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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리피트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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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스트맨
작품등록일 :
2019.03.09 00:54
최근연재일 :
2019.06.03 17:00
연재수 :
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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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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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5,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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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2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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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9쪽

60화

DUMMY

"아니, 그러니까 이게 지금 일을 하기 위해 만든 능력이다?"


"네. 성물을 사용해보니 여러명이 한꺼번에 사용하는게 가능하고, 또 모두들 각각 다른 광경을 볼 수 있더군요. 그래서 분신 능력을 만들었습니다. 이 녀석들은 모두 제 능력을 가진 제 분신이구요."


워크는 일을 하기 위해 태어난 정령. 일을 하기 위해서라면 말도 안되는 능력들을 자기 마음대로 생성하기도 하는 그런 정령이었다. 그리고 세상에 일어나는 일들을 기록하기 위해 워크는 분신 능력을 만들었고, 이걸 습격자로 오해한 리피트가 공격을 한, 그런 사고였다.


"분신이 꼭 필요한 거야?"


"네. 원래는 시야만 있는, 그러니까 성물을 보고 기록할 수 있는 요런 작은 것들을 늘려서 기록하려고 했습니다만."


워크가 손을 펼치자 자그마한 구슬들이 잔뜩 튀어나왔다.


"이 구슬들 하나하나가 성물 속에서 보고 기록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제 지금 힘으로는 턱없이 부족해서요. 그래서 열화판이나마 제 능력을 쓸 수 있는 분신들을 생성해 더 많은 구슬들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걱정하지 마십시요. 이대로면 제 힘은 오히려 예전보다 더 늘겁니다. 그러면 기록하는 친구 따로 녹음하는 친구 따로, 그리고 리피트 님과 대화할 친구 따로. 이렇게 분업할 수 있을겁니다."


벌써 앞으로 나아갈 방향까지 모두 짜놓은 워크의 모습에 리피트는 살짝 질린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워크를 쳐다본 리피트는 순간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아까는 상황이 너무 급박하게 돌아가서 몰랐지만, 이제보니 워크의 모습이 상당히 멀쩡해보였기 때문이다. 이제는 야근에 찌들은 회사원이 아니라, 그냥 평범한 회사원같은 모습이 되어있었다.


"야, 너 이거 설마... 그새 일 좀 했다고 이렇게 된거야?"


창백하던 피부는 어느새 생기가 돌아와 있었고, 푸석한 채 산발이던 머리카락도 정돈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얼굴을 뒤덮던 다크서클이 상당히 줄어있었다.


"맞습니다. 지금 제가 하는 일은 아무래도 강도가 상당한 일이다 보니, 망가져있던 제 컨디션이 금방 돌아오네요."


'이건 다른 의미로 괴물인데...'


일하면 일할수록 생기가 돌고 건강해지는 괴물. 리피트가 워크의 진면목을 조금씩 알아가며 두려움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그때, 운전석 쪽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좀 있으면 내려야 돼. 거의 도착했어."


운전석에서 빼꼼 고개를 내민채 소리치는 미르네. 리피트는 그 덕에 워커홀릭의 무서움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었다.


잠시 뒤, 빽빽하게 몰린 차들 사이에 다른 길로 빠져나온 리피트 일행은 곧장 지도에 적힌 유적지를 향해 차를 몰았다. 참 요상하게도 이번에 가는 유적지는 그곳을 향해 제대로 길이 닦여 있었다. 즉, 리피트 일행은 이전처럼 오프로드를 달리고 있는게 아니라 계속해서 온로드로 달리고 있었다.


"거의 다 온거 같은데? 히익! 이게 뭐야!"


"실환가?"


지도를 살펴보던 미르네가 자동차 앞의 상황을 보곤 깜짝 놀랐다. 옆에 있던 리피트는 좌절했다.


리피트 일행이 들어가려 했던 유적지, 그곳엔 엄청나게 많은 차들이 빽빽하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고, 목을 내밀어 줄의 끝을 쳐다봤다. 리피트는 그 끝을 확인하고는 눈을 의심했다.


'매표소?'


자신이 잘못 본거라고 생각한 리피트가 눈을 열심히 닦아냈다. 피곤해서 잘못 봤을수도 있으니까. 이번엔 '확대'마법까지 사용해서 확인해보는 리피트. 그리고 리피트가 볼수 있었던 광경은,


앞에 있는 차에서 손가락 개수를 내밀어 보이고, 직원이 무언가를 말하고, 돈을 받고, 티켓을 건네는,


전형적인 매표소의 모습이었다.


