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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리피트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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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스트맨
작품등록일 :
2019.03.09 00:54
최근연재일 :
2019.06.03 17:00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24,055
추천수 :
251
글자수 :
635,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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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2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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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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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21쪽

54화

DUMMY

리피트 일행이 이동한 곳은 테르덴 공작가의 정원이였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리피트 일행의 앞에 밀레느가 서있었다.


리피트는 그녀를 보고 인사를 하려했지만, 그 전에 밀레느가 뛰어들어왔다. 밀레느는 리피트의 옆에 서 있는 데르카스에게 달려가 안겼다.


"여보! 그 사이에 어딜 가시면 어떡해요! 없어져서 깜짝 놀랐잖아요."


"미안해. 금방 갔다올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그냥 안에서 기다리지 왜 여기까지 나왔어."


"당신 보고싶어서! 헤헤."


밀레느를 꼭 안아주는 데르카스와 기다렸다는 듯 더욱 안기는 밀레느. 리피트 일행은 조심스레 그들에게서 자리를 비켜주었다.


정원을 따라 공작가 안쪽으로 향하자 리피트 일행은 익숙한 얼굴을 만날 수 있었다.


"아니? 리피트 씨 잖아요?"


리피트를 보고 놀란 얼굴을 하는 사람은 바로 펠튼, 테르덴 공작가의 기사단장이었다.


"네. 일이 있어서 곧장 이곳으로 텔레포트 했어요. 정말 죄송합니다. 곧 나갈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아니, 나가신다뇨? 이런 귀한 손님들이 오셨는데 당연히 저희 공작가에서 묵으셔야죠. 어차피 빈 방 많습니다. 어.. 저기.. 이 분은?"


펠튼이 아르보레를 보며 물었다. 리피트는 그에게 아르보레를 소개했다.


"이 친구 이름은 아르보레에요. 데르카스 대신 저희와 함께 해주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정말 예쁘시네요. 따라오세요. 제가 방으로 안내를 해드리겠습니다."


리피트 일행은 펠튼을 따라갔다. 펠튼은 리피트 일행과 함께 가면서 쉬지않고 이야기를 꺼내주었다.


"리피트 님께서 저번에 말씀하셨던 골렘소드 말입니다. 정말 좋더군요. 여기, 저도 꼭 한 두개씩은 들고 다닙니다. 검 하나 바뀐 것 뿐인데 저희 기사단의 전투력이 한층 올라간 느낌입니다."


"도움이 된다니 다행이네요."


"하하, 맞습니다. 정말 도움이 많이 됩니다. 제가 오랜만에 할아버지한테서 칭찬을 들었으니까요."


펠튼이 기분좋은 웃음을 지었다.


"사실 쥘렌 할아버지가 요즘 기분이 많이 좋으십니다. 사실상 후계 문제를 모두 처리하셨거든요. 원래는 데르카스 님을 그냥 밀레느의 마음을 훔친 도둑놈처럼 보시다가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는 모습을 보시고는 이런 사람이 없다며 약혼도 생략하시고 곧장 결혼시키셨어요. 이제는 데르카스 님과 밀레느에게 빨리 손주를 보고 싶으시다며 떼쓰고 계십니다. 벌써 이름만 수십개를 만들어 놓으셨더라구요."


"역시 그랬군."


"네? 뭐가 말인가요?"


"아, 혼잣말입니다 혼잣말."


리피트는 데르카스와 밀레느가 결혼 했을거라는 걸 예상하고 있었다. 아니라기엔 솔직히 티를 많이 냈으니까... 아까 정원에서도 그렇고.


'부러운 자식'


-다 들려.


-다 들려요 리피트 님.


'에흠.'


리피트 일행은 각각 펠튼이 안내받은 방에 들어가 짐을 풀었다. 왠지 모르게 아르보레의 방이 제일 좋아보였지만, 어차피 다 좋은 방이라 딱히 신경쓰이진 않았다.


휴식을 어느정도 취하자 시녀가 올라와 리피트 일행을 식사를 할 곳으로 안내했다. 그곳엔 쥘렌, 데르카스와 밀레느, 펠튼과 처음보는 남자, 그리고 시녀들과 하인들 몇명이 있었다.


쥘렌은 리피트 일행을 보고는 활짝 웃었다.


"오오, 어서오게나! 말도없이 갑자기 오다니, 더 크게 환영해주고 싶었는데 미안허이."


