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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딧의 서재입니다.

빙법사가 힘을 안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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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딧
작품등록일 :
2020.05.18 16:44
최근연재일 :
2020.06.18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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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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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0,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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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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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획을 긋다(4)

DUMMY

쿨라인이 아카데미로 복귀하고 분석마법사인 파미가 잡화점에 남았다.

그가 할 것은 마법서의 복구.

시간이 걸리지만, 없는 시간을 쪼개면 완수할 수 있는 양이었다.


딸랑!


그러나, 복구만 할 수는 없었다. 잡화점에 손님들이 계속 찾아와 소란스럽게 굴었기 때문이다.

평소라면 웃으며 그들을 맞이했다. 하지만, 지금은 매우 바쁜 상태, 친절함보다는 귀찮음이 좀 더 강했다.


"이 아티팩트 새로 들어왔네요?"

"와, 신기한 게 왜 이리 많아."


파미는 손을 휘적휘적 저으며 뚱한 표정을 지었다.


"그냥, 아이스 마법이 걸린 아티팩트입니다. 사실 분은 사시던가."


파미의 발언은 놀라웠다. 살 거면 사라, 아니면 팔지 않겠다!

파미의 성격을 알고 있는 마법사는 아티팩트가 귀하다는 것을 단번에 눈치챘다. 평소라면 헤실헤실 웃으며 비위를 맞췄을 텐데, 오늘은 그런 게 일절 없었다.


"얼마입니까?"

"으잉? 사실 겁니까?"

"예. 이거랑 이거. 두 개, 얼마입니까?"

그가 선택한 건 1 서클 아티팩트 두 개였다.

"34골드."

파미는 흥정할 시간도 아까웠기에.

기존값의 세배를 불렀다.

그냥 사지 말라는 거였다.

"좋습니다. 나쁘지 않네요."

그런데, 마법사는 합당한 가격이라 생각했는지 가죽 주머니에서 골드를 꺼내 파미에게 건넸다.

파미는 두 눈을 끔벅이며 골드를 받았다.


"수고하세요. 또 오겠습니다."


딸랑!


마법사가 나가자, 파미는 굳은 채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러다가 정신을 차리고 다시 복구작업에 몰두했다.


딸랑!


허나, 그것도 잠시. 인파가 몰려왔다.

파미의 이마에 주름이 생겼다.

"나 좀 제발 가만히 내버려 둬! 왜 이렇게 사람들이 몰리는 거야!"

파미는 부들부들 떨며 사람들을 노려봤다.

#

파미의 잡화점에는 수많은 사람이 북적거렸다.


"여기서 아이스 아티팩트를 판다고 들었다."

"마법사님들 죄송하지만, 비켜주시겠습니까?"

경비대장의 말에 마법사는 고개를 저었다.

"경비대장, 잘못 짚은 거 아니요? 살인이라니. 그런 게 잡화점에서 일어날 수 있겠소? 보시오. 저 주인은 나와 2년째 동거동락한 사이요. 살인은커녕, 몬스터도 잡을 수 없는 몸이란 말이요. 한데, 기사를 죽이고 마법사까지 죽였다? 말이 이상하지 않소?"

"저도 압니다. 하지만, 귀족이 죽었습니다. 그것도 백작님이지요. 마법사님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사태가 큽니다. 조사는 당연히 해야 합니다."

"크흠, 그렇다면 할 말이 없구려. 후딱 끝내십시오. 다만, 뒤쪽의 마법사들이 몇 명 기다리는지 잘 보고 움직여야 할 거요. 우리는 시간이 많지 않소."


병사들이 잡화점에 침투했다.

그들은 물건을 만지고 파미의 몸도 더듬었다.

파미는 짜증이 치솟아 병사를 노려봤다.

병사들은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피했다.


"대장님! 이상한 것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잡화점이라서 그런지 신기한 게 많네요."

"시끄럽다. 관심 끄고 좀 더 샅샅이 뒤져라! 보아하니, 이번에 물러가면 다시는 여기에 못 올지도 모른다."

수상한 게 나오지 않자, 기사까지 잡화점으로 침투하여 파미를 귀찮게 했다.

북적북적한 잡화점의 모습에 영주민의 이목이 쏠렸다. 하필이면, 오늘 축제의 날이었다. 그래서 잡화점의 부흥을 모두 지켜볼 수 있었다.


"저기에 신기한 게 잔뜩 들어왔다는군."

"우리가 살 수 있겠나?"

"사는 게 뭐가 중요한가. 이런 날에는 구경조차 즐거운 법이지."

"일리 있는 말이군. 타몬스, 자네 오늘따라 똑똑한데?"

"난 원래 똑똑했어."


영지민도 잡화점에 들어갈 준비를 했다.

당장은 힘들어도 기회가 있으리라.


"흔적이 보이지 않습니다."

병사가 포기했는지 물건을 구경하는쪽으로 전환했다.

"좀 더 찾아. 잠깐만, 바닥이 약간 축축한데?"

