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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딧의 서재입니다.

빙법사가 힘을 안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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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딧
작품등록일 :
2020.05.18 16:44
최근연재일 :
2020.06.18 17:18
연재수 :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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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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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1
글자수 :
200,599

작성
20.06.05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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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귀족이 원하는 마법사(4)

DUMMY

"어서 오십시오."


디핀 후작이 준비한 연회가 시작됐다.

귀족들은 서로 인사하며 웃음꽃을 피웠다.


"거, 왜 그렇게 긴장하고 있어."


쿨라인은 카논남작의 등을 살짝 밀었다.

카논 남작은 그래도 긴장이 안 풀렸는지 헛기침을 했다.


"아,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떨리는 목소리.

거짓말이었다.

카논이 프로머 백작의 눈치를 살피는 것으로 보아, 다른 귀족의 시선이 부담스러운 모양이다.

하긴, 그의 신분은 남작이다.

평소에 굽신거리며 상위 귀족을 대했는데 갑자기 세 명의 마법사가 생겨서 이끌고 연회에 참석했다.

모두의 시선을 받을 수밖에.

귀족들이 삼삼오오 모여 입을 열었다.


"카논 남작이 마법사를 데려왔어."

"놀랍군. 그에게 인맥이 있던가?"

"없을걸? 프로머 백작님도 마법사를 간신히 한 명 보유했잖아. 그때, 얼마나 자랑을 하시던지."


평소에 주목받지 못한 카논 남작이 그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연회에 모인 귀족들은 사교라는 것을 즐기지만, 그보다 큰 목적이 상대방을 살피는 거였다.

자신보다 강한 세력.

그것만 파악한다면 이번 사교는 성공적이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인물이 마법사를 다수 보유해 버렸다. 남작이라고 그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때, 단상에 중년 남자가 등장했다.


"연회를 즐겨주십시오."


디핀 후작이었다.

후작이 나와서 짧게 연설하자, 귀족들을 서로의 짝을 찾아서 이동했다. 미리 찜해둔 귀족에게 가는 것이다.

딴따라라

딴따따


우아한 노래가 흘러나왔다.

바드가 앉아서 하프를 연주했다.

이 순간을 즐기려는지 뜨거운 열기가 연회장을 지배했다.


"쿨라인, 춤추자."


분위기를 탄 매리스가 춤 신청을 했다.

붉은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꽤나 고혹적인 색깔이었다.


"춤?"

"응. 다들 추잖아. 우리도 즐기자고···. 못 춰도 상관없어."

"내가 춤을 못 춘다라···. 오히려 그 반대야."


쿨라인은 전생에서 춤을 꽤나 잘 췄다. 마법사가 무슨 춤이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쿨라인은 평범한 마법사가 아닌 천대받는 마법사였다.

전투와 실전보다는 '눈요기'에 치중되었고 아이스 마법으로 누군가를 축하해줬다.

축하 장소는 연회장일 때가 많았으며 퍼포먼스로 춤을 추며 마법을 선보였다. 그때 반응이 좋은 것으로 보아, 쿨라인은 춤에 소질이 있다고 생각했다.


"정말로? 뭐야...의외로 멋있잖아."


매리스가 눈을 빛냈다.

춤을 못 추면 가르쳐주려고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정말로 이 순간을 즐기면 되는 거였다.


탁.

쿨라인이 매리스의 손을 맞잡고 천천히 리드했다.

평범하지 않은 춤사위에 귀족들의 시선이 쿨라인에게 모아졌다.


"어머, 저 귀공자는 누구시지?"

"새로 오신 마법사라고 들었어. 거짓말 아니야?"

"그러게. 마법사 말고 귀족이라고 해도 믿겠어."


반응을 역시나 뜨거웠다. 귀부인과 영애들이 쿨라인에게 환호성을 보냈다. 춤이 절정을 지나 마무리 단계에 도달했다. 쿨라인은 매리스의 허리를 붙잡고 천천히 내렸다.

피니쉬.

완벽한 마무리였다.

화악, 매리스의 얼굴이 붉어졌다. 만족하는 모양이다.

#

"카논, 저분들이 마법사라니. 믿겨져?"


프로머 백작이 카논 남작을 쳐다봤다.

춤에 대해 말한 것으로 보였지만, 어떻게 저분들을 데려올 수 있냐고 묻는 것이었다.


"백작님......"

"아아, 백작이라니. 그냥 프로머라고 불러. 우리 사이에 무슨 직위야. 안 그래?"

둘은 친우관계였다. 프로머가 살갑게 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

그러나, 카논은 쉽사리 표정을 풀지 않았다.

그동안 당한 것도 있었고, 세력도 우위였다.

물론, 마법사가 도와준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그래서 이 짜릿한 기분을 좀 더 즐기고 싶었다.


"어떻게 구했나?"

프로머가 능글맞은 얼굴로 본심을 꺼냈다.

