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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리피트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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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스트맨
작품등록일 :
2019.03.09 00:54
최근연재일 :
2019.06.03 17:00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24,074
추천수 :
251
글자수 :
635,842

작성
19.05.10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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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
추천
1
글자
22쪽

46화

DUMMY

리피트가 처음으로 감옥을 바꾸는데 성공했던 날, 남부 제국 황궁의 어느 방, 누군가가 의자에 앉은 이에게 고개를 잔뜩 수그린 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폐하. 며칠 전 특수 감옥을 통해 잡아왔던 세 사람 중 마지막까지 살아있던 자의 생명반응이 사라졌습니다. 감옥과 마나로 연결되어있던 월석이 꺼진 것을 확인했습니다. "


"벌써? 그게 말이 되는가. 아무리 그래도 그곳의 모든 이를 죽였던 자가 아닌가. 기사단이 감옥을 써야한다고 판단한 상대가 그렇게 빨리 죽을리가 없을텐데?"


"아마도 집어먹은 영약들의 힘을 버티지 못하고 자멸한게 아닐까 예상하고 있사옵니다."


그 말을 들은 위엄있는 복장의 중년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것들은 그리 우악스럽게 해치울 물건들이 아니지. 최소한 한달은 기간을 두고 섭취해야하는 것들이니... 경비대에겐 미안하게 됐군, 최대한 오래 고통받길 원했을 텐데."


"아닙니다. 그들을 잡아온것 만으로도 경비대와 감시대 둘 다 충분히 만족할 겁니다. 목숨을 잃은 그들의 복수로는 너무나 부족하지만, 그래도 그들이 눈을 감을 수는 있는 정도의 복수니까요."


두 사람은 그 누군가가 마법을 지멋대로 바꾸고 있을 거라는 예상은 전혀 하지 못한채 대화를 이어갔다.


**


"아함~"


리피트의 옆에 있던 아르보레가 하품을 했다. 아무래도 하루종일 창문 앞에서만 앉아있다보니 지루한 모양이었다.


"우리 이거 하지말까?"


사실 리피트도 미친듯이 지루한 참이었다. 몇번이나 새어나오는 하품을 억지로 집어넣었는지 모를정도. 하지만 제일 의외의 인물이 그들을 막아서고 있었다.


"안돼. 좀 있으면 아까 그 녀석이 올 거야. 다시 한번 봐야 겠어."


미르네는 창문에 엄청나게 집중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이들과는 달리 혼자서 두곳의 창문을 쳐다보고 있었다. 리피트는 처음 창문을 만들었을 때를 떠올렸다.


ㅡㅡ


며칠간 창문을 낸 쪽으로 대충대충 바깥을 살펴본 리피트는 이곳의 차원이 다른 거대함에 놀라고 있었다. 넓기도 넓었을 뿐 아니라 바깥에는 리피트가 들어있는 감옥과 형태가 똑같은 여러 개의 감옥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에는 리피트 일행의 감옥만큼 큰 감옥들도 몇개 있었다.


대충대충 시간 날 때마다 내다보던 리피트에게 누군가가 돌아다니는게 보였다.


"어? 사람이다."


아르보레 또한 그걸 봤는지 창문을 가리켰다. 바깥에는 검을 차고 있는 기사와 마법사 이렇게 두명이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들은 그저 돌아다니기만 했다.


'검사 같은것도 안한다고? 감옥 근처엔 다가가지도 않네?'


만약 그들이 감옥에 손을 대고 마나를 통해 살펴본다면, 리피트가 한 짓은 금방 걸리고 말것이었다. 그들의 행동 덕에 리피트는 안심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애초에 이런 거대한 감옥에 마나를 집어넣어 확인하려면 말도 안돠는 마나량이 필요했다. 하나만 확인하려해도 인간이 아닌 수준의 마나량이 필요했고, 그래서 감시병들은 그저 순찰만 돌 뿐이었던 것이다.


"미르네, 이것봐. 사람들이 돌아다니긴 하네."


리피트가 뒤를 돌아보자 얼굴을 찌푸린채 그들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미르네가 보였다.