쥘렌은 못본사이 더욱 할아버지같은 말투가 되어있었다. 리피트는 그런 쥘렌에게 미소지으며 인사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쥘렌 님. 갑작스레 찾아온 점 정말 죄송합니다."


"아닐세 아닐세. 이젠 뭐 가족이나 마찬가지인데 언제든 찾아올 수 있지."


"가족?"


미르네가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걸 펠튼이 곧장 이어받았다.


"데르카스 님께 전해 들었습니다. 데르카스 님에게 있어 두 분은 가족과도 같다고... 데르카스 님은 테르덴 공작가의 가족이 되셨으니 두 분도 저희 공작가와 가족이나 다름없으십니다."


"하하. 그렇네요."


재빨리 대화를 마무리짓는 리피트. 그런 그에게 미르네가 지팡이를 통해 속삭임을 전해왔다.


-뭐야? 뭐가 그런건데?


-데르카스랑 밀레느가 결혼했잖아. 그거 말하는 거야.


-뭐라고?!


미르네가 놀라는 걸보니 그녀는 몰랐던 모양이다.


-데르카스, 이 도둑놈의 새끼! 무슨 천년도 더 어린 애를! 저 미친 놈이!!


-야! 참아! 참아!!


리피트는 식사내내 미르네를 말려야했다. 어찌저찌 식사가 진행되는 동안 한쪽 구석에서는 데르카스와 밀레느가 잉꼬 부부가 뭔지를 보여주듯 온갖 꼴을 보여주며 식사를 하고있었다. 리피트는 그 꼴이 너무 짜증나 차마 여기에 적지도 못했다.


"리피트, 이따가 나를 잠깐 찾아와주겠나?"


잉꼬부부의 눈꼴시려움에 눈을 따뜻하게 해준다는 히트 샐러드를 먹고있자니, 쥘렌이 리피트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의 질문에 리피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럴게요."


"리피트 님, 혹시 그 일이 끝나시면 저도 잠시만.."


펠튼도 곧장 리피트한테 제안해왔고, 리피트는 그 말에도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럼, 자네 괜찮다면 그 이후에 나도 잠깐..."


리피트는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다가, 방금 전 말한 남자를 쳐다봤다.


'누구지?'


분명 처음보는 사람일 터였다. 하지만 뭔가 익숙한 이 느낌.


"나는 식당에서 기다리고 있겠네."


그 남자는 그 말을 남기고는 식사를 마친듯 빠져나갔다. 그리고 그 뒤로 차례차례 식사를 마친 이들이 그곳을 떠났다.


리피트 또한 식사를 마치고 곧장 쥘렌의 방으로 향했다. 쥘렌은 또 한번 반갑게 리피트를 맞아주었다.


"어서오게. 아, 그쪽 말고, 이쪽으로 앉게."


쥘렌은 왠 검은색 천이 덮인 커다란 게시판 앞으로 리피트를 안내했다. 뭔가 불안한 기분이 들었지만, 어쨌든 리피트는 자리에 앉았다.


"쥘렌 님, 우선 오늘 아무 말도 없이 갑자기 찾아뵙게 된 점 정말로 죄송합니다."


"아니야. 아닐세. 그런 생각하지 말게나."


"그리고 밀레느 양과 데르카스의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한 것도 정말 죄송스레 생각합니다."


"음.. 그건 내가 아니라 데서방한테 미안해해야지. 애초에 자네들은 모험가들이니 일이 있었다면 어쩔수 없는 일 아니겠나."


"그래도 죄송합니다."


"됐네, 됐어. 오늘 내가 자네를 부른 건 다름이 아니라 이것 때문이네."


쥘렌은 게시판을 뒤덮은 천을 촥 소리가 나게 넘겼다. 그리고 그곳엔...


"원래 우리 제국은 전통적으로 아이의 이름을 부모가 추천해준다네. 근데 두 사람은 부모가 없지않나? 그래서 할애비인 나와 데르카스의 가장 친한 친우인 자네가 아이의 이름을 추천할걸세. 물론 그 이름을 쓸지 안 쓸지는 부모의 결정이지만, 어쨌든! 이건 내가 골라놓은 이름들이라네."


게시판에는 수많은 이름들이 빽빽하게 적혀있었다. 순식간에 질린 표정으로 변해버리는 리피트의 얼굴.


"자! 왼쪽은 남자아이, 오른쪽은 여자아이. 여길 보면 알겠지만, 태어난 시간, 날씨, 몇월, 몇일 마다 다 다른 이름을 정해놨지. 어떤가? 혹시 추천할만한.."


