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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법사가 힘을 안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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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딧
작품등록일 :
2020.05.18 16:44
최근연재일 :
2020.06.18 17:18
연재수 :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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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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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0,599

작성
20.06.16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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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글자
12쪽

두번째 징조와 변화(2)

DUMMY

"마법사님,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카르 남작은 지도를 가져왔다. 그리고 하나씩 짚으며 쿨라인에게 설명했다.


"저희 위치가 북동쪽 에사르 산맥에 치우쳐져 있습니다."


남작성은 산맥을 기점으로 삼하등분 쪼개져 있었다.

총 세 곳인데, 남작가, 남작가, 백작가였다.


"보시다시피 위치가 썩 좋지 않습니다. 영지전이 가능하지만, 놔두는 이유지요."


도만트 남작을 살펴볼 때, 영지전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었다. 다만, 카르 남작은 위치가 좋지 않아 아무도 그곳을 탐내지 않았다는 거였다.


"그렇다고 그들이 관심을 안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저도 귀족이지만, 귀족은 문화가 있습니다."

"무엇입니까?"

"상대방이 얼마나 강한지 계속 염탐하는 겁니다."

"..."

"제가 좋지 않게 말했으나, 사실입니다. 강하면 피하고 약하면 손아귀에 넣으려고 하거든요. 그것만 잘해도 귀족 생활을 편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눈치를 살핀다는 거였다.

카르는 남작이니 그 부분에서 해박한 모습을 보였다.


"그걸 말하신 이유가 무엇입니까. 마법사에게는 귀족의 문화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아, 서론이 길었군요. 사실은 그 세력다툼에 저도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쿨라인이 두 눈을 껌벅이자, 카르는 재빨리 이어서 말했다.

"거창한 것은 아닌데, 영지끼리 대항전을 펼치기도 합니다."

"대항전이요?"

"예. 영지전을 다른 곳과 붙는 것입니다. 그래서 가까이 있는 영지를 놔두거나 식민지화를 하는 게 가능하지요."

"그 범주에 이곳이 속해 있다? 이 말이군요."

"...예. 제가 남작이지만, 힘이 많이 없습니다. 재정은 부족하지 돈 들어올 곳은 없지. 거기에 영지는 발전해야지 촉박한 살림입니다. 그런데, 영지전이 일어나면 이곳은 막을 저력이 없습니다."


쿨라인은 입맛을 다셨다. 동질감이 생겨서 좋긴 한데, 상황은 좋지 않았다.


"수성만 하면 되지 않습니까?"


쿨라인의 지적은 타당했다. 내부가 안정될 때까지 버티다가 대항전으로 세력을 늘리는 방식.

그게 된다면 숨통이 트이리라.


"수성, 좋지요. 하지만, 눈치를 보는 입장에서 외부 대항전을 피한다면 인근 영지에서 저희를 쓸모없다고 여길 것입니다. 그러면 시작하기도 전에 영지전이 발생할 것입니다."


영지전은 인근 성인 내부와 다른 지역인 외부로 나누어지는 듯했다.

외부를 대항하기 위해 인근 성을 살려두는 방식으로 서로 안면을 터서 동맹하거나 식민지화를 시켰다.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원래 있던 상황이 아닙니까? 시간이 해결해줄 것입니다."


카르는 눈치를 살피다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 동맹하는 과정에서 저희가 얼굴을 내밀어야만 합니다."

"그건 이미 끝난 상황 아닙니까? 이곳을 살려둔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게, 마법사가 온다고 소문이 나서...그쪽이 경계하고 있습니다."

"마법사라고 해봤자 고작 셋입니다."

"다른 곳도 마법사가 적습니다. 그래서 한 명, 한 명이 큽니다."


쿨라인은 지도를 접었다.


"이것을 말한 것이 내부 사정에 얼굴을 내밀어달라, 이 말이군요."

"...예. 염치 없지만, 삼일 뒤 모임 장소로 같이 가주셔야 합니다."

"그래야, 영지전을 막을 수 있다라. 뭐, 좋습니다. 이쪽도 경계한다는 표시니 나쁠 것은 없다고 봅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만."

"?"

"그냥, 만나서 인사만 하는 것은 성이 안 차는군요. 저희도 하나의 영지를 가졌으며 카르 남작은 영주지 않습니까? 그러니, 대우를 받아야죠."

"...현실은 힘들지 않습니까."


쿨라인은 고개를 저었다.

"이번 모임에서 가능하도록 만들어야지요."

카르는 무슨 소리냐며 쿨라인을 바라보았다.

쿨라인은 답하지 않고 자리를 벗어났다.


***


삼일이 지났다.

늦은 저녁.

카르는 날이 저물자, 조심스레 영지를 빠져나왔다.

곁에는 쿨라인, 팔린, 매리스, 호위기사만 대동한 상태였다.


"시작부터 흥미진진하구만."

"팔린, 우리는 놀러가는 게 아니야."

"눈치보려고 간다매, 그게 놀러가는 거지 뭐."

"쉿, 들릴라."