"말도 안돼!"


확대마법으로 안쪽을 더 살펴보니, 티켓을 산 차들은 안쪽에 있는 주차장으로 안내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새치기를 하면 과태료는 물론 이곳에서 쫓겨나기까지 하는 듯했다.


"이게 말이 돼? 뭐가 어떻게 된거야?"


도대체 무슨 유적지이길래, 이렇게 수많은 천족,마족들이 몰려온단 말인가. 마음같아선 당장 안쪽으로 들어가보고픈 리피트였지만, 그래도 순서는 지키는 리피트 일행이었다.


한참동안의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리피트 일행의 차례가 되었다.


매표소의 직원에게 티켓을 산 후, 주차장에 차를 댄 리피트 일행은 안내표지판을 따라가는 엄청난 사람들을 따라 유적지 안으로 들어갔다. 아니, 들어가려고 했다.


"죄송하지만, 애완동물은 안으로 데려가실 수 없습니다."


"네?"


입구에 있던 직원이 리피트 일행을 막아섰다. 아무래도 루아가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모양이었다.


"저기 이 아이는 신수에요. 그리고 애완동물이라뇨. 제 딸과도 같은 녀석한테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어쨌든 안으로는 못 데리고 가십니다."


"우리 애는 사람도 안 물고, 털도 안 날리고, 심지어 화장실도 안가요."


"거짓말 들을 시간 없습니다. 뒤에 줄 서 계신 분들 보이시죠? 애완동물이 같이 계시는 한 안쪽으론 절대로 들어가실수 없습니다."


"이런..."


이건 명백히 리피트 일행의 실수였다. 매표소부터 이곳에 올때까지, 유적지 내부부터는 애완동물을 데려갈수 없다고 표지판과 팜플렛에 모두 적혀있었지만, 리피트 일행이 생각지도 못하게 일이 진행되버리는 바람에 그런 경고들을 하나도 읽어보지 못했던 것이다.


어쨌든 리피트 일행은 선택을 해야 했다.


"삐이..."


본인때문인걸 아는듯 몸을 웅크리는 루아를 보자 리피트의 마음이 약해졌다. 디위티의 품에서 리피트에게 폴짝 뛰어오르는 루아. 루아는 얼굴을 리피트에게 부비더니, 처음으로 워크에게 점프해 올라탔다.


"그렇군요. 루아 씨도 제가 이곳에 있기 싫어한다는 걸 깨달으신 모양입니다."


워크는 그런 루아에게 미소짓고는 리피트에게 말했다.


"루아 씨랑은 제가 함께 남고 싶습니다. 어차피 저한테 있어서 이런 휴식은 해로운 독과 같을 뿐이니까요. 차안에 들어가 하던 일이나 마저 하고 있겠습니다. 다 보고 나서 돌아오십쇼."


"저, 저도.."


"디위티 님은 리피트 님들과 함께 가시죠. 저에게 있어선 독이지만, 디위티 님에겐 휴식 아닙니까. 즐기시고 오시죠."


보석의 정령 디위티는 워크의 말에 잠깐 고민을 하더니, 리피트 일행과 같이 하기로 한듯 고개를 끄덕였다. 리피트는 지팡이로 문을 여는 법을 가르쳐 준 뒤, 루아와 워크를 돌려보냈다.


"루아야 미안해."


"삐이 삐이."


아빠의 말에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멀어져가는 루아. 리피트는 굳은 얼굴로 유적지를 향해 돌아섰다.


'이곳에서 반드시 무언가를 얻어갈거야.'


"들어가자."


남은 리피트 일행이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직원이 막아섰다.


"이번엔 또 뭡니까?"


루아와 헤어져야 해서 예민해진 리피트. 그런 그에게 직원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내부의 유적지는 티켓이 따로 있습니다. 들어가시고 싶으시면 표를 사서야 됩니다."


"허?"


리피트는 또 다시 돈을 내고 유적지 안으로 들어갔다.


ㅡㅡ


안쪽으로 들어간 리피트 일행. 리피트들은 눈앞의 광경에 눈동자가 의문부호가 떠올랐다.


"리피트, 저게 뭐하는 거야?"


"글쎄... 나도 모르겠다."


