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do**** 님의 서재입니다.

해체가가 왜 그럴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doha93
작품등록일 :
2021.05.12 15:20
최근연재일 :
2021.06.16 10:52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2,864
추천수 :
107
글자수 :
199,876

작성
21.05.12 15:25
조회
187
추천
3
글자
13쪽

후보용사의 의뢰-2

DUMMY

<2>


그들을 따라 앞으로 가니 지하로 이어지는 계단이 있었다. 그렇게 깊은 계단을 다 내려간 우리는 지금까지 본 적 없는 크고 넓은 내부에 다다랐다.


직사각형의 모양은 같았지만, 정면에서 보이는 거대한 입구에 자물쇠가 달려있는 것이 무엇을 암시하는지 알 수 없었다.


“혼즈씨···? 이 문양은 혹시 레플리카 여신님을 상징하는 것 아닌가요?”


라미는 입구에 문양 달린 자물쇠를 가리키며 말했다. 혼즈역시 자물쇠를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맞는 것 같습니다. 두 개의 날개가 서로 감싸 안은 모양 틀림없이 레플리카 여신님의 모양입니다.”


여신 레플리카. 우리에게 직업을 선사해주는 여신, 악한 마족들이 세계를 위협하자 하늘에서 용사를 점찍어 내려보내 악을 몰아내고 평화와 안식을 가져다줬다고, 사제들은 말한다.

나 같은 해체가 들 사이에서는 욕받이 여신이라 불리지만 말이다.


“시련이라고 해서 뭔가 특이한 게 있나 했더니 별 볼 일 없군”


론델은 흥미를 잃은 듯 자신의 검을 다시금 검집에 넣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 말이

기폭제였을까?, 순간 쿠르릉 - 쾅! ··· 소리가 나며 우리가 들어왔던 입구가 다시금 닫히더니

눈앞에 보이던 자물쇠가, 끼익···. 끼익 굉음을 내며 풀리고 있었다.

우리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서로의 등이 마주할 때까지 천천히 천천히 뒷걸음쳤다.


그리고는 곧 그 거대한 문이 열리더니 그 문사이로 고블린과 코볼트가 뛰쳐나왔고 마지막으로 더러운 반점 ,커다란 상체 그에 반해 가느다란 하체를 가진 몬스터, 트롤이 나왔다.


“트롤!? “

“트롤이라고? 말도 안 돼! 여긴 상층이라고!.”


트롤 레벨을 따지자면 중급 몬스터이기에 어지간한 모험가가 아니고서야 감당하기 힘든 몬스터이다. 거대한 둔기와 머리를 일격에 박살내는 괴력을 소유하고 있고, 역겨운 재생속도까지 가지고 있어 상대하기가 만만치 않다.


그와 반대로 그 재생속도 덕에 포션을 만드는 재료에도 들어가니 잡을 수만 있다면 굉장한 수익을 달성할 수 있다.


“하하하! 그래,이래야 시련이니 뭐니 아니겠어?, 하하하 덤벼! 이 가증스러운 놈들아 어서 나를 즐겁게 만들어보란 말이야. “


론델은 피가 끓는 듯 굉장한 목소리로 소리쳤고. 혼즈와 라미는 당황한 듯 움직임을 멈췄다 그들의 시선은 거대한 트롤에게 집중되었다.


“ 오래 버티지는 못한다. 저 트롤은 내가 맡지 혼즈 “


론델은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 양손으로 검을 부여잡고는 트롤앞으로 뛰어나갔다

혼즈는 어쩔 수 없이 지팡이를 들고 주변고블린과 코볼트들을 향해 마법을 영창했다


“번개를 다스리는 자여 나 그대의 힘을 빌어 내 앞에 있는 악한 자를 소멸시키리. 라이트닝 볼트!.”


푸른 전격이 그의 지팡이를 따라 지그재그를 그리며 단숨에 고블린과 코볼트의 몸을 꿰뚫었다. 그와 동시에 전격을 이기지 못하고 터져버렸다 남아있는 건 거뭇한 시체뿐이었다.


