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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꽁장

D급 파이터 독심술을 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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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ob002
작품등록일 :
2019.12.09 16:12
최근연재일 :
2020.03.02 09:17
연재수 :
7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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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03
추천수 :
781
글자수 :
304,802

작성
20.01.10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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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4
추천
10
글자
12쪽

챔피언의 특권

DUMMY

이번엔 부상도 없었다.


하지만 칠수에게 너무 긴 하루였다.


인터뷰고 뭐고 모두 고사한 채 샤워하고 바로 침대에 누웠다.


“일어났냐?”


거실로 나가보니 정 관장과 이언규, 인계석, 연 실장, 최 대표 등 식구들이 모여 있었다.


그 가운데 있는 건 크라이드 라이트급 챔피언 벨트였다.


“너무 반짝반짝 빛나요”


연 실장이 신기하다는 듯 벨트 정면을 어루만졌다.


“이걸 가지려고 그렇게 싸우고 뒹굴고 그러는 거군요”


“꼭 그걸 쟁취하기 위해서만은 아니지”


소파 턱에 앉아 있는 최진호 대표의 말이었다.


“명예 때문이지. 인정받는 기분. 그건 느껴본 사람만이 알아”


손에 담배만 있다면 바로 물 기세였다.


“대표님도 그 기분, 느껴본 적 있어요?”


이언규가 물었다.


“그럼. 나도 고등학교 때 전국 대회 금메달도 따고 그랬는걸”


그때 누가 방문을 두드리더니 들어왔다. 크라이드 측 직원이었다. 손에는 비디오 하나가 들려 있었다.


“이게 뭐죠?”


칠수가 물었다.


“어제 기자회견 촬영본입니다”


기자회견.


기억나지 않았다.


“제가, 어제 회견을 했어요?”


“응, 아주 멀쩡히 했는데?”


“설마 기억나지 않는 거예요?”


연 실장이 물었다.


“아···. 전 샤워하고 바로 누운 줄 알았어요”


비디오를 찾아 바로 테이프를 넣었다.


“단기 기억상실증···.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야.”


영상 속의 칠수는 아주 멀쩡했다.


고구라와 서로 격려를 하고 헤비급 챔프 방어전에 성공한 알렉세이노프와 인사까지 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칠수 선수”


알렉세이노프에 대한 질문이 몇 차례 이어진 후 바로 칠수 차례로 돌아왔다.


“정말 힘든 경기였습니다. 준비한 전략이 몇 차례나 막혔죠. 그래도 운이 좋아 기술을 성공했네요. 함께 싸워 준 고구라 선수에게 감사드립니다.”


“고고플라타는 준비한 건가요?”


대답하려다 잠시 멈칫거렸다. 그러다 객석 멀리 앉아 있는 나오키 신야와 눈이 마주쳤다. 나오키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이건 나오키 신야 선수에게 배운 겁니다. 지난겨울 나오키가 저희 체육관을 방문해 일주일 정도 머문 적이 있는데요, 그때 나오키에게 고고플라타를 비롯해 많은 걸 배웠습니다.”


그러자 기자들이 뒤쪽에 있는 나오키를 바라봤다. 나오키가 손을 들자 직원이 마이크를 갖다 줬다.


“딱히 고구라 선수를 위해 알려준 건 아닙니다. 전 고구라 선수도 존경하고요. 당시 일주일 정도 머무르면서 정복남 관장 이하 단원들과 많은 기술을 공유했습니다”


그러자 바통을 고구라가 받았다.


“나오키 선수, 어떻게 그럴 수가!”


고구라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몸짓을 보이자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괜찮습니다. 저도 조만간 조칠수 선수에게 카운터 앞차기를 배우러 갈 겁니다. 괜찮나요, 칠수 선수?


칠수가 머리 위로 동그라미를 그렸다.


“저도 소감을 말씀드리자면, 칠수 선수의 준비가 더 완벽했다고 생각합니다. 저에 대한 준비를 아주 잘하고 온 것 같더라고요. 반면 저는 사실 그동안 하던 연습을 그대로 해온 거에 불과했습니다. 방심은 아니지만 방심했습니다”


다시 질문이 칠수에게 날아왔다.