유적지 안에는 골렘처럼 생긴 것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골렘같은 것들'만'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방들에는 사람들이 모두 무언가를 쓰고 눈을 감은채 누워있었다. 방금 막 그곳으로 들어온 리피트 일행에게 직원 한 명이 다가왔다. 아무래도 안내원의 역할인듯 했다.


"안녕하세요! 혹시 이곳에 처음 오시나요?"


"네? 네. 처음 옵니다."


"그러면 일단 기본적인 설명부터 드리겠습니다. 여기는 저쪽에 보이시는 튼튼한 골렘들 보이시죠? 저희가 드리는 기계를 머리에 쓰시면, 저쪽에 있는 아무 골렘에게 빙의가 됩니다. 시야랑 몸의 크기, 이런건 사용자에게 맞춰 변화하기 때문에 움직이는데 큰 어려움은 없으실 거구요. 대신 아무래도 저희가 오락용으로 만든거라, 통각을 최대한 적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느껴지는 감각 자체가 상당히 둔하게 느껴지실거구요. 하지만 이 부분은 저희가 어쩔수가 없어요. 골렘에 빙의하신 뒤 안쪽 어트랙션 구역에 들어가시면 각 구역마다 안내원이 있습니다. 놀이기구에 대한 안내는 안쪽에서 들으시면 됩니다."


사람수에 맞는 기계를 건네주는 직원. 리피트는 기계를 건네 받으며 일행의 인원수에 맞는 방으로 안내받았다.


"이곳은 철저히 보호되고 있습니다만, 혹시 모르기 때문에 개인의 안전을 위한 다른 방법들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럼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직원이 떠나고 리피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닫혀있는 문 말고는 아무것도 본인들을 지켜주는게 없으니 안쪽에 있을 사람들이 불안함을 느낄법도 했다. 리피트 또한, 기계를 사용하고 무방비해질 일행들을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는게 없을까 고민했다. 딱히 생각나는게 없는 리피트. 그 대신, 디위티가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해결책을 가져다 주었다.


"이대로 가만히 누워만 있으면 되는거야?"


"네."


리피트 일행에 이어 자신도 자리를 잡고 드러눕는 디위티. 그러고는 디위티가 자신의 능력중 하나를 사용했다.


그러자, 누워있는 리피트 일행을 반투명한 통짜 보석이 둘러쌌다. 마치 보석에 봉인된 사람들처럼 갇힌 그들. 리피트는 안쪽에서 자신을 둘러싼 보석을 슬쩍 때려봤다.


'튼튼하구만'


왠만한 사람은 흠집도 내지 못할 강도를 확인하고 안심한 리피트는 머리에 기계를 뒤집어썼다. 그 모습을 본 남은 일행들도 따라서 기계를 사용했다.


< 체형 조정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요... >


검은 화면에 떠오른 글자. 잠깐 시간이 지나자 검은 화면이 사라지고 앞을 볼 수 있었다.


"와... 이게 뭐야.."


리피트는 눈을 뜨고 보이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 자신의 온 몸이 골렘이 되어 있었다. 몸을 움직여본 리피트는 큰 어색함이 없다는 사실에 또 한번 놀랐다.


"엄마 이거 봐요. 허리가 360도 돌아가요!"


"그러네? 목도 한바퀴 돌아가."


"우와... 저는 로봇이 된건가요?"


리피트는 뒤쪽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몸을 돌렸다. 그곳에는 다른 3명의 골렘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리피트는 그쪽에 붙어있는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모습도 확인할 수가 있었다. 흰색인 미르네, 녹색인 아르보레와 검정색인 리피트와...


"디위티지? 너는 왜..."


아무리봐도 평범한 골렘이라기보다는 기계 로봇처럼 생긴 디위티까지.


서로의 모습을 확인한 리피트 일행은 대기실 방에서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기다리고 있는 골렘모습의 안내원이 있었다.


"서로를 알아보기 위해 이걸 차시기 바랍니다."


리피트 일행이 받은 것은 자연스레 골렘에게 착용되는 완장같은 느낌의 팔띠였다. 리피트 일행은 팔띠를 차곤 드디어 제대로 된 유적지 내부로 들어갔다.


리피트 일행이 안쪽으로 들어가서 본 첫 감상은 말그대로 '축제'였다.


"자자! 투창 1등에게는 아주 큰 상품이! 모두들 이쪽으로 오세요!"


