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글꽁장

D급 파이터 독심술을 얻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스포츠

완결

dob002
작품등록일 :
2019.12.09 16:12
최근연재일 :
2020.03.02 09:17
연재수 :
78 회
조회수 :
51,801
추천수 :
781
글자수 :
304,802

작성
20.01.05 16:30
조회
715
추천
11
글자
8쪽

일본 손님

DUMMY

어느 날 최진호 대표에게 체육관으로 연락이 왔다. 일본에서였다.


“어, 정 관장. 일본에서 손님이 좀 갈 거 같은데. 잘 좀 챙겨줄 수 있지?”


손님은 바로 칠수가 판정으로 꺾은 그래플링 강자, 나오키 신야였다.


“나오키 잠은 어디서 재우지? 심동연, 언규. 너희 집에 빈방 있냐?”


그때 칠수가 조심스레 손을 들었다.


“저 작은 방 정리하면 자리가 나오긴 하는데···.”


“오, 잘됐네, 야. 나오키 어차피 너 때문에 오는 건데”


도착 날짜에 맞춰 칠수는 정 관장과 함께 공항으로 마중을 나갔다.


“나오키 상!!”


뿔테를 쓴 나오키는 두꺼운 패딩을 입고 있었다.


“별로 춥지도 않은데, 뭔 구스 점퍼야?”


칠수가 살갑게 점퍼를 어루만지자 나오키가 말했다.


“강고쿠와 콜드”


“한국이 춥단다, 야”


정 관장이 나오키를 붙잡고 웃었다.


물어보니 나오키는 한국 방문 경험이 꽤 있었다. 맛집도 찾아다니고 그래플링 교류도 종종 했다.


그러더니 명동으로 가자고 정 관장을 재촉했다.


“명동은 왜?”


그러자 나오키가 한국말로 또박또박 말했다.


“불고기 맛집 아로요”


불고기를 먹은 나오키는 칠수와 함께 칠수 집으로 향했다.


“어서 와요. 아유, 훤칠하니 잘생긴 일본 총각이네”


칠수 엄마를 본 나오키가 큰절을 올렸다.


“절까지 하고. 어머, 내가 다 반갑네”


무릎을 꿇고 있던 나오키가 호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내밀었다. 흰 봉투였다.


“어어, 뭐하는 거야? 됐어, 필요 없어. 이이에!”


칠수와 칠수 엄마가 동시에 손을 내저었다.


“돈 왜 줘! 우리 아들 친구잖아. 도모···. 도모다찌데스!”


실제로 나오키와 칠수는 나이가 같았다. 키도 둘 다 180cm로 같았다.


잠을 자기 위해 둘 다 반소매로 갈아입는데 칠수 엄마가 한 마디 건넸다.


“키도 비슷한 게 완전 쌍둥이 같네, 둘이”


나오키의 한국 일정은 일주일. 낮 시간엔 칠수들과 훈련하고 저녁엔 다른 스케줄이 있었다.


나오키의 그래플링은 체육관 내 아무도 당하지 못할 수준이었다. 펜던트를 빼놓고 훈련을 해보니 1분 버티기도 쉽지 않았다.


“탭, 탭!! 놔 줘!!”


그나마 많이 버틴 이언규도 1분 30초였다. 이언규는 레슬링 선수 출신이라고 위에서만 거의 1분을 깔고 있었다.


나오키의 방문은 슈퍼 멀티 짐에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됐다. 특히 당장 그래플러와의 경기를 앞둔 인계석, 그리고 고구라 전을 앞둔 칠수에게 그 도움이 컸다.


인계석에게는 플라잉 암바를 알려줬다. 팔을 잡고 공방을 벌이는 상황에서 상대 팔을 잡아채는 기술이었다.


“에···. 그러니까···. 넌 입식이라 다른 것보다 암바만 하는 게···. 나을 거라네”


일본어를 공부한 칠수가 번역을 맡았다.


“그러네, 똑똑한 전략이야. 나오키 형 최고”


고구라에 대해선 정 관장, 칠수와 같은 분석을 내렸다.


