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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꽁장

D급 파이터 독심술을 얻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스포츠

완결

dob002
작품등록일 :
2019.12.09 16:12
최근연재일 :
2020.03.02 09:17
연재수 :
78 회
조회수 :
51,798
추천수 :
781
글자수 :
304,802

작성
20.01.04 16:30
조회
711
추천
10
글자
10쪽

챔프의 일상

DUMMY

다행히 갈비는 큰 이상은 없었다. 실금이 간 정도였다.


“그래도 오랫동안 조심하셔야 해요”


담당 간호사가 말했다.


“얼마나 조심해야 하나요? 저 파이터인데...”


칠수의 말을 최진호 대표가 번역했다.


“5개월이라네···. 휴~ 길기도 해라. 괜찮네, 그래도 다음 상대 생각하면”


“다음 상대요?”


칠수가 물었다.


“뭐야, 모르고 있던 거야? 너 다음 상대는 진작 정해졌어.”


그러자 정 관장이 다가와 칠수 목에 베게 하나를 끼워줬다.


“얘가, 그랑프리 챔피언이 말이야. 그런 지식 하나도 없고. 자격이 없네, 없어.”


정 관장이 두 손으로 칠수의 어깨를 마사지했다.


“누군데요, 상대가?”


이언규와 인계석이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칠수를 내려봤다.


“아니, 형. 당연한 거잖아요. 형은 라이트급 그랑프리 챔피언. 그리고 고구라는 라이트급 챔피언. 형이 라이트급 챔프에게 도전하는 거죠”


“고구라?!”


그제야 상황이 정리된 칠수였다.


크라이드엔 두 종류의 챔피언 벨트가 있다. 토너먼트에 우승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그랑프리 챔피언 벨트. 그리고 체급 챔피언이 갖는 체급 챔피언 벨트다.


현재 라이트급 챔피언은 고구라 타카노리다.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고구라 부상이 잘 된 거야. 라이트급 챔프전이 의미가 있어지잖아”


정 관장이 말했다.


“그렇지. 만일 칠수가 결승에서 고구라를 꺾었으면 라이트급 챔프전이 이상해졌겠지”


최 대표도 정 관장의 말에 공감했다.


“안 그래도 크라이드 쪽에서 연락 왔어, 방금. 내일 고구라랑 기자회견 있대”


부상 선수들은 당일 대회 직후 열리는 기자회견에 일제히 빠졌다. 주먹을 다친 고구라, 갈비를 다친 칠수도 포함됐다. 만신창이가 된 펄버는 뼈에는 이상이 없어 회견에 참석했다.


금간 거엔 별로 할 조치가 없었다. 약을 처방받고 조심하라는 말만 듣고 퇴원했다.


“제대로 아물려면 3개월은 걸린다네. 3개월은 스파링에 조심해야 하겠어”


호텔로 들어온 칠수는 주위에 양해를 구하고 혼자 방에 틀어박혔다.


핸드폰도 꺼놓고, 식사도 죽으로 간단하게 해결했다.


7승 무패. 크라이드 라이트급 그랑프리 챔피언.


전적만으로는 챔피언이 되기엔 모자란 수준이었다.


2019년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회귀 전 챔피언이 되는 선수들은 최소 10전 이상을 쌓았다.


첫 단추가 좋았다. 운 좋게 최진호 대표의 눈에 들어 일본에서 전적을 첫 경기를 가졌다.


슈퍼 멀티 짐 대표 파이터 심동연의 경우 자기 이상으로 실력이 좋은 파이터인데, 똑같은 7승인데도 불구하고 국내 챔피언에 머무르고 있다.


전화기를 켜니 기자들의 통화 기록이 수십 개나 올라왔다.


<칠수 선수, 혹시 연락되시면 바로 전화 부탁드릴게요.>

<NBS의 고일준 기자입니다. 1분이면 되는데 통화 가능할까요...?>


기자들에겐 미안했지만 칠수는 피로감이 머리끝까지 오른 기분이었다.


1번을 눌러 집에 전화했다.


“여보세요?”


“엄마, 나.”


“그래, 우리 새끼, 경기 어떻게 됐니?”


“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요···.”


“뭐, 뭐라고···. 다시 한번 말해 봐라”


“챔피언 먹었다고···.”


그날 칠수는 전화통을 붙잡고 한참이나 울었다.


이튿날은 고구라와의 기자회견이 준비돼 있었다.


라이트급 타이틀전에 대한 기자회견이었다.


“고구라 선수, 부상은 어떻습니까?”


당연히 가장 먼저 나온 질문이다.


