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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서사시입니다.

신어(神語) : 말하는 대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원룸서사시
그림/삽화
원룸서사시
작품등록일 :
2018.04.15 23:15
최근연재일 :
2019.05.28 17:49
연재수 :
17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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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159
추천수 :
105
글자수 :
859,218

작성
18.05.13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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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35화

DUMMY

난관에 부딪혔을 때의 대처 능력, 원인부터 차근차근 짚어가는 사고 방식, 그것들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행동력.

이 아이, 카야와 닮았다.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는 것은 언제 봐도 대단하구나.


퇴근시간이 조금 넘을 때까지 상담을 지속한 나는 답례의 의미로 저녁식사를 대접하러 외출에 나섰다. 많은 인구가 주거하는 곳인 만큼 꽤 괜찮은 식당도 많은 덕에 먼 길을 헤메지 않고 배를 채울 만한 자리를 찾은 우리는 거부감이 들지 않을 정도로 식사를 마쳤다.

아츠시가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며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줄곧 말이 없던 에다 씨와 나만 남아 어색한 분위기 속에 겨우 찰랑일 정도로만 남은 맥주를 홀짝이던 내게 휴대전화를 들이민 그녀의 갑작스런 대화신청에 잔을 입에서 떼어내는 것을 잊고 화면에 비친 문장을 읽었다.


‘저는 보시다시피 말을 못해서 이렇게라도 대화하는 점, 이해해주세요.’

나이대에 비해 상당히 어른스러운 말투를 쓰는구나, 싶었다. 아직 어린 아츠시보다 훨씬 어려보이는 그녀에게 다들 ‘~씨’ 라는 호칭을 붙이는 점을 봐선 사실 나이가 많다거나 하진 않을까, 라는 호기심이 들었다.


“괜찮아요. 꼭 감사하다고 말씀을 드리고 싶었는데 제가 붙임성이 좋지 않아서 기회만 보고..하하.”

늘상 뚱한 표정을 짓고 있던 에다 씨에게는 말을 건넬 기회가 없었다. 혹시 상당히 짜증이 나있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말을 붙이기도 어려워하던 중에 이런 짤막한 대화는 분위기를 환기시켜줄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다.


‘아츠시는 카야랑 많이 닮았어요. 어린 녀석이 생각하는 면이나, 행동하는 면이 남다르네요.’

술기운이 어렴풋이 도는 탓에 ‘어리다면 그 쪽이 더..’라며 장난을 칠까 고민해봤지만, 물과 함께 말을 삼켰다.


“카야랑 닮았다고 느낀 건 아마 같은 능력을 갖고 있어서가 아닐까 싶었어요. 카야도..아츠시도.. 정말 멋진 능력을 갖고 있잖아요? 정확히 뭔지는 뭘라도..”

목에서 대기중인 생각을 말하기 전에 다시 맥주로 목을 축였다. 본심이 드러나기 전에 약간의 자신감을 얻기 위한 행동이기도 했다.


“솔직히 부러워요.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니..카야에게 처음 전해들었을 때는 ‘혹시 나도?’라며 허구한 날 시도해봤는데~역시! 꽝이더군요.”

그 다음 대사는, 지금에 와서는 하지 말았을 것이 좋았다는 생각을 한다.


“나도 그 힘이 있었으면...지금쯤 미사키랑....정말...짜증날 정도로 부럽네요, 당신들이.”

표정은 잘 모르겠지만, 분명하게 나를 쳐다보던 에다 씨의 얼굴을 제대로 응시하지 않고 테이블만 내려다보던 나는 방금의 말에 대한 책임감을 회피하는 중이었을 것임이 분명하다.


“소장님이 오시는 중이래요. 마침 근처에서 미팅...에다 씨?”

방금 전까지 전화를 받았는지 휴대전화를 손에 들고 있던 아츠시는 말을 잇지 못했다.


“아아, 아무것도 아니야. 에다 씨, 방금은 그저 술취한 홀아비의 말실수라고 생각하고 넘겨주세요. 죄송합니다.”