카논은 그를 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승자의 여유였다.


"우연이라고 말했을 텐데."

"우연이라...세상에 우연같은 일은 적지. 특히. 내가 본 세계는 더 그래."

"항상 정답이 존재할 수는 없어."

"..."

프로머 백작의 이마가 붉어졌다가 원상태로 돌아왔다.


"뭐, 좋아.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어. 어차피 뺏으면 돼."

"프로머! 그일은 끝났잖아!"

"시끄러워. 두번은 안 된다고? 그딴 거 나는 몰라. 크크크크, 어차피 여기서 물러나면 난 끝이야. 그러니 말해, 어떻게 구했나?"

카논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메일이 구했어. 그게 다야."

#

"최고였어요. 마법사님!"

"마법사님. 저랑 춤 한 번 출 수 있을까요?"

"마법사님 이름을 알려주실 수 있나요? 제 마음속에 간직하고 싶어요."


쿨라인이 무대에서 내려오자, 춤을 신청하는 영애들이 많아졌다. 본래 남자가 먼저 신청하는 법인데, 현재 그 반대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매리스의 눈에 불똥이 튀었다.


"다들 뭐하는 거예요? 저랑 추는 거 못 봤어요?"

"그쪽은 빠져요. 다 즐겼으면서."

"빠, 빠져? 지금 나보고 빠지라고 했어?"

"정확해요."

"...아놔. 열받네. 내가 보자기로 보이나."

매리스의 얼굴이 터질 것처럼 붉어졌다.

그녀는 뭐 때문인지 모르지만, 감정을 억누르며 참아냈다.

영애들이 움찔하며 몸을 떨었다.

"싸, 싸우자는 건가요?"

"못할 것도 없어. 난 마법사야."

매리스가 마법사라고 말하자, 영애들의 얼굴이 핼쑥해졌다. 그러나, 영애들도 보통은 넘었다.


"마법사라고 도망갈 줄 알았어요? 저희도 마법사는 있다고요."

".....그럼, 데려오던가."


'무슨 생각이지?'

쿨라인은 상황을 지켜봤다. 매리스가 아무 생각없이 영애들을 도발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분명 무언가 눈치채고 행동했을 가능성이 많았다.

스윽

쿨라인은 주변을 살폈다.

고요했다.

남자들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고 여자들만 잔뜩 있었다.


'고요해?'


쿨라인은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알아차렸다.

누군가 이쪽을 노리고 준비했다는 말이었다.


'누구지?'


원한 살만한 일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적막감이라니.

좋은 의도를 가진 사람은 아닐 것이다.


"어? 선배님."


그때, 마법사들이 몰려와 매리스에게 인사했다.

쿨라인을 보며 존경심을 보이는 마법사도 있었다.


"니들이 여기서 왜 나와?"

"아...저희야 고용되었죠. 보수가 생각보다 좋아요."


영애들이 화들짝 놀랐다.

기겁하는 영애도 보였다.


"서, 선배라니...이들이 그렇게 높은 존재라고요?"

"예. 여자분은 수석 마법사이며, 남자분은 교수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레이디."

"그, 그런 사람들이 왜 남작과 같이 온 거야."

"그건 저도 모르죠. 하하하하."


떠들썩한 분위기.

그러나, 쿨라인은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았다.

다시 한 번 뭐가 문제인지 주변을 살폈다.

'남은 마법사들.'

마법사들이 몰려와서 그런지, 구석에 있던 사람들이 대부분 빠졌다. 남은 사람들은 육안으로도 식별이 가능했다. 팔린과 비슷한 분위기를 내는 귀족들이 보였다. 그들의 뒤에는 남자들이 서 있었는데 마나의 향기가 났다.

스윽

그들도 힐끔거리며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닌 척 연기해도 쿨라인의 눈에는 보였다.


'날 싫어하는 마법사인가? 그런 거 치고는 관심이 많은데?'

마법사는 독립적인 성향이 강하다보니, 우월한 사람을 싫어할 수도 있다. 특히, 아카데미 소속이 아니라면 그런 경향이 강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자신을 대적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눈치를 보는 게 싫어하는 낌새는 아니었다.


그때, 의자가 드르륵 뒤로 밀려나며 한 남자가 이쪽으로 걸어왔다.

뒤쪽의 모든 마법사가 그 남자에게 집중하는 것으로 보아, 우두머리로 보였다.


"안녕하십니까. 소문의 마법사를 직접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


"인사는 됐고. 왜 이런 무대를 준비한 거지?"


쿨라인이 묻자, 남자의 표정이 변했다.

그의 눈가가 미세하게 흔들리며 잔주름이 생겼다.


"...제법이군요. 역시 다른 마법사와는 다릅니다. 뭐, 서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니,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겠습니다."


남자가 눈짓으로 창가를 가리켰다.

가서 이야기하자는 거였다.


"여기서 말해."