고구라는 같이 주먹을 섞긴 절대 불리하고, 쓰러트린 후 초크를 걸어야 한다고 말이다.


“나는 그래플러라 오히려 힘든데, 칠수 너는 가능할 수 있어”


단단히 대비하게 되는 자기보다 칠수 같은 올라운더가 더 먹힌다는 소리다.


함께 백초크 전략을 만들던 나오키가 새로운 기술 하나를 알려줬다.


‘고고플라타’였다. 나오키가 잘 쓰는 기술이다.


고고플라타는 초크 기술의 일종인데, 팔로 조는 게 아니다.


발목을 상대 목 사이에 넣고 양손으로 상대 목을 압박한다.


고관절 쪽의 유연성이 중요한 기술이다.


“아마 고구라는 이 기술을 준비하지 않고 있을 거야. 깜짝 기술로 써먹어도 좋아”


맹렬히 공부한 일본어가 도움되는지 이젠 나오키와의 대화가 어색하지 않았다.


칠수들은 저녁마다 나오키를 이곳저곳 데려 다니며 한국의 맛을 보여줬다.


영등포의 짬뽕집, 종로의 해장국집, 광명의 두루치기, 을지로의 제육볶음, 건대의 양꼬치까지 다양한 코스였다.


그중 나오키가 가장 꽂힌 건 종로의 해장국집이었다. 100년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노포였다.


해장국 맛도 맛이었지만, 나오키는 선지와 양을 찍어 먹는 양념장을 좋아했다.


고추기름에 고추 다대기를 넣고, 거기에 후추와 겨자까지 넣은 조합이었다.


“너무···. 매워!!”


맵다면서도 해장국만 두 그릇을 비웠다.


나오키의 마지막 날 저녁은 신촌이었다. 한국 최고의 그래플러 톰 크랭클을 만나러 갔다.


“나오키상, 곤니치와!”


알고 보니 둘은 이미 구면이었다. 한국에 올 때마다 인사를 하고 갔다.


“나오키랑 나랑 올 때마다 시합한다니까”


크랭클에 따르면 나오키와 톰 크랭클은 이미 네 번이나 체육관 실전을 가졌다.


보라띠 시절 힘겹게 서브미션을 거뒀지만, 이후 한번을 이기고 두 번이나 크랭클이 패했다.


작년 경기에서 크랭클이 이겼기에, 여기서 나오키가 이기면 복수에 성공하는 셈이다.


“나오키상, 30 minutes. no point. only submission. OK?”


“OK! 고고!”


시작하자마자 둘은 일제히 바닥에 앉았다.


그러자 구경꾼들이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일어나지”


크랭클이 선 채 손을 내밀었다.


둘은 거의 10분 동안 몸을 섞지 않았다. 누가 먼저 잡는지에 목숨을 거는 분위기였다.


한참을 구경하는데 칠수 옆에서 좋은 냄새가 풍겼다.


“누가 이기고 있어요?”


속살거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 보니 크랭클의 딸 마샤가 바싹 다가와 있었다.


“어? 마샤, 안녕. 지금은 몰라. 비슷한 거 같아”


그 말을 하는 순간 본격적인 공방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크랭클과 나오키가 양손을 마주 잡고 힘겨루기를 시작했다.


“아빠, 힘 싸움은 하면 안 되는데...”


말을 하며 마샤가 살짝 더 옆으로 다가왔다. 마샤의 손이 칠수의 발끝에 살짝 닿았다.


힘 싸움은 특이하게 결말이 났다. 나오키가 힘을 빼며 오히려 크랭클을 바닥 쪽으로 당겨버렸다. 갑작스러운 방향 전환에 크랭클이 얼굴을 매트에 ‘펑’하고 찧었다.


“페이크 너무 좋았다···.”


나오키가 한쪽 팔과 한 다리로 크랭클을 못 일어나게 눌렀다. 크랭클도 나오키가 넘어오지 못하도록 발로 엉덩이 쪽을 밀고 있었다.