라미는 자신의 앞에 오는 몬스터는 물론이요, 때때로 혼즈를 향해 다가오는 몬스터들의 급소만 정확히 관통하며 차례대로 학살해나갔다.


고블린과 코볼트들은 본능에 새겨진 공포 때문인지 간혹 저 두 명을 피해 나에게 오는 것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상태가 좋지 못해 나도 충분히 죽일 수가 있었다.


그러던중 내 앞으로 무언가···. 슝! 하고 날아가 여섯 바퀴 정도 굴렸을 때야 겨우 멈추더니,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제기랄, 덩치값 하네···. 콜록···. 가드를 했는데도 이 정도라니. “


론델은 다시 일어나 크게 기침을 한 후 검을 잡고, 다시 한번 트롤앞으로 발돋움했다.

다행스러운 건 론델이 시간을 끌어주는 사이 잔챙이 몬스터들은 정리되었다는 사실이다.


“얼음을 다스리는 자여 나 그대의 힘을 빌어 내 앞에 있는 악한 자의 발을 묶으리. 콜드바인드!”


혼즈의 발아래로부터 차가운 공기가 그를 에워싼후 발밑에 눈꽃 모양이 생기더니 바닥을 따라 춤추며 날카롭게 트롤에게 명중하였다. 그리고 천천히 트롤의 다리가 얼어붙기시작했다.


“이걸로 조금이나마 저 녀석의 움직임이 둔해졌을 거야 론델..!”

“고맙군!.”


론델은 지면을 박차올라 거대한 검을 트롤을 향해 휘둘렀다, 트롤역시 자신을 향해 날라오는 전사 앞에 둔기를 휘둘렀고 순간 검과 둔기가 부딪치는 둔탁한 소리가 들리더니, 다시금 론델은 벽으로 튕겨 나가버렸다.


동시에 트롤역시 균형을 잃고 갸우뚱거렸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라미가 트롤의 아킬레스건을 날카로운 레이피어로 끊어버렸다.


“ 이거론 오래가지 못할 거에요 곧 재생할 테니까 넘어지는 목을 내려찍어요. 론델!! “

“끼에에엑 !! “


아킬레스건에서 피가 솟구쳤다, 트롤은 고통스러운 듯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고 그 비명은 고스란히 우리들의 귀를 떨렸다.


트롤은 라미의 예상대로 곧 균형을 잡지 못하고 쓰러졌고, 재생하지 못하게 계속해서 상흔을 남겼다. 그와 동시에 론델의 검이 허공에 궤적을 그리며 트롤의 목을 향해 나아갔다


“크에에엑- 끼에에에엑···!”



퍼 억-! 둔탁한 소리와 함께 목이 잘려나간 트롤의 잔해에서 검붉은 체액이 사방에 흩어졌다. 이에 혼즈는 기겁하며 피가 튀지 않는 곳까지 피했고, 라미와 론델은 그 자리에서 서서 가만히 피를 뒤집어썼다.


“헉..허억... 하-”


론델은 검을 땅에다 박아두고 검을 기둥 삼아 거친 숨을 내쉬었고, 라미는 긴장이 풀린 듯 벽에 기대어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아무리 용사라지만 아직은 그저 후보생일 뿐이다.


운이 좋았다고 뿐이 설명할 수 없었다. 만약 다른 사람들과 파티를 해서 왔다면 이미 누군가 한 명은 버려졌을 것이다, 그리고 그건 아마 나였을 것이고.


나는 얼른 트롤의 신선한 피를 보관하기 위해 가방 속에서 빈 병을 찾아 피가 나오는 곳으로 향하여 차분히 병 속에 피를 채워 넣어갔다.


“우엑. 우에엑..! ,퉷 역겨운자식 정말 이 순간까지 저러고 싶나?”

“후유, 이제 정비 좀 해야 할 거 같아요 .여기서 좀 쉬었다가 움직이죠”


혼즈를 진정시키듯 라미는 여기서 조금 쉬자고 권유했다, 혼즈는 그 말을 들은 즉시 작은 마법을 사용해 준비한 나뭇더미에 불을 붙였다.


서걱···. 서걱···. 스으윽··· 콰직..!

잠잠해진 던전안에는 이제 오싹한 칼질 소리뿐이 들리지 않았다.