"코인을 모아오시면 뽑기를 하실 수 있습니다! 1등을 노려보세요!"


"우측 길로 가시면 귀신의 집이 있습니다. 새로 생겼으니 많이 와주세요!"


매대에 앉아서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골렘들과 길거리에 직접 서서 골렘들에게 잔단지를 나눠주는 골렘까지. 그리고 그들 너머로 보이는 수많은 거대한 놀이기구들에 더해 시야를 가득채운 리피트 일행과 같은, 손님 골렘들.


"뭐부터 가볼래? 나는 일단..."


리피트는 말을 꺼내며 고개를 돌렸다. 골렘이기 때문에 뒤쪽까지 한번에 돌아가는 얼굴. 그러나 리피트의 뒤쪽엔 아무도 없었다.


"뭐..뭐야?"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는 리피트. 저멀리 하하호호 떠들며 멀어져가고 있는 세사람이 보였다.


"야! 이씨. 같이 가!"


황급히 그들을 향해 달려가는 리피트. 그런데 꼭 이럴때 중요한 내용이 눈 안에 들어오는 게 왜일까.


< 누구나 당첨된다! 마성의 랜덤뽑기! 유적지에서 발굴된 빙의 마법 마법서 포함! >


일행을 향해 달려가던 리피트. 그런데 당연히 앞을 보고 있어야 할 그의 시선은 어느 판매대에 걸려있는 광고문에 꽂혀있었다. 자연스레 시선을 따라 멈춰지지않고 돌아가는 고개. 리피트는 앞을 보지 못한 대가로 발이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와당탕탕


"어머! 아프겠다!"


"걱정하지마. 우리 다들 골렘으로 빙의했잖아. 안 아플거야."


"그렇네! 다행이야 골렘이어서."


넘어진 리피트를 보곤 내심 걱정하며 지나가는 한쌍의 골렘 커플. 리피트는 길거리에서 떡하니 넘어진게 부끄러웠지만, 그걸 참고 일어나서 방금전 홍보문이 적힌 곳으로 향했다. 리피트는 글을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저게 바로 유적지에서 얻어가야 하는 것이라고.


매잠에 다가가자 살짝씩 졸고있는 점원이 보였다. 손님이 오자 재빨리 안 잤던 척 연기를 하는 점원에게 리피트가 홍보지를 가리키며 물었다.


"저기 적힌 글이 진짠가요?"


"네? 어떤 거 말씀이시죠?"


"뽑기에서 빙의 마법서가 나온다는 거요."


"아, 그거요. 그건 솔직히 아무도 모르죠. 0.0001퍼센트라고 했나? 아직도 저 뽑기 상자를 만들고 있으니까 확률은 더 낮을 거에요."


"0.0001퍼센트요? 허..."


기가 찬 표정을 짓는 리피트. 물론 골렘이라 그런 표정이 나타나진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저 물간이 나올 확률이 0.0001퍼센트에요. 저 정도의, 그러니까 저 수준이라고 책정된 물품들이 나올 확률은 더 높죠. 0.001퍼센트 정도?"


"그것도 말이 안되는 거잖아요."


"뭐... 있다는 생색만 내는 거죠."


"하아..."


깊은 한숨을 내쉬는 리피트. 하지만 포기할수는 없었다. 리피트는 우선 도전할 힘을 내기 위해서 정신승리부터 미리 시작했다.


'저런 확률은 모두 무의미해. 나오냐 안 나오냐, 항상 50퍼센트의 싸움이다. 할만해.'


몇 번 혼잣말을 되뇌이며 정신무장에 성공한 리피트는, 굳센 마음으로 점원에게 말했다.


"그럼 뽑기 하나만 주시겠어요?"


"개당 20코인이고, 200코인 내면 11개 살 수 있어요."


"...코인이요?"


리피트는 처음 듣는 말에 또 당황했다. 설마.. 여기도?


"네. 처음 오셨어요?"


"그런데요..."


"코인은 저기 보이는 이벤트들을 참여하시면 얻을 수 있어요. 투창, 물고기 낚시, 달리기 그런거 있죠? 등수가 높을수록 코인도 많이 주고 상품도 주죠. 받은 상품은 밖으로 그냥 가져가셔도 되고 저희같은 매점에 파셔도 되요. 매점에 팔면 코인으로 교환해주는 거구요."