기사의 예리한 발언에 병사는 심드렁하게 답했다.

"누가 물을 마시고 흘린 모양입니다."

"쯧, 요즘 같이 물이 귀할 때 그런 실수를 하다니. 배가 불렀군. 불렀어."

바닥외에 천장, 벽도 약간 젖어있었지만, 이들은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병사들이 잡화점을 빠져나왔다.

조사가 끝나자, 마법사들이 아티팩트를 마구잡이로 집었다. 금액이 얼마건 상관없었다. 지금은 마법사가 많아서 경쟁하는 구도였다.


"주인장! 이거 전부 얼마인가!"

"그만! 나 단골이야. 내 것부터 계산해주게."

"순서를 지키라고. 어허. 나는 왜 만져대는 것이야."


파미는 눈살을 찌푸렸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손님을 받으면 더 늘어났고 아티팩트가 떨어지자, 다른 것으로 귀찮게 했다.


'마법서, 복구해야 한다고!'


쿨라인이 백작을 잔인하게 죽인 것을 보았다. 살아남으려면 신속하게 처리해야만 했다.


'집중하자. 그냥 집중해!'


파미는 평소에 낼 수 없는 집중력을 보였다. 가끔 너무 시끄러우면 혼자 남은 것처럼 집중하는 경우가 있다. 드물지만, 파미는 그런 상태가 되었다. 찢어진 마법서가 활자를 맞추듯이 복구됐다. 다만, 복구하다보니, 마지막 룬어는 알아볼 수가 없었다. 핵심적인 용어라서 '통합어학'을 살폈으나 비슷한 용어는 발견되지 않았다.

파미는 이런 경우도 있나, 고개를 갸우뚱 저었다.


"얼마냐고!"

"78골드입니다."

"왜, 더 비싸졌어."

"소리가 너무 크잖습니까. 귀아픕니다."

"험험. 미안해. 34골드 맞지?"

"예."


마법사의 외침에 파미의 상념이 사라졌다.

마지막은 쿨라인에게 설명하면 끝이었다.


#


파미의 잡화점은 날이 갈수록 인기가 높아졌다.

아이스 아티팩트는 희귀해서 아무나 가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만들 수 없는 아티팩트.

희소성이었다.

1 서클 아티팩트만 가져도 정상적인 체온 유지가 가능했기에 남녀가릴 것 없이 인기가 상승했다.

거기서 사람들은 생각했다. 도대체 누가 만들었을까?

아이스 마법자체가 없을 뿐더러 있어도 효율이 구렸다.

그런데, 저 잡화점에서 파는 것은 어느 정도 안정성이 있었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은 찾아보게 되었고 그 주인이 '프리즈'라는 것을 알아냈다.

프리즈에 속한 견습 마법사들은 가만히 앉아서 명성을 얻었다.


"또 밀렸어. 이러다가 이쪽 사람들을 전부 뺏기겠어."

"파미의 잡화점이 저렇게 인기가 많아질 줄이야. 어디서 저런 것을 구한 거지?"

"아티팩트는 마법사가 만들지 않나?"

"만들지. 그래서 부탁했더니, 성질을 팍 내더군. 못 만드는 모양이야."

"파미가 독점하려는 건 아니겠지?"

"그러면 우리끼리라도 뭉쳐야지. 하지만, 아직 그런 움직임은 보이지 않아. 파미도 생각이 있다면 적당히 하겠지."


상권이 조금씩 흔들렸다.

제국의 수도인 배탄츠영지가 사흘만에 프리즈 영역이 된 것이다. 물론, 전부는 아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많이 지나가는 골목을 뺏겼다. 그곳은 핵심적인 곳으로 귀족의 허락이 떨어져야만 갈 수 있는 곳이었다. 한마디로 그 권한을 파미의 잡화점에 줘서 골목의 범위가 늘어났다.

단순히 범위만 늘어나면 좋으려만.

골목에서 즐기던 귀족들이 파미 잡화점으로 간 것이 문제였다. 그때부터 파미의 잡화점은 누구보다 빠르게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기세가 가파르자, 다른 잡화점은 위협을 느꼈다. 막아보려고 앞에 물건을 꺼내 홍보했지만, 파미 잡화점의 자리가 자리인지라 오히려 비교대상이 되어 버렸다.


#


"잠깐만, 자리를 비켜주시지요. 안에 만날 사람이 있습니다."

"마법사님. 저희도 전부 이용하려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순서를 지켜주십시오."


파미 잡화점에 들어가려면 줄을 서야 했다.

쿨라인은 머리를 긁적이며 안을 살폈다.

포화상태였다.


'이렇게 인기가 좋을 줄이야.'


빙결말고도 실생활에 필요한 것은 많았다. 또한,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는 다른 마법 아티팩트도 매력적인 존재였다. 그래서 쿨라인은 아이스 아티팩트가 약간 우세라고 생각했지 압도적으로 잘 팔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눈에 보이는 건 '매진'이라는 표시판.

들어오기 무섭게 팔린 것이다.