“아, 오른손 뼈가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뼈 붙이고 아무는 데만 몇 개월이 걸릴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최소 6개월 이후 경기를 제안합니다.”


6개월 후라면 2009년 4월이다.


고구라에 이어 칠수가 바로 마이크를 들었다.


“저도 갈비뼈에 금이 가, 쉬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고구라 선수가 말한 날짜, 저도 좋습니다”


“칠수 선수에게 묻겠습니다. 결승에서 고구라 선수를 만났을 때의 전략이 있었나요?”


“펄버 선수에겐 미안하지만, 전 결승에서 당연히 고구라 선수를 만날 거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고구라 선수에 대해 대비도 했습니다. 구체적인 건 모두 말씀드릴 수 없지만, 그라운드에서 승부를 본다는 계획이었습니다.”


“고구라 선수는 어떤가요?”


“아, 저는 좀 미안하네요. 사실 전 나오키 선수가 올라올 거로 생각했습니다. 미안합니다. 칠수 선수”


고구라가 손을 들어 칠수가 괜찮다고 화답했다.


“그래서 나오키전을 준비했는데요, 제가 준비한 내용은 칠수 선수가 보여준 것과 매우 비슷했습니다. 자세를 낮추고 타격으로 맞추는 전략이죠.


칠수 선수에 대해선 그냥 ‘자연체로’ 싸우려는 계획이었습니다. 무아의 경지에 이르러 흐름에 몸과 마음을 맡기는 계획이었죠“


“고구라 선수에게 묻겠습니다. 고구라 선수가 생각하는 칠수 선수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타격도 그라운드도 좋지만, 칠수 선수의 최대 장점은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흔들리지 않는 강한 정신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칠수 선수는 어떤가요?”


“네, 제가 생각하는 고구라 선수의 장점은 강한 타격과 승부욕 같습니다. 타격이야 익히 알려진 장점이지만, 제가 정말 부러운 건 고구라 선수의 승부욕입니다. 저런 투지가 있다면 지고 있는 경기도 뒤집을 수 있죠.”


경기가 끝나자 제이슨 본부장과 따로 자리를 마련했다. 새로운 계약서 작성이었다.


계약서는 두 종류였다. 하나는 경기당 100만 엔으로 총 다섯 경기 계약이다. 지난 개런티에 비해 두 배가 올랐다.


다른 하나 역시 다섯 경기인 건 같았다. 하지만 방식이 달랐는데, 무패일 경우 다섯 경기 모두 150만 엔씩, 패배할 경우 직후 경기부터 50만 엔이 된다.


“굉장히 재미있는 계약서네요, 관장님”


“그러게, 생각을 좀 해봐야겠어.”


제이슨을 내보내고 정 관장과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눴다.


“어떻게 생각하냐, 칠수야?”


“두 번째 계약서만 보자고요. 최소 350만엔, 최대 750만 엔이에요. 첫째는 500만 엔이죠”


“관장인 내 입장에서 볼 땐 첫 번째가 나은 거 같다. 만일 고구라를 꺾는다고 하더라도 타이틀 도전자들이 만만치 않을 거야. 이 바닥에 무패 기록은 흔치 않아.”


정 관장은 냉정하게 평가했다.


하지만 칠수의 생각은 달랐다. 독심술이 있기 때문이다.


상대가 어떤 공격을 할지 안다는 건 그 누구도 갖추지 못한 비장의 무기다.


“관장님, 저 도전해볼래요···.”


칠수의 마음은 이미 두 번째로 많이 기울어져 있었다.


“하···. 정말···. 자신 있는 거야?”


“네, 자신 있습니다!”


칠수가 자기 두 뺨을 세게 내리쳤다.


“아자! 할 수 있다!”


소리를 들은 제이슨이 안으로 들어왔다.


정 관장이 제이슨에게 손가락 두 개를 꺼내 들었다.


두 번째 계약서란 뜻이다.


한국의 반응도 뜨거웠다.


김포공항에서 기자회견을 해야 했다.


“조칠수! 조칠수!”


팬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보통 격투기 선수 하면 남자 팬이 많은 법인데, 어째 칠수의 팬들은 7할이 여자였다.


“꺄악, 오빠! 사랑해요!”


“격투 바보, 조칠수!!!”


광고 모델 제안까지 받았다. 하나가 아니었다.


발기 치료제, 스포츠 의류 브랜드, 슈퍼 히어로 장난감 하나였다.


“칠수야, 돈은 발기 약이 최고야. 5천만 원 준대”


어느덧 매니저 노릇까지 하는 정 관장이었다.


“관장님, 아무리 그래도 발기약은....”


결국, 칠수가 택한 건 뒤 두 개의 광고였다.