"왜 그래?"


"저 인간.. 내 힘이 느껴져."


"어?"


리피트는 황급히 고개를 돌려보았다. 미르네가 말하는 쪽은 마법사 인것 같았다. 리피트는 그가 무언가 화려한 목걸이를 끼고 있음을 알수 있었다.


그러나 리피트가 그걸 자세하게 살피기도 전에 두 명의 경비원은 할일을 마친듯 순식간에 위로 빠져나가버렸다.


그리고 그 이후 미르네는 경비원이 돌아오기를 계속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덕분에 리피트도 아르보레도 뚫린 창문으로 하루종일 앉아있게 되었다. 그렇게 지나간 며칠, 경비원은 언제 왔냐는 듯 이곳을 다시 찾아오지 않았다.


"으음. 완성인가?"


리피트는 자리에서 일어나 벽을 향해 손을 뻗었다. 리피트는 시간이 날때마다 조금씩 감옥 마법을 조금씩 건드리고 있었다. 그리고 며칠간의 결과로 리피트는 처음에 만들어놓은 쥐구멍 옆에 열고 나갈수 있는 문을 만들 수 있었다.


문을 열기만 하면 밖으로 나갈 수 있었지만 리피트는 내심 불안해졌다.


'문을 연 사이에 감시병이 들어오면 어떡하지?'


리피트가 문을 열지말지 고민했다. 리피트는 결국 굳센 마음을 먹고 만들어놓은 손잡이를 잡았다. 손잡이가 돌아가는 그 순간, 뒤쪽에서 미르네의 외침이 들렸다.


"경비병들이다! 그때랑 똑같은 애들이야!"


리피트는 황급히 손잡이에 얹은 손을 집어넣었다. 그러곤 창문으로 눈을 향했다. 창문을 통해 두 사람은 감옥 이곳 저곳을 돌아다녔다.


"어..어!"


두 사람은 저번과는 달리 리피트 일행의 감옥쪽으로 다가왔다. 리피트 일행이 갇힌 감옥 주변을 둘러보는 감시병들. 리피트는 창문을 넘어 있는 감시병 한 명과 눈이 마주쳤다.


"헉."


물론 상대방에게선 보이질 않겠지만 그래도 리피트는 혹시몰라 창문 밑으로 몸을 웅크렸다. 이들은 저번에 그랬던 것처럼 리피트 일행 감옥 근처에서 대충 쳐다만 보고는 몸을 돌렸다.


그때였다. 미르네가 갑자기 손을 내뻗었다.


"아르보레!!"


아르보레는 그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리피트가 만들어놓은 문을 열었다. 앞의 경비병들은 눈치채지 못한 상황, 아르보레는 곧장 숲의 마법을 사용했다. 어디서 튀어나오는지 알 수 없는 나뭇가지들이 감시병 두 사람을 향해 덤벼들었다. 뒤늦게 공격을 눈치챈 두 사람은 힘껏 반항을 해봤지만 나뭇가지와 잎들은 그들의 말소리 하나 새어나오지 않게끔 꽁꽁 싸맸다. 그리고 그대로 감옥 안으로 가지고 들어왔다. 아르보레는 아무일 없었다는 듯 문을 닫았다.


아르보레가 나무들을 풀어내자 두 사람이 굴러 나왔다. 두명은 모두 기절한 상태였다. 미르네는 그 중 마법사로 보이는 자에게 다가갔다. 그리곤 그가 착용하고 있던 목걸이를 빼냈다.


목걸이를 꽉 움켜쥐는 미르네. 그리고 작은 불빛이 그녀에게 흘러들어갔다.


"대체 네 힘이 왜 여기있는..."


미르네를 쳐다본 리피트가 입을 다물었다. 미르네가 엄청나게 분노한 표정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남부 제국.."


이를 갈며 중얼거리는 미르네. 리피트는 제대로 듣진 못했지만 그녀가 매우 화가 나있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짚고 넘어가야할 건 짚어야했다.


"미르네. 일단 이건 어떻게 할거야?"