"전, 물건을 구매하려고 온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 비켜주십시오."

"다들 그렇게 말하고는 안에서 자리를 잡더군. 죄송하지만, 비켜줄 수 없습니다."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는지, 마법사들이 굳건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쿨라인은 난처한 상황인지라 그냥 파미를 큰 목소리로 불렀다.


"아이고, 마법사님. 왜 이제야 오셨습니까."


파미가 다가와 쿨라인에게 살갑게 굴자, 쿨라인에게 이목이 집중됐다. 어떻게 알고 있는 사이인지, 무뚝뚝하던 파미가 갑자기 변한 것이다. 그들의 눈에 흥미가 돋았다.


"마법서는 어찌 되었습니까."

"복구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은 처음 보는 룬어라 복구하지 못했습니다."


쿨라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마법서를 집었다.

마법서가 펼쳐지며 룬어가 한줄로 촤르륵 떠올랐다.

처음 보는 광경에 파미가 두 눈을 크게 떴다.

저렇게 해독하는 건 살아생전 보지 못했다.


"예측한대로 연락을 주고 받는 마법서로군. 다만, 한 가지."


쿨라인은 마지막 룬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저것은 분명 자신이 알고 있는 글자였다.




마법서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쿨라인이 머리를 부여잡으며 작게 읊조렸다.


"마, 마법사님. 괜찮으십니까?"

놀란 파미가 쿨라인을 붙잡았다.

"괜찮아. 예전 생각이 났을 뿐이야. 대신, 좋은 것을 알아냈어."


마지막 글자는 설푸드리아라는 용어였다.

저것은 빙이 담긴 룬어로 설혼의 선조님께서 사용하던 용어였다.

즉, 건테 조직은 설혼과 연관되어 있었다.


"설푸드리아."


완벽하게 해석하자, 마법서에서 빛이 터졌다.

쿨라인은 저게 비밀을 막으려고 마법이 발휘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책이 적대적으로 변하며 쿨라인에게 마나를 쏘았다.

최후 장치인 마나 어택이었다.

마법사가 뜻을 이해하면 죽이게끔 설계된 것이다.


"조, 조심하십시오. 쿨라인님!"

파미가 놀라 쿨라인을 밀치려 했다.

하지만, 쿨라인은 파미의 손을 잡고 가만히 있었다.


"파미,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내게는 오히려 축복이야."

"예에?"


책에서 빙하의 기운이 느껴졌다.

마나 어택은 쿨라인을 가격했고, 쿨라인은 눈을 감은 채, 그 기운을 만끽했다.

스으으으

쿨라인의 입에서 한기가 흘러나왔다.

동시에 심박수가 느려지며 쿨라인의 몸 전체가 맨들맨들한 피부로 뒤덮혔다.


"하아, 좋군. 전생에서 느끼던 풍부한 기운이야."


헤미스의 고리가 한 단계 더 커졌다.

순도가 높아지며 5서클의 앞까지 마나가 도달했다.

빠른 성장.

지식은 충분하므로, 마나만 늘어나면 되는 상황이다.

헤미스의 고리가 커지자, 서클 고리도 덩달아 팽창했다.

같은 4서클이라도 밀도와 양이 달랐다.

그때, 눈치없이 쿨라인을 막았던 마법사가 말을 걸었다.


"저, 저기. 마법사님이 아티팩트를 만드신 분입니까?"

"맞습니다만."

"세상에나. 아하하하하. 아까의 무례를 용서해주십시오. 당연히 지나가셔야는데, 제가 눈치가 없었습니다. 진작 말씀해주셨다면 바로 비켰을 텐데..."

"괜찮습니다."

"아, 저는 감지 마법사입니다. 혹시 시간되시면 이야기 할 수 있을까요? 잠깐이면 됩니다."

"죄송하지만, 할일이 많습니다."

쿨라인의 눈에 피로가 몰렸다. 저 마법사의 눈동자에는 탐욕이 담겨 있었기에. 고운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마법사는 포기하지 않았다.


"저희가 만든 단체가 있습니다. 몇 가지 조언만 해주시면 됩니다. 한 번만 와주십시오. 사례하겠습니다."

단체라면 건테조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허술한 마법사가 건테조직일리는 없다. 그래도 단체라면 힘은 있다는 뜻이므로 만나서 나쁠 것은 없었다.


"뭐, 좋습니다. 이름이 어떻게 되십니까?"

"하하하. 전 샤무트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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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마법사님이 맞으신가요?(4) +1 20.06.01 815 2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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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마법사님이 맞으신가요?(2) +2 20.05.29 890 22 12쪽
17 마법사님이 맞으신가요?(1) +1 20.05.29 952 2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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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아이스 메이지(3) +2 20.05.27 964 3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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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아이스 메이지(1) +2 20.05.26 1,027 29 12쪽
12 첫 번째 징조(2) 20.05.26 1,013 28 13쪽
11 첫 번째 징조(1) +1 20.05.25 1,066 2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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