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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 님의 서재입니다.

해체가가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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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ha93
작품등록일 :
2021.05.12 15:20
최근연재일 :
2021.06.16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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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9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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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플레타 영지-1

DUMMY

<플레타 영지>


카인의 초대장은 더 넓은 세상으로 이동하는 계기가 되었다. 모험을 떠나자, 그리고 여신이 내게 한 말이 무엇인지 밝혀내자.


여행을 떠날 때 주된 이동수단은 말이지만, 아쉽게도 우리 마을에는 마구간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전부 정착한거나 다름없는 모험가들이여서 이동할 일이 없었다. 유일하게 있는 말은 카인의 말이지만, 내가 길드장의 말을 얻어탈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결국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


마을을 떠나기 전 필요한 물품들을 구매했다. 조금 서툴렀지만, 상가 주인들의 도움을 받아 어느 정도 갖춰줬다. 그 후 알고 지낸 이들에게 인사를 하러 갔다.


에이블린에게 떠난다는 소식을 전하자 흠칫했지만, 모험가라면 당연히 꿈꾸는 것 아니겠냐며 날 응원해주었다. 다음으로 해체가 동료들을 만나려 했지만, 아쉽게도 생계를 위해 던전에 들어간 듯했다.


테인에게 인사하기 위해 히페스터스에 찾아갔다. 내가 떠난다는 소리에 허겁지겁 들어가더니 내 손에 무언가 쥐여주었다.


“흠흠, 큰 도움이 될걸세”


동그란 원, 양옆을 가리키는 작은 바늘, 나침반이었다. 이렇게 중요한 물건을 줘도 되냐 물어보자, 어차피 드워프는 땅의 흐름을 몸으로 느껴 쓸 일이 없다고 한다. 나침반을 품속에 넣고 인사를 나눴다.


마지막으로는 패티 아주머니와 뷘드 아저씨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당연히 패티 아주머니는 쉽게 이해하지 않았지만, 뷘드 아저씨와 나의 설득에 결국 납득해주셨다.


“조심해야 한다. 몬스터보다 무서운 게 사람이야, 산적이나 용병들 만나면 도망치고!”

“알겠어요, 아주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드문드문 비어있지만 그래도 도움은 될 거다”

“이게 뭐예요?”

“지도, 비어있는 부분은 채워서 오게”


뷘드 아저씨의 말은, 마치 꼭 살아서 돌아오라고 말씀하시는듯했다.

3년간 지낸 방을 정리하고 보니, 정말 초라하기 없어 보였다.

‘정말 잠만 잤구나. 나’


마지막으로 삐걱거리는 계단을 내려와 큰소리로 외쳤다.


“감사합니다. 꼭 반드시 다시 올게요!”



***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난 평생 나올 일이 없다 생각했는데, 한 달 사이에 너무나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나는 주머니에서 테인이 준 나침반을 꺼내,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나 확인해보고 지도를 펼쳤다.


던 호르의 동쪽은 숲으로 울창해 앞을 보기 힘들었다. 이 지도에 그려진 수많은 녹색 표시가 이런 의미였나보다. 그나마 왕래가 잦았던 곳에는 흔적이 남아 나는 그 흔적을 따라가고 있었다.


새로운 모험의 설렘과 흥분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앞도 보기 힘들 정도의 울창한 숲과, 시도 때도 없이 괴롭히는 벌레들, 그리고 지루함이었다.

오히려 너무 섣부른 판단이 아니었나 후회하기도 했다. 차라리 누군가 같이 왔다면, 그래도 즐겁게 모험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밥을 먹는 거 조차 나에게는 새로운 고역이었다.

마을에서 먹었던 따뜻한 수프, 부드러운 고기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언제 도착할지 모르는 여정에 먹을 수가 있는 건 간편한 육포, 딱딱하게 굳어버린 빵뿐이었다.


가방에 들어갈 수가 있는 건 한정적이기에, 맛보다는 효율을 중시할 수뿐이 없었다. 그나마 물 같은 경우는 중간중간 강이 흐르기도 해 마음껏 먹을 수 있지만, 이것조차 밤이 되면 몬스터들이 나올까 자유롭지 못했다.


따뜻한 잠자리? 그런 건 상상 할 수도 없다. 불피우는 것 하나 쉽지 않았다. 지금까지 본 마법사들은 너무나 쉽게 했던 것들을, 나는 아등바등 하는 것이다. 이 얼마나 부조리한가!


밤이면 밤마다 강풍이 불고, 언제 어디서 몬스터들이 나올까 노심초사하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그래도 한가지 도움이 됐던 건, 이 시간에 고유기술을 연마할 수 있는 사실이었다.


