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안녕하세요

리피트 일대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이스트맨
작품등록일 :
2019.03.09 00:54
최근연재일 :
2019.06.03 17:00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24,050
추천수 :
251
글자수 :
635,842

작성
19.05.01 13:00
조회
187
추천
1
글자
12쪽

40화

DUMMY

"일? 무슨 일을 첫날부터 해? 그냥 쉬어."


곧장 기계로 달려드려는 리피트를 막아선건 다름아닌 퓌락 공방장이었다.


"우린 악덕기업이 아냐. 쉴땐 쉬고, 일할 땐 일하는게 모토지만. 넌 지금 쉴때라고. 같이 온 일행들이랑 놀러나 갔다와."


기어이 리피트를 쫓아내는 퓌락. 리피트는 어쩔수없이 아르보레와 미르네와 함께 마을을 돌아보기 위해 나왔다.


"이거 옷 예쁘다."


"리피트."


"아니, 그냥 예쁘다고. 봐봐 예쁘잖아."


어느 한 상점의 매대 앞. 그곳에선 오늘도 사주려는 자와 사주는 걸 막는 자 사이의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크, 이거 머리핀 예쁜데? 녹색이랑 참 잘 어울릴 것 같은데?"


"리피트."


"그.. 그냥 그렇다고..."


하지만 언제나 패배는 리피트의 몫이었다. 마음도 착한 아르보레가 너무 많은 선물을 받았다며 더이상 리피트에게서 무언가를 받으려 하지 않았고, 그러면서 리피트의 설 자리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저기, 이거 하나주세요.


그래도 미르네 몰래 아르보레가 좋아할만한 것들 한 두개씩은 사두는 리피트였다.


두 어른이 싸우는 사이 어린 모습을 한 아르보레는 마을사람들에게 무언가를 물어보고 있었다.


"여기 혹시 공원 있나요?"


"공원? 공원은 저쪽으로 가면 있어."


마을 사람들이 알려 준 곳으로 리피트와 미르네를 데리고 가는 아르보레. 아르보레의 머릿속에는 지하로 내려오기 전에 들렸었던 드워프 놀이공원의 모습이 새겨져있었다.


그리고 길을 물어물어 그토록 원하던 공원에 도착한 아르보레.


"...어?"


하지만 슬프게도, 단순히 크기만 큰, 지하에서 자라는 나무들과 벤치로 꾸며놓은 평범한 공원이 그들을 맞이해 주었다.


ㅡㅡ


"나중에 엄마랑 같이 놀이공원가자. 응?"


"네..."


풀이 죽은 아르보레를 열심히 달래고 있는 미르네. 듣자하니, 아르보레가 놀이공원과 공원을 착각한 모양이었다. 이번에도 지상에서처럼 신나게 놀거라고 기대했던 아르보레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 아르보레를 달래기 위해 두 어른, 리피트와 미르네는 아르보레를 공원의 매점으로 데려갔다.


달콤한 솜사탕, 츄러스, 아이스크림.


"앙."


달콤한 솜사탕을 한입 가득 문 아르보레가 그제야 얼굴에 미소를 띄웠다.


"엄마랑 공원 구경할까?"


"네."


영락없는 어린이처럼 보이는 아르보레. 리피트는 흐뭇하게 그 광경을 바라보며 두 사람을 따라갔다. 미르네와 아르보레는 공원 구석구석을 재밌다는 듯 돌아다녔고, 리피트는 처음엔 따라다니다가 슬쩍 빠진 뒤 근처의 벤치로 향했다.


"뭐야. 누가 벤치를 치우지도 않고 갔어."


리피트는 벤치 근처에 뿌려진 빨간색 조각들을 손으로 털어냈다. 딱딱한 그것들은 마치 비늘같았다.


"와 씨. 완전 민폐네. 공원 전체에 다 뿌려놨잖아?"


벤치에 앉은 리피트는 자신이 앉은 벤치 뿐만이 아니라 그 일대 전체에 빨간색 가루가 뿌려진 걸 보곤 얼굴을 찌푸렸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예의가 없는 자인것 같았다.