리피트는 누워있는 두사람을 가리켰다. 미르네는 리피트의 말에 고개를 돌렸다. 쓰러진 두 사람을 향해 미르네가 손을 뻗었다. 빛무리가 둘을 감쌌다.


"됐어. 일단 밖으로 내보네."


"네."


"잠, 잠깐만."


미르네의 말에 벙 쪄있던 리피트가 뒤늦게 아르보레를 막아보려 했지만 그녀는 벌써 두 사람을 밖으로 내던진 상태였다.


"으음..."


내던져진 두 사람은 곧장 일어났다. 리피트는 급히 문을 닫은 뒤 두 사람울 걱정스레 쳐다봤다.


'아무리 기절했었어도 혹시 기억하고 있으면 어떡하지?'


그런데 눈 앞의 두 사람의 반응은 조금 달랐다.


"뭐야. 그걸 떨어뜨리면 어떡해. 잘못 떨어뜨리면 처음부터 다시 조사해야되잖아."


"이런. 미안미안. 다행이다, 멀쩡해. 여긴 다 확인했지?"


"응. 다음으로 가자."


"그래."


두 사람은 아무 일 없다는 듯 이곳을 빠져나갔다.


"뭐..뭐지?"


의아해하는 리피트의 뒤에 미르네가 다가왔다.


"기억을 덧씌운거야. 목걸이에 담겨있던 내 힘이기도 하고."


"기억을 바꿨다고?"


"응. 여기에 담긴건 정신 공격을 막는 거였는데... 내 힘의 일부분들끼리 비슷한 부분은 조금씩 연결되어있거든. 물론 다른 부분은 정말 조금만 돌아오는데, 지금은 영약들을 많이 먹어서 그런지 조그만 부분으로도 원래만큼의 힘을 쓸 수 있어."


"정신에 관련된 힘이야?"


미르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언니처럼 정신에 간섭하는 능력이야. 좀 더 도움이 될 수 있겠네."


리피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쟤네는 이곳을 나가고 다시는 여기로 돌아오지 않을거야. 이곳에 관련된 기억은 나가면 모두 잊게 만들었어."


"그래? 그러면..."


"밖으로 나가보자."


미르네의 말에 리피트는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아르보레까지 세사람은 손을 잡고 문을 열고 감옥 밖으로 나왔다.


그들의 눈 앞에는 수많은 감옥 상자들이 보였다. 리피트는 그 중 가장 크게 만들어진 감옥에 다가가 섰다. 리피트는 그 곳에 손을 얹은 뒤 마나를 불어넣었다. 그러곤 리피트 일행의 감옥에 했던 것처럼 작은 구멍을 내었다.


리피트는 아공간에서 예전에 넣어놓은 철을 한덩이 꺼내 작은 골렘으로 만들었다. 그러곤 종이를 꺼내 글을 적었다. 그걸 골렘에게 들게한 후 구멍 속으로 쏘옥 밀어넣었다. 골렘이 빨빨 거리며 안쪽으로 들어갔다.


"뭐라고 적어 보냈어?"


미르네가 궁금하단 표정으로 리피트를 바라봤다.


"그냥 안에 있으면 신호 달라고 했어."


얼마되지 않아 골렘이 밖으로 나왔다. 골렘이 들고 있는 종이를 주워보는 리피트.


종이에 적힌 걸 읽은 리피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지팡이를 통해 누군가를 불렀다. 리피트의 요청을 받은 자는 잠깐만 기다려달라는 말을 했고 리피트는 그 사이 눈앞의 거대한 감옥 안으로 들어갈 문을 만들어내기로 했다.


리피트는 마나의 대부분을 사용했다. 덕분에 문을 만들어냈을 뿐만 아니라 감옥이 더 커지지않도록 조정하기까지 했다. 그리곤 옆을 돌아보았다. 기다리고 있는 아르보레와 미르네. 리피트는 고개를 끄덕여보이고는 문을 열었다.


그리고 열린 문의 너머에는, 커다란 몸집의 드래곤이 버티고 있었다.


