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만촐이 님의 서재입니다.

신들의 대륙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만촐이
작품등록일 :
2018.12.19 12:49
최근연재일 :
2019.02.03 06:51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1,607
추천수 :
6
글자수 :
104,316

작성
19.01.05 14:31
조회
83
추천
0
글자
28쪽

피의 축제(6)

DUMMY

이미 수많은 충격으로 재대로 넋이 나간 유신은, 알을 끌어않은 채로 정면 위를 바라보았다.


푸르륵···.


정면 위를 바라보니 그곳에는 커다랗고 끔찍한 괴물이 있었다.

머리부터 길게 자라있는 말갈기로 가려져 실제로 괴물의 눈이 보이지 않았지만, 유신은 말 머리괴물과 눈을 마주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

“·········.”


그렇게 잠시 유신과 말 머리괴물의 사이에서 세상과 단절된 듯한 조용한 적막이 흘렀다. 하지만 적막의 시간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이히힝~!


말 머리괴물이 웃었다.

미소를 짓는 말 머리괴물의 입에서 더럽고 역겨운 침들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뿐 만아니라 유신은 보았다.


“...!”


말 머리괴물의 긴 말갈기 사이로 광기에 휩싸인 붉은 눈이 보였다.

문제는 그 눈이 유신을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말 머리괴물의 시선은 유신이 아니라 자신의 바로 아래를 향해 있었다.


“아, 아···.”


말 머리괴물이 무엇을 보는지 깨달아버린 유신은 정신이 깨어나 적막했었던 세상이 다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넋이 나갔던 정신이 다시 돌아와 좁았던 시각과 청각이 되살아나니ㅡ.


“으아아아··· 아, 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이성을 잃은 아리엘의 비명소리와 그런 아리엘을 보면서 웃고 있는 말 머리괴물의 모습이 있었다.


이히히히히힝!


말 머리괴물이 소음에 가까운 울음소리를 내는 가 동시에 오른팔을 높게 쳐 들었다.

높게 쳐든 팔을 보면서 유신은 힘이 풀린 다리에 억지로라도 힘을 주며 일어서려 했지만, 방금까지 혹사시키며 무리했던 몸이 말을 듣지를 않았다. 절망감에 빠진 유신은 갈라질 대로 갈라진 쉰 목소리로 크게 외쳤다.


“아리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엘!”


중간 중간에 끊기는 목소리로 유신이 죽을힘을 다해 아리엘을 불러보았지만-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정신이 완전히 붕괴된 아리엘의 귀에는 닿지는 못했으며-


이ㅡ히히히히힝!


동시에 말 머리괴물이 높게 쳐든 오른팔을 아리엘에 향해서 내려찍었다.


유신은 망연자실한 얼굴로 그 순간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 * *


한 남성이 자신의 위엄을 과시하려는 듯한 화려한 의자에 앉아있었다.


“···.”


남성은 은발의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으며, 짧은 머리를 하고 있어 겉으로 보았을 때 거친 야성미가 넘쳐나 보였는데 그 안에는 어딘가 은은한 카리스마가 곳곳에 묻어있었다.


짧은 은발의 남성은 옆에서 측근의 보고를 들으며 눈을 감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호오···.”


그때, 무언가를 느낀 짧은 은발의 남성이 스르륵 눈을 떴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폐하···.”


폐하라 불린 남성이 갑자기 눈을 뜬 것이 의아했는지 옆에 있던 측근이 안부를 물었다. 옆에서 나랏일에 대해 보고할 때 계속 지루해 눈을 감고 있던 주군이 갑자기 눈을 뜨더니 무언가에 흥미를 가진 눈동자로 변해 있었기 때문이다.


폐하라 불린 남자.

즉, 황제인 남자가 옆에서 안부를 묻던 측근에게 대답하였다.


“아롤트.”

“예 폐하···.”


아롤트라고 불린 측근은 중후반의 나이로 모노클을 끼고 있어 학자처럼 매우 지적여보였다.

황제는 아롤트에게 말했다.