스포츠 브랜드는 단독도 아니고 개런티도 낮았으나 보장 기간이 길었다.


아이들 장난감은 이미지 제고 측면에서 나쁘지 않았다.


쇼 프로그램, 언론, 광고주 등 날이 갈수록 칠수를 찾는 사람이 늘었다.


칠수와 정 관장만으로는 대응이 너무나도 힘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인계석이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이모? 아줌마?”


“아뇨, 우리 이모 나이 안 많아요. 이제 서른 살인데요”


“내 또래네? 그런데 매니지먼트사를 차렸다고?”


“일단 만나볼래요, 형?”


계석의 이모는 연상연이라는 여자였다. 선이 곱고 피부가 하얀 게 인계석과 많이 비슷했다.


“아니, 관장님. 왜 이모 차만 다른 거예요?”


칠수와 인계석에겐 커피를 준 정 관장, 연상연에겐 고급 보이차를 달여 왔다.


“여성분들은 항상 몸 생각하셔야 한다니까. 보이차입니다. 후후”


알고 보니 연상연은 격투기 마니아였다. 칠수는 물론 이언규와 심동연에 대한 정보도 있었다.


“아직은 레슬링은 이언규 선수가 낫고 타격은 우리 인계석이죠. 그런데 심 선수와 칠수 선수는 운영 능력이 굉장한 거 같더라고요”


격투 이외 분야의 매니저였으나, 격투기에 대한 지식도 상당했다. 오모플라타, 크루서픽스 자세까지 알고 있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칠수가 관장을 밖으로 따로 불렀다.


“응? 난 뭐 맘에 들어. 착한 거 같고 스타일도”


“아니, 뭔 소리세요. 매니저 계약요”


정 관장은 이미 눈에 하트가 단단히 박힌 모양이었다.


“어? 어, 좋지. 똘똘해 보이기도 하고, 격투기를 잘 아니까 이쪽에 대한 이해도 있을 거고”


계약서를 작성할 동안 정 관장은 연상연 매니저에게 눈을 떼지 못했다.


“꿀 떨어진다, 관장님”


심동연이 칠수에게 속삭였다.


“하하, 계약서 서명하셨으니, 이제 우리 칠수 선수 관리에 대해 저랑 따로 이야기 좀 하시죠. 우리 밖에서 차 마시고 올게~”


정 관장이 얼떨떨해하는 연상연 매니저를 데리고 나갔다.


상금으로 칠수는 아버지에게 차를 뽑아드렸다.


웬만한 사고에도 끄떡없는 사륜구동 차였다. 미래에 다가올 수 있는 사고에 대한 방패막이였다.


“이야, 내가 자식 덕도 다 보는 구나. 고맙다!”


별로 웃지 않는 칠수 아버지도 하얀 이를 드러냈다.


어머니에게는 명품 가방을 사드렸다.


“아유! 돈 아끼지 이게 뭐야!”


소리 지르면서도 미소를 숨기지 못하는 어머니였다.


어머니에게 명품 가방을 선물한 칠수가 옷을 다시 갈아입고 신발을 신었다.


“얘, 또 어디 가?”


후드를 뒤집어쓴 칠수가 말했다.

.

.

.

.

.

“달려야지. 챔피언인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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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크라이드의 자객 20.01.16 560 8 9쪽
38 판정의 배후 20.01.15 561 7 11쪽
37 디아즈의 도발 20.01.14 545 8 9쪽
36 로킥에 집중 20.01.13 572 8 9쪽
35 입식 최강자의 가르침 20.01.12 603 10 10쪽
34 도장 깨기 20.01.11 602 9 10쪽
33 챔피언의 특권 20.01.10 644 10 12쪽
32 두 번의 고고플라타 20.01.09 626 8 13쪽
31 타이밍 태클 20.01.08 636 10 7쪽
30 UFL의 관심 +2 20.01.07 665 12 8쪽
29 카포에이라의 습격 20.01.06 688 9 9쪽
28 일본 손님 20.01.05 715 11 8쪽
» 챔프의 일상 20.01.04 712 10 10쪽
26 새로운 챔피언 20.01.03 703 10 9쪽
25 결승은 힘들어 20.01.02 706 10 9쪽
24 오마에와 오토코다 +1 20.01.01 741 12 7쪽
23 예상은 빗나가고 19.12.31 752 12 9쪽
22 4강자의 자격 19.12.30 758 10 11쪽
21 고구라의 약점 +2 19.12.29 781 13 9쪽
20 그래플링 바보 +1 19.12.28 804 11 9쪽
19 나오키 신야 19.12.27 825 1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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