“마샤, 혹시 작년엔 어떻게 이겼어, 아버지가?”


“음······. 가장 많이 나오는 기술이었죠. 지금 저거”


마샤의 말에 둘을 바라보자 크랭클의 두 발이 어느새 나오키의 팔까지 올라와 있었다.


“암바...!!”


하지만 나오키의 방어도 만만치 않았다. 팔을 등 뒤로 돌린 나오키가 크랭클의 위로 부드럽게 올라간 것이었다.


“우와!!!”


결국, 경기는 30분이 지나도록 승부 나지 않았다.


“2승 2패에 오늘 무승부네”


크랭클이 손을 내밀자 나오키가 그를 당겨 안았다.


“크랭클 센세, 스고이네”


“굿파이트, 나오키”


그날 밤, 한국에서의 마지막 날을 보내던 나오키가 고민을 이야기했다.


“이러다 둘이 또 싸우면 어떡해야 하지?”


며칠 새 부쩍 친해진 둘이었다.


“뭘 어떡해. 싸워야지. 이번에도 내가 이길 거고”


그러자 나오키가 배를 잡고 웃었다.


“그래, 부디 내가 도전할 때까지 지지 마라. 고구라 꼭 이기고”


나오키가 떠나고 일상이 찾아왔다. 이언규와 인계석도 11월과 12월 각각 1승씩을 거뒀다. 심동연은 1월 방어전이 잡혔다.


이언규와 인계석의 승리는 나오키 덕이라 할 수 있었다. 인계석은 나오키가 알려준 플라잉 암바로 상대를 끝냈다.


이언규도 주짓떼로인 상대에게 시종일관 우위를 가져가며 판정승을 거뒀다.


“나오키의 유산이 정말 대단하긴 대단했다”


그리고 그 유산의 완성을 칠수는 자신이라고 생각했다.

.

.

.

.

.

나오키의 고고플라타, 완벽히 장착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D급 파이터 독심술을 얻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8 천재 DJ켄 20.01.26 502 8 8쪽
47 스타의 일상 20.01.24 516 9 10쪽
46 도신 조칠수 20.01.23 502 9 11쪽
45 300만불의 사나이 20.01.22 518 9 8쪽
44 식당에서의 일전 20.01.21 500 8 10쪽
43 야쿠자 콧털을 건드리다 20.01.20 503 8 8쪽
42 승부조작엔 이게 특효약 20.01.19 496 8 9쪽
41 수성의 노리모토 20.01.18 506 8 8쪽
40 후지카와의 음모 20.01.17 523 8 8쪽
39 크라이드의 자객 20.01.16 560 8 9쪽
38 판정의 배후 20.01.15 561 7 11쪽
37 디아즈의 도발 20.01.14 545 8 9쪽
36 로킥에 집중 20.01.13 572 8 9쪽
35 입식 최강자의 가르침 20.01.12 603 10 10쪽
34 도장 깨기 20.01.11 602 9 10쪽
33 챔피언의 특권 20.01.10 644 10 12쪽
32 두 번의 고고플라타 20.01.09 626 8 13쪽
31 타이밍 태클 20.01.08 636 10 7쪽
30 UFL의 관심 +2 20.01.07 665 12 8쪽
29 카포에이라의 습격 20.01.06 688 9 9쪽
» 일본 손님 20.01.05 716 11 8쪽
27 챔프의 일상 20.01.04 712 10 10쪽
26 새로운 챔피언 20.01.03 703 10 9쪽
25 결승은 힘들어 20.01.02 706 10 9쪽
24 오마에와 오토코다 +1 20.01.01 741 12 7쪽
23 예상은 빗나가고 19.12.31 752 12 9쪽
22 4강자의 자격 19.12.30 758 10 11쪽
21 고구라의 약점 +2 19.12.29 781 13 9쪽
20 그래플링 바보 +1 19.12.28 804 11 9쪽
19 나오키 신야 19.12.27 826 14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