그렇게 지루하고 힘든 모험의 나날을 이주일 정도 반복하고나서야 드디어 앞이 훤히 보이는 평원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평원으로 나와 내가 왔던 길을 쳐다봤지만 아무도 이쪽 길을 사용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냥 숲 그 자체였다. 사기당한 기분이다.


앞이 잘 보이는 건 잘된 일이지만, 역으로 몬스터들에게도 해당하는 말이었다.

평원에나 가자 몬스터들이 여기저기 분포돼있었다. 던전에서 자주 보던 고블린이나 코볼트가 아닌 주로 늑대, 곰 등 동물형으로 돼 있는 몬스터였다.


다행히 낮이라 그런지 활동성은 그렇게 커 보이지 않았다. 문제는 조금 지나고 나서 나타나고 말았다.

멀리서 누군가 고래고래 살려달라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앞으로 좀 더 나아가자 한 남성이 있었고, 늑대형 몬스터가 남자를 향해 포악한 이빨을 보이며 집어 삼키려 했다.


나는 서둘러 주변에 아무 돌이나 부여잡고, 몬스터를 향해 던졌다. 곧이어 깨갱-! 소리가 들린 후 몬스터는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 남성은 나를 발견하고 서둘러 나를 향해 달려왔다. 흥분한 몬스터는 남성의 바짓가랑이 물고 늘어졌다.


“나리 살, 살려주십쇼!”


나는 달려가 몬스터의 턱을 발로 차버렸다, 힘이 꽤 강해진 건지 몬스터의 턱이 분리되어 날아갔다. 순간적으로 강한 충격을 받자 몬스터는 힘없이 비틀거렸다.

‘자 어떻게 할 거냐 이빨 빠진 늑대 같으니, 아니 턱이라고 해야 하나?’


녀석은 눈치를 살피더니 숲으로 도망갔다. 아무래도 턱이 빠졌으니 생존경쟁에서 뒤로 밀렸을 것이다.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나리! 저는 페이크라고 합니다. 직업은 해체가입니다”


남성은 내 바지를 두 손으로 붙잡고 벌벌 떨며 이야기했다. 해체가라면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다. 예전의 나였어도 똑같이 당했겠지.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피트 레인이라고 합니다. 직업은···”


순간적으로 목이 막혔다. 어떻게 말해야 하지, 어떤 직업을 해야 할까..?


“전사..입니다!”


기껏 머릿속에서 짜낸 대답이 전사였다. 전사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초라 해 보는 외모였다.


“역시! 전사셨군요, 한방에 몬스터를 쓰러트리는 것을 보고 그럴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나리!”


다행히 남성은 아무 의심 없이 믿어주었다.


“그나저나 해체가가 다른 일행 없이 혼자서 여기까지 오신 겁니까?”

“그렇습니다. 나리. 그, 구하려 했지만 알다시피 해체가를 위해 호위해줄 사람이 없었습니다. 혹시 나리가 호위해주시면 안 됩니까?”

“제가요?”

“그렇습니다. 나리, 저는 플레타 영지로 향하고 있는데 혹시 목적지가 같다면 꼭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페이트란 남성은 넙죽 엎드리며, 호위치고 굉장한 금액을 나에게 들이밀었다.


“혹시나 더 부족하시면 말씀해주십시오 나리!, 목숨도 구해주셨는데 제 가죽이라도 드리겠습니다”

“마침 잘됐네요. 저도 플레타영지로 가는 중인데 안내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나리, 그 죄송합니다만 부축 좀 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몬스터가 바짓가랑이를 잡을 때 물린 듯 남성은 절뚝거리고 있었다. 가져온 회복 물약을 사용할까 고민했지만, 여정이 끝난 게 아니기 때문에 상황을 살피기로 했다.

나는 페이크를 부축하고는 그에게 안내를 부탁했다. 신기하게 페이크에게는 해체가의 쾌쾌한 시체 냄새가 나지 않았다. 아마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걸까?


“감사합니다. 나리는 혹시 무투파 이신가요?”


페이크에게 길 안내를 받으며, 뭐가 그리 궁금한 게 많은지 끝없이 질문했다


“아닙니다, 검은 있지만 부려져 수리를 받기 위해 영지로 가는 겁니다”

“역시 나리 대단하십니다! 굉장한 힘에 못 이겨 검이 부러진 거군요!”


나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대충대충 대답했다.

그런데 길을 가면 갈수록 오히려 평원과 멀어지고 점점 숲으로 들어갔다. 이게 맞는 길인가? 싶어 페이크에게 물어보자 떨리는 목소리로 화답했다.


“걱, 걱정 마십쇼 나리, 제가 이 길만 10번을 넘게 왔습니다”


좀 더 길 안으로 들어가자, 내가 처음에 본 울창한 숲과 비슷한 게 나오고 있었다. 플레타로 가는 길이 이렇게 험난한 것일까?

바로 그때.


예리해진 감각에 소리가 들린다.


