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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피트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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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스트맨
작품등록일 :
2019.03.09 00:54
최근연재일 :
2019.06.03 17:00
연재수 :
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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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6
추천수 :
251
글자수 :
635,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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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2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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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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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3쪽

57화

DUMMY

"미르네."


"응?"


"신 님들은 뭐랄까.. 정말... 이런 말하면 좀 그렇지만 인간이랑 많이 닮은 것 같아."


"닮았다기 보단 똑같다고 해야하지만... 뭐.. 그만큼 충격이 컷던거겠지."


리피트 일행은 지금 데르카스가 어디선가 구해와 선물로 주고간 1회용 호텔 텐트를 사용하고 있었다. 말그대로 고급지고 화려한 호텔 실내를 텐트 안으로 옮겨둔듯한 내용물이었다. 왜 그들이 여기에 머무르고 있냐면...


"으음..."


한 쪽 침대에서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잠을 자고 있는 돌봄의 여신 알리모. 리피트 일행이 봉인이 풀어졌다고 말하자 주위를 살짝 둘러보곤 고맙다는 말과 함께 뒤도 안돌아보고 뛰어나간 이 여신은, 바깥의 참상을 보곤 슬픔에 가득찬 비명을 지르며 혼절했다. 그걸 데려와 침대에 눕혀놓길 꼬박 하루. 다행히도 그녀는 조금씩 조금씩 정신을 차려가고 있었다. 여담으로 리피트 또한 근처의 다른 침대에 눕혀져 있었는데, 반나절마다 한번씩 미르네에게 감정을 검사당하고 있었다.


오늘도 벌써 3번째로 검사를 받는 리피트. 바깥은 어느새 해가 져가고 있었다.


"멀쩡해?"


"일단은. 그래도 내가 조정하긴 했어."


"왠지 이게 나쁘지 않다고 여겨지는게 참... 문제란 말이지."


미르네가 리피트의 감정을 조절해줄때마다 리피트는 굉장히 차분해짐을 알수있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아주 냉정하게 상황을 바라보고 침착하게 해결하는 몸이 되어버린 것이다. 무슨 일이든 착착 해결할 수 있게 바뀐 자신의 모습에 몰래 감탄하기도 하는 리피트였다.


그리고 그 덕에 아무 전조없이 일어나버린 알리모에 대한 대처도 침착하게 해낼 수 있었다.


"괜찮으신가요?"


"당신은... 인간? 이... 빌어먹을 자식들..."


자신에게 다가오는 여신의 주먹을 끝까지 바라본 뒤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피히는 리피트. 이게 모두 침착함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하필 본인 말고는 아무도 없는 타이밍에 일어났길래 어쩔수 없이 말을 걸었는데 이런 대접이라니. 리피트는 슉슉 지나가는 주먹을 피하며 빨리 일행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주먹만 수십대 정도를 피해내자, 잠시 따뜻한 물을 가지러 갔던 미르네가 돌아와 알리모를 막았다.


"알리모! 정신차려! 얘는 그런 애가 아니야. 너를 봉인한 애들이랑은 전혀 상관없는 녀석이야!"


계속해서 팔을 휘두르는 알리모의 허리를 잡으며 말리는 미르네. 어느새 돌아온 아르보레도 그녀를 막는데 동참했다.


"이익! 이거 놔! 저 녀석들 때문에 나와 함께하던 모든 아이들이 죽었어! 죽여버릴거야! 모두 죽여버릴거라고!"


"알리모! 여기봐! 나 봐봐. 나 미르네야! 제발 정신 차려!"


"미르네 님이라고?"


움직임을 잠시 멈추고, 고개를 돌려 자신의 허리를 붙잡은 이를 쳐다보는 알리모. 그녀는 멍하니 미르네를 바라보더니 미르네를 껴안고는 눈물을 펑펑 흘렸다.


"미르네 님! 흑...흑흑흑!"


한참동안 그녀가 울고 난 후에야 그녀가 봉인이 된 뒤 시간이 한참 흘렀으며, 리피트는 그 당시 인간들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걸 받아드리는 알리모. 그리고 리피트 일행은 그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원래 여긴 알리모 님이 동물들을 기르는 곳이었군요?"


