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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꽁장

D급 파이터 독심술을 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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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ob002
작품등록일 :
2019.12.09 16:12
최근연재일 :
2020.03.02 09:17
연재수 :
78 회
조회수 :
51,650
추천수 :
781
글자수 :
304,802

작성
19.12.29 16:30
조회
778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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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고구라의 약점

DUMMY

나오키 신야만 대비할 순 없었다.


원데이 토너먼트였기 때문.


원데이 토너먼트는 크라이드가 갖고 있는 독특한 특징 중 하나다.


4강 이후 경기를 하루에 치르는 것이다.


원데이 토너먼트는 보는 사람으로선 무척 즐겁다.


뜨거운 4강 승부에 이어 우승자까지 가릴 수 있다.


하지만 선수 입장에선 그런 고역이 또 없다.


일반적으로 한 번 경기하면 최소 2~3개월 이상 쉬어야 한다.


격투기라는 게 에너지 소모가 가장 심한 운동 가운데 하나기 때문이다.


축구나 야구만 예를 들어도, 축구는 일주일에 한두 번씩 경기한다. 그 정도면 충분히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야구는 매일같이 한다. 타자의 경우 가끔의 폭발력이 필요하지만, 근지구력을 소비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격투기는 서로를 공격하는 경기다. 부상이 필연적이다.


거기다. 또 고려해봐야 할 건 4강 토너먼트 진출자들의 실력이 엄청나다는 부분이다.


“그런 강적을 꺾고 더 센 사람과 싸워야 한다는 거죠? 와, 난 못할 거 같아”


고구라 타카노미의 경기를 보던 이언규가 말했다. 이언규와 심동연이 휴일을 맞이해 칠수의 집에서 격투기 영상을 보고 있었다.


“그러니까 사실 어쩌면 나오키 신야 경기보다 그 다음 경기 대비가 중요할 수 있어. 그걸 이기면 우승이잖아. 1억 원”


누워서 영상을 보는 이언규와는 달리 심동연은 무릎을 꿇은 자세로 집중하며 영상을 살폈다. 고구라 타카노미와 노아킴 한센의 작년 경기였다.


경기에서 고구라는 1라운드 노아킴 한센의 거친 연타에 당황하며 그로기 상태까지 갔다. 하지만 2라운드에 극복, 강력한 카운터를 성공하며 KO를 챙겼다.


“저렇게 처맞는데 이긴 거예요?”


이언규가 말했다.


“고구라는 타격만 무서운 게 아니야. 맷집이 엄청나지”


벌써 같은 영상만 10번 이상 본 칠수였다. 훈련에서 집에 오면 식사를 한 후 잘 때까지 고구라와 펄버, 나오키 신야의 경기를 돌려보고 또 돌려봤다.


“그래서 칠수야, 고구라 전략은 준비된 거야?”


심동연이 물었다.


“아니, 아직. 이것도 관장님이랑 얘기해 봐야지”


“고구라 타카노미...”


“정말 무서운 파이터예요, 고구라···.”


“고구마 먹자~!!”


갑자기 방문을 열고 칠수 엄마가 나타났다.


“웬 고구마? 이 여름에?”


“그러니까 귀한 거지. 여기 김치에 싸서 먹어 봐. 너희 할머니네에서 얻어온 거야”


“우와 겉절이!! 어머니, 잘 먹겠습니다!!”


뜨겁게 올라오는 김 위에 그대로 겉절이를 ‘턱’.


아무리 여름이라지만 ‘고구마 + 김치’라는 조합엔 아무도 반문을 제기할 수 없었다.


“고구라 얘기하는데 고구마라...”


칠수가 뚫어지게 고구마를 바라봤다.


정 관장은 투박한 이미지와는 달리 굉장히 꼼꼼한 사람이다.


칠수가 아직 점검해보지도 못한 고구라의 아마추어 경기 영상까지 챙기고 있었다.


“그렇다니까, 거의 실신 직전까지 갔다고”


정 관장이 말한 아마추어 경기는 몇 개 되지 않는 고구라의 패배 경기다. 물론 아마추어는 전적에 포함되지 않는다.


정 관장이 보여준 영상은 어떤 체육관 안에서 열린 아마추어 경기였다. 칠수도 알고 있는 그래플링 전문 선수. 그래플링은 뛰어나지만, 방어력이 약해 2019년에는 퇴물 취급받는 선수다.


“저거 봐. 상대가 뒤로 돌아갔는데. 굉장히 당황하고 있어.”


고구라는 상대가 자신의 목을 팔로 감싸자 유달리 당황하고 있었다.


“뭔가 트라우마 있는 사람 같기도 하고. 빠져나오지도 못하네요···?”


“그렇지. 내가 볼 땐 초크가 약점인 거야. 머리가 다른 파이터들에 비해 유달리 커서 빠져나오기도 힘들고”


초크를 뜯어내는 법은 그립 자체를 벌리는 법, 내리는 법 등이 있다. 머리가 작은 파이터는 타이밍을 맞춰 빼내기도 한다. 고구라는 세 번째 옵션이 아예 불가능해 보였다.


“와, 얼마 조이지도 않았는데 꽤 빠르게 탭을 치네요?”


“못 빠져나온다고 판단한 거야”


“근데 다른 선수들이 저 약점을 못 찾았을까요?”


“아니, 아마 봤겠지?”


“그런데 왜 아무도···?”


“고구라의 테이크다운 방어가 엄청나기 때문이지”


정 관장에 따르면 고구라는 열 번의 경기 동안 오십 번 넘게 테이크다운을 방어해냈다.