“역시 페이크야 믿고 맡길 수 있는걸?”

“연기하나는 끝내주는군”

“이렇게 아무 의심도 없이 오는 바보 같은 모험가가 이렇게 많다니까”

“어허 조용히 해 들킬 수도 있어!”

“죄송합니다. 형님!”


그제야 모든 퍼즐이 맞춰지는 듯했다, 그에게 느껴지지 않는 해체가의 냄새. 비정상적으로 많이 준 호위금, 전부 이걸 위한 거였나?. 아무래도 모험가를 속여 돈을 뺏는 산적들 같았다.

문제는 이걸 언제까지 속아 주고 있느냐는 것이다. 다행히 타이밍 좋게 저쪽에서 먼저 소리쳤다.


“지금이야 페이크 찔러!”


페이크는 품속에서 나이프를 꺼내 들어, 내 목을 향해 살벌한 칼날을 들이밀었다. 나는 눈에 집중 후 사고 가속을 이용해 피했다.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내 목에 들어오는 칼날이, 날 정말 죽일 생각이었다는걸 알 수 있었다.


죽이는 데 실패하자 페이크는 앞으로 달려 자신의 무리와 합류했다. 멀쩡하게 뛰어가는 걸 봐선 쩔뚝거리는 다리역시 거짓말이었나보다.


“실패했습니다, 형님 죄송합니다”

“상관없다. 아우야, 이미 여기에 온 이상 저 녀석은 죽은 목숨이거든”


7명의 무리가 내 앞뒤를 감싸고 있었다, 특히 정중앙에 다른 이들이 형님 이라 부르는 자는 꽤 좋은 장비를 착용하고 있었는데, 아마 순진한 모험가들을 죽여 빼앗은 것 같았다. 추악한 놈들


“형님 녀석은 전사고, 무기는 부러져 없다고 합니다!, 일순간에 보내버리죠!”


페이크는 뭐가 그리 신이 났는지 내가 준 거짓 정보를 줄줄 불기 시작했다. 내가 무기가 없다는 사실을 듣자, 뒤에서 두 명이 숏소드를 들고 달려들었다.


녹색의 나뭇잎에 붉은 핏방울이 맺힌다. 달려오던 두 명의 남자는 내 나이프에 순식간에 목이 베어 쓰러졌다. 처음으로 사람을 죽인 충격보다 그 느낌이 고블린과 비슷하다는 것에 충격이었다.

갑작스러운 동료의 죽음에 당황한 듯 대장처럼 보이는 자의 눈동자가 이리저리 움직였다. 그리고


“이 새끼야 무기 없다며!”

“분명히 무기 없다고..”


곧바로 추궁하기 시작했다. 2명이 죽었다 해도 아직 수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다, 그렇지만 어째서일까 전혀 질 것 같지가 않았다. 이번에도 산적하나가 앞으로 나왔다


“오 그렇지! 어디 한번 보여줘라. 이디어!”

이디어라 불리는 사내는 나무 방패와 철퇴를 빙빙 돌리며 다가왔다, 위협적인 철퇴에 쉽게 다가갈 수는 없지만, 내 눈에 보이는 방패의 하얀 점이 답을 알려주었다.


나는 이디어의 몸을 향해 나이프를 찔러넣었다. 이디어는 당연히 나무 방패를 들어서 막으려 했지만. 그를 보호해야 할 방패는 오히려 두 동강이 난 채 뚫리고 말았다.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지 잠깐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고, 그 짧은 망설임이 그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 이디어!”


3명째.

노골적으로 적들이 동요하는 게 보인다. 서로의 시선이 이리저리 튕겨 언제든 도망칠 준비가 돼 있는듯했다.


“아직 유리하다, 모두 달려들어!”


대장의 외침에도 그들의 발은 쉽사리 떨어지지 않았다


“뭐, 뭐 하는 거냐 달려들라니까!”


오히려 내가 달려드는 시늉을 하자, 2명은 무기를 그대로 던져놓고 숲속으로 달아나버렸다.


“이, 이런 바보 같은 녀석들!”


한 발자국 다가섰다.


“멈춰라!”


두 발자국 다가섰다.


“원하는 게 뭐냐!”


그리고 세 발자국 다가섰다.


“뭐, 뭐, 뭐든 줄 테니까 목숨만..”


단어를 잊어버렸다는 듯 말을 더듬었다. 그리고 이게 그의 마지막 말이었다. 한때 머리가 붙어있던 곳에선 피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남은 건 페이크 한 명.


“저희 정산할 게 남아있죠, 페이크 씨?”


차가운 시선에 페이크는 아무 것도 못한 채 그저 바라만 볼 뿐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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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후보용사의 의뢰-1 21.05.12 282 16 12쪽
1 용사와 마왕이었던 것 +2 21.05.12 394 43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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