콰지지지직-! 날카로운 흑요석 나이프로 트롤의 가슴을 열고 마석을 꺼내기 위해 계속해서 살을 파헤쳐나갔다. 이윽고 팅-! 하는 소리와 함께 흑요석 나이프가 튕겨나왔다.


틀림없이 마석이다, 그것도 거대한 마석이다, 나는 최대한 마석을 온전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심장을 깔끔히 드러내고, 손을 아래 쏙 넣어서 천천히 마석을 들어 올렸다.


완전히 모습을 드러낸 마석은 정말 아름다웠다. 지금까지 채취한 마석은 사실 마석 파편에 가까웠지만 트롤에게 나온마석은 완전한 모양과 보랏빛으로 신비로운 느낌을 들게 했다.


신비로움도 잠시 쉴 틈이 없었다.트롤의 입을 열고 한쪽 어금니 안쪽부터 칼질을 시작했다, 트롤의 어금니는 강도가 강해 무기로 가공하기 충분하기 때문이다. 마음 같아선 양쪽 다 챙기고 싶지만 가지고 갈 공간이 없었다.


멀찍이 떨어져 휴식을 취하고 있는 나에게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서 고개를 돌려 확인해보니 라미였다.


“용사님 그런 더러운 곳에 가시면 안 됩니다!”


혼즈는 라미를 말리려고 했지만


“이건 공부에요 몬스터의 내부를 알면 다음 전투에 참고가 될 거예요.”


라며 변명 아닌 변명을 하며 다가왔다.


“ 왜 온 거, 아니 왜온거에요, 비웃으러 오신 건가요?”


더럽혀진 손을 털면서 퉁명스럽게 말했다. 몬스터들의 잔해가 후드득 떨어져져 나갔다.

당혹스러운듯 라미는 연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바닥에 앉아있었다.


“어떻게 지내는지 그동안 궁금했어 그 후로 전혀 보지 못했잖아..”


라미는 내 눈을 똑바로 마주 볼 수 없는지 던전의 천장을 보며 입을 열었다 나는 몰아치는 감정을 똑똑히 마주한 채 대답했다.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다고?, 어때 직접 본 소감이?”


이미 나에게 온 시점부터 용사라고 대접받기에는 늦었다. 나는 노골적으로 트롤의 잔해를 뒤적거리며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왜 내가 너에 대해 무슨 소문이라도 퍼트릴까 걱정돼서 그러는 거야? 그래서 이렇게 후보 용사님이 직접 나를 지명한 거고? 입막음하려는 속셈인거니?"

“아니 피트 나는 그저 너와 다시한번 만나...”

“어쭙잖은 동정은 집어치워, 듣기도 싫으니 날 가만히 둬 부탁이야 제발..”

“아니..나는 ..나는 단지..”


큰소리가 들리자 멀리 있던 혼즈가 힐끗 보더니, 나에게 오려고 했지만 론델이 손으로 그를 막으며 고개를 양옆으로 저으며 가로막았다.


울음소리가 조용한 던전안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몆 번씩이나 어깨를 들썩거리며 눈물을 뚝뚝 흘리는 한 소녀의 울음소리. 만신창이가 된 얼굴을 하고 그녀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무언가 꺼내 내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는 돌아갔다.


흰 눈꽃모양 목걸이···.정확히 8년 전 그녀의 생일선물로 구매한 목걸이다.

그녀는 나와 같이 변경의 마을 구스타프 고아원에서 자란 소꿉친구이다.


변경 마을의 운명은 먹고 자는 것조차 매일매일 전쟁에 가까웠다 몬스터들을 막아줄 경비병 또한 많지 않아 습격당해 죽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 덕에 작물을 관리할 사람도 없어 자랄 수 없었고, 우리는 산에서 작은 동물들을 사냥해서 살수밖에는 없었다.


비록 라미는 체력은 약했지만, 눈이 덮인 산에서 영리하게 동물을 유인했고 나는 동물을 사냥하는 서로에게 좋은 파트너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는 더더욱 가까워졌고 검을 사용하는 내 모습을 보며 그녀는 마치 용사 같다며 칭찬해주었다. 나는 그녀에게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 매일같이 할 줄도 모르는 검술을 연습하곤 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용사가 되고 싶다는 욕망을 품게 되었다.