매리스가 저지했지만, 카르는 이미 듣고서 미소 지었다.

이런 일은 많았기에 크게 타격받지 않은 것이다.


'저들의 죄는 아니지.'


카르는 마법사에게 괜시리 미안했다.

다른 귀족이었다면 이런 일에 나서지 않아도 됐다.

초라한 남작, 그것이 발목을 붙잡았다.


그때, 쿨라인의 손이 카르의 어깨에 닿았다.


"신경쓰지 않아도 됩니다. 저런 말은 신분이 올라가면 저절로 사라질 것입니다."


카르는 그의 말에 안심이 됐다.

마법사라 그런지 말에 힘이 있었다.


"감사합니다."


모임장소는 산맥과 가까웠다. 일행은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똑똑


카르는 통나무로 지어진 오두막을 두들겼다.

"하하, 들어오십시오."

문 안쪽에서 중저음한 목소리가 들렸다.

평민은 아니었다.

"네카트 남작입니다."

"카르 남작입니다."

"죠난프 백작이다."


귀족은 총 셋으로 전부 참석했다.

서쪽의 네카트, 동쪽의 죠난프로 카르보다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오자마자 마법사를 훑어보며 카르와 대화를 시도했다.

동시에 그들이 데려온 마법사들이 쿨라인에게 말을 걸었다.


"반갑소. 마법사라고?"

쿨라인은 그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아카데미 출신은 아니었다.


"어떻게 카르 남작에게 붙은 것이오? 그냥 운이 없어서 선택되었소?"


그들은 상황을 이해시키며 시작부터 쿨라인을 도발했다.

쿨라인이 그들을 슥 훑어보았다.

마나의 양이 제법 높았다.

그러나, 실전에서 보아온 날카로움은 보이지 않았다.


"운이라고 하기엔 조금 그렇고 결국은 선택이지."

"하하하, 무슨 뽑기같은 거로 결정했나보군. 뒤에 있는 마법사도 똑같이 당한 거였어. 어쩐지 표정이 좋지 않더만."

'그건 아니지만, 동조해줄 이유는 없군.'

쿨라인이 보기에는 저들의 자신감이 너무 높았다. 가진 실력에 비해 저런 자신감이라니, 죽기 딱 좋았다.


쿨라인이 가만히 있자, 그들의 눈가가 꿈틀거렸다. 생각보다 뭐가 잘 안되는 모양이다.


"뭐, 이야기는 그쯤하고. 자네는 무슨 계열인가?"


쿨라인도 그제야 입을 열었다.


"특별한 계열이라 말해두지."

"특별하다고? 하하하, 그럼 그렇지. 아아, 비하하려는 건 아니야. 그냥 순수한 감탄. 그런 거 있지 않은가? 여기에 특별한 마법사는 많지. 암. 그렇고 말고."

명백한 비웃음이었다.

특별한 마법사들은 대부분 인정받지 못했다.

능력이 확정되지 않고 겉돌기 때문에 마법사로 인정할 뿐, 마법사 세계에서는 하찮게 보는 것이다.

쿨라인도 그 부분에서는 동의했기에 뭐라 말하지는 않았다. 물론, 프리즈는 특이한 계열이 맞기 때문에 그리 말한 거였다.


귀족의 대화가 깊어졌다. 탐색은 끝나고 본격적으로 상의한 것이다. 귀족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동시에 가만히 앉아 있던 마법사가 쿨라인에게 말을 걸었다. 염탐하고 있었는지 눈빛이 제법 진중했다.


"하하하, 왜 그리 몰아세우는가? 어차피 한 식구가 될 텐데 너무하는군. 그렇지 않은가?"


그의 입김은 제법 강했다.

옆에서 떠들던 마법사가 더 이상 말하지 않았으니까.


"다같이 사는 건데, 서로 힘내보자고. 그건 그렇고 자네는 특이하다고 들었네. 어떤 것에 도움을 줄 수 있나?"


쿨라인이 쳐다보자 그가 황급히 입을 열었다.


"오해말게. 정말로 궁금해서 그렇네. 혹시 자네도 정수를 만들어서 공급하나? 주변에 그런 마법사가 많거든."


그의 손안에서 빛이 터지더니 작은 구슬을 만들어냈다. 붉은빛 구슬이었다.


"하하, 이게 정수라네. 어디에 붙여도 써먹을 수 있지."

주변에 많다는 것은 거짓말인지 모두 몽롱한 눈을 하고 있었다.

쿨라인은 그것을 보고 '태한의 화수'라는 것을 알아냈다.

저건 전생에서도 마법사들이 써먹었던 방법이었다.

마나가 부족하면 채우는 용도가 되었고, 다른 무기나 방어구에 붙이면 화염이란 수식어가 붙으며 마법 무구가 만들어졌다.

같은 종의 구슬은 많을수록 마법사의 역량을 증명할 수 있으며 거래까지 되는 마법이었다.


"저도 만들 수는 있습니다."

"오오, 자네. 생각보다 유능하군. 몰라봐서 미안하네."