벤치에 한동안 앉아있자, 저 멀리서 미르네와 아르보레가 리피트를 향해 다가오는게 보였다.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에게 다가가는 리피트. 하지만 리피트가 제일 먼저 들은 건 자그만 데시벨로 파고들어오는 미르네의 잔소리였다.


-너는 그새 여기에 앉아있냐?


-아니, 그게..


-얘는 이렇게 놀러다니는 것도 처음인데, 좀 같이 다녀. 너가 없어서 보던 것도 멈추고 돌아왔잖아.


-미안...


짧지만 확실하게 잔소리를 듣는 리피트. 그런 그에게 아르보레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쪽에 가니까요, 엄청 큰 구덩이가 있었어요."


"구덩이?"


"네. 구덩이치곤 얕긴 했는데 그런게 쭈욱 여러개 있었어요."


"그래?"


리피트와 같이 가고 싶었던 듯 리피트의 손을 잡는 아르보레. 리피트는 얌전히 아르보레가 이끄는대로 따라갔다. 멈춰선 그곳에는 아르보레의 말대로 똑같이 생긴 구덩이들이 한 곳을 향해 쭉 생겨나 있었다.


'꼭 거대한 생물의 발자국 같네.'


발자국 특유의 모습은 전혀 없었지만, 왠지 그럴것만 같은 느낌. 리피트 일행은 공원을 조금 더 둘러본 뒤 숙소로 돌아갔다.


ㅡㅡ


숙소로 돌아가는 길. 도중에 배가 고파진 리피트 일행은 제일 그럴듯하게 생긴 식당에 들어갔다.


"새로운 도시에 도착했으니, 그 지역 음식을 한 번 먹어봐야겠지?"


리피트 일행이 이곳에 들어온 것은 단순한 호기심때문이었다. 사실 지하로 내려온 뒤, 리피트 일행은 단 한번도 드워프들의 식당에 가본적이 없었다. 아공간에 멀쩡히 맛있는 음식들이 남아있는데 굳이 실패할지도 모를 새로운 도전을 할 필요는 없었으니까. 드워프 마을에서 먹은 건 끽해야 리피트가 맥주를 샀던 정도였다.


하지만 오늘, 왠지 모르게 호기심이 동한 리피트가 한번 드워프들의 요리에 도전해보자 라는 의견을 냈고, 수많은 음식점 중에 제일 사람이 많아 보이는 식당을 리피트가 심사숙고 끝에 골라서 들어갔다.


귀를 쫑긋세우고 다른 이들이 시키는 메뉴를 듣는 리피트.


"어이. 여기 오늘의 메뉴 2개."


"여기 오늘의 메뉴 좀 주쇼. 3개로."


"흠... 오늘의 메뉴가 좋겠지?"


"응. 그걸로 시켜."


'오늘의 메뉴라...'


주방장의 솜씨에 모든 걸 맡기는 메뉴. 평소라면 리피트는 절대 그런 메뉴들을 시키지 않았겠지만, 오늘의 리피트 씨는 호기심이 넘쳐났다. 그리고 잠시 뒤, '오늘의 메뉴'가 리피트 일행의 앞에 펼쳐졌다.


"여기! 오늘의 메뉴 3인분!"


착착착.


1인당 하나씩 놓여지는 커다란 그릇. 그걸 본 리피트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이게 뭐야?'


산더미처럼 쌓인 밥과... 옆에 함께 자리한 야채,나물,야채,나물. 당황한 리피트가 빠르게 주변을 살폈다. 드워프들이 식량이 부족하단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게 식당에서 고기나 계란 같은 제품을 하나도 안 판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리고, 뒤늦게 보이는 식당의 이름과 설명.


' < 채식로드 >


아르카딤 유일의 채식주의자 전문 음식점. 저흰 모든 야채를 유기농으로 사용합니다. '


"허."