“칠수 선수의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요?”


그때 정 관장이 ‘멈춤’ 버튼을 눌렀다.


“야, 너 그럼 이다음 말도 기억 안 나겠네?”


전혀 기억나지 않는 칠수였다.


“모···. 모르겠는데요?”


그러자 최 대표가 ‘재생’을 눌렀다.


“보면 알아···.”


칠수의 인터뷰가 이어졌다.


“일단 상대를 가리지 않고 모두와 방어전을 갖겠습니다. 또 그걸 넘는 포부가 하나 있는데요···.”


나카타 대표가 계속하라는 듯 손짓했다.


“나중에 헤비급 챔피언인 알렉세이노프와 싸워보고 싶습니다”


그러나 좌중에서 박수가 튀어나왔다. 나오키 신야는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를 질렀다.


자연스레 마이크가 알렉세이노프에게로 넘어갔다.


알렉세이노프의 말을 통역가가 번역했다.


“세게 때리지 말아 달라고 하네요”


다시 한 번 객석이 뒤집혔다.


칠수가 TV를 끄고 자리에 주저앉았다.


“미쳤지, 내가···.”


“기억 안 나나 보네, 저 형”


이언규가 말했다.


“아무튼, 일단 배고플 테니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나카타 대표가 카드 줬다”


최진호 대표가 신용 카드를 주머니에서 꺼냈다.


그날 저녁 제이슨, 나카타 등과 함께 면담을 했다.


다음 방어전 상대에 대한 면담이었다.


챔피언은 챔피언만이 가진 특권이 있다.


상대를 고를 수 있었다.


나카타가 내민 선수는 총 세 명이었다.


한 명은 교쿠라 마하 하야토였다.


라이트급과 웰터급을 오가는 강자로 날렵한 파이팅이 특기다.


하지만 하야토는 이미 칠수가 꺾었던 선수.


크라이드 8강전에서 빰클린치 니킥으로 1라운드에 쓰러트렸다.


그날 경기는 칠수에게도 하야토에게도 아쉬움이 컸다.


하야토의 감량고가 심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야토가 정중하게 요청하더라고요. 괜찮다면 싸우고 싶다고 말이죠”


제이슨 실장이 말했다.


이미 한 번 상대했지만 하야토는 방어전 상대로 손색없는 선수였다.


일단 칠수가 고개를 끄덕이고 다음 사진을 꺼내 들었다.


반쯤 풀린 눈에 파마머리를 한 외국 선수였다.


“미키······. 디아즈!!”


미키 디아즈는 UFL에서 넘어온 파이터다. 타격, 그래플링 모두 능한 선수로 하야토 못지않은 많은 전적을 가졌다.


디아즈가 무서운 건 기술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의 엄청난 맷집 때문이다.


아무리 때리고 때려도 쓰러지지 않는다. ‘좀비’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다.


거기다. 추가로 디아즈는 성격이 아주 개차반이었다. 고구라가 승부욕이 넘쳐 그런다면, 디아즈는 태생 자체가 ‘갱스터’였다.


경기 중 가운뎃손가락 올리는 것 정도는 예삿일이었다.


“디아즈랑 싸우면 일단 인내심이 필요하겠네요”


칠수의 말에 나카타가 웃었다.


“그래도 싸워 보면 재미있을 타입이지”


세 번째는 아주 동그란 머리를 가진 동양인이었다. 쌍꺼풀 있는 눈이 아주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다.


“이 선수는···?”


이름이 생각날 듯 생각나지 않았다.


“기시다 선수라네”


그제야 생각났다.


기시다 미츠히로.


일본을 대표하는 레슬링 파이터다.


기시다의 전략은 레슬링밖에 없다.


타이밍 태클, 그레코로만형 태클, `묻지마` 태클 모두 능했다.


일단 상대를 바닥에 눕힌 후 파운딩을 날리거나 초크 등으로 부숴버린다.


키가 작다는 점이 오히려 레슬러로서의 이점을 지니고 있다. 기시다는 170cm가 채 되지 않는다.


“뭐 하나 만만한 애가 없네···.”


정 관장이 머리를 감쌌다.