"진짜로 안으로 들어왔군..."


드래곤은 눈을 부릅뜨며 리피트를 쳐다봤다.


"허나, 나는 드래곤이다. 아무도 나를 거리낌없이 볼 수 있어서는 안되지."


드래곤은 본인의 마나를 끌어올려 내뿜으며 눈 앞의 세사람에게 압력을 가했다. 하지만 슬프게도 그 마나들은 대부분 비어졌던 리피트의 몸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오히려 리피트는 그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착한 드래곤이네. 틱틱거리긴 해도 좋은 용이야.'


그리고 아르보레와 미르네는 아무런 영향조차 받지 않았다. 거만한 표정을 지은 드래곤은 그들을 내려다봤다.


"무릎을 꿇어라. 그리고 조아려라. 그러면 내가 너희들의 힘이 되어줄터이니."


힘껏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이상한 포즈를 취해보이는 드래곤. 그런데 갑자기 리피트의 옆에서 누군가가 나타났다.


"리피트 님. 정말 죄송하지만 오래는 못 있을 것 같습니다. 제 아ㄴ... 밀레느 양이 저를 부르고 있어서 말이죠. 진짜 시간내서 온겁니다. 음? 이 친구는 누굽니까?"


데르카스를 쳐다본 드래곤은 눈이 휘둥그레 커져 있었다. 그리곤 갑자기 인간 여성의 모습으로 변해 바닥에 납작 업드려 절을 했다.


"붉은 색의 세번째 아이 루벨이 태초의 용 데르카스 님을 뵙습니다."


"?"


데르카스는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 누구신지? 제 기억에는 없는 분이신데"


"저는 데르카스 님이 신의 뜻을 받으시고 봉인이 되신 이후에 태어난 드래곤입니다. 저를 모르시는 게 당연합니다. 물론 저희 드래곤들은 태초의 용이신 데르카스 님을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신경쓰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 그렇구나."


데르카스는 당황한 표정으로 리피트를 돌아보았다.


-리피트 님, 이건 대체?


-드래곤이라서 널 불렀어. 우리랑 친하다고 한마디 해주고 가.


-알.. 알겠습니다.


흠흠, 목을 가다듬은 데르카스가 리피트 일행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우선 이 분들 소개를 해야겠군."


" '분'들이요?"


"그래. 우선 이 분의 이름은 '미르네'. 나와 함께 아르칸 주신님과 함께 봉인이 된 분이시다."


-야! 그건 말하면 안되지!


-네?


-미르네는 '악'의 원흉이라 봉인된거잖아! 당연히 싫어하겠..


" '그' 미르네 님이시군요! 항상 만나기만을 꿈꿔왔었는데! 너무 예쁘세요! 멋있으세요!"


-...?


-??


의아한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보는 데르카스와 리피트. 그리고 미르네는 자신에게 꾸벅꾸벅 절을 하는 드래곤을 말리고 있었다. 데르카스는 급하게 다음으로 넘어갔다.


"이 분의 이름은 '아르보레'. 북쪽 세계수의 정령이시지. 지금은 일이 있어 우리들과 함께하고 계셔."


"와! 세계수의 정령! 너무 멋있어요!"


이번엔 아르보레에게 뛰어드는 빨간 머리색의 여자. 아르보레는 자신을 껴안는 여성을 당황스러운듯 쳐다보고 있었다. 리피트는 몰키베 덕에 생겨났던 드래곤을 향한 존경심이 박살나고 있었다.


-쟤.. 좀 이상해 보이지?


그런 말을 하며 데르카스를 쳐다보는 리피트.


"하긴... 얘도 딱히 정상은 아니었지."


-리피트 님. 차라리 속으로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아이고, 실수로 밖으로 말 해버렸네.


데르카스는 살짝 리피트를 째려봤다. 그러더니 좋은 생각이 난 듯한 표정을 짓더니 갑자기 과장된 몸짓을 하기 시작했다.


-뭐야? 왜 그래?


데르카스의 몸짓에 당황한 리피트. 그러나 그런 그를 열정적으로 지켜보는 이가 있었다.