발음이 조금 꼬였던 건 의도한 바가 아니었다만, 술이 면죄부가 될지도 모른다는 이기적인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매웠던 것은 사실이다.


“난 마저 처리할 회사 일이 있어서 말이야, 먼저 가볼게. 계산은 미리 해놨으니까 천천히 일어나.”

계산을 하러 간다면 형식상으로나 진심으로나 자신의 몫을 내고싶어하는 사람들의 행동이 싫었던 나는 아직 하지도 않은 계산을 미리 끝내놨다는 거짓말을 해버렸다. 어차피 내가 한다는 점은 바뀌지 않지만 ‘어쩌지, 이미 해버렸는 걸’을 들이밀면 상대방도 어찌 하지 못한다는 것을 사회생활에서 배워버려 요긴하게 써먹어버렸다.


계산을 마치고 밖에서 담배를 태우다 뒤를 돌아봤을 때 마주한 작은 아이는 왠지 생각이 많아 보였다.

이유를 알고 있지만 알고 있지 않으며, 알고 싶지 않다며 나를 또 속여버렸다.


집에 돌아가던 길, 갈 곳 없는 원망이 나지막하게 뱉은 욕은 비겁해보이기까지 했다.


——————————————————-


“자, 누른다?”

삑-하는 전자음과 동시에 몸을 던지듯 땅을 박찼다. 100미터의 기록을 재기 위해선 150미터를 달린다고 생각하라 했던가, 눈은 놀이터 주위에 만든 트랙의 끄트머리 즈음 그어진 실선 너머에 있는 곳을 응시했다.


“14.2초!”

이 나이대의 남자애들의 평균치와 거의 다를 것이 없었다. 특별한 기록을 내심 바라던 나로선 실망감이 앞설 수 밖에 없는 수치였다.


‘앞으로 위험한 일을 제외하곤 신어를 쓰지 않기로, 약속할 수 있지?’

카야가 내건 약속을 지키기 위해선 신어가 없어도 자신의 몸 정도는 지킬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만 신어가 없이는 그저 평범한 청소년에 불과했다.


“첫 술에 배가 부르겠냐고 하잖아. 앞으로 빨라지겠지.”

손에 들고있던 이온음료를 건네준 노아는 벤치 옆자리에 앉아 메모장에 오늘의 날짜와 기록을 적었다.


“해가 지면 조금 시원해질거라 생각했는데”

열대야는 여름철 단골 손님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장마철의 흐린 하늘이 햇빛을 가린다 해도 예외는 없었다.

카이토와의 상담 이후로 헤어질 때의 찝찝한 감정이 사라지질 않아 운동이나 해볼 겸 달리기를 하던 중, 마침 노아의 연락이 오는 바람에 얼떨결에 기록 측정이 되어버렸다.


카이토를 처음 만났던 빌딩으로 달려가던 때의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지금의 기록보다 훨씬 빨리 달렸던 것만은 확실하다. 물론, 그 날은 하루종일 발목이 뻐근했지만.

“일부러 쓰지 않는 거야?”

주어가 없더라도 알아듣기에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응. 당장은 아니더라도, 앞으로는 없이 사는데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생각해서.”


마지막으로 놀이터를 방문했을 때를 떠올려보면 그때와 지금은 많은 것이 바뀌어있었다. 많은 일들을 차례대로 되짚어보면 짧았던 날들은 하루하루가 거리감이 느껴질 정도로, 정말로 많은 일이 있었다.

없던 힘이 생긴 것이 아니라 있던 것을 발견했을 뿐인데.


“또 또. 생각이 많으신가봐.”

내 주위엔 어째서인지, 찰나를 포착하는 특기를 가진 사람이 꽤나 많다고 생각했다.


“있잖아, 이 힘이 정말 신의 것이라면..왜 신은 이 힘을 인간에게 줬을까?”

신어를 사용하게 된 이후의 일들을 아무리 되짚어봐도 행복한 기억이 없었다. 마치 악운을 끌어당기는 자석이라도 달고 다니는 신세가 되기라도 한 것 같다.


“사람은 약하잖아.”

짧은 고민 이후에 튀어나온 답이 이목을 끌었다.