"네. 멸종하기 직전인 친구들을 데려와서 제가 조금씩 길러주고 있었어요. 제가 봉인되기 전까지 이곳엔 정말 수십 수백 종의 아이들의 보금자리였는데... 그 빌어먹을 자식들이.."


알리모의 이야기에 따르면 원래 이곳은 황제가 될 사람이 혼자 걸어오는 곳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고행길로 만들어 황제에게 책임감을 주려고 했지만, 그 시대에는 핏줄이라는 개념이 없이 그냥 뛰어나면 되는게 황제였다보니, 고행길보단 여행길로 만들게 되었다고. 그리고 알리모 여신은 이 길에 멸종 직전인 동물들을 위한 거대한 동물원을 만들어 이곳에 온 이들을 즐겁게 하고, 그들에게 힘을 내려주었다고 했다.


하지만 어느날 수십 수백명의 인간들이 이곳에 들어왔고, 자신을 찾아오더니 봉인해 버렸다고 한다. 마법을 풀어내고 싶었지만, 신이 가지고 있을 리가 없는 '악'이라는 존재 때문에 리피트 일행이 풀어주기 전까지 계속 갇혀있었던 거라고 한다.


"저.. 궁금한게 하나 있는데요."


"네. 말씀하세요."


"제가 표지판을 읽었을 때는 분명... 채식을 하는 그러니까 초식 동물들이 꽤 있었거든요? 그리고 분명히 주변 환경또한 초원같은 초식을 위한 곳들인데 그 동물들은 왜 모두 죽은 건가요?"


리피트의 질문에 알리모가 슬픈 표정을 지었다.


"그건... 그게 모두 가짜라 그렇답니다."


"가짜요...?"


"네. 이곳에서 지내는 친구들은 모두 제가 건넨 힘으로 먹고 살던 친구들이에요. 그곳에 보이는 환경들은 정말 말그대로 느낌만 주는 그럴싸하게 꾸며진 가상일뿐이죠. 풀을 뜯어도, 고기를 먹어도 전혀 배가부르지 않아요. 제가 이곳에 자리한 이유도 이곳의 대부분이 황무지였기 때문이거든요."


리피트는 알리모의 말에 충격을 금치 못했다. 여태껏 봐왔던게 모두 환상이라니?


"그럼 그동안 먹이는 어떻게 주신 건가요?"


"저는 돌봄의 신이에요. 제 힘을 이용하면 이곳에 지내는 친구들이 먹을 모든 음식들을 만들어낼수 있어요. 물론 그렇게 만든건 당연히 환상이 아니구요."


즉, 위기에 처한 생명들의 입맛에 맞게 자신이 음식을 주었다는 뜻이었다.


'잠깐... 그럼 털 코뿔소는?'


"그럼... 흰털코뿔소 친구들은 모두 살아있던데 그건 어떻게 된거죠?"


리피트의 말에 알리모의 눈이 동그랗개 떠졌다.


"흰털코뿔소가.. 살아있더구요?"


"네. 굶어죽기 직전이라 제가 먹을걸 주긴 했지만 모두 살아있던데요."


"아아... 다행이다... 다행이야..."


감동했는지 눈물을 훔치는 알리모.


"이럴게 아니라 빨리 그 친구들에게 가봐야겠어요."


알리모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어디론가 달려갔다. 느닷없는 그녀의 행동에 모두들 당황했지만, 단 한 명 아주 침착한 리피트 씨는 차분하게 옷매무새를 다듬고는 여유롭게 걸어나갔다.


알리모는 흰털코뿔소들이 말랐음에도 멀쩡히 돌아다니는 걸 보곤 또 한번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잠시 뒤 리피트가 도착하자, 리피트에게 다가가 몸을 부비는 코뿔소들의 모습에 놀란 눈을 했다.


"이 친구들을 도와주셔서 정말로 감사드려요. 세 분이 오시지 않았다면 분명 이 친구들도... 제가 볼 수 없었겠죠."


리피트는 흰털코뿔소들을 쓰다듬으며 아까 했던 질문을 다시 물었다.