“신력을 느꼈다.”

“신력을...? 폐하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저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였습니다.”


주군의 말에 옆에 있던 측근도 정신을 집중해 신력의 기운을 탐지를 해보았지만, 역시 측근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였다. 측근이 감지한 범위는 자신의 주군의 땅인 제국 전역 이였다.


제국.

남 대륙에서 가장 큰 영토를 가지고 있으며 수많은 자원과 인재들이 넘쳐나는 국가로 실질적으로 남 대륙의 패권을 쥐고 있는 지배 국가이다.


그리고 그런 제국을 다스리는 황제는 단 한명밖에 없었으니-


천둥황제 레이셔스.


매우 강력한 제국을 지배하는 존재가 신력이라는 이변을 느낀 것이다.

아롤트는 레이셔스 황제의 오른팔이며, 제국의ㅡ황제 다음으로 실질적인 권력자인 재상 이였다.

재상이 하는 일은 국가를 다스리고 자신의 왕을 보좌하는 일이다. 신력이라는 이변을 느낀 황제를 위해 어디 놓친 곳이 없는지 신력의 기운을 제국 전역으로 쥐 잡듯 뒤지며 탐색하는 아롤트였지만, 어디에도 신력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다.


“제국이 아니다.”

“예..? 그럼 설마···.”


레이셔스가 신력의 탐색으로 집중하는 아롤트에게 말했다. 아롤트는 탐색을 멈추고 진심으로 놀랐다는 표정으로 황제를 바라보았다. 황제는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에오니스 왕국인가···.”

“설마··· 에오니스 왕국에서 신력이! 여기까지 느껴질 정도면 그만큼 강한 신력입니까?”


아롤트는 경악하였다.

자신이 탐지했던 제국 전역만 해도 광범위한 탐지거리이다. 그것도 적의 침략을 곧바로 알 수 있게 제국 곳곳에 자신이 설치한 탐지 마법 진이 있었기 때문에 아롤트가 제국 전역을 탐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탐지 범위 밖인 옆 나라 에오니스 왕국에서 여기까지 신력이 느껴졌다는 것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일이다. 이것은 아롤트가 느끼지 못할 정도로 강한 힘을 황제는 느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아롤트의 생각을 읽은 황제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힘의 크기는 미약하다···.”


황제가 뜸을 들였다. 그리고 이어서 말했다.


“하지만 강하다.”


말을 마친 황제가 갑자기 옥좌에서 일어섰다.


“폐하...?”


먼 곳에서 희미하게 느껴지는 신력은 아직 정말 작고 미약했지만 그조차도 강한 기운이 느껴졌다. 황제가 아닌 전사로서의 레이셔스는 궁금해졌다. 정말로 오랜만에 느끼는 강하면서도 신기한 신력이다. 어떠한 힘인지 직접 확인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오랫동안 레이셔스를 주군으로 모셔온 아롤트는 레이셔스의 변덕을 곧바로 감지할 수 있었다. 아롤트는 더 늦기 전에 미리 레이셔스를 말렸다.


“폐하! 제국이라는 대국의 황제가 아무 이유도 없이 옆 나라인 에오니스 왕국을 기별 없이 쳐들어가는 건 정치적으로 문제가 되옵니다! 그리고 적일지도 모르는 상대입니다! 상대의 정확한 전력을 모르는 상태에서······.”

“아롤트.”


이미 아롤트의 잔소리는 들리지 않은 레이셔스는 아롤트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잠시 확인하고 오마.”


* * *


“끄아악!”


유신은 땅에 엎드린 상태에서 한 팔로 알을 최대한 끌어안고 남은 한손으로 땅에 자라있는 풀들을 마구잡이로 잡으며 거친 풍압을 겨우 버티고 있었다.

거친 풍압을 버티는 유신은 눈을 작게 하며 앞에서 황금빛의 기운을 강하게 내뿜는 아리엘을 흐릿하게 보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ㅡ시간을 거슬러.