"...좋습니다."


남자는 숨을 크게 들이쉰 뒤, 쿨라인을 쳐다봤다.


"저희쪽으로 들어오시지요."

"거기가 어딘줄 알고."

"급하셔라, 이제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빨리 말해."

"건테 조직이라고 저희가 운영하는 마법단이 있습니다. 실력자만 받고 있으며 제국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영향력이 있다는 소리입니다."

"영향력이라고? 마법 아카데미보다 큰 건가?"

"하하하, 당연합니다. 귀족의 대부분이 간테 조직에 속해 있습니다. 제국의 수도에 있는 상권과 무력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다는 소리입니다.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내가 들어가면 뭐가 좋지?"

"이 모든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장기말이 되라는 거군."

남자의 얼굴이 굳었다.

"...여기에 속하지 않으면 힘드실 겁니다. 어쩌면 마법사의 인생이 끝날지도 모릅니다."


남자가 미소 지었다.

대단한 자신감이었다.

저 미소를 보니 쿨라인은 예전 생각이 났다.


'이맘때였지.'


첫 번째 징조후. 한달이 지나자 마법사가 급격히 늘어났다. 아크 메이지를 선발하자고 목소리가 나온 것도 그쯤이었다.


"맞아. 그럴지도 모르지."


쿨라인은 순순히 인정했다.

두 번째 징조를 알고 있기에 답한 것이다.

징조가 시작되면 마법사가 많은 쪽이 무조건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죠? 들어오시겠습니까?"


쿨라인은 그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네?"

"안 간다고."

"장난 치시는 건 아닌 것 같고...후회하실 텐데요. 저희 세력을 우습게 보시면 큰일납니다. 귀족도 모두 저희 편입니다. 자, 다시 한 번 생각해주십시오. 이건 기회입니다! 하나밖에 없는 기회!"

남자가 목소리를 높였다.

기회라고 말했지만, 협박성 어조였다.


"듣자하니, 아까부터 귀족, 귀족 하는데."


그때, 팔린이 포도주를 들고 등장했다.


"누구십니까. 이야기 중이니 끼어들지 마십시오."

"너만 세력 있는 게 아니라고. 뭘 쥐락펴락을 논해."

"이야기 중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울 아버지가 누군지 알아? 귀족이야! 그말은 나도 귀족이란 소리지. 나, 드레티아 팔린. 나설 때는 나선다고."

"...혼자서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그것만큼 미련한 것은 없습니다. 어린 공자님."

"아이고, 무서워라. 당연히 혼자서 나설 생각은 없어. 나도 촉은 좋거든."

"그럼 됐네요. 그쪽은 상관없습니다. 저희가 원하는 건 다른 마법사니까요."


남자의 시선이 쿨라인에게 쏠렸다.

쿨라인이 어깨를 으쓱했다.

"이야기는 끝난 것 같군."

"네? 결정하신 겁니까?"

"어. 그다지 어려운 결정도 아니었는데."

"무엇입니까? 들어오시는 겁니까?"

"내가? 왜? 팔린은 내 뒷 배경이야. 조사가 부족했던 모양이군."

"네? 그게 무슨......"

"그를 비난했으니 날 모욕한 것과 같지. 그런자와 손을 잡을 수는 없잖아."

"그게 무슨..."

"꿍꿍이가 보이니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거지."


우우웅!


쿨라인의 마나가 연회장을 가득 채웠다.


"이런 미친녀석이 있나! 여기가 어딘줄 알고!"


남자가 기겁하며 뒷걸음을 쳤다.


"후회하게 될 거다! 피눈물을 흘리며 애걸복걸할 거라고!"


"그럴지도. 그러나, 지금은 아니야."


'그리고 미래도 아니지.'


두번째 징조.

그것이 일어난다고 두렵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환영이었다.


작가의말

1권이 끝났네요. 2권에서 뵙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Personacon [탈퇴계정]
    작성일
    20.06.06 03:57
    No. 1

    추천 꾸욱!
    습한 바람이 붑니다. 우리 동네 미세먼지는 '나쁨'입니다. 안양천 걷기 운동은 포기해야겠어요.
    문피아 작가님들 글 읽으면 자괴감이 듭니다.
    “나는 왜 이런 아이디어가 안 나올까?”
    건강 챙기시고, 응원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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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귀족이 원하는 마법사(2) +1 20.06.04 713 27 13쪽
22 귀족이 원하는 마법사(1) +2 20.06.02 786 2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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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마법사님이 맞으신가요?(4) +1 20.06.01 815 22 12쪽
19 마법사님이 맞으신가요?(3) 20.05.30 840 22 12쪽
18 마법사님이 맞으신가요?(2) +2 20.05.29 890 22 12쪽
17 마법사님이 맞으신가요?(1) +1 20.05.29 952 28 11쪽
16 아이스 메이지(4) +1 20.05.28 989 3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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