"이 녀석들은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있을 수 있었던 건가요? 알리모 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고대 제국 때 봉인이 되신거 같은데요."


"그건 아마 이 친구들의 눈 덕분일거에요."


알리모는 자고 있는 흰털코뿔소의 눈을 쓰다듬었다.


"이 친구들의 눈은 본질을 꿰뚫어봐요. 그 때문에 마법사들이 이 친구들의 눈을 재료로 많이 사용했고, 그래서 멸종되기 직전까지 몰렸어요. 이 친구들은 아마 이곳이 황무지인걸 깨닫고 자신들이 먹을 풀을 찾아 계속 돌아다녔을 거에요."


리피트는 의외란 눈으로 코뿔소들을 바라봤다. 덩치만 큰 순한 녀석들인줄 알았는데 그런 비밀을 가지고 있었다니.


리피트가 코뿔소에게 몸을 기대는 모습을 보며 알리모는 살짝 웃었다. 이윽고 무언가 생각난 듯한 알리모.


"그러고보니 제가 당연히 해야하는 일을 까먹고 있었네요."


알리모는 리피트에게 손을 뻗었다. 그러자 굉장히 강대한 기운이 리피트를 감싸안았다.


"이건..."


"제국의 황제가 얻게 되는 힘이랍니다."


"하지만 전 황제가 아닌데요?"


"물론 황제는 아니시지만, 조건은 다 갖추고 계시잖아요? 주신 님의 신술과 알켄타르 그 아이의 힘, 그리고 이곳에 도착한 것까지. 그정도면 충분하답니다."


알리모는 말을 마치곤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냈다. 투명하게 어두운, 특이한 느낌을 가진 보석이었다.


"이건 미르네 님에게 전해주세요. 미르네 님의 성물이에요."


"성물이요? 왜 직접 주시지 않고..."


"왜냐면 리피트 님께 드려야 제가 빚을 갚는 느낌이거든요."


알리모의 행동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녀는 리피트에게 무언가를 더 건네려는 듯 손을 뻗었다. 그런데, 그녀가 내민 힘이 갑작스럽게 어디론가 빨려들어갔다.


"어? 왜, 왜이러지?"


당황한 모습의 알리모. 알리모는 몇 번 더 무언가를 시도하는 듯 했지만, 그녀의 힘은 계속해서 어디론가 빨려들어갔다.


"죄송해요. 제가 아직 봉인에서 풀린지 얼마 안되서 힘이 많이 부족한가봐요."


"아니에요. 이미 주신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합니다."


도대체 무엇때문인지 모르는 듯한 알리모. 리피트는 몰키베 때의 상황을 떠올리며 혹시 신수의 알이 힘을 흡수한 게 아닐까 생각했지만, 알리모에게 굳이 말하진 않았다. 그렇게 알리모와의 대화를 마친 후, 건물로 돌아온 리피트는 미르네에게 성물을 건넸다. 미르네는 사방을 뛰어다니며 기뻐한것은 설명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리피트 일행은 이제 이곳의 볼일을 모두 해결한 상황이었다. 알리모를 본 건 겨우 하루정도였지만, 리피트는 그녀와 헤어지는게, 그리고 코뿔소들과 헤어지는게 못내 아쉬웠다.


'그래도 여신님이 잘 알아서 하시겠지.'


그런데 떠나려는 리피트 일행을 알리모가 붙잡았다.


"저기 죄송한데 부탁이 있어요."


깍듯이 고개를 숙이는 여신 알리모. 리피트가 그녀를 바라보자 알리모는 그녀가 조심스레 이야기들을 꺼냈다.


"혹시 죽어가거나... 멸종되기 직전인 친구들, 동물이나 식물들을 발견하신다면, 이곳으로 보내주실 수 있을까요?"


알리모가 리피트 일행에게 부탁한 건 이곳엔 이제 흰털코뿔소 말곤 아무것도 살지 않으니, 이전처럼 복작복작 거리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리피트 일행은 딱히 거절할 이유를 느끼지 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저와 언제든 연락할 수 있는 통신기구에요. 이걸로 연락하시면, 제가 그쪽으로 가서 아이들을 데려갈게요. 아, 참. 여기엔 이쪽으로 올 수 있는 마법도 들어가 있으니까 오시고 싶으실땐 언제든 놀러오세요."