말 머리괴물이 아리엘에게 거대한 오른팔을 내려찍었다. 유신은 내려찍어가는 그 순간의 시간이 너무나 느리게 흘러갔다.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와중에 유신은 많은 생각이 들었다.

많은 생각들 중에서도 아무것도 못하는 자신의 무능함과 이번에도 가족을 구하지 못한다는 불안감이 강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교회에 살면서 지금까지의 아리엘과의 추억이 물결처럼 흐르듯이 지나가고-


유신은 곧 들이닥칠 현실에 체념하고 망연자실했다.


후우웅-!


말 머리괴물의 오른손바닥이 아리엘 바로 위까지 내려왔을 때-


거기서 보고도 믿지 못할 일이 발생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ㅡ!


아리엘의 몸에서 갑자기 황금빛의 강한 기운과 거친 바람이 폭발하듯이 발생한 것이다.


“무, 뭣!? 크으윽··· 끄아악!”


유신은 순식간에 발생한 일이 와 닿기도 전에 힘차게 지나가는 바람을 맞으며 거친 풍압을 견뎌야만 했다.


말 머리괴물은 오른손이 아리엘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거친 풍압으로 인해 코앞에서 닿지도 못하고 오른팔을 바들바들 떨면서 버티고 있었다.


이ㅡ히히힝!


말 머리괴물은 독이 올랐는지 남은 왼팔을 힘차게 끌어올려 왼손도 아리엘에 향해 노렸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하지만 여전히 머리를 쥐어 잡으면서 비명을 지르는 아리엘에게 닿지는 못하였다. 거친 바람들이 아리엘을 지키고 있었는데 아리엘의 주변에 바람의 결계가 펼쳐져 있는 것 같았다.


이, 이-히힝!


당황한 기세가 명백하게 보이는 말 머리괴물이 계속해서 아리엘의 바람의 결계를 뚫지 못하고 있을 때.


“······.”


비명을 지르던 아리엘이 어느 순간 조용해져 있었다.

그리고 아리엘을 둘러싼 바람 결계를 제외한 뿜어져 나오던 거친 바람들이 다시 잔잔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황금빛의 기운은 강하게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유신은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약해진 바람을 느끼며 아리엘을 보았다.


“아리엘...?”


아리엘은 일어서 있었다.

하지만 뿜어져 나오는 강한 기운은 유신이 알고 있는 아리엘이 아니었다. 유신이 보는 아리엘은 어딘가 이상했다.


한편, 말 머리괴물은 보았다.


자신을 올려다보는 푸른 눈동자를 보았다.

그런데 아래에 있는 먹잇감의 눈동자는 지금까지의 사냥감들처럼 공포에 질린 눈동자가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을 바라보는 저 눈동자는···.


“······.”


무심한 듯 더러운 벌레를 쳐다보는 눈동자였다.


이ㅡ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힝!


먹잇감에게 무시당한 말 머리괴물이 끝없이 열이 올라 바람의 결계를 잡고 있던 두 손을 다시 높게 쳐들며 주먹을 꽉 쥐고 강하게 내려찍었다.

더 이상 맛있어 보이는 먹잇감이든 뭐든 다 필요 없다. 반드시 죽여 버리겠다!


쿠웅-!


이-히힝!?


말 머리괴물은 믿기지 않았다.

분노로 인해 어느 때보다 강한 힘을 주고 내려찍은 두 주먹이 바람 결계에 조금이라도 파고든 모습도 없이 허무하게 막혔기 때문이다.


「하아···.」


아리엘은 양손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말 머리괴물을 보고 진심으로 한심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떨어져라 더러운 영혼아.」


아리엘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아리엘을 둘러싸던 바람이 말 머리괴물에 집중적으로 폭발했다.


파아앙-!


그리고 방금 전과는 비교도 안 되는 강한 풍압이 말 머리괴물을 덮쳤다.


이ㅡ히히히히히히힝!?


강한 풍압을 정통으로 맞은 말 머리괴물의 거대한 몸집이 멀리 날려져 버리고 곧 지면으로 추락했다.


쿠ㅡ웅!