“동물들은 지진이 나기 전에 미리 알아차린다고 하잖아? 태풍이 오면 나무처럼 버틸 뿌리도 없고, 동물들처럼 빨리 달리지도 못하고, 주위의 누군가가 위험에 처하면 본인의 목숨을 내던지면서까지 뛰어들기도 하고.”


“그게 인간으로 태어나서 당연한 것들이고 그게 ‘인간다움’이라면, 약하다는 것이 본성이겠지. 그래서 언어라는 힘을 준 게 아닐까?”

반박할 시간도 없이 몰아치는 노아의 언변에 입만 벌리고 듣고 있던 내게는 사실 반박할 거리도 없었다. 전부 옳은 말이고 납득할 만한 말이다.


“라는 게 내 생각이야. 마침 나도 요 며칠 고민하고 있던 부분이거든.”

그저 납득할 수 밖에 없었다. 노아의 말대로 인간은 약하다.

다만, 짐승의 발톱을 대신할 힘을 얻은 인간이 과연 생존을 위해서만 힘을 썼던가?


“노아는 인간이 악하다고 생각해?”

너무 뜬금없는 질문을 받은 그녀는 등받이에 몸을 뉘워 편한 자세로 하늘을 올려다봤다. 해가 진 이후의 희뿌연 하늘은 마치 수조에 군청색 물감을 잘 풀어낸 뒤 흰 물감을 섞이지 않게 얹은 모습이었다.


“글쎄..악한 사람도 있긴 하지만 내 주위엔 착한 사람이 더 많은데?”

집단 따돌림에 가담한 사람들은 ‘내가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변명한다. 남을 짓밟고 올라서지 않는 이상 자신이 짓밟히게 되는 기이한 양상은 짐승들의 세계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한다.

다른 개체를 밟고 올라서지 않는 이상 살아갈 수 없는 이유는 약하기 때문일까, 악하기 때문일까.


이마에 차가운 것이 느껴져 고개를 뒤로 뺐을 때는 조금 전에 노아의 손에 들려있던 음료수가 눈에 들어왔다. 앉아있느라 뻐근했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피며 고개를 좌우로 돌려보던 노아가 적당히 가로등의 빛을 가려 눈에 오던 피로가 덜어졌다.

“너무 고민하려 하지 마. 그렇게 오랫동안 앉아서 암울한 표정으로 고민만 하다가 지박령 된다?”

고민하다가 지박령이 된다니, 그건 나름대로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과 비슷한 모습이 되어 훗날 놀이터를 지나가는 사람이 생각하기에 인생을 오마주에 바쳤다며 감탄사를 내뱉을 지도 모른다며 장난을 걸었다.

역시 노아는 한 번 웃을 때는 더위를 잊어버릴 정도로 시원하게 웃어줬다.


“퇴마사라도 와서 어떤 한이 맺혔냐고 물어봤을 때 ‘그러게요. 그게 뭐였는지 생각하는 중이에요.’라고 대답해도 웃기겠다.”

덩달아 배꼽을 잡고 웃던 우리가 만든 소음이 너무 컸는지 불이 꺼져있던 방에 불이 켜지기도, 커튼을 신경질스럽게 쳐버리는 모습도 보고 나서야 자제하자며 입에 손가락을 얹었다.


놀이터와 가까운 낮은 층의 세대가 커튼 너머로 거실의 불이 켜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을 때는 머릿속의 사고회로에도 어떠한 램프가 반짝였다.


“한?”


“응? 한 이라니?”

너무 웃어버려 입가가 당기는지 손으로 어루만지던 노아도 웃음기가 가셔버린 나의 표정을 마주하면서 천천히 웃음기가 가셨다.


“아..한이었어. 정답은 한이구나...”

휴대전화를 꺼내들어 카이토의 번호를 뒤지고 발신 버튼을 누르려던 찰나에 하얀 손이 튀어나와 휴대전화를 잡아내렸다.


“아츠시, 지금 시간에 전화는 민폐야. 왜 그렇게 급해?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것처럼..”

