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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꽁장

D급 파이터 독심술을 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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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ob002
작품등록일 :
2019.12.09 16:12
최근연재일 :
2020.03.02 09:17
연재수 :
78 회
조회수 :
51,649
추천수 :
781
글자수 :
304,802

작성
20.01.12 16:30
조회
600
추천
10
글자
10쪽

입식 최강자의 가르침

DUMMY

임희민은 한국 입식 격투기의 전설이라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2009년 나이 31살. 역시 한창 현직으로 뛰며 압도적인 승수를 쌓고 있었다. 최고의 입식 격투 무대 ‘J-1’에서 뛰는 몇 안 되는 한국인 선수였다.


“임희민, 그래. 내가 잊고 있었다. 내가 좀 연이 있으니까 한 번 가보자고”


정 관장과 인계석, 칠수가 체육관을 찾자 임희민이 두 손을 번쩍 들고 환영했다.


“어이쿠, 이게 누구신가요. 정 관장님!”


“어이고, 임 관장. 오랜만이야”


알고 보니 둘은 방송에서 인연이 있었다.


격투기 선수 육성 리얼리티 쇼에서 각각 입식 전담, 종합격투기 전담 코치로 출연한 것이다.


“그때 참 잘생겼었는데, 임 관장. 어쩌다 이렇게 삭아서”


나이는 정 관장이 한 살 위였다.


“정 관장님은 그때도 못생겼는데, 지금도 참”


오랜만에 만나도 스스럼없는 둘이었다.


임 관장은 계석과도 인연이 있었다. 둘은 같은 체급이다.


“관장님, 저도 왔습니다”


“아이고, 이게 누구야. 떠오르는 격투기 유망주 인계석! 종합도 한다면서? 전적이 뭐야?”


“네, 5승 1패요”


“와, 엄청나네, 진짜. 물론 입식 전적엔 미치지도 못하겠지만. 다음에 J-1 트라이아웃할 때 기대할 게”


임희민과 칠수는 초대면이었다. 물론 2019년의 칠수는 만난 적이 있었다.


“안녕하세요, 조칠수입니다”


“칠수 선수, 정말 잘 와줬어요. 저도 종합격투기 많이 보거든요! 캬, 정말 최근에 했던 고구라 경기에서 고고... 뭐시기. 고고플라타? 그거 정말 멋졌어요!”


디아즈의 영상을 보여주자 임희민이 평가를 했다.


“얘는 다리가 너무 길잖아. 다리도 앞으로 나와 있고. 딱 보기에 정강이 쪽, 아래쪽 차는 게 좋을 거 같은데? 그치?”


임희민이 계석에게 물었다.


“네, 제 생각에도 일단은 그게 좋긴 할 거 같아요”


“그리고···. 보면 로킥 노리는 선수가 많은데, 그때마다 펀치 카운터를 친단 말이지. 펀치도 그냥 들어오는 게 아니고 연타로 들어오고···.”


그래서 임희민이 내린 전략은 강한 로킥이었다.


임희민에 따르면 로킥은 발과 위치, 강도에 따라 36가지로 나눌 수 있었다.


상단, 중단, 하단 로킥. 그리고 강, 중, 약킥. 거기에 발 바깥인지 안쪽인지에 따라 나눈다.


그 중 임희민이 요구한 건 앞쪽 다리에 대한 중단, 하단 킥이었다.


하단은 발목 쪽을 쓸 듯이 때리는 것, 중단은 정강이 쪽을 때리는 거다.


임희민은 콤비네이션 로킥은 만류했다.


“펀치 콤비네이션을 쓰려 하면, 얘가 옳다구나 하고 덤벼들 거야. 오히려 디아즈의 연타가 끝나거나 잠시 쉬고 있을 때, 발 바깥쪽과 안쪽에서 강하게 후려치라고”


여기서만 끝난 게 아니다.


임희민은 2라운드 중반까지 로킥을 한 다음 이후부터 미들킥으로 위치를 변경할 것을 주문했다.


“디아즈는 다리를 못 쓰면 기어 다니면서라도 경기를 할 녀석이야. 그러니까 발이 멈춘 다음에 미들킥이나 푸쉬킥을 해주면서 바디에 데미지를 쌓는 거지. 안면 맷집이야 워낙 좋으니까”


코칭을 받고 떠나려는 정 관장에게 임 관장이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이거 뭐야?”


“J-1 대회 표요. 이달 말에 한국 경기 있잖아요”


“J-1????”


J-1은 세계 최고의 입식 격투기 대회다. 킥복싱과 거의 비슷한 룰로 크라이드, UFL과 비슷한 역사를 자랑한다.