이-힝...?


날려져 지면에 추락한 말 머리괴물은 어안이 벙벙했다.

처음 겪어보는 경험이다. 지금까지 살면서 날려 보내기만 했지 한 번도 자신의 거대한 몸집이 날려진 적이 없었다.

지능이 낮은 말 머리괴물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직까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이해하는 거라고는 저기 있는 먹잇감이 더 이상 먹잇감으로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곳에서 가만히 서있던 아리엘이 오른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아리엘이 내민 오른 손등에는 어떠한 표식이 새겨져 있었다.


「빛의 구슬.」


그리고 아리엘은 주문을 외쳤다.

주문이 외쳐지면서 표식이 황금빛으로 빛나더니 아리엘의 오른손에서 작은 빛의 구슬이 하나가 나왔다.


후웅 후웅.


빛의 구슬은 하늘을 둥둥 떠다니면서 천천히 말 머리괴물에게 향했다. 그리고 작았던 빛의 구슬은 움직일수록 점점 크기가 커져갔다.

커져가던 빛의 구슬이 말 머리괴물의 머리 위에 도착하면서 움직임을 멈췄다. 거기까지 도달했을 때 커진 빛의 구슬의 크기는 말 머리괴물이 던졌던 바위의 크기와 비슷했다.


이히힝?


지능 낮은 말 머리괴물이 머리 위에 떠있는 커다란 빛의 구슬이 신기했는지 하늘로 손을 뻗어 보았는데··· 그때, 아리엘이 또 다른 주문을 외쳤다.


「빛의 정화.」


주문과 함께 빛의 구슬이 환하게 빛나기 시작하더니-


이히···.


손을 뻗는 말 머리괴물에게 정화의 강렬한 빛을 선사했다.


좌아앙ㅡ!


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히히히히히히히히히힉!


큰 바위만한 빛의 구슬에서 말 머리괴물의 온 몸을 덮어줄 정도로 빛의 섬광을 쏘아주니ㅡ말 머리괴물은 지금까지 겪어본 적도 없는 극심한 고통을 맛보았다.


「빛은 어둠을 걷고···.」


밤하늘을 밝게 비추는 달빛보다 더 밝게 빛나던 빛의 섬광이 멈추었다.


커···커···.


괴상한 소리를 내는 말 머리괴물의 외상은 달라진 게 없었다. 하지만 말 머리괴물은 입에 거품을 물고 있었으며 말갈기 사이로 보이는 붉은 눈동자는 완전히 뒤집혀져 있었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네가 어둠을 선사한 영혼의 수만큼 나도 너에게 빛을 선사하니-」


아리엘은 읊조리듯이 말했다.


「이것은 징벌의 시간이자-」


좌아앙ㅡ!


또다시 빛의 섬광이 말 머리괴물의 온몸을 강타했다. 말 머리괴물은 또다시 고통으로 악을 지르며 몸부림을 쳤다.


「복수의 시간이다.」


말 머리괴물이 빛의 섬광을 벗어나기 위해 이리저리 움직여도 빛의 구슬은 녀석을 쫓아갔다.

그러는 와중에도 빛의 섬광은 계속해서 내려치니, 어느덧 횟수가 열 번을 넘고 스무 번을 넘었으며··· 수십 번을 끝도 없이 내려치는 빛의 섬광은 말 머리괴물을 절대 놓치지 않았다.


케···케···켁.


어느덧 빛의 섬광은 더 이상 쏘아지지 않았다.

징벌을 받은 말 머리괴물은 몸을 바들바들 떨며 괴상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스르륵··· 쿠우웅-!


그리고 결국 그 자리에서 그대로 무너지듯이 쓰러지고 말았다.

현재 말 머리괴물의 모습은 처음에 위풍당당한 모습과 매우 달라졌다. 길었던 말갈기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다 뽑혀져 나가 녀석의 추악한 인상을 그대로 드러냈고, 그나마 있던 말갈기는 엄청나게 푸석했다. 피부는 완전히 창백해졌으며, 거대하고 단단했던 몸집은 처음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핼쑥해져 있었다.