"저기... 이건 일단 밀레느가 그... 아이를 가지고 나서 진행하는게 맞지 않나요?"


데르카스는 용이었고, 밀레느는 인간이었다. 리피트가 알기로 서로 다른 종족간에 임신은 기적과도 같은 확률이었다. 때문에 아직 두 사람이 아이를 갖기엔 시기상조였다.


"하하. 당연한 걸 왜 묻나? 우리 밀레느는 벌써 임신했다네."


"..."


-미르네.


-응?


-데르카스 죽여버려.


ㅡㅡ


쥘렌의 손주 이름짓기에 실컷 어울린 리피트는 곧장 펠튼에게로 향했다. 왠지 펠튼을 찾아가면 마모된 정신이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리피트가 찾아오자 펠튼은 곧바로 차를 내왔다. 차를 한모금 마시자 머릿속이 편안해지는 걸 느낀 리피트였다.


"저를 근데 무슨일로..?"


"아, 그게 다름이 아니라.."


펠튼의 이야기는 간단했다. 골렘소드가 너무 맘에드는데 쓸 수 있는 건 일반 골렘소드 밖에 없다는 것. 거래 도중에 학원의 기사단장인 칼세르를 우연찮게 만났는데, 거기서 리피트가 그에게 직접 튼튼한 골렘소드를 만들어주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 종합해서 말하면 '나도 만들어줘'였다.


"재료만 있으면 어려울 것도 없죠."


"정말입니까? 감사합니다! 재료는 금방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그나저나 저도 궁금한게 하나 있어요?"


"어떤 건가요?"


"아까 펠튼 님 옆에 계시던 분은 누구신가요?"


"아... 그 분은.. 저의 형이자 밀레느의 오빠입니다."


ㅡㅡ


리피트는 의문의 남자와 만나기로 했던 식당으로 향하고 있었다.


-연락이 안되시다가 정말 우연찮게 밀레느가 결혼하기 전에 연락이 닿아서, 동생의 결혼식에 참가하고는 그 이후로 계속 머무르고 있어요. 물론 또 언제 떠날지 모르겠지만요.


리피트는 펠튼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곱씹었다. 테르덴 가문에서 쫓겨난 또 한 명의 사람. 그 사람은 대체 무엇때문에 자신을 보자고 하는걸까.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가자 테르덴 가문의 장남이라던 자가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리피트가 그에게 다가가자 그가 일어나 먼저 인사를 건넸다.


"와줘서 고맙네."


"안녕하세요."


"그래. 우선 내가 자네를 왜 불렀는지 궁금하겠지?"


"네. 맞습니다. 전 처음보는 사람이 왜 저를 보자고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처음이라... 이거 섭섭한데?"


남자는 살짝 덮어쓰고 있던 외투를 벗고, 쓰고있던 후드도 벗었다. 살짝 말랐다고도 할 수 있는 완전히 드러난 남자의 얼굴. 정말 어딘가 기억은 있는데, 기억나지 않는 그런 얼굴.


"허허, 정말로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모양이군."


그는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더니 툭 식탁에 올려놓았다. 무언가를 새겨놓은 듯한 자그마한 나무판. 거기에는 배와 금화가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리피트는 그걸 본 순간, 눈 앞의 사람이 누군지 떠올랐다.


"설마... 루크 선주님?"


"하하하, 이제 기억해 주는구만."


눈앞의 남자의 정체는 바로 루크, 예전 나디르 섬으로 잡혀갈 때 리피트가 탔던 배의 주인이었다.


"아니, 진짜에요? 왜케 마르셨어요?"


"그 섬을 나온뒤 고생을 하다보니 조금..."


"아..."


리피트는 루크를 안쓰럽게 쳐다봤다. 욕심많은 것처럼 뒤룩뒤룩 얼굴에 붙어있던 살들은 어느새 모두 날라가 사라졌고, 통통하던 몸은 홀쭉해져 있었다. 살이 빠지니 가려져있던 잘생긴 얼굴이 드러났고, 원래 체격이 있던 몸이었는지 살이 없음에도 꽤나 덩치가 있었다.


'뭐야.. 잘됐잖아?'


"오늘 내가 자네를 부른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서야. 자네가 나디르에게 광물을 챙겨주었지 않나. 아, 자네가 광물을 주었단 이야기는 나디르가 직접 해주었네. 그덕에 남은 사람들 중 일부는 그녀가 도와줘서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지. 나는 그 이후 한동안 농사를 짓다가 다시금 내 꿈을 시작할 겸해서 이곳으로 돌아왔네."


