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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리피트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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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스트맨
작품등록일 :
2019.03.09 00:54
최근연재일 :
2019.06.03 17:00
연재수 :
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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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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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
글자수 :
635,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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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0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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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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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41화

DUMMY

"의뢰서에 적힌 것들은 다 끝났네."


이주일 뒤, 리피트는 계약서에 적힌 의뢰들을 모두 끝마쳤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퓌락 공방에서 일어난 고장처럼 원인을 알 수 없는 고장은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리피트는 여유롭게 고쳐나갈수 있었다.


"정말 고마워. 빠르게 해결해줬으니 돈을 조금 더 넣었어."


마지막 의뢰를 해결하고 돈을 받는 리피트. 리피트의 지갑은 상당히 무거웠다. 공방의 고장들을 눈깜짝할 새에 해결해버리니 항상 웃돈을 챙겨받게 된 덕이었다.


리피트는 오늘 남은 시간은 검에 사용할 재료값을 알아보려 다닐 생각이었다.


'퓌락의 말로는 장로들의 주문제작엔 못해도 1억이 필요하다고 했지.'


리피트는 아르카딤에선 뛰어난 수리공으로 인정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수많은 기계를 혼자 모두 수리해준 덕에 엄청난 돈을 벌어들였다. 더이상 돈은 그의 발목을 잡지 못했다.


리피트는 공방에 재료를 납품하는 곳들을 찾아갔다.


"얼마라구요?"


"이만큼에 3천만원이야. 자네가 뭘 만드려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재료로 무기를 만드려는 생각이거든 꿈 깨."


리피트가 무기를 만드는데 가장 좋은, 최고의 재료를 알려달라고 했더니 상점주인이 한줌도 안되는 가루를 보여주며 한 말이었다.


"이걸 녹여서 쓰면 절삭력도 장난 아니고, 마나도 잘 받고 튼튼하기까지 한, 최고의 재료야. 전설 속의 무기들 대부분 이걸 썼으니까 두말하면 입아프지. 문제는 너무 희소하다는데에 있어. 얘보다 비싼건 드래곤의 재료들 밖에 없거든."


리피트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한웅큼에 수천만원이라니, 이런 재료로 검을 만드는 건 무리였다. 리피트는 수천만원 어치의 재료들을 하나씩 소개받은 뒤에야 현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최고의 검은 못 만들겠다.'


리피트의 이상은 전설 속에 나올만한 검을 들고 다니는 것. 그렇지만 그런건 개인이 만들려니 말도 안되는 돈이 필요했다.현실의 벽에 가로막히게 된 리피트의 마음이 울적해졌다.


혹시 좀 떨어지는 재료를 썼다가 그 검이 자신의 검술을 못 버티면? 그러면 리피트는 돈을 모으는 일을 반복해야했다. 리피트의 고개가 푹 숙여졌다.


터덜터덜 숙소로 돌아온 리피트. 미르네와 아르보레는 어딜 갔는지 보이지가 않았다. 의자에 앉아 멍하니 있다보니 누군가가 리피트의 방문을 두드렸다.


퓌락이었다.


"어디갔다 온거야? 아까 왔는데 없더라고."


"마지막 의뢰 정산하고 잠깐 볼게 있어서 그거 보고 왔어. 근데 왜?"


"내일 저녁, 이틀뒤 점심. 둘 중 언제가 낫냐?"


"저녁이 낫지. 왜?"


퓌락이 리피트를 쓰윽 쳐다봤다.


"내가 말했던 장로님. 예상보다 1주일이나 빨리 돌아오셨어."


"그럼 혹시?"


"내일 저녁에 찾아뵐거니까 미리 준비하고 있어. 내가 데리러 올게."


ㅡㅡ


다음날 저녁, 리피트는 미르네와 아르보레와 함께 퓌락을 기다렸다.


똑똑


누군가 리피트의 방문을 두드렸다. 리피트가 문을 열자 그 앞에는 퓌락이 서 있었다.


"갑시다!"


퓌락은 과장된 몸짓으로 리피트 일행을 문밖으로 나오게했다.


퓌락이 안내한 곳엔 한대의 마차가 서 있었다. 5명인걸 고려해서 인지 저번에 리피트 일행이 탄 것 보다 커보였다.


자연스레 운전대를 잡고 시동을 거는 퓌락. 마차가 달리는 방향은 하나의 길을 따라가다보니 오로지 직진 뿐이었다.


"장로님한테는 왠만하면 존대를 써줬으면 놓겠어. 우리 드워프들도 장로님들한텐 안쓰던 존대를 하거든."