"일단 코인부터 모아야 되는건가..."


리피트는 이곳에서 코인을 모을만한 이벤트가 있을지 둘러봤다. 마나 포켓볼,인형뽑기 등등 해볼만한게 몇개 있었다.


"그럼 이따가 다시 올게요."


"네. 아, 참. 혹시 빙의 마법서를 노리시는 건가요?"


뜬금없는 점원의 질문. 리피트는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그러자 점원이 리피트에게 다가와 조심스레 귓속말을 했다.


-솔직히 말하면, 저 뽑기 상자 안에는 홍보문이든 카탈로그든 글만 적어놓고 안 넣어놓은 경우도 많아요.


-네? 하지만 그러면 고소당하지 않나요?


-고소당해서 내는 비용보다 더 많이 버니까 상관이 없는거에요.


-이런 미친!


그렇다면 빙의 마법서도 뽑기에 없을 수도 있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표정이 일그러지는 리피트, 물론 골렘이라 딱히 드러나지는 않았다.


-그래서 제가 고객님께 정보를 드리는 건데... 하.. 이런 말하면 안 되는데.. 어디가서 제가 말했다고 하시면 안 됩니다?


-뭔데요?


-빙의 마법서는 뽑기 상자에 확실히 들어있어요. 그리고 제가 아까 말한대로 카탈로그에 없는 물건들이 상당수기 때문에 생각보다 확률이 높죠.


그 말에 리피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제가 어떻게 아는지 궁금하시죠? 그건 빙의 마법서를 유적지에서 찾아내 뽑기 상자에 직접 넣어서 봉인한 게 바로 저라서 그렇답니다.


-그..그러면 혹시..


-죄송하지만 도움은 못드려요. 완전히 랜덤이거든요. 하지만 만약 마법서가 팔리게 된다면 헛고생 하시지 않게 말씀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리피트는 코인을 모으는 것에 더더욱 의지를 불태우게 되었다. 정말로 할만하다고 믿기 시작한 리피트. 그렇게 바로 마나 포켓볼을 향해 달려간 그는 왜 완전한 랜덤뽑기에서 마법서가 팔려나가면 알려줄 수 있는것인지 이상함을 깨닫지 못하고 말았다.


ㅡㅡ


리피트기 향한 곳은 마나 포켓볼이었다. 이곳의 규칙은 아무래도 순위를 매기다 보니 조금 특이했다. 게임 방식을 살펴보면,


1.정삼각형 모양으로 공들을 배치하고 고정되어있는 큐대 앞에 흰공을 배치시킨 뒤, 큐대에 마나를 흘려보낸다.


2. 큐대는 자신에게 불어 넣어진 마나를 앞쪽의 흰 공에 보내고 그 공은 마나가 얼만큼 모여있던 똑같은 속도와 방향으로 굴러가 삼각형으로 모여진 공들에게 닿는다.


3. 흰공에서 각각의 공에 마나가 퍼져나가고, 일정량 이상의 마나를 전달받은 공들은 각자의 방향에 마련된 홀을 향해 나아간다. 전달받은 마나가 필요량보다 적으면 거의 굴러가지 않는다.


4. 홀에 들어간 공이 많을수록 점수가 높으며, 모든 공이 들아갔을 시, 점수는 유지된채 새롭게 한번 더 공을 칠 수 있다.


쉽게 말해, 그냥 보유한 마나량이 많으면 많을수록 고득점이 나오는, 마나량을 게임으로 측정하는 거였다.


한판에 15명씩 붙어서 6등부터는 코인을 주고 그중 1등에게는 상품을 주는데다가, 가게 신기록을 세운 사람한테는 무려 2천 코인까지 주는, 리피트에게는 가장 날로먹기 쉬운 곳이기도 했다. 여담으로 이곳의 최고 기록은 81점이었다.


"자 홀에 들어가는 공 하나당 1점입니다. 9개의 공이 다 들어가면 이어서 새롭게 한번 더 치실 수 있구요."


15명을 차례대로 치게 하는 가게 직원. 리피트는 15명 중에 15번을 받아 맨 마지막에 치게 되었다.


"너 괜찮겠어? 또 나한테 돈 잃지 않을까? 그때 나한테 돈 뜯기고 와이프한테 뒤지게 혼났다며. 이거 뭐 형수님 안쓰러워서 너랑 치겠냐?"