고기를 좋아하는 리피트에겐 너무도 마음이 아픈 이야기. 마치 그 옛날 마탑에서 건강을 챙겨야 한다며 야채 반찬만 들이밀던 세라를 보는 느낌이었다. 리피트는 잠깐동안 먹을지 말지 고민했다.


'그래도 먹긴 먹어야... 잠깐, 나만 이럴리가 없어. 미르네도 분명 야채를 좋아하진 않았는데?'


고개를 돌려 미르네는 어떤 전략을 취하는지 살펴보는 리피트. 그리고 미르네는...


"어이구. 잘먹는다. 그렇지, 그렇지. 맛있어? 엄마 껏도 먹어."


"엄마, 그래두.. 저한테 다 주시면 배고프시잖아요."


"아냐 아냐. 엄마는 아르보레가 먹는 것만 봐도 배불러."


미르네는 야채와 고기 둘다 좋아하는 아르보레에게 자신의 식사를 떠넘기고 있었다. 상상도 못한 방법에 멍하니 그걸 보고 있던 리피트가 황급히 그녀의 전략에 참여했다.


"아르보레야. 아빠것도 먹을래?"


"이걸로도 배불러서 더 못 먹을것 같아요..."


누가봐도 리피트를 배려하는 마음이 우러나는 얼굴. 그녀의 배려에 리피트의 마음이 아팠다.


'배려 해주지마! 먹기 싫단 말이야!.'


미르네는 그런 리피트를 보곤 활짝 웃으며 조금 남은 식사를 해치웠고, 리피트는 꾸역꾸역 밥을 집어넣으며 식사를 마쳐야 했다.


ㅡㅡ


다음날 아침, 리피트는 곧장 퓌락 공방부터 찾았다. 리피트가 공방 안쪽에 들어가 퓌락이 주었던 의뢰 목록들을 보여주자, 드워프들이 리피트를 기계로 안내해줬다.


"며칠 전 부터 기계가 멈췄버렸수. 저희 공방의 수리공들의 말로는 기계에 문제가 없다는데, 왜 안 돌아가는지 도저히 짚이지가 않어."


퓌락 공방은 큰 공방이다보니, 이곳의 수리공들의 수준도 높았다. 그래서 리피트에게 의뢰가 들어온 것들은 대부분 이런 원인조차 알 수 없는 고장이 대부분이였다.


리피트는 마나를 흘려보냈다. 안쪽을 살펴본 리피트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진짜네. 부품이 고장난 곳도 없고, 딱히 잘못된 곳도 보이질 않는데..."


마나가 흐르는 통로도 멀쩡하고, 전원도 멀쩡하고. 리피트는 딱히 이유를 찾질 못했다.


'첫 수리인데 실패로 끝나면 좀 그런데...'


리피트는 나름 기계 마법과 그 지식에 상당한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이 상황이 달갑지 않았다.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이곳에서 시작하는 첫 일인데, 성공으로 장식하고 싶지 않은가.


'어쩔 수 없나.'


리피트는 최대한 쓰지 않으려 했던 기계 마법을 사용했다. 리피트는 마나를 흘려보내 이 기계가 어떤 방식으로, 무엇을 목적으로 돌아가고 있는지 확인했다. 그러곤 안쪽의 구조를 바꿔버렸다. 겉모습과 용도, 사용법은 그대로, 하지만 안쪽의 배치는 좀더 효율적이게끔, 그리고 멈춰서지 않게끔. 행운인지 불행인지, 부품들을 모두 똑같은 재료를 쓴 기계라 큰 문제가 바로 생기진 않을 것 같았다.


"일단 문제가 뭔지 모르겠어서, 그냥 안에를 싹 다 바꿨는데, 어떻게 될 지 모르겠네."


"엉?"


당황한 표정으로 리피트를 쳐다보는 드워프.


"잠깐만. 종이 한 장만 좀 줄래?"


드워프는 종이 한장을 찢어 리피트에게 내밀었다. 리피트는 안쪽의 몇몇 부품들은 다른 재료로 만들어 교체하는게 기계가 좀 더 오래갈거라는 글을 적었다.


"한 번 작동시켜봐. 평소대로 돌아갈거야."