"네. 아무래도 코뿔소들 보러 종종 들릴거 같아요."


리피트 일행은 알리모가 준비하는 마법에 몸을 맡겼다. 목적지는... 잠깐만, 어디로 가는거지?


"알.. 알리모 님, 잠까..."


"아! 그리고 이곳의 시간은 바깥보다 상당히 느려요. 시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그건 또 무슨 소ㄹ...'


그렇게 리피트 일행은 통일 제국의 황제들이 향하는 필수코스를 완주한채 그곳을 빠져나왔다.


ㅡㅡ


"어머. 그러고보니.."


리피트 일행이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던 알리모는 무언가가 생각난듯 자리를 옮겼다. 그런 그녀를 따라오는 코뿔소 한 마리. 그녀가 도착한 곳은 말그대로 황무지였다. 그녀가 봉인되지 않았을때만 해도 온갖 식물들이 살아 숨쉬던 곳. 그녀는 씁쓸한 표정으로 황무지에 누운 코뿔소를 쳐다봤다.


'힘들었겠구나... 그래도 고마워..."


수십마리의 코뿔소를 살리고 황무지가 되어버린 땅에 알리모는 다시금 생명의 손길을 뻗었다.


ㅡㅡ


"여긴 어디야?"


알지도 못하는 곳으로 옮겨진 리피트 일행은 일단 한 방향으로 쭉 나아가고 있었다. 가다보면 사람을 만날거고 그 사람에게 여기가 어디냐고 물어보면 된다는 간단한 마음가짐. 그리고 이 세사람은 누군가의 도움없이 근처의 마을을 찾아내는데 성공해버렸다.


마을에 도착한 리피트는 마을 사람들을 보곤 살짝 당황했다. 모두들 검은색 머리에 살짝 보랏빛을 띄는 피부를 가지고 있었고, 이는 즉,


"마족의 영역이라고?"


이놈의 여신은 도대체 우리를 어디로 보냈단 말인가. 리피트는 당황함을 그대로 간직한 채 마을 사람들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첫마디를 꺼낸 리피트는 멈칫했다. 리피트가 여태껏 산맥 너머의 이들과 대화를 해본건 페르 파르 남매와 천족과 마족의 대장 두사람뿐, 어쩌면 말이 통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마을에 머무는 이들은 리피트의 말을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다.


'망했다.'


리피트는 열심히 밥을 먹는 제스쳐, 잠을 자는 제스쳐를 취해봤지만,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 이는 양 대륙의 단절이 너무나도 오래되어서 서로간의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표현하는 제스쳐가 다르기 때문이었다. 리피트가 좌절해 있을 무렵 어린 아이 하나가 다가오더니 리피트의 소매를 잡고 당겼다.


리피트가 아이를 바라보자 앞장서서 걸어가는 어린아이. 리피트는 일행과 함께 그들의 뒤를 따랐다. 그들이 들어간 곳은 마을 내에서 가장 커보이는 집이었다. 어린 아이는 리피트 일행을 어느 건물까지 안내했고, 그 안에는 수많은 마족들이 양쪽에 늘어서 있었다. 그리고 한가운데에는 거구의 남자가 앉아있었다. 그가 손짓하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마법을 읇어대기 시작했다.


리피트는 그게 바로 번역 마법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별 저항없이 그들의 마법을 받아들였다.


"저희들의 말을 알아들으시겠습니까?"


조심스레 리피트의 눈치를 살피는 거구의 남성. 리피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 말도 알아들으실 수 있으신거 맞죠?"


"네. 맞습니다."


남자는 커다란 얼굴에 활짝 미소를 띄워보였다. 인상좋은 아저씨의 얼굴. 리피트는 저도 모르게 긴장이 풀어졌다.


"저는 벨샨. 이 마을의 이장을 맡고 있어유."


"저는 리피트고, 이쪽은 미르네, 아르보레 라고 해요."