"그리고... 그리고... 바로 이 분! 인간의 몸으로 아르칸 주신 님의 축복을 받고!"


"오오!"


"태초의 용, '악'의 신, 세계수의 정령이 들어있는 지팡이의 주인!"


"오오오!"


리피트는 소름이 돋아 옆을 돌아보았다. 그곳엔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는 루벨이란 이름의 드래곤이 보였다.


-데르카스, 너 이 자식!


"리! 피! 트! 님!"


"와아아아! 세 분을 이끄시는 분이라니 최고!"


리피트는 달려드는 루벨에게 밀쳐지며, 가벼운 눈짓과 함께 사라지는 데르카스를 볼 수 있었다.


-데르카스! 두고 보자!!


리피트는 자신에게 안겨 비비는 드래곤을 어떻게든 떼어내기 위해 애썼다.


ㅡㅡ


"그러니까 사인이랑 사진은 왜..."


"제가 저번에 친구들한테 통신하는데, 그 때 걔네들이 데르카스 님이랑 같이 다니시는 분들을 만났다고 막 자랑하는거에요! 근데 그땐 자기들도 할 일이 있고 괜히 민폐 같다고 사진도 안찍고 사인도 안 받았다고 하니까 믿을수가 없잖아요. 물론 저는 데르카스님은 지금 없으시지만 이렇게 세 분이 계시니까...어쩌고저쩌고."


리피트는 잠깐의 대화로도 루벨이 어떤 드래곤인지 알수 있었다. 뭔가 철없고, 말이 많은 그런 드래곤이었다. 심지어 처음 들어갔을 때 한 모든 행동들도 [멋있는 드래곤이 되는 법] 이라는 책에서 본 걸 따라한 것이라고 했다.


리피트는 그녀와 무언가 생산적인 대화를 하고 싶었지만, 끝까지 사인과 사진을 찍어달라는 그녀의 요청을 들어주고 나서야 원하는 질문을 할 수 있었다.


"여기 갇힌지는 얼마나 됐어?"


루벨은 모두가 자신에게 말을 놔주기를 원했다. 친한 사람이라면 말을 놓지 않겠냐는 그녀의 의견이었는데, 막상 그녀는 리피트 일행에게 존댓말을 붙였다.


"갇힌지는 얼마 안됐어요.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려고 했거든요? 맨날 통화로만 연락하다가 애들이 오랜만에 섬에 여행이나 한번 가게 만나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신나서 대산맥 넘어서 쭈욱 날라왔는데 큰 성이 보이길래 다가갔다가 공격하는 적들이랑 싸우다가 잡혔어요."


"큰 성?"


"네. 날라오면서 본 것 중에서 제일 큰 성이었어요. 진짜 잠깐 구경만 할라했는데 자꾸 때리니까.. 맞고 있을수만은 없잖아요."


"그거야 그렇지..."


"그쵸? 하여튼 이렇게 예민해서야 어떻게 지내는 건지 몰라."


리피트 옆에 있던 미르네는 어디선가 거대한 붉은 드래곤이 황궁을 습격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게 기억났다. 그렇다면 그녀가 감옥에 갇힌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잠깐만, 대산맥을 넘어왔다고?"


"네? 네. 그런데요?"


"대산맥은 원래 못 넘지 않아?"


"전 그냥 넘어가지던데요?"


리피트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대산맥은 아무도 못 넘는다고 알고있었는데..


'이래보여도 드래곤이라는 건가.'


"그런데 붉은색의 세번째 아이가 무슨 뜻이에요?"


리피트가 상념에 빠진 사이 옆에 앉아있던 아르보레가 루벨에게 질문했다. 루벨은 아르보레 쪽으로 몸을 돌렸다.


"아, 그건 드래곤들이 소개하는 방식이에요. 붉은색은 그냥 피부 색깔을 말하는 거고, 뒤에 붙는 건 세대를 말하는 거죠. 저는 세번째 세대고 네번째 세대인 친구들이 태어난지 얼마 안됐으니까 저는 꽤 젊은 드래곤이라고 할 수 있죠."