쉽게 말해 영락없는 시체의 모습 이였다.


「······.」


아리엘은 말 머리괴물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털썩.


다시 정신을 잃고 쓰러지고 말았다.


* * *


유신은 혼란스러웠다.

아리엘이 황금빛 기운과 거친 바람을 내뿜는 것을 시작으로, 말 머리괴물을 멀리 날려버리고 아리엘 손에서 나온 빛의 구슬이 빛의 섬광을 쏘아내어 말 머리괴물을 쓰러지게 만든 것은··· 유신의 한계를 넘어선 정신을 더욱더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아리엘의 목소리가 아니었어···.”


게다가 중간 중간에 들려온 아리엘의 목소리는 유신이 알고 있던 아리엘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머릿속에 울려 퍼졌던 그때의 아리엘의 목소리는 맑고 청렴한 음색을 가진 자신이 모르는 여성의 목소리였다. 그런데 그 목소리가 아리엘의 입에서 나왔다는 것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현 상황을 봤을 때···.


“이제는 안전···한 건가...?”


아무튼 간에, 과정이야 어떻든 결과적으로 아리엘이 말 머리괴물을 쓰러트렸다는 진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래도 그 덕분에 확실하게 안전해진 것이다. 그것을 확인한 유신은 허탈감과 상실감으로 피로가 급격히 몰려오기 시작했다. 유신은 겨우 서 있던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유신은 옆에 누워있는 알을 쳐다보았다.


“알······.”


유신은 알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중얼거렸다.


“알··· 있잖아··· 형 너무 힘들다...?”


퉁퉁 부어있던 유신의 눈에서 또다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형··· 너무 힘들어······.”


오늘의 유신은 너무나 힘들었다···. 유신은 자신의 머리를 쥐어 잡으며 어린 아이처럼 흐느껴 울면서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다.


“어쩌다가!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지!? 지금 내 상황이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어! 나는 모르겠다고! 제발 누군가 알려줘! 내가 오늘 본 것들··· 내가 오늘 느낀 것들! 우리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왜 이런 고통을 받아야 하는지! 제발 누군가 알려주세요! 제발 알려줘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유신의 나이 열세 살.

이제 겨우 열세 살의 아이가 현실을 받아들이기에는 오늘 벌어진 일들은 너무나도 무거웠다. 그렇지만 이성적이고 어른스러운 유신은 오늘 일어난 현실들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프고 버티기가 힘들었다.


“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이렇게라도 울어야 마음이 그나마 덜 아팠다. 인지하고 있는 현실을 조금이나마 부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린아이의 진심어린 외침은 누구도 들어주지 않았다.


그때.


「드디어 찾았다.」


또다시 유신의 머릿속에 아리엘에게서 들렸던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유신은 우는 것을 멈추고 아리엘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아리엘은 여전히 정신을 잃은 채 땅에 쓰러져 있는 상태였다.


유신은 아리엘에게서 나오는 목소리가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왜냐하면 아리엘 건너 조금 떨어진 장소에서 새하얀 빛이 밝게 빛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빛의 구슬 이였다.

안 그래도 밤의 어둠을 몰아낼 정도로 밝게 빛나던 빛의 구슬의 광원이 크게 반짝였다.


“크윽!”


강한 빛이 눈에 들어온 유신은 손으로 시야를 막으면서 눈을 찡그렸다. 그리고 맑고 청렴한 여성의 목소리가 다시 머릿속에 울렸다.


「나의 ‘왕’이여. 나에게로 오라.」


그 말을 끝으로 빛의 구슬에서 세 가닥의 황금빛의 줄기가 튀어나와 아리엘의 몸을 휘감았다. 그리고 천천히 아리엘의 몸을 빛의 구슬이 있는 쪽으로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아리엘!?”


놀란 유신은 곧바로 힘이 풀린 다리를 정신력으로 이끌고 아리엘에게 뛰어갔다. 그리고 질질 끌려가는 아리엘의 몸을 낚아채듯이 끌어안았다.