웃고 떠들던 사이에도 시간은 흘렀다. 휴대전화의 상단을 확인했을 때는 외출한 지 두 시간이 넘게 지나 어느덧 시침이 중심을 지나 1에 향해있었고, 아직까지 집에서 연락이 한 통도 오지 않았던 것이 이상할 정도로 늦은 시간이었다.


“그렇네..일단 돌아가는 걸로..는 그보다 넌 집에 어떻게 가게?”

이미 시간을 알고 있었을텐데 노아는 굳이 시간을 한 번더 확인 했다, 마치 내게 지금이 매우 늦은 시간임을 강조하는 것처럼.


“글쎄. 뭣하면 자고 갈까?”

분명 장난으로 던진 말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머리를 강하게 얻어맞은 나는 일순간 사고가 정지되었다. 급정거한 열차가 사고를 일으키는 것처럼 휴대전화를 떨어트린 모습이 꽤나 볼만했다고 생각한다.


“아..아니. 지금은 집에 어머니도 계실테고..”

심야임을 강조하면서 조용하자던 방금 전까지의 모습은 사라지고 웃음이 터져버린 노아는 손바닥으로 등짝이 얼얼할 정도로 후려쳤다. 말로 얻어맞은 이후의 몸에 온 타격의 고통은 딜레이가 걸려 뇌로 전달되었다.


“알고 있으니까 하는 말이지! 뭔 생각을 한 거야 너! 크흐흐...”

그녀가 내게 들이민 휴대전화의 화면에는 주고받은 메세지의 내용이 표시되어 있었다. 수신자의 번호는 이미 내게는 너무 익숙한 번호, 어머니의 번호였다.


‘사가네 씨. 지금 아츠시랑 아파트의 놀이터에서 잠깐 대화중이에요. 아츠시가 연락을 미리 드리지 않았다 해도 걱정은 안하셔도 될 것 같아요!’

‘괜찮아. 안그래도 너희 목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서 나도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있었단다. 많이 늦어질 것 같으면 우리 집에서 자고 갈래?’


애초에 먼저 자고갈 것을 권유한 것은 어머니의 쪽이었다. 스크롤의 길이가 위로 길게 이어진 것을 보면 오늘 외에도 이미 전부터 연락을 주고 받았던 것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


“저번에 너희 집에서 얘기를 나눴을 때 얼떨결에 우리집 사정에 관해서도 말씀드린 적이 있었거든. 너도 알잖아, 부모님이 잘 안계시는 거.”

노아도 나처럼 부모님의 잦은 출장으로 혼자 집에 있는 경우가 잦았다. 어머니는 그 점을 고려하셨던 걸까.


“뭐, 네가 싫다면 이 늦은 밤에 혼자 집으로 갈 수는 있어. 조금 위험하겠지만?”

이건 뭐 협박과 다를 바가 없다. 내겐 선택지가 없었다.


휴대전화의 발신 버튼을 눌렀다.


“아..엄마. 지금 노아랑 놀이터에 있는데..응. 오늘 집에서..”

‘집에서’까지만 나왔지만 뒤에 이어질 말을 알고 계시던 어머니는 ‘그래라~’라며 순식간에 승낙하시고 전화를 끊는 바람에 어안이 벙벙해진 상태로 전화가 끊겨 배경화면만 비추는 휴대전화를 멍하게 쳐다봤다.


“자, 그러면 편의점에서 간식이라도 사갈까?”

언제나 휘둘리는 쪽은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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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늦었지만 불량해보이진 않는데요.”

뉘어있던 조수석의 시트를 바르게 세운 남성은 옆자리에서 팔짱을 낀 채로 생각에 잠겨있는 모습의 남성이 반응을 하지 않자 조금 전보다 가깝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듣고 있으니까 치워.”


“부럽네요~ 나도 저 나이때 저런 여자친구가 있으면, 하고 생각했는데.”

긴 시간을 차량에 몸을 숨겨 지켜보느라 몸이 뻐근했는지 기이한 괴성과도 같은 것을 뱉으며 몸을 베베꼬던 남자는 핸들에 손을 올리고 말을 이어갔다.

“따라갈까요?”

옆자리의 남성은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시간도 늦었고, 내일 다시 와야지.”

