아하게 쳐다보자, 쿨라인은 손을 들었다. 기다리고 있던 매리스가 구덩이를 만들었다. 그리고 거기에 물을 부었다.


솨아아아-


듣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졌다.

물은 귀했기에 모든 영주민의 관심을 끌었다.


"팔린, 이쪽 맞아?"

"아니, 우측으로 세걸음만."

"여기?"

"어. 딱 좋아."


팔린이 자리를 잡아줬다.

틀이 잡힌 구덩이에서 물이 고였다.

영주민이 다가와서 호기심을 보였다.


"왜 굳이 이곳에...하신 겁니까?"


쿨라인이 쳐다보자 영주민의 말이 빨라졌다.


"그, 그러니까. 다 똑같은 자리인데."

"다 똑같지는 않아. 이왕 자리 잡은 거 오래 쓰는 게 좋잖아. 마나가 흐르는 곳은 자리가 따로 있거든."

"아, 예."

영주민은 뭘하는지 몰랐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물을 만든 것으로 이미 가치는 차고 넘쳤다. 그가 있으면 발전 속도가 높아질 거다.

경외심 비슷한 눈빛이 쿨라인에게 쏘아졌다.

쿨라인은 어깨를 으쓱하며 시선을 넘겼다.


"통풍구부터 만들 거야."

"...그게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공기를 순환시키지. 높아진 기온에서 살아남으려면 통풍은 필수야. 쉴 곳이 있어야 일에도 진도가 나가지."

특히나 이런 열대아에서는 열사병을 막아야 했다.

그것에 걸리면 서 있기만 해도 픽픽 쓰러진다.

그늘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추세다.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앞으로는 더 필요하겠지.'


태한의 열이 등장한지 이주차가 되어간다.

온도가 유지되면 좋으려만, 그럴리는 없다.

그래서 대비해야만 한다.

준비된 자는 돈과 권력을 동시에 쥘 수 있다.


"하하하, 저희야 들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마법사님이 도와주시면 그냥 감사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그러던지."


아까보다 기분이 좋아진 영주민의 모습이 보였다.

신경써주는 모습에 감동을 먹은 모양이다.

그러나, 엄청난 기대는 보이지 않았다.

열기로 물이 조금씩 증발했기 때문이다.


"쿨라인...이거 가능한 거 맞아?"

"의심하지마. 가능해."

"...응."


매리스의 시선이 끓는 물에 닿았다.

자신이 만들었지만, 되살리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저것도 아이즈 마법을 쓴 거라고.'


기본적으로 할 수 있는 워터 마법이 아니었다.

매리스가 프리즈에 들어가서 익힌 아이스 마법이었다.

구현되서 순식간에 변형되었지만, 저것은 얼음이었다.

그때, 쿨라인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

"디카느라 애반츠."


쿨라인이 영창하며 걷기 시작했다. 그의 발바닥에서 한기가 퍼져 나갔다. 동시에 푸른빛 마나가 한 곳으로 이동했다. 마나 자체가 너무도 아름다웠기에 매리스의 눈이 몽롱하게 변했다.


"이럴수가..."


구경하던 영주민이 고개를 휙 돌렸다. 바닥에 맺힌 푸른 빛깔의 서리. 그것은 눈이었다. 태양이 내려쬐는데 눈이라니, 헛것을 보는 것일까?

고개를 흔들었지만, 느껴지는 건 차가운 감촉이었다.

영주민의 눈이 또렷해졌다.


"자네도 보고 있나?"

"볼 틈이 어디있나···. 지금 만지기도 벅차다네."

"그거 말고...저 물 말일세."

"응?"


끓었던 물이 꽁꽁 얼더니,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뼛속까지 시원한 기운이 통풍구로 모였다.

철로 고정할 필요는 없었다. 영하로 떨어진 기온이 모든 것을 고정시켰다. 물은 얼음을 부르기 위한 매개체로만 보였다.


"이 얼음이 녹지 않으면 통풍은 계속 될 겁니다. 그리 설치했거든요."

쿨라인의 말에 영주민이 감격했다.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영주민이 보였다.

"가, 감사합니다. 이런 분을 의심하다니...제가 마법사님을 못 알아보았습니다."

"톰! 말만 하지 않고 감자라도 드려!"

영주민의 표정이 밝아졌다. 이 통풍구만 있으면 안전한 대피소가 되어 마을을 지킬 수 있었다. 죽으라는 법은 없었다.


"아, 감사의 인사는 나중에 받고...우선."


쿨라인은 통풍구 앞에 서 있는 젊은이에게 다가갔다. 그의 눈동자가 이쪽으로 쏠렸다.


짝-!


젊은이의 고개가 반대편으로 돌아갔다.