종합격투기의 체급이 세분된 반면, J-1의 체급은 두 개밖에 없었다. 맥스급이라고 불리는 70kg 이하 대회, 그리고 무제한급인 헤비급이다. 임희민이 출전하는 대회는 맥스급이다.


5월 말 열리는 K-1 한국 그랑프리는 헤비급 16강으로 치러진다. 가장 하이라이트는 마지막에 출전하는 씨름 격투가 최만홍, 그리고 네덜란드 파이터 라바 하지의 대결이었다.


“야, 이런 좋은 날 올림픽 체육관이라···. 나들이 온 것 같다”


정 관장은 어울리지 않는 작은 야구 모자에 선글라스까지 걸쳤다.


“관장님, 모자 안 불편하세요?”


그렇게 물어보는 이언규는 중절모를 쓰고 나왔다.


“형은 그 패션 생각하고 입으신 거예요?”


겨드랑이가 훤히 보이는 민소매 티를 입은 인계석의 말이었다.


“저희 아는 척하지 마세요”


그나마 정상인처럼 입은 심동연과 칠수가 앞으로 달음질쳤다.


입구 쪽으로 가는데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뭐지? 줄이 이렇게 길 리가 없는데?”


체육관은 입구가 네 군데라 한 군데 몰리지 않는다.


“뭐 있나 본데요?”


앞에 서 걷던 심동연이 그 답을 알아챘다.


“우성훈 사인회 하네요”


우성훈은 재일교포 출신의 JROS 파이터다. J-1 소속 종합격투기 단체 JROS 미들급을 대표하는 파이터로, 부모님 모두가 한국인인 재일교포다. 파이터로도 유명하지만, 각종 한국 예능에 얼굴을 보이며 연예인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우성훈, 사랑해요!!!”


여성팬들이 우성훈을 연호하고 있었다.


“칠수야, 동연아, 너희도 모자 벗지?”


심동연과 조칠수는 알아보는 사람이 많을까 역시 모자와 안경으로 중무장했다.


“아뇨, 오늘은 그냥 관중 모드 할래요”


직접 보는 J-1 대회는 크라이드, 코리아FC와는 결이 달랐다. 종합격투기는 보통 그라운드로 가서 끝나는 경우가 많았으나 입식인 J-1은 무조건 KO였다.


칠수가 가장 인상 깊게 본 건 종합격투기 선수 출신인 바리스타 조브레임이었다. 조브레임은 몰라지게 달라진 근육질 몸매로 상대를 아예 부숴버렸다.


“조브레임 원래 빠짝 마르지 않았어요?”


인계석이 물었다.


“원래 90kg 정도 체중일 텐데···. 지금 저 몸은 대충 봐도 110kg이야”


이언규가 말했다.


“아무리 봐도···.”


심동연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칠수가 그 말을 받았다.


“약국 다녀온 거지”


역시 경기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경기인 최만홍과 라바 하지의 경기였다. 테크닉 면에선 상대되지 않는 매치였으나, 최만홍은 140kg이 넘는 거인. 잽 한 방 들어가도 KO 당할 수 있었다.


초반부터 2라운드까지 라바 하지가 로킥을 활용한 아웃파이팅으로 최만홍을 두드렸다. 최만홍이 쫓아가려 했지만 힘겨워 보였다.


그런데 2라운드 후반, 최만홍의 펀치 한 방이 카운터성으로 꽂혔다.


“으악, 다운!!!”


칠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앞쪽과 옆쪽에서 사람들의 소리가 들렸다.


“어, 조칠수 아냐?”


“심동연도 있다!!”


팬들이 알아봐 선수들이 다시 겸손 모드로 관람하기 시작했다.


3라운드는 최만홍이 기세를 타고 나아가기 시작했다. 느린 펀치이긴 했지만 계속 적극적으로 뻗다 보니 라바 하지의 가드도 한계가 있어 보였다.


“너네 저런 펀치 날아오면 어떻게 할 거야?”


정 관장이 물었다.


“울어야죠?”


“살려달라고?”


결국, 경기는 라바 하지의 1대 0 판정승으로 끝났다. 판정이 나오자 한국 팬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야유를 보냈다.


“아, 아무리 봐도 최만홍 승리인데”


심동연이 먹던 맥주 캔을 쓰레기통에 던져 버렸다.


“그러게, 내가 볼 때도 최만홍이 이겼는데”


칠수도 쓰레기통에 맥주 캔을 따라 넣었다.


그때 칠수의 앞쪽으로 양복 입은 남자와 여자가 다가왔다.


