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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꽁장

D급 파이터 독심술을 얻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스포츠

완결

dob002
작품등록일 :
2019.12.09 16:12
최근연재일 :
2020.03.02 09:17
연재수 :
78 회
조회수 :
51,792
추천수 :
781
글자수 :
304,802

작성
20.01.16 16:30
조회
559
추천
8
글자
9쪽

크라이드의 자객

DUMMY

승리했지만 개운치 못한 칠수였다.


야쿠자가 승부에 끼어들다니.


판정 승부에 베팅이 걸려있다는 걸 알고 시합 자체에 의문이 들었다.


디아즈가 일부러 판정패한 건 아닐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경기 직후 디아즈의 표정은 그게 아니었다.


<x발, 이길 수 있었는데!!>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승부를 아쉬워하는 승부사의 모습이 가득했다.


“Good fight, you’re winner”


승리를 축하하는 모습에서 경기 직전의 그 거친 파이터는 찾을 수 없었다.


동생 제이크 디아즈는 여전히 형이 진 게 너무 아쉬운 모양이었다.


“Hey, kid! Next fight with me!!”


다음 경기는 자기 차례라며 정 관장과 칠수, 나카타 대표에게까지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야, 제이크! 나랑 싸우자! 나랑 싸워!”


심동연이 앞으로 나섰지만, 제이크의 안중엔 칠수 하나뿐이었다.


경기 후 식사 자리에서 칠수가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냈다.


“최 대표님, 혹시 말이죠···. 크라이드에 승부 조작 이런 것도 있나요?”


칠수의 말에 식사하던 모두가 잠시 얼음이 됐다.


“승부 조작, 승부 조작······. 갑자기 왜?”


최진호 대표가 썰던 스테이크를 마저 잘랐다.


“아뇨, 그냥 어디서 들었는데. 궁금해져서요”


“우리 챔피언님, 고민이 많으신가 보네. 그런 이야긴 또 어디서 들은 거야?”


최 대표는 할 말이 많은 눈치였다.


“일단 격투기 베팅 자체는 많이 이뤄지고 있어. 너도 알지?”


“네, 사이트도 있잖아요”


“그래, 이번 경기 같은 경우는 너랑 디아즈의 승률을 거의 반반으로 치고 있더라고. 그런데 사실 관계자가 베팅하는 건 암묵적으로 금지돼 있지”


최 대표가 이야기하고 싶은 말은 ‘승부조작이 있다’는 거였다.


“크라이드 뿐 아니라 어느 스포츠, 어느 단체를 봐도 한두 건의 승부 조작은 있었어. 축구, 야구, 농구할 것 없이 스포츠엔 항상 따라다니는 게 바로 승부 조작이지”


“설마, 너 이번 경기가 조작이었다는 뜻이야?”


심동연이 물었다.


“아냐, 그런 건 아니야. 내 생각에 니키 디아즈는 나랑 진심으로 싸웠어. 그런데 그냥···.”


“그냥 뭐?”


정 관장이 물었다.


“사실 그렇잖아요. 크라이드 배후에 야쿠자가 있다는 게 확실해졌고. 그냥 그래서요”


“확률이 있다는 건 사실이에요”


항상 냉정한 연 실장의 말이었다.


“세상에 확률이 없는 건 아무것도 없죠. 그리고 야쿠자가 얽혀 있는 한 승부조작이 있다 해도 이상할 건 없어요”


연 실장이 계속 이야기했다.


“하지만 칠수 선수로서는 그냥 계속 싸우고 이기면 되는 거예요. 칠수 선수는 승부 조작과 관련되지 않았잖아요. 선수로서 계속 승리하는 것 외에, 또 다른 무언가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칠수의 불안한 기분은 그날 밤 더욱 심해졌다.


“룸서비스~”


밖에서 소리가 들려 문을 열었더니 아무도 없고 바구니만 덜렁 놓여 있었다. 바구니 위엔 한눈에 봐도 값비싸 보이는 샴페인이 있었다.


“헤이!!”


복도 끝으로 사라지는 호텔 직원을 불렀다.


“이거 누가 준 거예요?”