아직도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는 드워프. 그는 리피트의 말에 기계를 작동시켰다.


위이이잉


원래의 모습처럼 잘 돌아가는 기계. 기계 앞에 있는 드워프의 얼굴에 미소가 잔뜩 생겨났다. 그리고 리피트의 얼굴에도 미소가 생겨났다.


"역시 퓌락님이 모셔온 사람이구만! 아무도 해결 못한 거 였는데, 괜찮으면 이런 현상을 보이는 기계들을 모두 맡겨도 되겠는감?"


"어차피 그거 다 수리하려고 온건데 뭐. 어딧는지만 알려줘. 일단 다 검사해볼게."


그 날 하루종일, 리피트는 퓌락 공방의 고장난 기계들을 전부 수리했다. 전부 수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모두의 증상이 똑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리피트는 내부 구조를 모두 바꾸는 방식으로 문제들을 해결했다.


"여기."


리피트는 자신이 바꾸어 놓은 기계의 설계도와 거기에 덧붙인 자잘한 조언들을 적은 종이를 건넸다. 그걸 받은 드워프가 보란듯이 기계에다 붙여놨다.


밖을 보니 어느새 해가 뉘엿뉘였 지고 있었다. 그만큼 오늘 하루 많은 일을 처리했다는 의미였다.


"이 정도면 다른 공방들의 의뢰를 받아서 해도 별 문제 없겠지?"


"그럼! 아무도 못 고친걸 다 수리 해놨는데 이것보다 더 해달라고 하면 도둑놈이지!"


오늘 하루 같이 다닌 드워프는 어느새 리피트의 대변인이라도 된 양 대신 화를 내주고 있었다.


"뭐라 하는 드워프있으면 나에게 데려와. 내가 혼쭐을 내줄테니깐."


그는 리피트에게 많은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한동안 골치를 썩이던 문제를 하루만에 모두 해결해줬으니 그럴 수 밖에.


리피트는 그런 그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곤 자신의 숙소로 돌아왔다.


'기계마법이 큰 도움이 됐어.'


리피트는 데른에게서 기계 마법의 사용법 뿐만이 아니라 엄청난 양의 지식까지 받았었다. 덕분에 평범한 이라면 해결하지 못할 문제들도 아예 기계를 새로 만들어버리는 방법으로 해결해 낸 것이다.


숙소에 도착해 미르네와 아르보레와 함께 맛있는 저녁식사를 마친 리피트는 오랜만에 데른 할아버지를 떠올리며 하루를 추억에 묻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리피트 일대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5 64화 19.06.03 271 1 19쪽
64 63화 19.06.02 148 1 20쪽
63 62화 19.06.01 141 1 25쪽
62 61화 19.05.31 155 1 23쪽
61 60화 19.05.29 150 1 29쪽
60 59화 19.05.27 159 1 18쪽
59 58화 19.05.26 172 1 21쪽
58 57화 19.05.25 175 1 23쪽
57 56화 19.05.24 177 1 26쪽
56 55화 19.05.22 165 1 16쪽
55 54화 19.05.20 152 2 21쪽
54 53화 19.05.19 159 1 14쪽
53 52화 19.05.18 186 1 19쪽
52 51화 19.05.17 185 2 23쪽
51 50화 19.05.15 180 1 16쪽
50 49화 19.05.13 175 1 30쪽
49 48화 19.05.12 190 1 21쪽
48 47화 19.05.11 202 2 25쪽
47 46화 19.05.10 185 1 22쪽
46 45화 19.05.08 212 1 21쪽
45 44화 19.05.06 225 1 31쪽
44 43화 19.05.05 179 1 16쪽
43 42화 19.05.04 189 1 21쪽
42 41화 19.05.03 182 1 19쪽
» 40화 19.05.01 188 1 12쪽
40 39화 19.04.29 204 1 21쪽
39 38화 19.04.19 200 1 30쪽
38 37화 19.04.17 195 1 20쪽
37 36화 19.04.15 189 1 22쪽
36 35화 19.04.14 229 1 4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