우리가 10살이 되었을 때 특별한 것을 준비하기로 마음먹었다.


변경의 마을이라도 이따금 상인이 오곤 했는데, 내가 모은 모든 것을 동원해 그녀의 머리카락 색을 꼭 닮은 눈꽃 모양의 목걸이를 그녀에게 선물해주었다.


선물을 받은 그녀는 신이나 펄쩍펄쩍 뛰었고 마을 이곳저곳에 자랑하며 다녔다 .나도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면 호감이 쌓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는 그녀의 작은 용사였으니까.


시간이 흘러 15살이 되던 날 우리에게도 여신에게 직업을 하사받는 시간이 되었다 마을에 있는 작은 교회에 들어가 여신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모였다.


한명 두명 작은 수정구 위에 자신의 인생을 시험하고 있었다, 나도 수정구 위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나의 의식은 현실에서 멀어져 주변이 온통 하얀색인 이상한 공간 속으로 들어가있었다.


“당신은···”


머릿속으로 누군가 직접 말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동안 내가 필사적으로 노력한 것을 여신에게 말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끝없이 외쳤다 제발..그녀의 검이 되어야만 한다고.


하지만 현실에 돌아온 내 스테이터스에 찍혀있는 것은 ‘해체가’ 라는 검은 낙인뿐이었다.

나머지는 지금 보는 것과 같다. 그녀는 후보 용사로 여신에게 주목받았고,

이 사실은 변경의 마을을 넘어 국왕에게까지 흘러 들어가 그녀는 순식간에 출세해 더는 나와 만날 기회조차 없었다.


그녀는 그 일이 있고 나서 죄책감을 가지고 있던 것 같았다, 나 역시 이게 얼마나 미련한 짓인지 알고 있다, 그녀는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고, 사과해야 하는 건 오히려 나라는걸.


그렇지만 이제 그녀에게 말을 거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게 돼버렸다. 이미 그녀와 나 사이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장벽이 있다는것을.


오히려 ‘해체가’ 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내가 말하는 것 자체로, 그녀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고 합리화 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다.


그녀에게 돌려받은 목걸이를 조심스럽게 착용하고 나머지 일을 묵묵히 끝냈다.

론델과 혼즈는 어떤 수상한 것들이 더 있나 두리번거리며 던전내부를 살펴봤지만, 더는 아무런 것도 나오지 않았다.


내부에 있는 몬스터를 다 잡으니 닫혀있던 입구도 자연스럽게 열려있었고, 그들의 임무도 완수된듯하였다.


라미와 마지막으로 대화를 한 이후로 론델과 혼즈는 나에게 아무런 눈길도 주지 않았다,

던전밖으로 나오니 맑았던 하늘은, 어느새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저희와 동행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는 아무런 감정도 남아있지 않는다는 듯 무미건조하게 말하고는, 자신의 길을 따라갔다. 혼즈는 나에게 마석자루를 휙 하고 던지고는


“더는 인연은 없었으면 좋겠네!, 더러운것과 상종하고 싶지 않거든 “


라고 말한 후 가버렸다


“하하..한방 먹었어. 라미”


목소리와 눈동자의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오랜 소꿉친구와의 만남도 이제 끝이구나. 피로 물든 손에 눈물이 떨어져 옅은 분홍색으로 변해간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해체가가 왜 그럴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 고유기술 21.05.18 94 4 12쪽
9 포식자-2 21.05.17 95 4 12쪽
8 포식자-1 21.05.16 91 3 13쪽
7 대장장이 테인-2 21.05.15 106 1 12쪽
6 대장장이 테인-1 21.05.14 122 1 13쪽
5 결심 21.05.13 144 2 13쪽
4 변화 21.05.12 159 3 12쪽
» 후보용사의 의뢰-2 21.05.12 188 3 13쪽
2 후보용사의 의뢰-1 21.05.12 280 16 12쪽
1 용사와 마왕이었던 것 +2 21.05.12 393 43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