“챔피언의 길이라는 게 뭐 다 그렇지”


최 대표가 정 관장을 위로했다.


“대표님, 혹시 저희끼리 따로 나가서 이야기하고 와도 될까요?”


칠수가 나카타의 허락을 받고 건넛방으로 나갔다.


“어떻게 보세요, 관장님은?”


“일단 승산 먼저 계산해보자. 승산은 하야토가 최고지. 이미 꺾은 적 있으니까. 두 번째가 기시다, 세 번째가 미키 디아즈”


“디아즈가 그렇게 세?”


최 대표가 물었다.


“네, 제 생각으로는 셋 중 제일 힘들어요. 키도 제일 크고, 팔다리도 긴 놈이 주짓수도 능하고 타격도 좋고 맷집까지.”


“저도 제일 힘든 상대라고 봐요···. 그러면 경기 풀어나가기는 누가 좋을까요?”


칠수가 물었다.


“경기 내용 답답한 건 아마 기시다일 거야. 걘 그냥 죽어라고 태클만 치거든. 너무 빠르게 날아와서 맞추기도 힘들어.”


“그렇지. 내가 보기에도 기시다와 싸우면 정말 재미없는 경기가 될 거야. 가장 그림 좋아 보이는 건 하야토이긴 한데. 칠수 말대로 이미 꺾은 선수라서···.”


“야, 네가 싸우고 싶은 애를 말해 그냥”


정 관장이 칠수를 바라봤다.


“전, 이 선수와 싸우고 싶습니다”


같은 말을 나카타와 제이슨 앞에서도 반복했다.


“왜 이 선수지?”


나카타가 물었다.


“가장 재미있는 경기가 될 것 같아서죠”


칠수가 고른 파이터는 미키 디아즈였다.


디아즈를 고른 첫째 이유는 외국인이라서다.


챔피언이 될 때까지 칠수는 대부분 일본 선수와 싸웠다.


여덟 명 중 무려 여섯 명이 일본인이었다.


16강의 토마스 트리그, 결승의 겜스 펄버 정도뿐이었다.


둘째 이유는 승부심이다.


기시다와 하야토는 수도자 느낌이 난다.


하야토는 격투기 자체에 헌신하는 느낌이고, 기시다는 레슬링만 바라보는 레슬링 바보 느낌이다.


그런 선수에겐 승부욕보단 존경심이 앞선다.


반면 디아즈는 그렇지 않다.


‘f’ 자로 시작하는 욕을 서슴지 않는다.


소문에 의하면 마약 경력까지 있다. UFL에서 퇴출당한 것도 대마초 때문이었다. 물론 디아즈는 의약용으로 대마를 흡입하지만, 당시 경기 장소가 대마초가 금지된 곳이었다.


물론 철인 3종 경기를 취미로 하는 건전한 파이터이지만, 그냥 ‘생긴 거 자체’가 못돼 보이는 선수다.


“디아즈 선수라···.”


“재미있겠네요. 기대되네요, 저희도”


제이슨과 나카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경기에 관한 이야기를 마칠 즈음 나카타가 부탁하나를 했다.


“부탁이긴 한데···. 제발 들어줘야 할 부탁이네”

.

.

.

.

.

부탁의 내용은 엄청난 것이었다.


“전 가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매니저 연 실장의 말이었다.


“와, 그런데 거길 어떻게 안 가요. 무서워서라도 가겠네, 나 같으면”


이언규가 두 팔로 몸을 감싼 채 부들부들 떨었다.


“이미 간다고 했어, 어쩔 수 없지”


정 관장이 어깨를 으쓱 추켜 올렸다.


“그래서, 누가 가나요? 칠수 선수랑”


“많이 가는 것도 나쁠 것 같고. 일단 정 관장이랑 칠수 둘만 가기로 했어.”


최 대표가 설명했다.


나카타가 말한 장소는 시부야의 뒷골목에 있었다.


“이런 곳에, 그런 많은 사람이 들어갈 장소가 있다고요?”


칠수가 물었다.


“그 사람들이 자주 모이는 장소죠”


안내자는 제이슨 실장이었다.


골목으로 들어가자 중간에 빨갛게 칠해진 나무문 하나가 보였다.