“아리엘! 정신 차려! 아리엘-!”


유신이 끌어당겨지는 아리엘을 강하게 끌어안은 채로 버티면서 아리엘을 깨우기 위해 몸을 이리저리 흔들었다.


슈웅, 슈웅, 슈웅-!


빛의 구슬도 아리엘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인지 광원에서 몇 가닥의 빛의 줄기가 추가로 튀어나와 아리엘의 몸을 휘감았다.


“아, 안 돼!”


아리엘을 끌어당기는 힘과 속도가 증가했다. 유신은 남지도 않은 힘을 주면서 최대한 버티고 있었다.


“이게 진짜!”


유신은 아리엘을 휘감은 빛의 줄기를 떼어내기 위해 손으로 잡으려고 했지만, 빛은 손으로 잡을 수 있는 물질이 아니다. 유신의 손은 빛의 줄기를 잡지 못하고 통과하면서 허공에 손을 저었다.

유신은 경악하였다. 그리고 절대 아리엘을 놓치지 않겠다는 유신이 끈질기다는 듯이 추가로 빛의 구슬에서 빛의 줄기가 튀어나왔다.


“아, 아리엘!”


추가로 빛의 줄기가 아리엘에 휘감겨 끌어당겨지는 힘은 이제는 유신이 버틸 수 있는 힘이 아니었다. 유신의 품에서 아리엘이 빠져나갔지만 유신은 겨우 아리엘의 한 손을 자신의 두 손으로 붙잡았다.


“끄아악-!”


아리엘의 손을 붙잡은 유신도 마찬가지로 온몸으로 땅을 질질 끌면서 빛의 구슬로 끌려갔다. 온몸에 흙과 돌이 스칠 때마다 유신은 극심한 고통을 참아야했다.


“아리엘!”


유신은 고통을 참으며 아리엘의 이름을 외쳤다.


“아리엘ㅡ!”


유신은 이대로 아리엘과 헤어질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붙잡은 손의 온기를 느끼며 가슴이 벅차올랐다.

아리엘은 유신에게 남은 유일한 가족이다. 더 이상 잃기 싫다. 혼자가 되기 싫다. 그러니 제발 아리엘··· 너마저도 나를 혼자 두지 말아줘. 지금까지처럼 나에게 이야기를 해줘··· 내 옆에서 항상 웃어줘··· 항상 내 옆에 있어줘!


“아리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엘!”


어느 덧 빛의 구슬까지 가까워진 두 사람 이였다. 빛의 구슬과의 짧은 거리에 유신은 절망감에 빠지고 말았다.


하지만 그때-


“으음···유···신?”


정신을 잃고 있었던 아리엘이 깨어났다.


“아리엘!”


유신이 환호하듯이 웃으며 아리엘의 이름을 불렀다.


“유신...!? 뭐, 뭐야 이거!?”


죽다 살아난 거 같은 유신의 표정을 보며 방금 막 정신 차린 아리엘은 자신의 상황이 파악되질 않았다.


“아리엘 조금만 기다려! 내가 반드시 구해줄게!”

“유신!”


아리엘은 지금도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되질 않았지만 분명한 것은 유신이 자신을 구하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아리엘은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남자의 모습을 보았다.

그의 몸은 흙, 풀, 상처 등으로 더러웠지만 결코 볼품없지 않았다. 유신은 이를 악물고 위에 있는 빛의 구슬을 향해서 공중을 뜨는 자신의 손을 붙잡고 있는 힘껏 끌어당기고 있었다. 꽉 붙잡힌 손은 아팠지만 그만큼 고통스러워하는 유신을 보자니 마음이 더 아팠다.


“유신···.”


빛의 구슬이 소용없다는 듯이 환하게 빛을 발했다.

아리엘을 보면서 위를 쳐다보던 유신은 빛을 정통으로 맞아 신음소리를 내며 눈을 겨우 뜨고 있었다. 아리엘은 더 이상 고통스러워하는 유신을 볼 수 없었다.