차량은 엔진 시동음을 여러번 뱉었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에..차량 점검은 제때 하셨어요?”

옆에서 자꾸 깐족거리는 후배녀석의 머리를 한 대 쥐어박아주고 싶었지만 참았다. 어차피 타겟도 이미 사라졌으니 느긋하게 수리를 부르고 담배나 태울까, 라며 한숨을 뱉고 조수석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키리 씨..저기, 아는 사람이세요?”

알 수 없는 말을 뱉던 후배를 쳐다봤을 때는 운전석의 유리창 바로 앞에 누군가가 서있는 모습이었다. 정장을 입은 키가 큰 여성, 그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밖에서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려 창문을 내리려는 모습에 허리춤에 찬 묵직한 금속을 잡아 빼어 소리쳤다.


“엎드려!!”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어 겨냥하려던 순간, 사라졌다. 찰나의 순간에 선팅된 차량 내부의 움직임을 보고 피한 건가? 보통내기의 움직임이 아니다.


“갑자기 왜 총을 겨누고 그래요!! 누군지도 모르는”

“알아. 누군지 알아서 겨눈 거야.”

차에서 내려 주위를 살폈을 때, 여성은 이미 종적을 감춰버렸다.


“귀신이에요?”

문을 열고 내리는 순간에 시야에서 사라진 모습은 귀신으로 착각할 여지도 충분하다.


“다짜고짜 총을 꺼내면 무섭잖아요.”

목소리가 난 곳을 겨냥했을 때는 목표가 생각보다 조금 아래에 위치해있었다. 반팔 티셔츠에 헐렁한 반바지를 입은 키가 작은 남자아이, 이 아이도 누군지 알고 있다.


“또 겨누네..그거 발사는 되는 거에요?”

주머니에 손을 넣고 슬리퍼를 아스팔트에 질질 끌면서 걷는 모습은 절대로 총이라는 무기를 마주한 어린 아이의 모습이 아니었다.


“조금 전에는 인사라도 드리고 오라고 한 거에요. 그런데 요즘은 총으로 인사를 하나봐요? 그렇다면..”

소년이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는 것을 감지하고 총구를 겨누려 팔에 힘이 들어가기 전, 소년은 이미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어디로 사라졌는 지 알게 된 것은 뒤통수로 차갑고 묵직한 느낌이 느껴졌을 때였다.


“이런 걸로 몸을 지킬 수 있긴 한 건가..”

온 신경이 후방으로 집중된 사이, 손에 들고 있던 권총은 어느새 소년의 손에 들려져 있었다.


“본론으로 가죠. 어줍잖게 개입하려 하지 말고 깔끔하게 사라져주세요.”

“왜 죽였지”

소년은 다시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가 꺼낸 것은 흉기가 아닌 그저 부드러워 보이는 천 쪼가리, 내게서 빼앗아간 총에 묻어있는 지문을 천으로 문질러 지운 소년은 천으로 총신을 감싸 내게 건네었다.


“대답이 틀리잖아요.”

목 뒤로 따가운 것을 찔러넣는다는 것만이 느껴진 이후로 뒤를 돌아보기 전에 몸이 앞으로 기울었다.