젊은 용이라구요! 라고 외쳐보이는 루벨을 보며 리피트는 한숨을 쉬었다.


"일단 어떡할래? 나가고 싶으면 언제든 나갈수 있어. 감옥을 조금 손봐야겠지만."


리피트의 말에 그녀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러고 보니 감옥을 도대체 어떻게 바꿀수 있는거에요? 제 마나량으로도 버겁던데."


리피트는 그 말에 자신의 마나를 일으켜보였다. 루벨은 그걸 보곤 눈을 휘둥그레 떴다.


"저보다 마나량이 많으니까 버거울리가 없군요! 역시 리피트 님!."


존경의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루벨을 보며 리피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서 어떡할거야? 나갈래?"


"음... 일단 저는 리피트 님을 따라다닐래요."


"어?"


"좋아. 좋아. 같이 다니자."


"와! 진짜요? 감사드립니다!"


당황한 리피트 대신 미르네가 허락을 했다.


-야! 그걸 왜 니가 허락을 해?


-그럼 허락 안하면 어떡하게? 얘는 우리가 허락 안하면 몰래 따라올거야. 아까 못 봤어?


리피트는 미르네와 아르보레에게 수많은 사인과 무수한 악수의 요청을 혼자서 하던 루벨의 모습을 떠올렸다. 만약 거절당한다면 리피트 일행을 스토킹 할 게 당연해보였다.


-어차피 따라올 거 그냥 받아주자 이거지.


-그래. 미르네 니 말이 맞다.


리피트는 루벨을 쳐다봤다.


'아무리 그래도 나보단 나이가 많겠지?'


"루벨. 어차피 같이 다니게 될테니까 친구처럼 편하게 말을 놔. 존대를 받는건 오히려 내가 불편하니까."


루벨은 그 말에 눈을 반짝였다.


"진짜로? 말 놔도 돼? 그래도 미르네 님이랑 데르카스 님, 아르보레 님의 일행인데?"


"상관없어. 그리고 일단 우리의 계획은 여기있는 감옥들을 하나씩 열어보는 거야. 물론 어떤 이들이 갇혀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제국이 이런 감옥을 설치했을 이유는 있겠지. 그러니까 한 개씩 열어보려고. 시간이 좀 걸릴거야."


"그러면 나 잠깐 친구들한테 연락 좀 하고 와도 될까?"


"그래. 우린 바로 옆에 감옥에 가 있을게."


"응!"


루벨은 말을 마치고 재빨리 문 밖으로 나갔다. 리피트는 루벨의 감옥에 무언가 조치를 취했다. 그 다음에야 리피트 일행이 밖으로 나왔다.


일행은 이번엔 아까와 달리 조금은 평범한 크기의 감옥에 섰다. 그리고 리피트는 곧장 구멍을 만들어냈다. 작은 크기의 감옥이라 그런지 루벨의 감옥보다 훨씬 적은 양의 마나가 들었다. 리피트는 아까와 같이 골렘에게 종이와 펜을 쥐여서 들여보냈다.


잠시 뒤, 골렘이 밖으로 나왔다. 리피트는 종이를 빼내 읽었다. 그리고 곧장 벽에 손을 얹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리피트의 앞에 문이 생겨났다.


리피트가 그 문을 열고 들어가자 엘프 여성 한 명이 서 있었다. 엘프는 문을 열고 들어온 세 사람을 멍하니 쳐다봤다. 그러더니 털썩 주저 앉아 울기 시작했다.


"흑흑흑...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리피트는 울고 있는 그녀를 내버려둔채 다시금 벽에 손을 얹었다. 아까 루벨의 감옥에도 했던 것처럼 계속 살아있다고 연락이 가게끔 수식을 바꿔놓았다.


리피트가 돌아보자 울고 있는 그녀를 아르보레가 따뜻하게 안아주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녀의 울음이 어느정도 진정되자 그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녀는 엘프의 숲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가고 싶어서 밖으로 나온 엘프였다고 한다. 밖으로 나온 그녀는 아무도 안 가는 길이 있길래 그 길을 따라 들어갔는데 그 곳에 있던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잡으려 했다고 한다.