“유신! 이제 그만!”

“포기할까 보냐!”


아리엘은 유신의 외침에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의 눈에서는 눈물을 흐르고 고통스러워하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은 표정이었다. 유신은 아리엘에게 이어서 외쳤다.


“여기서 더 빼앗길 거 같아!?”


유신은 아리엘의 붙잡은 손에 힘을 더욱 주었다.


“여기서 내가 너를 혼자 보내둘 거 같아!? 아니! 절대!!”


순간, 빛의 구슬로 끌어당겨지는 아리엘의 움직임이 멈춰졌다.


“!?”


후우웅-!?


아리엘은 바들바들 떨고 있는 손을 느끼며 공중으로 올라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빛의 구슬도 많이 놀랐는지 광원이 불규칙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유신!”

“아리엘! 내가 말했지! 반드시 구할 거라고! 나는 할 땐 하는 놈이야!”


그리고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유신이 아리엘의 손을 붙잡은 두 손 중 한 손을 떼고 아리엘의 몸에 감겨있는 빛의 줄기를 잡은 것이다. 방금 전에 잡히지 않았던 빛의 물질이 잡힌 것이다.


“더 이상 절대 안 뺏겨!”


유신은 잡은 빛의 줄기를 있는 힘껏 뜯어 버렸다.


후웅, 후웅-!


빛의 줄기를 뜯으니 그와 동시에 공중에 떠 있는 아리엘의 몸이 유신 쪽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파앙-! 파앙-!


이어서 유신은 한 가닥, 한 가닥 빛의 줄기를 잡으며 뜯어버렸다.

빛의 줄기는 뜯겨질 때마다 무언가 터지는 소리를 내며 뜯겨졌다. 빛의 줄기를 잡고 뜯는 유신의 몸에서 아리엘처럼 빛이 나진 않았지만 강한 기운이 맴돌았다.


“가장 소중한 사람만큼 반드시 지켜! 죽는 한이 있어도 반드시 지켜!”


소중한 식구들을 바로 눈앞에서 구하지 못하였다. 유신은 무능하고 약한 자신을 스스로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웠다.


그런데 현실은 유신이 그러든 말든 아리엘마저 빼앗으려한다. 유신은 처음에 절망감을 가졌다가 지금은 분노하였다. 아무것도 못하고 빼앗기는 현실에 분노하였다. 변명을 늘어뜨리면서 어쩔 수 없었다고 마음 한구석에 추악한 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에게 분노하였다.

그러니 바라건대 남자로서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만큼은 죽는 한이 있더라도 지키고 싶다.


파아앙-!


아리엘에 휘감겨 있던 빛의 줄기는 이제 단 한 가닥만 남기고 있었다.


“유신!”

“아리엘···.”


유신은 눈물을 흘리며 떨어지는 아리엘을 품에 안으려고 했다. 비록 눈물을 흘리고 있었지만 아리엘은 평상시와 같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아리엘의 미소를 본 유신은 안도 했다. 겨우 소중한 사람만큼은 지켜···.


「소용없다.」


그때, 맑고 청렴한 여성의 목소리가 아리엘과 유신의 머릿속에 울리더니 빛의 구슬에서 투명한 날개가 달린 여성의 형체가 나왔다. 투명한 여성의 형체는 엄청난 속도로 날라 와 아리엘의 몸을 통과하고 유신의 몸을 양 손으로 밀쳐냈다.


투ㅡ욱.


“어?”

“유신...?”


순식간에 벌어진 일로 유신은 뒤로 넘어지며 붙잡은 손이 풀리면서 다시 멀어지는 아리엘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투명한 여성의 형체에 강제로 안겨져 빛의 구슬로 날아가는 아리엘은 눈물을 떨어트리며 유신에게 손을 뻗고 있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유신의 이름을 외쳤다.


“아···리엘.”