그러자 직원이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말씀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바구니엔 카드 한 장이 함께 들어 있었다.


- 아주 좋은 경기였어요.


짧은 메시지 밑엔 ‘H.S’라고 적혀 있었다.


“야, 그거 뭐야? 팬이 보낸 거야?”


심동연이 칠수의 손에서 샴페인을 뺏어 갔다.


“관장님, 판정단 중 나이 많은 사람 이름이 뭐죠?”


“아, 그 사람? 후지카와 사토루인가···. 그럴 거야. 왜?”


아무것도 모르는 심동연이 샴페인을 흔들어 칠수를 향해 발사했다.


“크라이드 라이트급 챔피언 조칠수! 1차 방어 축하드립니다”




다음 날 나카타 회장과 차기 경기에 대한 회의가 있었다.


“정말이요?”


정 관장이 더욱 흥분한 눈치였다.


“에이, 예상하셨으면서 뭘”


나카타가 말한 건 크라이드 대표로 J-1의 종합격투기 대회 ‘Jros’에 출전이었다. 라이트급에선 칠수와 함께 덴마크의 ‘좀비’ 파이터 노아킴 한센이 함께 나간다.


“상대는 그래서 누구인데요?”


그러자 나카타가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엄지? 엄지가 뭐야?”


제이슨이 이번엔 집게손가락으로 하늘을 찔렀다.


“최고 파이터라는 소리지”


“Jros 최고 파이터라면 설마···.”


Jros의 라이트급 챔피언은 노리후미 키드였다.


노리후미 키드는 고구라 타카노리와 함께 일본 경량급을 대표하는 스타였다.


고구라가 신중함에 불같은 파이팅이 더해졌다면, 노리후미 키드는 레슬링과 탄력, 특이한 경기력이 가미됐다.


키드는 타격이 메인은 아니다. 원래 키드의 베이스는 레슬링이다. 일본 그레코로만형 전국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적도 있다.


그런데 그 메인이 아닌 타격으로 수없이 많은 파이터를 쓰러뜨렸다. ‘레슬러의 주먹은 강하다’는 말이 키드로부터 나왔다.


“키드···. 키드···. 고구라에 이어서 키드냐. 너 걔까지 이기다가 완전히 일본 팬들의 ‘공적’ 되겠다”


실제고 고구라를 이긴 후 칠수에 대한 일본 팬들의 행패가 적지 않았다. 공항에서 과일을 던진 팬도 있었고, 슈퍼 멀티 짐까지 찾아온 사람도 있었다.


“날짜는 언제인가요?”


날짜는 생각보다 빨랐다. 11월 초였다. 석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수락할 텐가?”


나카타가 물었다.


“괜찮겠어, 칠수야?”


정 관장이 물었다.


대답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노리후미 키드는 그 어떤 선수라도 탐낼만한 ‘빅 네임’이었다.


“10승 재물로 딱일 거 같네요”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키드에 대한 분석에 돌입했다.


일단 키드의 장점은 레슬링과 타격이었다. 탄탄한 체격에서 나오는 파워풀한 공격이 일품이었다.


대신 주짓수와 체력에 약점이 있었다. 키드의 유일한 패배 또한 3라운드 공방 끝에 당한 서브미션 패였다.


“키드는 사실 페더급 파이터라 봐야 해. 키가 170cm가 안 돼”


프로필에 나온 키드의 키는 171cm. 하지만 소문에 따르면 168cm 정도였다.


“그런데 그 작은 키가 키드의 탄력이랑 아주 멋있게 어우러졌지. KO 내용을 보면 대부분 아래에서 올라오는 펀치야”


키드의 타격은 그야말로 예술의 경지였다. 일반적인 원투 펀치나 콤비네이션이 아니라, 아무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아크로바틱’하게 튀어나온다.


“누워 있는 상태에서 ‘업 펀치’로 KO시킨 적도 있고, 백스핀 블로, 슈퍼맨 펀치···. 아우, KO 장면 전부 멋있어, 얘는.”


경기를 보다 보니 또 다른 약점을 발견했다. 가드가 부실한 것이었다.


“가드가···. 허술해 보이지 않나요?”