“타격이 두렵다면 테이크다운을 성공해야 하고, 저놈의 목을 따내야겠지”


전략에 도움을 줄 사람은 역시 톰 크랭클 교수였다.


칠수가 전략을 말하자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전략이야. 나도 고구라 알아. 그런데···. 이걸 알아야 할 거 같은데···.”


“어떤 거요?”


“고구라가 자네보다 그래플링을 잘해. 보라 띠야”


2019년 기준 갈색 띠, 2008년 현재로 볼 때 아무 띠도 없는 칠수였다. 크랭클 교수가 ‘갈색 띠 수준’이라고 인정하긴 했지만 그래도 엄연히 ‘무(無)띠’였다.


크랭클 교수는 몇 년 전 일본에서 주짓수 세미나를 열었다. 그때 고구라 타카노미를 포함, 나오키 신야, 하야토 등도 참석했다.


“물론 세부 기술은 나오키나 하야토에 미치지 못했지만, 투지와 손기술 하나만큼은 발군이었지. 별다른 전략 없이 덤벼들다간 고구라의 밥이 되고 말 거야”


크랭클도 고구라가 초크에 약하다는 건 인정했다. 전형적인 ‘대두’ 파이터의 한계라고 했다.


또 고구라의 리치가 동체급 대비 짧다는 것도 불리했다.


“다른 선수라면 팔을 살짝 올리는 수준, 하완만 드는 거로 팔을 떼어낼 수 있지. 그런데 고구라는 그런 게 안 되는 체형이야. 길쭉한 사람이 주짓수를 잘한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지”


크랭클이 알려준 전략은 칠수가 테이크다운을 성공했을 때를 가정했다.


정면에서 들어갔을 때의 스네이크초크 연결법, 뒤집혔을 때의 길로틴 초크, 뒤를 확보했을 때의 백초크 등이었다.


크랭클이 그중 가장 신경 쓴 건 백 초크였다.


“고구라는 깔리면 몸을 약간 틀어서 빠져나오려 하지. 굉장히 위험한 행동인데, 주위에서 그 버릇을 못 잡아주는 거 같아”


몸을 틀어 나오려 할 때 뒤쪽으로 전환, 고구라의 목을 따내는 전략이었다.


“테이크다운은 그럼 어떻게 할까요?”


칠수의 질문에 크랭클이 황당하다는 듯 바라봤다.


“그건 정 관장이 알아서 해야지”


테이크다운 전략은 정 관장, 그리고 이언규가 머리를 맞댔다. 레슬링 실력만큼은 이언규가 체육관 내 최고였다.


“고구라는 자세가 생각보다 낮아서 중심도 낮아. 그래서 잘 쓰러지지 않는 밸런스지”


많은 파이터가 고구라의 허리를 잡고 넘기려 했지만, 오히려 되치기에 당했다. 그리고 연결되는 파운딩은 고구라의 승리 공식 중 하나였다.


“그래서 제가 생각해본 게 있는데요”


칠수를 서게 한 이언규가 바닥을 무릎으로 쓸다시피 하며 다가갔다.


칠수가 옆으로 빠져나가려 했지만 이언규는 링 중앙 쪽을 점거한 채 손을 크게 벌리고 다가왔다. 결국, 이언규의 손이 칠수의 발목을 잡았다.


“이 발목을 끝까지 놓치지 않는 거죠”


칠수는 이언규의 모습이 굉장히 낯익었다. 많이 본 장면이다.


“이거, 나오키 전략 아니에요?”


나오키 신야가 쓰는 테이크다운 전략이었다.


“맞아요. 나오키 전략”


그러자 정 관장이 이의를 제기했다.


“잠깐, 우리가 나오키를 만약 꺾고 올라간다고 치면 나오키 파훼 전략을 이미 선보였을 거 아냐. 고구라도 보고”


“그렇겠죠?”


“그러면 고구라가 그대로 따라 하겠지···.”


날카로운 지적이었다.


“그러면 저런 건 어떨까요···?”


이언규가 두 번째로 내민 건 클린치 이후의 테이크다운이었다.


“클린치 상황은 어쨌든 한 번은 있을 테니까, 그때 아래쪽으로 주저앉다시피 하며 하체를 노리는 거예요. 그걸 빼내려고 할 때”


고구라가 도망가려 할 때 다시 발목을 캐치, 고구라의 등을 노려 초크로 연계하는 전략이다.


“이건 할 수 있을 거 같네. 괜찮네”


하지만 말이 쉽지 정말 많은 전략이 섞인 전법이었다.


일단 클린치에 성공해야 했고, 하단을 제대로 잡아야 했다. 거기에 도망가는 고구라의 발목을 잡아야만 했고, 이후 고구라의 백을 효과적으로 올라타야 했다.


“저 머리 터지면 어떡하죠, 관장님?”


그러자 관장이 칠수를 링 쪽으로 떠밀었다.


“머리는 경기 끝나고 터지세요. 자, 언규랑 한 번 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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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타이밍 태클 20.01.08 634 10 7쪽
30 UFL의 관심 +2 20.01.07 664 12 8쪽
29 카포에이라의 습격 20.01.06 687 9 9쪽
28 일본 손님 20.01.05 713 1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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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새로운 챔피언 20.01.03 702 1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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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오마에와 오토코다 +1 20.01.01 738 12 7쪽
23 예상은 빗나가고 19.12.31 751 12 9쪽
22 4강자의 자격 19.12.30 756 10 11쪽
» 고구라의 약점 +2 19.12.29 779 13 9쪽
20 그래플링 바보 +1 19.12.28 800 11 9쪽
19 나오키 신야 19.12.27 821 1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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