"알았어."


얼마 되지 않아 리피트 일행이 탄 차가 멈춰섰다. 차가 멈춰 선곳은 깊은 동굴이었다.


퓌락이 앞장서고 그 뒤를 리피트 일행이 따라갔다. 깊게 들어갈수록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뜨거운 바람이 리피트의 얼굴에 맞닿기 시작했을 때, 앞서가던 퓌락의 발걸음이 멈췄다. 그 앞에 젊어보이는 여성 드워프 한 명이 서 있었다.


"퓌락. 자네가 왠일로 날 만나려 하는가?"


"올카누 님. 저는 올카누 님이 돌아오실때마다 찾아뵈었습니다만..."


"그.. 그래? 미안."


머쓱한지 머리를 긁적이는 드워프. 이내 뒤에 있는 리피트 일행을 눈치챘는지 퓌락에게 다시 말을 걸었다.


"뒤에 있는 녀석들은 누구야?"


"이 친구들은 제가 이전에 연락드린 검을 만들고 싶어하는 친구와 일행들입니다. 저희 공방을 위해 많은 일을 해준 친구입니다."


"미안하지만 난 다른 거 만드는 것만 해도 바빠. 그리고 지금은 제일 중요하게 해야 될 일이 있어서 어려울것 같은데."


리피트 일행을 보지도 않고 몸을 돌리는 드워프. 그런 그를 퓌락이 붙잡았다.


"올카누 님을 뵙기 위해 계속 기다린 친구이니 이야기라도 나눠주셨으면 합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쩝... 너가 그렇게 말하면 어쩔수 없지."


퓌락의 말에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몸을 돌리는 드워프. 그리고 그녀가 리피트 일행을 제대로 쳐다봤을때 미소를 띤 얼굴 그대로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그러더니 입이 떡 하고 벌어졌다.


그런 그녀에게 미르네가 환하게 웃어주며 말했다.


"내가 아는 그 올카누가 맞구나! 혹시 다른 애일까봐 걱정했는데. 나 기억해? 너무 오래되서 까먹었을라나?"


눈앞의 올카누라 불린 드워프가 허리를 꾸벅 숙였다.


"미...미르네 님을 뵙습니다!"


리피트는 퓌락을 슬쩍 봤다. 퓌락의 얼굴엔 물음표를 갖다붙인 듯한 표정이 지어져있었다. 그런 그에게 올카누라 불린 드워프가 다급히 속삭였다.


-야! 미르네 님이 오시는 거라고 말을 했어야지!


-네? 미르네 님이요?


-맞다. 넌 모르지.


-..?


퓌락에게서 고개를 떼고 다시 미르네에게 고개를 숙이는 올카누.


"안쪽으로 모시겠습니다. 근데 옆에 두 분은 누구신지..."


"얘는 아르보레야. 북쪽의 세계수 있지? 지금 잠깐 밖으로 나와서 나랑 같이 다니고 있어."


"세계수 님..."


올카누의 표정이 새하얘졌다. 덜덜덜 떨면서 리피트를 쳐다보는 올카누.


'저 사람도 설마?'


"걔는 내가 신세를 많이 지고 있는 애야. 나랑 데르카스랑 아르칸 언니도 신세를 지고 있어."


"세 분께서 신세를 지고 계시는 분...."


올카누가 경외의 눈으로 리피트를 쳐다봤다. 리피트는 왠지 이 자리가 불편해졌다.


올카누는 모두를 안쪽으로 데리고 갔고, 그와중에 퓌락은 해야할 일이 있다며 도망갔다.


올카누가 안내한 곳은 동굴 속에 마련된 응접실이었다. 들어오기 직전까지만 해도 뜨거움이 느껴졌었는데 방안에 들어가자 그런 기운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리피트 일행은 올카누가 마련해준 의자에 앉았다.


올카누가 무언가를 내오겠다며 어디론가 간 사이 리피트는 미르네에게 궁금한 점을 물어봤다.


-야, 어떻게 된거야? 저 드워프는 너를 어떻게 알아?


-엘프들 기억해? 나를 알아봤던 이들 있잖아.


-당연히 기억하지.


-그때랑 똑같애. 저 녀석은 몇 안되는 장로 드워프고. 내가 엘프를 만들었던 시절에 같이 태어난 녀석이야. 차이점이라면 엘프는 나한테서, 드워프는 아르칸 언니한테서 만들어졌다는 거지.


-니가 말한 태초의 종족이란 얘기야?