벨샨은 뭐가 그리 좋은지 미소를 띈 채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항상 준비하긴 했지만 이렇게 저희 마을에 찾아오실진 몰랐어유. 아마 저희 마을 사람들 모두 깜짝 놀랐을거여유."


리피트는 마치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었단 둣 말하는 그의 말에 깜짝 놀랐다. 자신들을 어떻게 알고 기다린단 말인가?


"저희가 올지 몰라 준비하고 계셨다구요?"


"네. 최근에 저 산맥 넘어에 있는 남부 제국? 그곳과의 전쟁이 끝났지 않습니까. 아직 전후 처리 중이지만, 특별한 사람들에 한해 산맥을 넘게 해준다고 했거든요. 그리고 저쪽에서도 특별한 분들이 넘어오실거니까 잘 대접하라고 했습니다. 자, 여기."


리피트는 남자가 내미는 종이 책자 하나를 받았다. 거기에는 리피트 일행의 사진들이 나와있었다.


'이거.. 현상수배지에 있던 사진 같은데?'


사진 위에는 < VVIP 손님. 최선을 다해 모실것. > 이라는 글씨가 적혀있었다. 자신을 귀한 손님으로 여겨주다니, 리피트의 기분이 더욱 더 좋아졌다.


그때, 리피트가 데리고 다니던 신수의 알이 조그맣게 떨렸다. 그 모습에 리피트는 신수의 알이 마나를 집어먹던 광경이 생각났다.


'마나같은 걸 먹일 수 있을려나?'


"저기 혹시, 여기 마나석같은, 마나를 머금고 있는 물건같은 게 있나요?"


"마나석이유? 마나석같은 건 모르겠구유, 몬스타들을 잡으면 나오는 마석이란건 있어유."


리피트는 처음 듣는 이름에 고개를 갸웃했다.


"한 번 볼 수 있을까요?"


"예. 여깄어유."


별거 아닌듯 주머니에서 보석같아 보이는 걸 꺼내 내미는 벨샨. 그의 솥뚜껑 같은 손에서 하나를 집어든 리피트는 살짝 놀랐다.


'마나석이랑은 뭔가 다르면서도... 크게보면 같은데?'


마나를 담고있다는 면에선 마나석과 다를바가 없었다. 리피트는 곧장 벨샨에게 물었다.


"마석이라고 했나요? 이걸 잔뜩 사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리피트는 말을 해놓고 아차싶었다. 분명 이쪽에서의 화폐는 산맥 너머의 공통금화를 사용하지 않을 터, 얼마의 가격을 가지고 있든 지금의 리피트는 지불할 능력이 없었다.


그런 그의 고민을 꿰뚫어 본듯, 벨샨이 웃으며 대답했다.


"하하. 걱정하지 마셔유. 모든 마을에 금화랑 저희돈이랑 어떻게 환전해야할지 다 적혀있으니까유."


리피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서 이럴게 아니라 방을 안내해 드릴게유. 그쪽으로 가셔유."


"네."


리피트는 방을 배정받고는 곧장 마석들을 사모았다. 아무래도 몬스터에게서 나오는 거다 보니 상당히 비싼 가격이었지만, 리피트가 가진 돈은 그것보다 훨씬 많았다.


"오오, 먹는다 먹어."


리피트의 예상대로 신수의 알은 일정량의 마나가 모이자 그걸 낼름 빨아먹었다. 그 모습을 본 리피트는 마석이 쌓이는 족족 마나를 꺼내 알에게 먹였다. 마나가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알에서 진동이 더욱 자주 일어났다. 그 후 며칠동안, 리피트는 마치 어미가 된 것처럼 하루하루 마나를 먹이는 일에 집중했다. 미르네는 무언가를 하고 있는듯, 방안에 틀어박힌 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덕분에 리피트의 감정은 완전히 알의 어미와 동일해져 있었다.


그러기를 약 5일, 마을에 엄청나게 쌓여있던 마석을 다 팔아치운 마을의 재정은, 어느새 원래 자기들의 화폐보다 제국의 금화가 더 많은 지경에 이르렀고, 그 모든 마석을 빨아먹은 신수의 알은, 온 껍질에 금이 간 채, 태어나기 위한 마지막 한걸음만을 앞두고 있었다.