"그렇군요."


"자네를 부른 이유는 개인적으로 감사를 전하고 싶어서 일세."


루크는 리피트한테 머리를 다시 한번 숙여보였다. 그날 밤이 새도록, 리피트는 루크가 그동안 겪었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ㅡㅡ


다음날 아침, 리피트는 북부제국과 엘프들에게 연락을 취했다.


"일주일 뒤에 실행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최고위 결정권자들이 모두 행방불명이면 좀 더 수월하겠죠? 네. 그럼요. 걱정하지마세요. 다 생각해놓은 게 있어요."


리피트가 산맥 너머의 이들과 일정을 조정한 뒤에 향한 곳은 테르덴 가의 대장간이었다. 펠튼이 아침부터 대장간에 금속들을 가득 가져다놨다고 리피트에게 알렸기 때문에, 골렘소드를 금방 만들어 갖다줄 생각이었다.


"이거면 되겠다."


리피트는 곧장 골렘소드를 만들기 시작했다. 아직도 기본적인 철검의 모양밖에 만들수 없었지만, 그래도 마법에 더욱 능수능란해졌는지 검을 만드는데 드는 시간은 상당히 줄어들어 있었다.


'대장간은 필요 없다니깐.'


펠튼은 골렘소드를 만드는 데 무언가 대단한 것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지 가문의 대장간까지 빌려줬다. 하지만 리피트는 불 한번 붙여보지 않고 검을 완성시켜버렸다. 리피트는 여유분을 생각해 몇개의 골렘 소드를 추가로 만든 다음 자리에서 일어났다.


리피트가 대장간을 떠날때 주머니에서 무언가가 떨어져나왔다. 하지만 리피트는 그걸 알지 못하고 펠튼에게 향했다.


ㅡㅡ


잠시 뒤, 오늘의 대장간 청소와 아침 작업을 맡은 대장장이 한명이 들어왔다. 그는 들어오자마자 청소를 하고 불을 붙이기 시작했다. 그런 그에게 옆에 떨어져있는 노란색의 작은 명함이 보였다.


"특수 정보 보호점 상담원 슈라드? 뭐야 이거."


대장장이는 노란색 명함을 불에다가 던져넣었다. 화르륵, 작은 종이 쪼가리는 순식간에 재가 되어버렸다.


ㅡㅡ


연무장에 있던 펠튼은 리피트가 검을 들고오는 걸 보자 반색하며 뛰어왔다.


"검! 검을 만들어오셨군요!"


어린아이같은 그의 모습에 리피트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여기 있습니다."


"어유, 감사드립니다."


리피트가 내미는 검을 공손히 받아든 펠튼은 곧장 그걸 실험해보기 위해 다시 연무장 안쪽으로 뛰어갔다. 열심히 자신의 검술에 골렘소드까지 더해 훈련하는 펠튼의 모습에 리피트의 마음이 뿌듯해졌다. 그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던 리피트는 조용히 연무장 밖으로 나왔다.


ㅡㅡ


며칠 뒤, 리피트는 루크가 떠나는 것을 배웅해 주고 있었다.


"리피트, 이번엔 자네에게 고맙다는 인사만 건네고 사라지지만, 다음에 만났을 때는 반드시 크게 대접해주겠네."


"루크 씨 능력이면 뭐든 잘 하실거에요."


"하하하, 이 친구 농담은, 만약 그랬었으면 내 상선이 맨날 손해만 봤겠나? 하하하."


'그건 맨날 배 부숴먹는 선장이 거기 있어서 그랬던 거에요...'


물론 리피트는 이 말을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아,참. 그리고 혹시 여행을 떠나시더라도 절대 남부제국으로는 가지 마세요."


"응? 남부제국은 왜?"


"이건 비밀인데..."


리피트는 루크의 귀에 소곤거렸다.


"곧 남부제국 전체에 전란이 불거에요. 뭐 원래 전쟁이란게 저희같은 일반인들은 안 건드리고 넘어가긴 하지만,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고, 혹시 모르잖아요. 조심하세요."


"그렇구만. 고맙네. 내 그 쪽으론 쳐다도 보지 말아야겠군."


루크는 그렇게 테르덴 공작가를 떠났다. 그리고 이제 얼마 안 있으면, 리피트 일행도 이곳을 떠나야 할 터였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리피트 일행이 떠날 때가 다가왔다. 그런 그들을 테르덴 공작가의 주요 인물들이 배웅하고 있었다.