인계석이 지적했다.


“팔도 짧고, 키도 작고. 또 레슬러 출신이다 보니 하단 방어는 거의 안 하는 거 같아. 대신 한 방 한 방이 너무 세서 어렵지”


결국, 정 관장이 내놓은 해답은 ‘바디’였다. 장기전을 유도하며 복부에 차곡차곡 저금한다는 계획이다.


“페이크 준 후 바디, 다시 페이크 준 후 바디. 그러다가 복부 막으면 얼굴. 쉽지?”


정 관장의 전략은 복싱에서 많이 사용되는 내용이었다. 대부분 복싱선수가 안면 방어엔 충실한 반면 복부는 쉽게 내주는 경향이 있다. 그러기에 챔프급 선수들은 평소 엄청나게 두들겨 맞아가며 복부를 단련한다.


정 관장의 제안은 총 세 가지였다.


일단 원거리에선 ‘푸쉬 킥’이었다. 칠수가 키도 크고 다리도 길기에 아주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또 클린치 상태에선 ‘빰클린치 니킥’이다. 이 기술로 마하 하야토를 쓰러트린 바 있다.


가장 기본이 되는 건 역시 바디블로였다. 인계석과 함께 펀치, 킥 콤비네이션에 이은 바디 블로를 연습했다. 하이에서 바디로 이어지는 콤보, 상단과 로킥으로 이어지는 변칙 콤보, 복부 찌르기 등 다양한 기술을 제안했다.


“이거 하다가 당연히 안면이 소홀해지겠지?”


칠수가 물었다.


“어쩔 수 없죠, 그래서 타이밍을 아주 잘 보고 들어가야 해요”


키드 전을 위한 또 한 가지 특별한 훈련이 시작됐다. 바로 수영장 훈련이다.


“수영하면서 등근육도 기르고, 바디 블로 능력도 향상할 수 있지. 몸도 풀 수 있고”


기본적으로 수영장은 가슴 이하 높이, 그래서 뻗는 주먹 대부분이 가슴 이하로 들어가게 된다.


“이 연습 되게 신박한데요?”


“자, 계석이한테 배운 거 써먹어 봐. 하이-로킥-바디, 하이-하이-바디”


한 달 정도 수영장 훈련을 하자 성과가 슬슬 나타나기 시작했다.


“등 근육이 정말 몰라보게 좋아졌어요, 형”


타격 파트너 인계석이 감탄했다.


타격을 검사받으러 간 임희민도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등근육, 이거 뭐야? 왜 그래?”


훈련 내용을 말하자 무릎을 치며 감탄했다.


“당장 해보자”


임희민이 링 위로 올라가 손에 매트를 꼈다.


“하이 콤보에 바디”


약한 상단 공격 두 방에 바디 블로를 강하게 꽂았다.


‘퍽!’


밖에서 훈련하던 다른 선수들이 놀라 링 쪽을 바라봤다.


“아오···. 손···. 이번엔 하이-바디, 하이-바디”


역시 상단엔 힘을 빼고 바디 공격에 온 힘을 다했다.


‘팍, 뻑! 팍, 뻑!’


공격을 받던 임희민이 코너 쪽으로 등을 돌렸다.


“어우···. 야 이···. 씨. 최고. 바디로 KO 할 수 있겠어.”


타격 최강자 임희민의 평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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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라이드의 자객 20.01.16 560 8 9쪽
38 판정의 배후 20.01.15 561 7 11쪽
37 디아즈의 도발 20.01.14 544 8 9쪽
36 로킥에 집중 20.01.13 572 8 9쪽
35 입식 최강자의 가르침 20.01.12 603 10 10쪽
34 도장 깨기 20.01.11 602 9 10쪽
33 챔피언의 특권 20.01.10 644 10 12쪽
32 두 번의 고고플라타 20.01.09 626 8 13쪽
31 타이밍 태클 20.01.08 636 10 7쪽
30 UFL의 관심 +2 20.01.07 665 1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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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일본 손님 20.01.05 715 1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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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예상은 빗나가고 19.12.31 752 12 9쪽
22 4강자의 자격 19.12.30 758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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