"내가 아무리 못쳐도 너는 이긴다. 나 저번에 20개 쳤어. 쫄리면 튀시든가 아니면 판돈을 올리시던가."


"개소리하지마. 니가 20개를 쳤다고? 그럼 난 이번엔 25개는 치겠다. 게임 끝나면 보자."


"어디 함 쳐봐라. 몇개나 넣나 내가 두눈 똑똑히 뜨고 봐주마."


앞에서는 두 사람이 서로 투닥거리고 있었다. 리피트는 고개를 돌려 당구대를 바라봤다. 천성적으로 마나보유량이 인간보다 많은 천마족임에도 9점 이상을 내는 사람이 없었다. 이번 판에서 최고 점수는 7점. 그리고 리피트 앞의 두번째, 즉 13번째 사람의 차례가 됐다.


"잘 봐. 임마. 호핫!"


괴상한 기합을 불어넣으며 큐대에 마나를 불어넣는 골렘. 마나를 받은 흰 공이 모여있는 공들을 향해 다가갔다. 리피트 또한 흥미로운 표정으로 보고있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들은 기본적으로 9점은 넘기는 듯 보였으니, 자신과 상대가 될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흰공이 다른 공들과 부딪혔다. 하얀 색의 공에서 마나가 퍼져나가고, 그 마나를 전달 받아 홀을 향해 내달리는 공들. 그리고 13번 골렘의 점수는 무려!


"3점이십니다."


"퐈하하하! 이게 뭐냐 이 자식아! 하핳하핳!"


몸을 부들거리는 13번과 배꼽을 잡고 웃는 14번 골렘. 13번 골렘은 못참겠다는 듯 14번에게 고함쳤다.


"네가 해봐! 얼마나 잘치는 지 보자! 어디 한번 쳐봐 이 자식아!"


"아무리 못쳐도 3점은 넘겠다 이 놈아."


"말만 하지 말고 쳐보라니까!"


14번은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큐대 앞에 섰다. 그는 아무런 기합도 없이 툭. 가볍게 큐대에 마나를 보냈다. 그리고 그의 점수는...


"2점이십니다."


"엉?"


"에휴 등신아. 뭐 20점? 0은 어디서 쏙 빼가지고 왔냐? 걸었던 돈 내놔, 이 자식아."


"말도 안돼! 이럴리가 없는데! 이거 사기야!"


"사기는 니 주둥이가 틈만나면 내뱉는게 사기고! 빨리 일로와!"


13번이 14번을 끌고 나가고 마지막 15번, 리피트가 큐대 앞에 섰다.


"이거 그냥 마나를 불어넣으면 되나요?"


"네."


"흐음..."


리피트는 큐대에 조심스레 마나를 불어넣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큐대가 담을 수 있을 만큼 가득 마나가 차버리자 리피트는 마나를 불어넣는 걸 멈췄다.


콰앙!


쏜살같이 굴러가는 흰공과 자연스럽게 홀을 향해 빨려들어가는 9개의 공.


"헉! 9.. 9점이십니다. 다시 배치시켜드리겠습니다."


리피트가 한번에 9점을 성공시키자, 직원들과 구경꾼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여유롭게 9점을 집어넣는 리피트에게서 흘러나오는 고수의 향기. 리피트는 다시금 자세를 잡았다.


27, 36...72.. 점점 올라가는 리피트의 점수. 리피트가 9점씩 성공할 때마다 사람들의 표정이 점점 설레임에 물들어갔다. 몇 년 전 100년 가까이 깨지지 않던 75점의 기록을 빨간색 머리의 여성이 81점으로 갱신했었다. 그리고 오늘, 100년은 훨씬 넘게 갈 것 같던 저 81점의 신기록이 깨지는 순간을 볼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리피트는 현재 최고 기록과 동점까지 딱 한걸음만을 남겨두고 있었고, 그 소문을 들은 사람들이 리피트를 구경하기 위해 벌떼처럼 몰려들었다.


'이거 생각보다 마나가 많이 드네.'


물론 마나가 넘치도록 남아있는 리피트였지만, 9점을 내기에 필요한 마나량이 평범한 사람들은 엄두도 못낼 양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신기록 보유자는 대체 누구지? 못해도 내 절반만큼은 마나를 가지고 있어야 할텐데...'


참고로 신기록 보유자는 자신의 집에서 호호 입김을 불며 안경 닦기 삼매경에 빠져있었다.