"조금만 더! 힘내! 할 수 있어!"


"저기. 리피트 님..."


알이 양쪽으로 기울며 움직일때마다 목이 터져라 응원하는 리피트.


"화이팅! 정말 한걸음 남았어! 할 수 있다 우리 알!"


"제가 알이라면 시끄러워서라도 부화하기 싫을거 같아요..."


미르네가 계속해서 방안에서 나오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알의 부화를 지켜보고 있는건 리피트와 아르보래 두 사람이었다. 아르보레는 며칠 전부터 리피트의 알 걱정에 계속 시달리고 있었다. 왠만한 일엔 짜증도 안내는 온화한 그녀가 처음으로 리피트에게 짜증을 냈을 정도. 어쨌든 곧 깨질것 같은 알의 모습에 그녀또한 내심 흥분하고 있었다. 두 사람이 엄청난 집중을 하던 그 순간


뽀작.


"곧 깨어나나봐!"


끼익.


'끼익?'


"니네 도대체 뭐해?"


순간적으로 리피트와 아르보레의 시선이 문쪽으로 향했다. 그곳엔 오랜만에 보는 미르네가 서있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고개가, 알을 벗어난 그 순간!


빠지직!


"삐이!"


껍질을 완전히 박살내며 신수가 태어났고, 미르네를 제외한 두 사람은 신수가 태어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ㅡㅡ


"미안해.. 미안하다니깐? 아니 그러게 나도 진작에 불렀으면 됐잖.."


미르네는 자신을 째려보는 두 사람의 눈빛에 자연스레 고개를 숙였다. 신수가 태어나는 모습을 미르네만 봤다고 단단히 삐진 두사람이었다.


'내가 뭘 잘못한 것도 아니고.'


속으로 투덜거리는 미르네.


"삐이~"


'귀여워~'


그런 미르네도 리피트의 품속에 있는 아기 신수의 모습엔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미르네는 고양이를 닮은 듯하면서도 살짝 파충류의 느낌도 있는듯한 그 귀여운 모습에 자신의 손을 내밀었지만.


탁.


그녀의 손을 쳐내는 리피트.


"어허. 1시간은 참으셔야지."


"크윽..."


신수의 탄생을 못보게한 대가로 한시간동안 못 만지기 형을 선고받은 미르네였다.


'잠깐만. 요 며칠동안 내가 감정을 컨트롤을 안했잖아? 지금 사용하면 화를 가라앉히고 용서해주지 않을까?'


미르네는 슬쩍 신의 힘을 리피트에게 뿌렸다. 겉으로 보기에도 놀랍도록 차분해진 리피트.


"리피트. 솔직히 1시간은 너무 하지 않아? 1시간이면 애가 날 가족이라고 생각하지 않을수도 있다구."


말도 안되는 말이었지만, 미르네는 리피트가 더이상 화를 내지 않을테니 충분히 성공가능성이 높을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녀의 예상대로 리피트는 화를 내진 않았다, 겉으로는.


"1시간이 짧다니? 우리가 이 아이를 만난게 언제였지? 무려 데르카스가 함께 할 때야 알고있지? 난 그때부터 우리 애가 부화하기만을 기다려왔어. 혹시 그거 알고 있니? 우리가 알리모 님을 만난 그 시간. 그거만 해도 거의 6개월이 흘렀더라. 그런데 나는 너에게 겨우 1시간만을 참으라고 했는데 그게 많다? 허허. 아니지 너무 적다는 말을 내가 잘못 들은 거겠지. 그치?"


차분히 길게 말하기 시작하는 리피트. 미르네는 리피트의 그런 공격에 당황했다. 이성을 되찾은 리피트는 아주 합리적인 계산법으로 1시간으론 부족하다고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니들 내 덕에 쟤를 볼 수 있는건데... 너무해.'


"리피트 님. 애가 듣겠어요."


"어이구. 이런. 우리 아가, 아빠가 미안해용. 시끄러웠죠?"


'우웩, 역겨워.'