-말 그대로야. 그때 생긴 애들이다 보니 아르보레에 대해서도 알고있는 거지. 그리고 얘네들은 유일하게 나랑 데르카스랑 언니의 일을 알고 있는 애들이기도 해.


리피트와 미르네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자 어느새 올카누가 다가와 잔을 내려놨다.


"지하에서 나는 라쿠렘으로 다린 차에요. 몸에 엄청 좋은 거랍니다."


리피트는 라쿠렘이라는 말에 깜짝 놀랐다. 라쿠렘은 마나량을 늘려주기로 유명한 영약 취급을 받는 귀한 꽃이였다.


리피트가 조심스레 잔을 홀짝이자 리피트 안의 마나량이 아주 조금 늘어나는걸 느낄 수 있었다.


"너무 오랜만이에요 미르네님. 잘 지내시고 계신거죠?"


올카누가 걱정되는 표정으로 미르네를 쳐다봤다. 그런 그녀에게 미르네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여보였다.


"나도 언니도 데르카스도. 멀쩡해. 여기 이 녀석 덕분에. 그리고 지금은 나도 데르카스도 멀쩡하게 밖으로 나오는 목적이 생겨서 열심히 돌아다니는 중이니 너무 걱정할거 없어."


"다행이에요. 전 혹시나 세분이 잘못되시면 어쩌나 걱정했었거든요."


올카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리피트를 바라봤다.


"이 분이 바로 그..."


"리피트 입니다."


"리피트 님이시군요. 정말 감사드려요. 그리고 세 분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그녀는 리피트에게 고개를 꾸벅 숙여보였다. 리피트는 손을 내저어보였다.


"저는 원래 올카누 님께 부탁드릴께 있어서 찾아온것 뿐이에요. 미르네와 아르보레가 같이 오게 된 것도 그냥 심심할까봐 같이 가자고 한거구요."


"부탁이요?"


올카누가 눈을 동그랗게 떠보였다.


"뭐든 말씀하세요. 제가 들어드릴 수 있는 선에선 모두 들어드릴게요."


"검 하나를 주문제작 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주문제작이요?"


올카누의 표정이 살짝 찡그려졌다.


"음... 죄송하지만 주문제작은 지금 당장은 어려울것 같아요.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있어서 그게 끝나면 가능하겠지만 그게 언제일지 모르겠네요."


"그렇군요..."


"그래도 이 일이 끝나게 되고 다시 망치를 들 때 첫번째로 만들어 드릴게요. 죄송해요."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리피트는 내심 아쉬웠지만 그래도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본인이 당분간 받을수가 없다는데 억지로 해달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인데다가 이야기를 들어보니 애초에 아무것도 만들수 없는 사정이 있는것 같았다. 다시 무언가를 만들게 된다면 처음으로 만들어준다고 했으니 그걸로도 큰 소득이었다.


리피트는 미르네와 올카누가 떠드는 것을 지켜봤다. 두 사람이 실컷 대화를 나눈 뒤 리피트는 아르보레와 미르네를 오랜만에 자신의 차에 태워 숙소로 돌아왔다.


리피트는 그 후 며칠간 숙소에서 지내며 공방의 기계들을 수리했다. 퓌락 공방에서 리피트를 부르는 일들은 리피트가 전에 봤던 것처럼 아무 문제도 없는데 작동이 안되는 기계들이었다.


오늘도 여러대의 기계를 수리한 리피트. 그런 그에게 퓌락이 찾아왔다.


"리피트, 올카누 님께서 자네를 부르셔."


"올카누 님이?"


리피트는 드워프의 장로가 부른다는 말에 곧장 올카누가 지내는 산으로 향했다. 미르네와 아르보레도 함께였다. 리피트가 동굴에 올카누가 기다리고 있었다.


"미르네 님, 아르보레 님, 죄송하지만 리피트 님과 잠시 할 이야기 있습니다. 안쪽에서 기다려주셨으면 합니다."


"그래."


미르네는 아르보레를 데리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두 사람이 들어가자 올카누가 리피트를 쳐다봤다.


"제가 오늘 리피트 님을 부른 이유는 검을 만들기 위해서에요."


"검이요?"


리피트는 올카누의 얼굴을 쳐다봤다. 왠지 그녀의 눈동자가 살짝 붉어보였다.


"음.. 제가 저번에 말씀드렸던 일이.. 아마 곧 끝나게 될거 같아요... 그래서 일단은 리피트 님께서 필요로 하는 검을 알아볼 생각이에요."