"리피트, 가기 전에 이것만 좀 봐주게. 원래 새벽 2시~3시에 태어나면 알렌과 아를렌 이렇게 남자와 여자 아이의 이름을 지으려 했거든? 근데 이것보단 미르카와 델레느가 나은것..."


'그만, 그만! 제발 그만!'


리피트는 쥘렌의 말에 저도 모르게 경기를 일으켰다. 최근 일주일간 그와 나눈 대화가 다 저런것 뿐이었기 때문이다. 리피트는 슬쩍 원망스런 눈초리로 이제는 리피트 쪽이 아닌, 반대쪽에 서 있는 데르카스를 쳐다봤다.


"밀레느 씨한테 잘해. 가볼게."


"위험한 일 있으시면 언제든 불러주십쇼."


밀레느에게도 인사를 건넸다.


"그.. 임신하셨으니 조심하세요. 데르카스가 잠깐 제 쪽으로 넘어와도 걱정하지 마시구요. 혼자서 어련히 잘 빠져나갈 놈.. 친구거든요. 하하."


"감사해요."


미르네, 아르보레 또한 두 사람과 인사를 마치고는 마법진 위에 올라섰다.


마지막으로 리피트도 마법진 위에 올라섰다. 그리고 마나가 모이며, 리피트 일행의 몸이 서서히 사라졌다.


'아, 펠튼 씨랑은 인사도 안했네.'


그런 뜬금없는 생각을 하며 리피트 일행은 일주일 전 텔레포트를 시전했던, 그곳으로 돌아왔다.


ㅡㅡ


"진짜 여기로 가는 거 맞아?"


"지도로 보면 맞아. 실제로도 맞기를 바래야지."


리피트 일행은 지도에 적힌 대로 길을 나아가고 있었다. 말이 길이지, 사실은 몸을 웅크리고 가야하는 하수도나 다름없는 길이었다.


"증표는 다들 들고있지?"


미르네와 아르보레 두 사람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증표가 효과가 있었는지 일행의 눈앞에 떡하니 있는 함정에도 아무 일없이 지나갈 수 있었다.


요 며칠간 리피트 일행이 지도를 살핀 결과 , 그들이 회의실로 잠입하기 위해 택할 수 있는 길은 크게 3가지였다. 빽빽한 병사들의 감시하에 있지만 함정은 없는 루트, 함정도 감시도 반반인 루트, 그리고 함정만 가득하고 감시하는 병사들이 없지만, 지나다니기 아주 불편한 루트. 리피트 일행은 세번째 길을 택한 상황이었다.


몸을 웅크린채 나아가야 해서 불편하긴 했지만, 그래도 증표가 확실히 효과를 발휘하는지 함정들은 하나도 발동되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순간, 저 멀리서 환한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긴가 보다."


리피트 일행이 엉금엉금 그곳을 향해 기어갔다. 그런데 슬프게도 그건 정면에서 나오는 빛이 아니었다. 일행의 밑에서 올라오는 빛. 리피트 일행은 거대한 비밀 회의실의 천장에 위치하고 있었다.


밑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게 보였다. 귀족들의 얼굴을 별로 알지 못하는 리피트가 아는 얼굴도 많은 걸로 봐선 남부 제국의 유명한 이들이 모두 온게 분명했다. 저 멀리서 만찬을 내오고 있는 걸 보니, 회의실이긴 하지만 거의 파티와 다름이 없는 듯했다.


"잘 보여?"


"응. 소리도 들린다."


리피트는 눈과 귀를 천장에 있는 구멍에 바짝 들이댔다. 아무것도 모른채 서로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하는 귀족들.


그러다가 어느새 들리던 음악소리가 멈추더니, 그 안에 있던 악단들과 요리를 나누어주던 하인들, 집사들 등 귀족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밖으로 빠져나갔다. 리피트는 그 광경에 더더욱 집중했다.


"식사는 잘들 즐겼는가?"


한가운데에서 누군가가 모든 귀족들에게 말을 걸었다.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의 모든 이들이 그를 향해 무릎을 꿇었다.


"비밀 회의실까지 자네들을 초대하여 정말 미안하네. 그냥 내 아이들을 잠깐 보여주고 싶었던 것 뿐인데, 이렇게 큰 만찬이 되어버렸어."


근처에는 다른 황족들도 자리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러면 회의를 시작하도록 할까? 체르가 공작, 자네부터 안건을 이야기해주게."