“잊지 마세요, 들어가서 고개를 90도로 숙이는 것”


통로를 따라 들어가니 매캐한 담배 냄새가 풍겼다.


“깊게 들이키지 않는 좋을 거예요”


“왜요?”


정 관장이 물었다.


“대마초, 아편이니까”


꽤 깊게 들어가니 알렉세이노프만큼 큰 거구의 양복 사내가 보였다.


“하이, 미쿠”


제이슨이 손을 들자 사내가 고개를 숙였다.


문을 열고 들어간 곳은 바깥과는 영 딴판이었다.


복층으로 된 넓은 홀이었다. 실내 대부분은 목재로 구성돼 있었다. 아래쪽에 넓은 홀이 보이고 그 앞으로 무대가 보였다. 무대에선 벨벳 원피스를 입은 가수가 노래하고 있었다.


“이 노래 알아요, 만화에서 나온 노랜데···.”


칠수가 아는 척을 하자 제이슨이 웃었다.


“그 노래 부른 가수 당사자예요. Fly me to the moon”


제이슨을 따라 계단을 내려갔다.


칠수와 정 관장은 일단 보이는 모든 사람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홀 가장 앞쪽에 있던 테이블이었다.


그곳엔 선글라스를 쓴 대머리 사내 하나와 백발이 성성한 노인 한 명이 있었다.


“회장님, 말씀드린 조칠수 선수입니다”


제이슨의 소개에 노인이 칠수들을 바라봤다.


제이슨의 신호에 칠수와 정 관장이 허리를 90도 이상 숙였다.


“크라이드 라이트급 챔피언 조칠수입니다”


“조칠수의 관장, 정복남입니다”


그러자 대머리 사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이슨이 일어나라는 신호를 했다.


“그래요, 편하게 앉으세요”


회장이라 불린 노인이 앞에 의자를 가리켰다.


칠수들이 자리에 앉자 베트남 전통 의상을 입은 여성이 차를 내왔다.


“감사합니다”


“그래요, 우리도 인사해야지. 난 야마모토라고 해요. 여기는 비서 구로다”


구로다가 칠수에게 묵례했다.


“그래, 제이슨. 칠수 선수에게 우리를 뭐라 소개했나?”


그러자 제이슨이 회장에게 다가와 귓속말을 건넸다. 그 말을 들었는지 구로다의 표정이 날카롭게 변했다.


“하하, 뭐 맞는 말이지. 일단 우리 소개를 해보면 우리는 크라이드와 사업을 몇 개 크게 하고 있고, 지금 여기 있는 이 가게도 운영하고 있지”


칠수들이 들었던 말은 다음에 이어졌다.

.

.

.

.

.

“뭐, 어떤 사람들은 우리를 이렇게 부르기도 하지. 야쿠자라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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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후지카와의 음모 20.01.17 523 8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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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판정의 배후 20.01.15 561 7 11쪽
37 디아즈의 도발 20.01.14 545 8 9쪽
36 로킥에 집중 20.01.13 572 8 9쪽
35 입식 최강자의 가르침 20.01.12 603 10 10쪽
34 도장 깨기 20.01.11 602 9 10쪽
» 챔피언의 특권 20.01.10 645 10 12쪽
32 두 번의 고고플라타 20.01.09 626 8 13쪽
31 타이밍 태클 20.01.08 636 10 7쪽
30 UFL의 관심 +2 20.01.07 666 12 8쪽
29 카포에이라의 습격 20.01.06 688 9 9쪽
28 일본 손님 20.01.05 716 11 8쪽
27 챔프의 일상 20.01.04 712 10 10쪽
26 새로운 챔피언 20.01.03 703 10 9쪽
25 결승은 힘들어 20.01.02 706 10 9쪽
24 오마에와 오토코다 +1 20.01.01 741 12 7쪽
23 예상은 빗나가고 19.12.31 752 12 9쪽
22 4강자의 자격 19.12.30 758 10 11쪽
21 고구라의 약점 +2 19.12.29 781 13 9쪽
20 그래플링 바보 +1 19.12.28 804 11 9쪽
19 나오키 신야 19.12.27 826 1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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