"저는 뭘 해드려야 하나요?"


"우선 검술을 먼저 보여주세요."


리피트는 그동안 연습하느라 다 부숴먹고 이제 하나 남은 골렘소드를 꺼냈다. 리피트는 그라트에게서 배운 검술을 보여줬다. 올카누의 표정이 살짝 찡그러졌다. 이 정도면 굳이 자신이 만든 무기가 필요없다고 말하는 얼굴.


"제가 검을 필요로 하는 이유는 지금부터 보여드릴 검술 때문입니다."


리피트는 검에 마나를 담아 휘둘렀다. 이젠 실수없이 자연스럽게 나가는 검술. 리피트가 내보낸 검기가 공간을 찢어내며 나아갔다.


올카누의 입이 떡 벌어졌다. 여태껏 저런 검술은 한번도 보지 못했다. 그리고 그렇게 검을 몇번 휘둘러보인 리피트가 올카누에게 검을 보여줬다.


손에 들려진 골렘소드는 잔뜩 금이 가 깨지기 직전이었다.


"이 검술을 몇번 사용하면 검이 얼마 안가 망가져요."


리피트의 말에 올카누가 고개를 끄덕였다.


"상당히 좋은 재료임에도 버티지 못하는 군요."


리피트가 거의 다 부서진 검을 땅에 던졌다. 그러자 검이 와장창 산산이 깨져버렸다.


"저를 따라오시죠."


올카누는 그 말만 남기고는 걸어갔다. 리피트는 곧바로 그녀의 뒤를 따랐다. 올카누는 미르네와 아르보레가 있던 방을 들렀고, 두 사람도 올카누를 따라가게 되었다.


올카누가 향한 곳은 동굴의 가장 깊은 곳. 엄청난 열기가 느껴지는 곳이었다. 계속해서 나아간 올카누 앞에는 거대한 문이 존재했다. 올카누는 리피트 일행을 돌아보곤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 곳에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붉은색 드래곤이 본연의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ㅡㅡ


올카누는 거대한 몸집의 드래곤에게 다가가더니 그의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몰키베. 눈을 떠봐. 미르네 님을 모셔왔어."


"으...음."


거대한 눈꺼풀이 순간 확하고 올라갔다. 거대한 눈동자가 리피트 일행과 마주친 순간, 드래곤은 자신의 머리를 최대한 밑으로 내렸다.


"붉은 색의 첫번째 아이 몰키베가 미르네 님을 뵙습니다."


"어... 그.. 그래. 안녕?"


드래곤의 인사를 받은 미르네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아는 드래곤이야?


-기억에 없는데? 물론 내가 모든걸 다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아르보레 님도 오랜만에 뵙습니다."


"음..."


아르보레는 생각에 잠긴듯 했다. 그러더니 박수를 치며 드래곤을 가리켰다.


"맨날 데르카스랑 같이 오던 빨간 꼬맹이다!"


"하하, 맞습니다. 기억해주시다니 영광입니다."


"너가 그 꼬맹이?"


미르네도 뒤늦게 아는척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리피트가 그가 누군지를 알 수 있는건 아니었다.


드래곤의 눈동자가 리피트를 향했다.


"리피트 님이신가 보군요."


"제 이름을 어떻게..?"


"올카누에게 들었습니다."


살짝 웃어보인 드래곤의 옆에서 올카누가 끼어들었다.


"저번에 만났을 때의 이야기를 해줬어요. 그랬더니 몰키베가 만나고 싶다고 해서..."


잠깐동안 드래곤을 쳐다보는 올카누. 그런 그녀 옆에서 몰키베라 불리는 드래곤이 입을 열었다.


"리피트 님께 부탁이 있습니다."


"부탁이요?"


몰키베의 몸이 살짝 들썩인것 같았다.


"보시다시피 저는 곧 죽게 될 몸입니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데르카스 님을 한번만 뵙게 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데르카스요?"


"네. 데르카스 님은 저에게 있어 아버지와도 같으신 분. 세상을 떠나기 전에 그 분을 한번만 뵙고 싶습니다. 제 개인적인 욕심으로 리피트 님을 번거롭게 해드려 정말 죄소.. 쿨럭!"


"몰키베!"


몰키베의 몸체가 크게 들썩였다. 그러자 엄청난 마나가 흘러나왔다. 갑자기 리피트가 끼고있던 반지가 진동했다. 아공간이 열리더니 흘러나온 마나들이 모두 아공간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뭐지?'