다시금 자세를 잡고 지체없이 큐대에 마나를 불어넣는 리피트.


콰앙!


"81점이십니다! 저희가게 최고기록과 동점이세요!"


리피트는 환호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흘리며 다시금 마나를 불어넣었고,


콰앙!


"90점! 신기록이에요 신기록!"


"이야! 내가 살면서 저걸 신기록을 달성하는 사람을 보네. 역시 오래살고 봐야돼."


"대체 정체가 뭘까? 나는 5점도 버겁던데. 어떻게 한거지?"


"역시 천상계들은 다르구만!"


구름처럼 몰려든 사람들의 환호와 달려와서 꽃목걸이를 씌워주는 직원들. 리피트는 본인보다 더 흥분해 보이는 듯한 사람들에게 차분히 말했다.


"상금. 상금 좀 주세요."


ㅡㅡ


"또 휴지네, 또 휴지야! 아오! 아오! 확 망해버려라. 이딴 회사!"


"저기 손님, 여기서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어느 가게의 한 구석. 리피트는 그곳에서 뽑기 상자들의 잔해들 사이에서 울부짖었다.


"이게 말이돼? 이게 말이 되냐고!"


리피트는 마나포켓볼을 우승하고 곧장 가게로 간 건 아니었다. 원하는게 나올 확률은 말그대로 1퍼센트는 커녕 0.01퍼센트 조차 되지 않는 확률. 그렇기 때문에 리피트는 자신있는 모든 이벤트에 참여해서 코인을 잔뜩 모았다. 대부분 신기록을 세워낸 리피트가 가져온 코인은 대략 1만코인 정도. 물론 마법서가 나올 확률인 0.00001퍼센트에는 턱없이 부족했지만, 리피트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뽑기 상자를 만드는 일에 직접 참여했다는 점원의 말에 따르면, 현재 이곳에 들어온 뽑기 상자의 수량자체는 고작 1000개를 간신히 넘기는 정도. 이게 무슨 소리냐면, 지금은 약 0.1퍼센트의 확률로 마법서를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거의 1퍼센트 확률로 '빙의' 마법서 급의 아이템을 얻을수 있다는 말이 되지. 근데 내가 가져온 코인은 약 1만 코인 그리고 내가 구입한 상자의 개수는 550개."


당연히, 아니 절대적으로 이만큼을 구입을 했으면 좋은 아이템 하나쯤은 먹는게 자연의 이치였다. 그런데 쨔쟌, 절대라는 건 없군요.


"도대체 왜!!!"


리피트가 뽑은 건 온통 휴지, 물휴지, 물에 녹는 휴지 등등, 온통 잡화상품들 뿐이였다. 안 깐게 아직 남아있는 거 아니냐고? 그럴리가, 구입한 모든 상자를 연 결과가 이 모양 이꼴이었다.


"흐엉엉.."


땅을 치며 통곡하는 리피트. 다른 사람들은 모두 놀며 돌아 다닐때, 리피트는 코인 하나라도 더 벌어보겠다며 이벤트를 뛰었다. 물고기를 안잡으면 내일이 없는 것처럼, 달릴땐 뒤에 그라트 할배가 쫓아오는 것처럼, 인형뽑기도 루아에게 줄 선물을 안기기 위해서...


댕댕댕...


"아아, 1시간 뒤 유적지가 폐장할 것임을 고객 여러분께 안내드립니다. 지금 시간은 밤 9시, 21시 이며 저희 유적지는 22시까지 운영하오니 그 전에 모두들 대기실로 돌아가셔서 기계와의 접속을 해제해주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흑흑 으어어엉."


이젠 코인을 벌어올 시간조차 없었다. 점원은 원래라면 이렇게 자리를 차지하고 민폐를 부리는 사람은 당장 쫓아내야 했지만, 550개의 뽑기 모두 꽝이나 다름없는 걸 뽑는 모습을 직접 두 눈으로 본 사람으로써 차마 나가라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운이 저정도로 없을 줄이야...'


만약 본인이 저 사람과 똑같은 상황이었다면, 당장 사기 아니냐고 판매원의 멱살을 잡았을 것이었다. 그런 안쓰러운 마음에 점원은 리피트의 옆에 슬쩍 차가운 냉수를 가져다 주었다.


그걸 벌컥벌컥 들이키는 리피트. 터덜터덜 돌아가는 그의 모습에 점원 골렘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일그러지는 것 같은게 아니라, 일그러졌다.