지명받은 대귀족 한 명이 일어나 안건에 대해 설명했다. 안건은 하나가 아니었던지 여러 명이 돌아가며 일어서서 황제와 대화를 나눴다.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회의가 끝난 듯 황제가 밖으로 나갔다. 리피트는 순간 기회를 놓친듯 싶어 당황했지만, 안에 있는 모든 귀족들이 한곳으로 모이는 걸 보고 안심했다. 그리고 잠시 뒤 황제를 따라 나타나는 이들. 황제의 옆에서 따라오는 말도 안되는 덩치의 남자와, 그 뒤에 자리한 젊어보이는 자들. 옆에 있는 전사는 누군지 모르겠지만, 황제의 뒤에 있는 것은 다름아닌 황족들이었다. 모여 있던 귀족들은 그들을 보곤 전부 일어섰다. 그리고, 권력자들 모두의 시선이 한곳으로 모인 지금. 리피트는 지금이 계획을 실현할 때라고 느꼈다.


"미르네, 아르보레. 혹시 모르니 마나 빌려줄 준비."


"응."


두 사람은 오기전 약속한대로 미르네는 곧장 아공간에서 마나포션을, 아르보레는 영상기와 전화기를 꺼냈다.


그리고 리피트는 온 마나를 불러모아 마법을 시전했다.


왠만한 드래곤도 한 수 접어주고 갈 엄청난 양의 마력, 그리고 그와 마찬가지인 미르네와 아르보레의 마력, 거기에 미르네의 달의 신술에 리피트 본인의 어레인지까지 섞은, 당했을 때 너무도 억울했던 남부제국의 감옥술이 리피트의 버전으로 바뀌어 이곳에 시전되었다.


상당히 커다란 회의실에 딱 맞게끔 감옥술을 완성한 리피트. 이 거대한 마법을 완성시킨 리피트는 온몸에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 마법은 남부제국의 감옥 마법을 익힌 이후부터 꾸준히 생각해오던 것으로, 이 감옥마법은 리피트가 했던 방식으로 풀어내는 건 불가능했고, 오로지 마나를 불어넣어 터트리는 방식만 가능했다. 그런데 거기에 미르네의 힘을 살짝 가미함으로써 마나만큼의 신성력도 불어넣어야 완전히 무너지게끔 설계했다.


쉽게 말해,


'부술 수 있는 존재가 이 세상에 없다.'


있다면 신 들뿐이었다.


"아아, 여보세요?"


어느새 엘프쪽에 전화를 건 아르보레가 전화기를 내밀어왔다.


"다 됐어요. 고위 귀족들.. 아마 황제까지, 싹 다 가뒀습니다."


"다 가뒀다고? 무슨 수로? 아니지, 일단 그들이 풀고 나올때까지 얼마나 걸릴것 같나?"


전화를 받은 1장로가 따발총처럼 질문했다. 그런 그녀의 질문에 리피트는 느긋이 대답했다.


"못 나와요. 절대. 그러니 느긋하게 오세요."


리피트는 전화기의 영상 버튼을 누르고는 검보라색을 띄는 빈틈없는 돔이 회의실을 덮고 있는 광경을 보여주었다.


"저, 저건 설마?"


"쥬에나가 갇혔던 감옥마법, 제가 똑같이 해줬어요."


엘프 1장로의 입이 떡하고 벌어졌다. 하지만 역시 연륜이 있는 장로, 그녀는 금새 입을 닫아내곤 기다리고 있던 군대에게 출격명령을 내렸다.


그 후, 단 6개월. 그 넓디 넓은 남부 제국은 연합군의 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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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55화 19.05.22 165 1 16쪽
» 54화 19.05.20 152 2 21쪽
54 53화 19.05.19 159 1 14쪽
53 52화 19.05.18 186 1 19쪽
52 51화 19.05.17 185 2 23쪽
51 50화 19.05.15 180 1 16쪽
50 49화 19.05.13 175 1 30쪽
49 48화 19.05.12 190 1 21쪽
48 47화 19.05.11 203 2 25쪽
47 46화 19.05.10 186 1 22쪽
46 45화 19.05.08 212 1 21쪽
45 44화 19.05.06 226 1 31쪽
44 43화 19.05.05 179 1 16쪽
43 42화 19.05.04 189 1 21쪽
42 41화 19.05.03 182 1 19쪽
41 40화 19.05.01 188 1 12쪽
40 39화 19.04.29 204 1 21쪽
39 38화 19.04.19 200 1 30쪽
38 37화 19.04.17 195 1 20쪽
37 36화 19.04.15 189 1 22쪽
36 35화 19.04.14 229 1 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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