리피트는 무엇이 그 마나를 삼킨건지 알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럴때가 아니었다. 황급히 몰키베를 돌아보는 리피트. 하지만 파리한 안색의 그의 얼굴엔 어느새 미소가 자리잡고 있었다. 그는 미르네를 쳐다보고 있었다. 미르네가 살짝 손짓하자, 리피트의 아공간 속에 있던 신수의 알이 튀어나왔다.


"이것 때문이야."


"대단한 걸 가지고 계시군요. 리피트 님을 뵌것만으로도 제 고민을 모두 해결할 수 있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리피트는 그 말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드래곤의 몸이 안좋다는 사실은 확실히 느낄수 있었다.


리피트가 데르카스에게 말을 걸려던 그 순간.


-리피트 님. 잠시 그쪽으로 넘어가려 하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데르카스가 리피트에게 말을 걸었다.


-어? 어. 안그래도 지금 너 부르려고 했는데. 와도 돼.


리피트의 허락이 떨어지자 데르카스가 지팡이를 통해 나타났다. 데르카스는 책 몇권을 안고 있었다.


"리피트 님. 이 책들을 우선... 몰키베?"


"데르카스 님..."


리피트는 거대한 드래곤의 눈이 웃고 있음을 알수 있었다. 하지만 그 앞에 서 있는 데르카스는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쿨럭 쿨럭!"


다시한번 크게 몸을 들썩이는 몰키베. 그렇게 뿜어져 나온 마나들은 다시한번 알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미르네 님 덕에 제가 이런것도 보는군요. 이건 저같은 존재들은 절대로 볼 수 없다고 알고 있었는데요. 허허."


'알?'


신수의 알이 바깥으로 나와있음을 알아차린 리피트. 그제서야 주변에 조금 남아있던 마나들이 알에게 모두 빨려들어가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몰키베!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상태가 왜 이런것이야!"


몰키베가 울먹이며 소리치는 데르카스에게 싱긋 웃어보였다.


"마나로 돌아갈 때가 된것뿐입니다."


그렇게 말한 거대한 드래곤이 리피트를 다시 한번 돌아보았다.


"리피트 님.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이제 정말로 마지막이겠군요."


리피트는 곧 죽어가는 드래곤에게 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사이 몰키베는 손가락을 하나 들어올려 알에게 향했다.


그러더니 엄청난 양의 마나를 알에게 내뿜었다. 그리고 그 많은 양의 마나는 모두 알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몰키베!"


옆에 서 있던 올카누가 소리쳤다. 그녀가 드래곤에게 다가가려 하자, 드래곤은 고개를 저었다.


"내가 죽은 뒤에 흘러 넘칠 마나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었잖아. 이제 밥도 못먹어가며 돌아다닐 필요도, 밤을 새가며 울 필요도, 그리고 나를 걱정할 필요도 없어."


몰키베의 눈동자가 리피트와 마주쳤다.


"리피트 님. 이 신수의 알에 정말 죄송하지만 조그만 제 흔적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리피트를 고개를 가로저었다.


"오히려 고마운 일입니다. 죄송하다는 그런 말씀하지 마세요."


말을 마치고도 한동안 알에 마나를 집어넣는 몰키베. 그의 손끝에서 더 이상 마나가 나오지 않게 되었을 때, 그의 손이 털썩 떨어졌다.


"몰키베!"


힘겹게 숨을 내쉬는 드래곤. 작게 기침을 했지만, 이전과 달리 느껴지는 마나는 거의 없었다. 거대한 붉은 몸체에 임종이 다가왔다.


"올카누, 항상 같이 있어줘서 정말 고마웠어. 내 딸...바보 같은 그 녀석한텐.. 너가 직접 전해줘. 그리고 데르카스 님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아르보레 님과 미르네 님도 정말..감사.."


크게 숨을 한번 들이키는 몰키베.


"리피트 님. 제 마지막을 이렇게.. 기분좋게 보낼 수 있... 정말 감사드립니다. 제 시체는... 리피트 님의 검으로... 남은 건... 직접... 쓰... 그러면.. 좋겠..."


헐떡이며 숨을 내쉬던 몰키베가 다시 한번 크게 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앞의 모두를 쳐다봤다. 숨이 조금씩 잦아드는 그의 모습.


"저를 지켜보는 분들이 정말 화려하군요. 너무 과분해서, 그래서 더욱 즐거웠습니다."


온 힘을 다해, 한치의 멈춤도 없이 그 말을 내뱉은 몰키베는 영원히 눈을 감았다.


신이 만들지 않은 첫번째 용이 영원한 잠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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