"전 최선을 다해 싸웠지만... 보시다시피 이렇게 잡혀버렸습니다. 다행히 아공간 반지를 가지고 있어 그 안에 먹을 걸로 버티곤 있었지만... 살아서 나갈거란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정말 감사드립니다."


리피트에게 계속해서 고개를 숙이는 그녀. 그녀의 이름은 쥬에나였다.


"일단 저희의 목표는 이 곳에서 살아 있는 이들을 찾아 풀어주는 겁니다. 보니까 이곳에 들어온 사람들은 대부분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아요."


리피트는 자신들이 이곳에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다른 이들 또한 자신들과 크게 차이나지 않게 들어온 이들일 거라고 예상했다. 다행히도 그의 예상은 맞았다.


"하지만 경비병들이 있지 않나요? 이런 곳에 경비병 하나 없다는 게 더 이상해요."


"저희가 조치를 해서 이 방에는 감시병들이 오지 않을거에요. 더군다나 이 방 말고도 다른 방에도 감옥들이 꽤 많을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리피트는 잠깐 엿들었던 감시병들의 대화를 떠올렸다.


"어떡하시겠어요? 저희랑 함께 하셔도 되고, 아니면 혼자 가셔도 되요."


리피트의 말에 쥬에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저는 리피트 님과 함께 다닐게요. 애초에 꺼내주셨으니 그 은혜는 갚을겁니다. 전 충분히 그런 실력이 된다고 생각하구요. 그리고..."


그녀는 아르보레를 쳐다봤다. 그러더니 살짝 얼굴을 붉혔다.


"고귀하신 분을 가까이서 뵐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리피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바로 다음 감옥으로 향했다. 때마침 루벨이 돌아왔다.


"리피트! 돌아왔어! 어? 엘프다?"


"드래곤 님?"


쥬에나가 루벨을 보고는 몸이 움츠러들었지만, 그런 그녀에게 루벨이 손을 내밀었다.


"너도 리피트 님과 함께하기로 한 모양이구나. 잘 부탁해!"


"네...네. 잘 부탁드립니다."


두사람이 악수를 나누는 사이, 리피트는 남아있는 3개의 감옥 중에 가장 작아보이는 곳에 손을 댔다. 감옥이 작다보니 무리없이 문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문을 활짝 여는 리피트. 그리고 그 작은 감옥 안엔,


이 곳 아르카디아 대륙에서 볼 수 없는 두 종족이 자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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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64화 19.06.03 271 1 19쪽
64 63화 19.06.02 148 1 20쪽
63 62화 19.06.01 142 1 25쪽
62 61화 19.05.31 155 1 23쪽
61 60화 19.05.29 151 1 29쪽
60 59화 19.05.27 161 1 18쪽
59 58화 19.05.26 172 1 21쪽
58 57화 19.05.25 176 1 23쪽
57 56화 19.05.24 178 1 26쪽
56 55화 19.05.22 166 1 16쪽
55 54화 19.05.20 153 2 21쪽
54 53화 19.05.19 161 1 14쪽
53 52화 19.05.18 187 1 19쪽
52 51화 19.05.17 185 2 23쪽
51 50화 19.05.15 180 1 16쪽
50 49화 19.05.13 175 1 30쪽
49 48화 19.05.12 190 1 21쪽
48 47화 19.05.11 204 2 25쪽
» 46화 19.05.10 187 1 22쪽
46 45화 19.05.08 213 1 21쪽
45 44화 19.05.06 227 1 31쪽
44 43화 19.05.05 180 1 16쪽
43 42화 19.05.04 189 1 21쪽
42 41화 19.05.03 183 1 19쪽
41 40화 19.05.01 188 1 12쪽
40 39화 19.04.29 205 1 21쪽
39 38화 19.04.19 200 1 30쪽
38 37화 19.04.17 197 1 20쪽
37 36화 19.04.15 189 1 22쪽
36 35화 19.04.14 230 1 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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