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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꽁장

D급 파이터 독심술을 얻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스포츠

완결

dob002
작품등록일 :
2019.12.09 16:12
최근연재일 :
2020.03.02 09:17
연재수 :
78 회
조회수 :
51,791
추천수 :
781
글자수 :
304,802

작성
20.01.01 16:30
조회
740
추천
12
글자
7쪽

오마에와 오토코다

DUMMY

펄버 전략은 별 게 있을 리 없었다.


“테이크다운이야. 무조건 넘어뜨려”


“투렉요? 원렉?”


“고구라 준비한 것처럼 하면 어때요?”


이언규가 얘기한 전략은 기어가듯 다가가는 거다.


“펄버는 로킥조차 없는 선수잖아요”


“음, 나쁘지 않아. 나쁘지 않아. 그래, 칠수야 일단 그 전략도 써보자”


“그리고 또 하나 있어요”


인계석이 손을 들었다.


“뭔데?”


“아까 펄버 왼쪽 눈 다쳤잖아요? 거기 살짝만 다시 때려도 피날 거예요”


상대의 약점을 공격하라는 말이었다. 약점을 공격하는 건 모든 전쟁과 싸움의 기본이다.


“얍삽해 보이지 않을까요?”


이언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인마, 전투에 ‘얍삽’이 어디 있어! 계석이, 의견 아주 좋아!”


눈 쪽에 피가 나게 되면 시야가 흐려진다. 심할 경우 아예 보이지 않는다.


사람의 시야는 양쪽 눈이 동일하게 작용해 만들어진다. 한쪽 눈이 보이지 않으면 거리감에 문제가 생긴다.


“한 눈 안 보이니까 거리 잡기도 힘들 거고, 네가 오른쪽으로 돌면서 공격하면 아예 보지도 못할 거야!”


대기 동안 칠수는 나오키 신야 대기실도 찾았다. 경기 후 제대로 인사를 못 한 것 같아서였다.


“나오키 센슈!”


칠수가 들어가자 코치들과 나오키가 맞이했다.


“그냥 싸웠으면 아마 제가 졌을 거예요. 비겁하게 싸워서 죄송합니다”


최 대표가 칠수의 말을 번역하자 오히려 나오키가 고개를 크게 저었다.


“이이에! 센랴쿠데쓰!”


통역 없이도 알아들을 말이었다. 전략이라는 뜻이다.


<치사했지만 잘 싸웠어.>


나오키의 마음을 읽은 칠수가 실소를 참지 못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나오키가 최 대표 편으로 무언가 말을 건넸다.


“자기 한국 가면 같이 훈련할 수 있느냐고 하는데?”


“네? 항상 환영합니다. 우리 집에서 재워준다고 전해주세요!”


나중에 알고 보니 나오키도 고구라와 마찬가지로 ‘친한파’였다.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김치와 불고기일 정도다.


“괜찮은 애네. 그래. 나중에 꼭 우리 체육관 들르라고 해”


정 관장이 잘했다며 칠수의 등을 두드렸다.


남은 시간 칠수는 인계석과 특훈을 계속했다. 인계석이 펄버의 자세를 따라 하며 쉬지 않고 연타를 날렸다.


“피하고, 또 피하고! 그렇지! 펄버 7~8발까지 연타 나온다. 그렇지! 계석아, 한 열 발 정도 연달아 쏴!”


생각 없이 태클을 들어가다가 인계석의 펀치가 턱에 살짝 닿았다.


“형, 펄버 숏 어퍼 잘 써요. 아까 말했던 그 전략으로 해요”


“아, 바닥 깊숙이. 맞다”


고구라 전을 대비한 것처럼 거의 바닥 수준으로 기다시피 들어가는 태클을 뜻하는 거였다.


사실 그렇게 들어오는 상대에게는, 칠수가 나오키 전을 위해 준비한 방법 외에는 별다른 게 없었다.


“펄버가 나오키를 대비했다면 그 방법을 생각했을 수도 있겠는데···.”


정 관장의 말이었다.


“하지만 펄버가 칠수 형 승리를 생각했다면 준비 못 했을 거예요. 우리가 펄버 준비 못 한 것처럼”


이언규가 말했다.


“언규 얘, 가만 보면 전략 잘 짜. 냉정해!”


“슈퍼 멀티 짐 2호점 주십시오!”


잠시 몸을 푸는데 또 다른 손님이 찾아왔다. 크라이드 대표 나카타 노부히코였다.


“앗, 대표님!”


칠수가 버선발로 나가 고개를 90도로 숙였다. 나카타는 예의 바른 사람을 좋아한다.


“간바레 칠슈상. 오마에와 오토코다!”


번역이 필요 없는 나카타의 단골 멘트였다. ‘넌 남자다’였다.


짧은 인사였지만 그 한마디로 기합이 들어간 칠수다.


“우와, 별말 아니었는데 힘이 ‘팍’ 살아나네?”


칠수가 ‘우드득’ 소리를 내며 몸을 풀었다.