'이러면 안되는데... 이러면 안돼 할렌.'


힘이 축 빠진채 가게의 문을 여는 리피트, 그때 점원이 그를 불러세웠다.


"저기요!"


힘없이 고개를 돌리는 리피트. 그런 그에게 점원은 뽑기상자 하나를 건넸다.


"저 상자 살 코인 없어요..."


"많이 사주셔서 제가 선물로 하나 드리는 거에요. 혹시 알아요? 마지막에 대박이 뜰수도 있잖아요."


"허허..."


리피트는 점원의 배려에 웃으며 상자를 받았다.


"혹시 좋은 거 나오시면 제 이름이라도 기억해주세요. 제 이름은 할렌이에요."


"마음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꼭 기억할게요."


점원에게 웃어보인 리피트는 아무 감흥없이 상자를 깠다.


'어차피 또 휴지겠지. 이번엔 엠보싱 5겹휴지라도 나올라나.'


툭.


땅에 떨어지는 상자 속 내용물. 리피트는 스스럼 없이 그 내용물을 줏어들었고,


"헐."


리피트의 손엔 '빙의' 마법서가 들려있었다.


ㅡㅡ


"와아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제 은인이십니다! 흐아앙! 흐아아앙!"


"아니, 이러시지 마시구.."


"평생 은인으로 모시겠습니다 할렌 님!"


"저... 폐점하게 돌아가세요. 제발 좀... 좀 가시라구요..."


리피트는 점원의 손을 잡고 열심히 흔들고 있었다. 감사의 마음이 폭발하는 격렬한 악수. 간신히 리피트의 손을 뿌리친 점원이 리피트를 가게 밖으로 밀어냈다.


"그럼 안녕히 가세요!"


쾅하고 닫히는 가게의 문. 그러나 리피트는 점원의 그런 쌀쌀함까지도 멋있어 보였다.


"흐흐흐. 허허헣."


빙의 마법서를 꼭 껴안은 리피트. 그리고 곧장 그자리에서 마법을 습득해버리는 리피트였다.


'내가 이거 하나 얻으려고...'


사르르 녹아버리둣 사라지는 마법서를 허탈한듯 지켜보는 리피트. 그러곤 방금전까지 있던 가게를 슬쩍 쳐다봤다.


'그것도 마지막에 점원 분께서 준 게 아니었으면 시간만 잔뜩 낭비한거였네. 앞으로 다시는 이런 거 하지 말자.'


도박같은 거에는 눈길도 주지 않겠다고 마음먹는 리피트였다. 그때, 그에게 다급하게 누군가가 뛰어왔다.


"리피트! 리피트 찾았다! 이쪽이야!"


"왜 그래? 뭐야, 두 사람 다 뛰어왔어?"


리피트에게 다가온 건 다름아닌 미르네와 디위티. 그리고 한명이 보이질 않았다.


그러나 리피트는 아르보레가 어딨는지 물어볼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큰일났어! 아르보레가 말도 안되는 사고를 쳤어!"


"뭐?"


곧바로 남은 두 사람을 따라 뛰어가야 했으니까.


ㅡㅡ


"어떻게 저렇게 운이 없냐. 떡하니 고르라고 앞에다가 배치시켜줬건만, 무슨... 아니 그리고, 뒤에는 진짜로 다 랜덤인데 어떻게 다 꽝만 뽑았지? 말이 되나?"


점원 할렌은 기가 찬다는 표정으로 뽑기의 부산물들을 치웠다. 아마 자신이 맘먹고 그 하나를 떠먹여주지 않았으면, 그 사람은 990개를 뽑아도 꽝이었을 거라고 중얼거리는 점원. 가게의 정리가 다 끝난건 무려 23시, 다른 직원들은 모두 기계를 벗고 퇴근했을 시간. 할렌은 특이하게도, 안쪽 방에 들어가 마법등을 키고는 책상 앞에 앉았다. 도무지 퇴근할 생각이 없는지, 책을 하나 꺼내 펼치는 골렘.


집필하던 책이었는지 한참동안 집중하며 글을 쓰던 그는 창문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에 쓰던 걸 멈추고 책을 닫았다.


< 마수도감 2. 저자 :할렌 >


할렌은 덮어진 책을 뒤로 한 채, 다시 가게를 열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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