뺨에 떨어지는 아리엘의 눈물을 맞으며 유신도 빛의 구슬로 점점 작아지는 아리엘에게 힘없이 손을 뻗어보았지만 닿지 않았다. 몸이 떨리기만 했지 더 이상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아리엘이 빛의 구슬로 들어가지기 시작했다. 자신의 현실을 먼저 파악한 아리엘이 각오를 굳히 유신에게 크게 외쳤다.


“유신! 분명 괜찮을 거야! 우린 다시 만날 수 있어!”


유신은 눈을 부릅떴다.

아리엘이 빛의 구슬로 들어가면서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기 때문이다. 항상 봐왔던 아리엘의 아름다운 미소··· 그 어느 때보다 아리엘의 미소는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그리고 유신...! 흐으윽!”


자신과 똑같은 처지에··· 어느 누구보다 자신을 이해해주고, 봐주고, 사랑해주던 남자아이의 얼굴을 보니 벅차오르는 감정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그에게 꼭 말하고 싶은 것이 있었다.


“정말 좋아해···.”


아리엘의 고백을 끝으로 아리엘이 빛의 구슬로 완전히 들어감과 동시에 빛의 구슬이 사라졌다.


퍼엉-!


폭죽처럼 터지듯이 사라진 빛의 구슬의 자리에는 오로지 달만 남아 황금색의 빛이 아닌 은은한 달빛만이 유신을 비추었다.


“······.”


유신은 허무함에 아리엘에게 뻗은 떨리는 손도 못 내리고 그저 달빛을 비추는 달만 바라보고 있었다.


“아···리.”


이ㅡ히히히히히힝!


그때 유신이 보던 달이 거대한 손에 가려져 유신을 비추는 빛은 없어지고 새까만 어둠만이 그를 휩싸였다.

말 머리괴물은 아직 살아있었다. 그렇게 정화의 빛을 맞았어도 말 머리괴물은 아직 죽지 않고 엄청난 생명력으로 남은 실 날 같은 생명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미 엄청난 피해를 받을대로 받은 말 머리괴물은 움직일 수 없었다. 그런데 겨우 정신차려보니 바로 앞에 먹잇감이 있었다. 사람을 사냥한다는 본능만이 남은 말 머리괴물은 겨우 팔을 움직여 먹잇감을 노렸다.


“······.”


그 결과, 생기를 잃은 눈동자로 유신은 자신에게 몰려오는 어둠을 저항도 못하고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파지직.


그런데 갑자기 하늘에 있는 구름에서 전기가 튀더니.


콰콰쾅!


급기야 번개가 내려쳤다.

번개는 그대로 말 머리괴물에 직격하여 거대했던 몸집을 산산조각 내버렸다. 유신을 향했던 손바닥도 번개의 여파로 멀리 날려져 버렸다.


유신은 갑자기 번개가 떨어진 장소로 힘없이 시선을 옮겼다.


파직. 파지직.


그곳에는 몸에 전기를 두르고 서있는 짧은 은발 머리의 남성이 있었다.


“뭐지...? 갑자기 신력이 없어졌어.”


바로 천둥황제가 강림한 것이다.


작가의말

후 늦어서 죄송합니다. 일이라는 변명으로 늦고 말았습니다. 재밌게 읽어주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신들의 대륙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5 남은 것 19.02.03 92 0 15쪽
14 결의 19.01.30 48 0 22쪽
13 레이셔스의 제안 19.01.26 63 0 11쪽
12 힘으로 인해 파생되는 것 19.01.24 68 0 15쪽
11 진정한 강자들 19.01.06 150 0 13쪽
» 피의 축제(6) 19.01.05 84 0 28쪽
9 피의 축제(5) 18.12.31 88 0 16쪽
8 피의 축제(4) 18.12.30 82 0 12쪽
7 피의 축제(3) 18.12.29 74 0 13쪽
6 피의 축제(2) 18.12.24 139 1 16쪽
5 피의 축제(1) 18.12.22 154 1 14쪽
4 18.12.21 100 1 28쪽
3 매그니트의 이야기 18.12.20 114 1 13쪽
2 심부름 18.12.19 133 1 8쪽
1 프롤로그 18.12.19 219 1 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