“조칠수 선수, 맞으시죠?”


여자 쪽이 물었다.


“아, 네. 안녕하세요”


팬으로 보여 일단 인사부터 했다.


“아니, 저흰 J-1 관계자인데요. 저희 대표님과 잠시 면담 가능하실까요?”


“대표요?”


J-1의 대표는 오가와 사다하루였다. 크라이드와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격투 단체의 사장으로, 크라이드와도 왕래가 잦다.


특히 우성훈을 대표로 하는 종합격투기 대회 JROS 또한 최근 라이트급, 미들급 두 체급을 앞세워 흥행몰이하고 있었다.


대기실로 가니 오가와가 앉아 있었다.


“칠수 센슈!!”


심동연들은 보내고 칠수와 정 관장만 따라 왔다.


남자 냄새가 풀풀 풍기던 크라이드의 나카다 대표와는 달리, 오가와에겐 인간 냄새가 났다. 격투기 선수 출신이 아니라 사업가이기 때문이다.


“경기는 아주 잘 보고 있습니다. 팬이에요”


“감사합니다”


보통 이런 자리에서 대표가 한 단체의 대표 선수와 면담한다는 건 비슷한 이유가 있다.


칠수와 정 관장 또한 오기 전에 계약 이야기가 나오면 고사하자고 말을 맞췄다.


그런데 오가와의 말은 그게 아니었다.


“자객이요?”


“네, 자객 역할이죠. 나카타 대표와도 상의하고 있는데 아마 성사될 거 같아요”


오가와가 제안한 건 JROS에서 주최하는 크라이드와의 교류 대전이었다. 미들급과 라이트급을 대표하는 파이터들을 뽑아 대회 대항전을 하자는 말이었다.


“자객, 재미있을 거 같긴 하네요”


이야기하고 있는데 문밖에서 누가 문을 두드렸다.


최만홍이었다.


“대표님,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최만홍과 대표가 인사를 하는데 칠수를 알아봤다.


“오, 조칠수 선수!!”


최만홍이 다가와 큰 손으로 칠수를 끌어당겼다.


“와, 정말 팬이에요. 칠수 선수”


“저도 팬입니다. 최만홍 선수”


최만홍이 나가고 칠수는 한참이나 멍하게 앉아 있었다.


“j-1의 매력이죠. 저렇게 다양한 선수들이 함께 있다는 거요”


깜짝 회동에 대한 대답은 결국 ‘YES’였다.


물론 타카나와 오가와 선에서 해결할 문제지만, 겸사겸사 칠수와 인사를 하겠다는 의도도 있어 보였다.


“재미있겠네요, 교류전이라니”


심동연이 씁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우리 코리아FC는 교류할 단체가 없어!!”


사실 방금 자리에서 정 관장은 심동연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오는 길이었다.


J-1 대표가 심동연을 눈여겨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말요? 왜 저 안 부르셨어요??”


“일단 네가 그래도 한 단체 챔피언이잖아. 나중에 왕경호, 왕경남이랑 이야기해 보자고”


계단을 내려가는 데 갑자기 칠수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관장님, 업히세요”


“뭐?”


“빨리 업혀요”


“왜 그래, 이 자식아”


그러면서 싫지만은 않은 지 정 관장이 등에 업혔다.


“자, 역까지 그대로 달립니다!!”


선수부 전적 28승 1패라는 압도적 성적을 거두고 있는 슈퍼 멀티 짐의 두뇌. 정복남 관장은 이렇게나 선수들의 사랑과 존경을 한몸에 받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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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판정의 배후 20.01.15 560 7 11쪽
37 디아즈의 도발 20.01.14 544 8 9쪽
36 로킥에 집중 20.01.13 570 8 9쪽
» 입식 최강자의 가르침 20.01.12 601 10 10쪽
34 도장 깨기 20.01.11 601 9 10쪽
33 챔피언의 특권 20.01.10 642 10 12쪽
32 두 번의 고고플라타 20.01.09 625 8 13쪽
31 타이밍 태클 20.01.08 634 10 7쪽
30 UFL의 관심 +2 20.01.07 664 12 8쪽
29 카포에이라의 습격 20.01.06 687 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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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결승은 힘들어 20.01.02 705 1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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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예상은 빗나가고 19.12.31 751 12 9쪽
22 4강자의 자격 19.12.30 756 10 11쪽
21 고구라의 약점 +2 19.12.29 778 13 9쪽
20 그래플링 바보 +1 19.12.28 800 11 9쪽
19 나오키 신야 19.12.27 821 1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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