리피트를 막는 아르보레와 팔불출이 되버린 리피트. 리피트의 모습에 토할뻔한 미르네는 결국 1시간동안 신수를 만지지 못하고 주변을 맴돌아야만 했다.


ㅡㅡ


리피트와 아르보레가 한창 알을 바라보고 있을때, 미르네는 성물을 흡수하고 있었다. 아르칸과 달리 무언가를 만드는 재주가 없는 미르네는, 자신의 힘을 직접 빚어내서 성물을 만들었고, 그 덕에 그녀의 성물은 언제든 흡수할 수 있는 특이한 물건이 되었다.


더군다나 이번에 리피트가 건네준 성물은 그녀의 원초적인 힘을 상당량 담아냈던 물건. 그녀는 기쁜 마음으로 성물을 흡수했다. 따뜻하게 밀려들어오는 익숙한 기운. 오랜세월 떨어져 있었지만 크게 바뀌지는 않은 자신의 힘에 미르네는 기분좋은 미소를 지었다.


"화이팅! 화이팅!"


"힘내라! 힘내라!"


'얘넨 대체 뭘 하고 있는거야?'


힘을 흡수한 뒤에 오는 기분좋은 탈력감. 조용히 이 느낌을 즐기고 싶어 침대에 누운 미르네였지만, 옆방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소리에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에이씨."


놓여진 베게로 자신의 양쪽 귀를 틀어막는 미르네. 하지만, 옆방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점점 커져만 갔다.


"조금만 더! 할 수 있어!"


"화이팅! 화이팅! 다 왔어 힘내!"


"아오! 왜 꼭 내가 가만히 쉬고 싶은 날에만 이러는 거야?"


미르네는 두 사람에게 한마디를 해줘야겠다며 리피트와 아르보레가 머물고 있는 방 문을 열었다.


끼익.


"니네 도대체 뭐해?"


문을 열며 말하는 미르네. 미르네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는 리피트와 아르보레. 그리고 마치 눈앞의 두사람이 고개를 돌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빠지직!


"삐이!"


알을 깨고 나오는 귀여운 신수. 주변을 두리번 거리는 귀여운 아기신수와 눈이 딱 마주친 미르네는 곧장 알에게 그랬던 것처럼 신수에게도 자신의 힘을 불어넣어주었다. 그리고 나서야, 눈앞의 리피트와 아르보레를 쳐다보는 아기 신수. 신수는 리피트의 품 안으로 쏙 뛰어들어갔다. 옆에서 신수의 머리를 쓰다듬는 아르보레.


그러나 미르네는 신수의 탄생을 보지 못하게 한 벌로 한시간 동안 신수의 곁에 다가갈 수가 없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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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피트 일대기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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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64화 19.06.03 271 1 19쪽
64 63화 19.06.02 148 1 20쪽
63 62화 19.06.01 141 1 25쪽
62 61화 19.05.31 155 1 23쪽
61 60화 19.05.29 150 1 29쪽
60 59화 19.05.27 160 1 18쪽
59 58화 19.05.26 172 1 21쪽
» 57화 19.05.25 176 1 23쪽
57 56화 19.05.24 177 1 26쪽
56 55화 19.05.22 165 1 16쪽
55 54화 19.05.20 153 2 21쪽
54 53화 19.05.19 159 1 14쪽
53 52화 19.05.18 186 1 19쪽
52 51화 19.05.17 185 2 23쪽
51 50화 19.05.15 180 1 16쪽
50 49화 19.05.13 175 1 30쪽
49 48화 19.05.12 190 1 21쪽
48 47화 19.05.11 203 2 25쪽
47 46화 19.05.10 186 1 22쪽
46 45화 19.05.08 212 1 21쪽
45 44화 19.05.06 226 1 31쪽
44 43화 19.05.05 179 1 16쪽
43 42화 19.05.04 189 1 21쪽
42 41화 19.05.03 182 1 19쪽
41 40화 19.05.01 188 1 12쪽
40 39화 19.04.29 204 1 21쪽
39 38화 19.04.19 200 1 30쪽
38 37화 19.04.17 195 1 20쪽
37 36화 19.04.15 189 1 22쪽
36 35화 19.04.14 229 1 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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