붉어진 뺨은 그의 억울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왜..."


쿨라인은 한 번 더 그의 뺨을 후려쳤다.

그의 양쪽 뺨이 붉어졌다.

떨궈진 시선 속에 쿨라인이 입을 열었다.


"왜, 혼자서 일어날 생각은 못하는 거지?"

"...예? 그게 무슨..."

"영주가 도망치고 남은 병사는 200명 안팍이었다. 왜 노인밖에 없으며 젊은이들은 손을 놓았지? 다 죽어갔을 때 버리는 게 끝인가?"

"왜 저한테만..."

"엉덩이 치워라. 통풍구가 설치된 후, 넌 무슨 배짱으로 이곳을 독차지 했나, 이럴 때만 젊다는 것을 과시할 텐가?"


그가 입을 꾹 다물었다.

억울해보이는 얼굴이었다.


"병신 같은 놈. 버건 영지가 퇴보한 건 너희들의 탓도 크다. 변해버린 환경이라고 절망하다니. 주변에는 더위에 대비할 약초가 자라나고 있었고 농지 근처에서 더위를 물리칠 과일이 나무에 열려 있었다. 시도조차 안하니 뭘 알겠나."


당연히 알 수 없다.

약초의 지식은 미래의 것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말한 것은 곧 다가올 2차 징조를 대비함이다. 그때는 조금만 노력해도 엄청난 힘을 얻을 수 있다. 같은 조건으로 활력을 모든 사람이 얻는다면 쿨라인은 자신이 도와준 사람들이 더 많이 얻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죄송합니다."

"꺼져라. 너는 마지막으로 이곳에 오도록 해."


그가 후다닥 자리를 벗어났다.

그와 동시에 큰 소리가 쿨라인의 뒤편에서 들렸다.


"마법사라고 하더니, 오만함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죄없는 영지민은 왜 때리는 것이야?"


쿨라인의 눈동자가 서릿빛처럼 스산해졌다.

거기에는 7명으로 구성된 용병이 있었다.

#

"뭘, 봐? 마법사라매. 함 공격해 보던가."


용병의 도발에 매리스가 한 발자국 앞으로 나왔다.

용병의 시선이 매리스에게 꽂혔다.

"휘유! 아가씨, 이쁜데."

각진 몸매에 얼굴도 귀족처럼 생겼다.

노예나 농노로 보이지도 않았다.

같이 지낸다면 쏠쏠한 재미가 있을 거다.


"피로 적시고 싶군."

그러나, 매리스의 한마디에 용병들의 얼굴이 뭉개졌다.

"...말은 이쁘지 않군."

그녀는 어떠한 상황인지 모르는 듯했다.

이럴 때는 따끔하게 팔 한쪽을 날리면 저절로 기어다녔다.

용병들은 율데의 명령을 기다렸다.

그가 명령한다면 바로 앞의 여자부터 도륙하리라.

그때 들리는 격앙된 목소리.


"저놈이 맞아."

용병단장인 율데 뒤에서 믈루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쿨라인은 눈썹을 찡그리며 무슨 상황인지 알아챘다.


'내가 괜한 놈을 살려줬군.'

그의 실패한 인생이 한심해서 기회를 주었건만, 전혀 변하지 않았다.

주위를 살펴보았다.

잘 짜여진 구성과 마법사가 보였다.

어줍잖은 실력이 아니었다.


"쿨라인...도망치자. 저들의 마나가 상당해."

팔린이 보챘다.

싸움이 생긴다면 숫적으로 불리한 마법사가 밀린다.

모든 조건이 불리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근접전에서는 제압당하기 쉬웠다.

도망가자는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쿨라인은 도망치지 않았다.


"매리스, 너 혼자 싸우는 건 볼 수가 없어서."

"쿨라인!"

"최소한 도움은 되겠지."


쿨라인이 옆에 서자, 매리스의 얼굴이 붉어졌다.

매리스는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질렀다.


"멍청아, 뒤질려고 작정했어? 내가 미끼가 된다는 거잖아. 왜 다시 기어들어와!"

"왜긴, 혼자서는 무리니까."

"당연히 무리지. 우리 둘이서 어떻게 일곱명을 상대하겠-."


매리스는 말을 하다가 흠칫하고 몸을 떨었다.

그의 머릿속에 한가지 의문이 생겼기 때문이다.


'혼자서 안 된다면...둘이서 가능하다고?'


그의 표정을 살피니 진지했다.

그 말은 싸울 방법이 있다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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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법사님이 맞으신가요?(4) +1 20.06.01 815 22 12쪽
19 마법사님이 맞으신가요?(3) 20.05.30 840 22 12쪽
18 마법사님이 맞으신가요?(2) +2 20.05.29 890 2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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