“남자를 다룰 줄 아는 거 같아”


인계석이 말했다.


“크···. 나카타 개간지”


이언규가 엄지를 내밀었다.


“원래 뺨 한 대 때려야 하는 거 아냐?”


정 관장이 칠수에게 다가와 뺨 때리는 시늉을 했다.


“넌 때리면 안 되고, 네가 맞자”


괜스레 한 대 얻어맞은 건 이언규였다.


경기 시각이 다가왔다.


그때 의외의 소식을 들었다.


칠수가 홍코너라는 통지였다.


“홍코너가 뭔 의미?”


이언규가 눈을 멀뚱멀뚱 쳐다봤다.


“강한 사람이 홍코너야. 챔피언이나”


정 관장이 설명했다.


“아, 그러고 보니 칠수 형 계속 청코너였구나?!”


“체육관 차린다는 놈이 그것도 모르고”


베테랑 펄버 대신 신예 칠수에게 기회를 준 거다. 그만큼 크라이드가 칠수를 주목하고 있다는 뜻이다.


생각해보면 그게 맞는 처사였다. 펄버는 방금 고구라에게 패했다. 반면 칠수는 아주 깔끔한 내용으로 나오키를 격침했다.


등장 순서도 바뀌었다. 홍코너가 나중에 등장한다.


“아오 코나. 강고쿠 카라 키타 `가구토 빠가` 조칠슈 센슈 뉴조데스”


사회자가 홍코너인 ‘격투 바보’ 칠수를 소개했다.


“칠수야, 달릴까?”


정 관장이 물었다.


“달리죠, 까짓것!”


쏟아지는 조명을 맞으며 칠수와 정 관장, 인계석과 이언규가 달렸다.


이언규는 어느새 품에서 태극기를 꺼내 흔들고 있었다.


“인마, 태극기는 또 어디서 났어!!”


“한국인이잖아요!”


신명 나게 달리는데 오른편에서 한국어가 들렸다.


“한국 파이팅!! 조칠수 파이팅!!!”


한국 팬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었다.


“x발, 한국 파이팅이다!!!”


칠수가 주먹을 하늘로 찌르며 소리쳤다.


펄버의 얼굴 상태는 생각보다도 안 좋았다.


얼굴이 울긋불긋 달아올라 있었고, 왼쪽 눈에는 연고를 바르고 있었다.


“저기 때려 달라는 거네”


정 관장이 펄버를 가리키고 다시 자기 눈에 손가락을 댔다. 그 모습을 본 펄버가 오히려 엄지를 세웠다.


“너무 뻔히 보이는 약점인데요···?”


인계석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칠수야, 전략 기억하지? 다시 말해 봐!”


“기어가다시피 테이크다운. 들어갈 때 숏 어퍼 조심. 펄버의 오른쪽으로 돌 것”


“좋아, 좋아. 거기에 전략 하나 추가하자”


“뭔데요?”


“쟤 왼쪽 눈이 너무나도 약점이니까 가드에 신경 쓸 거라고. 넌 그때 오른손 날릴 듯 페이크를 주고 왼쪽 로킥”


“왼쪽 로킥요?”


“그래, 페이크 건 다음 다시 아래쪽으로 두 번째 페이크 주는 거야. 로킥 말고 왼쪽 바디도 좋고!”


마주 서자 역시 펄버는 작았다. 프로필 상 176cm로 돼 있었으나 173cm 정도로 보였다.


“노 로블로, 노 버팅, 노 바이트. 노 엘보. 오케이?”


“오케이”


“Yes, sir. I got it”


터치 글러브를 한 칠수가 코너로 달려가 눈을 감았다.


세계 최고의 무대 크라이드.


그 결승전 현장에 한때 D급 파이터였던 칠수가 올라온 것이다.


잠깐 사이 주마등처럼 그 처절하고 힘들었던 순간들이 지나갔다.


차비가 아까워 몇 정거장 거리를 달려갔던 기억.


불안한 장래에 자신을 버리고 간 여자친구.


부모님의 갑작스러운 사고.


벽지 바르는 일을 알아봐 준다던 친구.


비록 지금 이 상황이 꿈일지 몰라도 칠수의 각오는 하나였다.


꿈에서라도 최선을 다하자고 말이다.

.

.

.

.

“유 레디? 유 레디? 파이트!”


대망의 ‘크라이드24’ 라이트급 GP의 결승전이 시작됐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78 모란
    작성일
    20.02.15 15:46
    No. 1

    격투기에 비겁이라는게 있을까요?
    반칙이 아니라면요.
    만약 비겁하다는 소리 들었다면 와 정말 강하구나 라는 칭찬일꺼 같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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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예상은 빗나가고 19.12.31 752 12 9쪽
22 4강자의 자격 19.12.30 758 10 11쪽
21 고구라의 약점 +2 19.12.29 780 13 9쪽
20 그래플링 바보 +1 19.12.28 804 11 9쪽
19 나오키 신야 19.12.27 825 1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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