쿨라인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마나를 모아 '냉수'를 만들었고, 그것을 응용하면 '아이스볼'이 탄생했다.

하지만, 쿨라인은 정수를 선호하지 않았다.

'포션과 아티팩트가 있거든.'

마나가 부족하면 정수를 흡수하지 않고 포션을 마셨으며 물건에 마법을 넣고 싶으면 아티팩트라는 좋은 대체제가 있었다.

굳이 정수를 만들어 공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소리였다.

'뭐, 취향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니까.'

단순히 포션과 아티팩트가 좋아서 그런 건 아니었다.

화수는 태한의 저주와 연관되어 있었다.

정수가 같은 급일때는 모르나, 조금이라도 화력이 높으면 이상증세가 발생하여 부작용이 생겼다.

몸안에 마나가 제멋대로 날 뛴 것이다.

무구도 똑같았다. 그래서 쿨라인은 정수를 선호하지 않았다.


하지만, 팔린과 매리스 그리고 다른 마법사는 그를 경외로운 시선으로 쳐다봤다. 정수는 아직 모든 마법사가 사용하지 못했기에 그 능력을 인정한 것이다.


바르나의 어깨가 한껏 올라갔다.

저 눈길을 보니, 자신의 뜻대로 진행되고 있었다.

여기서 기강을 잡고 마법사의 서열을 뽐낸다면 앞으로가 편했다.


"그래도 정수에는 급이 있네. 하등한 정수로는 한계가 있지. 자네도 정수를 만들 줄 아니, 그 정도는 알고 있을 거야."


말은 무게를 잡고 있었으나, 자신에게 잘 보이지 않으면 네 능력가지고 살아남기 힘들다는 뜻이었다.

쿨라인의 입장에서는 황당해서 콧바람이 저절로 나왔다.

최대로 잘쳐줘도 3서클 정수.

으스댈 정도로 강한 마나가 아니었다.

3과 4서클 차이는 약 500배로 추정하는데 쿨라인은 5서클 문턱에 거의 도달한 상태다.

가소로워 보일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붙여도 되고 저기에 붙여도 된다네. 효율로 따지자면 혁신에 가깝지. 그 누구도 이런 발상을 하지 못했으니까."


가만히 냅두니까 슬슬 본색을 꺼내기 시작했다.

아무리 그래도 혁신이라니.

자신만 그 정수를 사용할 줄 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하하하, 바르나 그쯤 해두게. 이미 수긍하는 눈치잖는가."

"바르나가 강한 것은 여기 있는 마법사가 전부 알고 있지. 그냥, 저자가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야."

"그럴만하지. 저자세를 취해도 모자랄판에 허리를 꽂꽂이 펴고 있으니, 바르나 입장에서는 화가 날수밖에. 난 오히려 통쾌하군."


마법사의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다.

바르나는 기세를 몰아 정수를 여러개 만들어 허공에 분산시켰다.

정수는 예뻤기에 시선이 저절로 모였다.


"이럴려고 모이게 했습니까?"


쿨라인이 유치한 표정을 짓자, 바르나가 으르렁거렸다.


"왜, 이러면 안 되는 것인가? 힘을 보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세. 그쪽에 있는 마법사가 살아남으려면 내게 비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 정수를 사용할 줄 안다니까 두루두루 써먹을 생각은 있네."


쿨라인이 피식 웃었다.


"힘을 보이다니요. 그 힘이 어디에 있단 겁니까."

"무슨 소리인가 네 눈에는 이 정수가 안 보인다는 거냐."

바르나가 눈가를 찌푸리며 주위를 살폈다.

웬 미친 마법사가 들어왔다며 동의를 구한 눈초리였다.

그런데, 주변에서 동의해주지 않았다.

그제야 바르나는 시선을 돌려 주변을 살폈다.

정수가 모두 흰 백색 수정에 갖혀 빛을 잃고 있었다.

100여개 가량의 정수는 단 하나의 '냉수'에 모두 빛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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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귀족이 원하는 마법사(2) +1 20.06.04 713 27 13쪽
22 귀족이 원하는 마법사(1) +2 20.06.02 786 25 12쪽
21 마법사님이 맞으신가요?(5) +2 20.06.01 777 24 12쪽
20 마법사님이 맞으신가요?(4) +1 20.06.01 815 22 12쪽
19 마법사님이 맞으신가요?(3) 20.05.30 840 22 12쪽
18 마법사님이 맞으신가요?(2) +2 20.05.29 890 22 12쪽
17 마법사님이 맞으신가요?(1) +1 20.05.29 952 28 11쪽
16 아이스 메이지(4) +1 20.05.28 989 31 12쪽
15 아이스 메이지(3) +2 20.05.27 964 32 12쪽
14 아이스 메이지(2) +3 20.05.27 990 34 12쪽
13 아이스 메이지(1) +2 20.05.26 1,027 29 12쪽
12 첫 번째 징조(2) 20.05.26 1,013 28 13쪽
11 첫 번째 징조(1) +1 20.05.25 1,066 2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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