작가의말

항상 고생하시는 경찰분들을 응원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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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 시즌3. 32화 19.05.26 58 0 9쪽
174 시즌3. 31화 19.05.25 57 0 8쪽
173 시즌3. 30화 19.05.23 78 0 13쪽
172 시즌3. 29화 19.05.21 54 0 9쪽
171 시즌3. 28화 19.05.19 131 0 8쪽
170 시즌3. 27화 19.05.18 61 0 8쪽
169 시즌3. 26화 19.05.09 70 0 8쪽
168 시즌3. 25화 19.05.07 95 0 9쪽
167 시즌3. 24화 19.05.05 108 0 11쪽
166 시즌3. 23화 19.05.04 115 0 10쪽
165 시즌3. 22화 19.05.02 92 0 14쪽
164 시즌3. 21화 19.04.30 88 0 12쪽
163 시즌3. 20화 19.04.28 58 0 10쪽
162 시즌3. 19화 19.04.27 64 0 8쪽
161 시즌3. 18화 19.04.25 126 0 13쪽
160 시즌3. 17화 19.04.23 66 0 10쪽
159 시즌3. 16화 19.04.21 79 0 11쪽
158 시즌3. 15화 19.04.18 68 0 9쪽
157 시즌3. 14화 19.04.16 83 0 8쪽
156 시즌3. 13화 +2 19.04.14 104 0 13쪽
155 시즌3. 12화 19.04.13 91 0 10쪽
154 시즌3. 11화 19.04.11 111 0 9쪽
153 시즌3. 10화 19.04.09 104 0 10쪽
152 시즌3. 9화 19.04.07 101 0 12쪽
151 시즌3. 8화 19.04.06 103 0 11쪽
150 시즌3. 7화 19.04.04 104 0 10쪽
149 시즌3. 6화 19.04.02 77 0 11쪽
148 시즌3. 5화 19.03.31 87 0 12쪽
147 시즌3. 4화 19.03.30 140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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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시즌3. 2화 19.03.27 100 0 15쪽
144 시즌3. 1화 19.03.25 112 0 10쪽
143 시즌3 프롤로그 19.03.23 98 0 1쪽
142 시즌2를 마치며. 19.03.20 113 0 5쪽
141 137화 19.03.19 113 0 14쪽
140 136화 19.03.16 127 0 14쪽
139 135화 19.03.12 103 0 12쪽
138 134화 19.03.09 123 0 16쪽
137 133화 19.03.06 115 0 14쪽
136 132화 19.03.03 118 0 13쪽
135 131화 19.02.28 169 0 12쪽
134 130화 19.02.25 10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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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128화 19.02.20 137 0 12쪽
131 127화 19.02.17 11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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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105화 18.12.09 216 0 13쪽
108 104화 18.12.05 200 0 13쪽
107 103화 18.12.01 222 0 12쪽
106 102화 18.11.28 270 0 14쪽
105 101화 18.11.25 237 0 10쪽
104 100화 18.11.22 247 0 14쪽
103 99화 18.11.18 253 0 11쪽
102 98화 18.11.15 282 0 14쪽
101 97화 18.11.12 237 0 16쪽
100 96화 18.11.08 275 0 12쪽
99 95화 18.11.05 257 0 13쪽
98 94화 18.11.02 266 0 10쪽
97 93화 18.10.30 344 0 11쪽
96 92화 18.10.27 262 0 10쪽
95 91화 18.10.24 345 0 8쪽
94 신어 90화 18.10.21 282 0 8쪽
93 신어 89화 18.10.18 290 0 10쪽
92 신어 88화 18.10.15 326 0 8쪽
91 신어 87화 18.10.11 283 0 9쪽
90 신어 86화 18.10.08 298 0 12쪽
89 신어 85화 18.10.05 293 0 13쪽
88 신어 84화 18.10.03 274 0 10쪽
87 신어 83화 18.09.30 284 0 12쪽
86 'Acta est fabula' 18.09.28 299 0 1쪽
85 '저주의 마녀' 에필로그 18.09.25 341 0 4쪽
84 신어 82화 18.09.25 323 0 12쪽
83 신어 81화 18.09.23 302 0 7쪽
82 신어 80화 18.09.21 322 0 9쪽
81 신어 79화 18.09.18 328 0 10쪽
80 신어 78화 18.09.15 309 0 7쪽
79 신어 77화 18.09.12 366 0 13쪽
78 신어 76화 18.09.09 340 0 9쪽
77 신어 75화 18.09.07 383 0 10쪽
76 신어 74화 18.09.04 482 0 14쪽
75 신어 73화 18.09.01 355 0 15쪽
74 신어 72화 18.08.29 357 0 13쪽
73 신어 71화 18.08.26 346 0 14쪽
72 신어 70화 18.08.23 329 0 14쪽
71 신어 69화 18.08.19 495 0 13쪽
70 신어 68화 18.08.15 380 0 12쪽
69 신어 67화 18.08.12 440 0 11쪽
68 신어 66화 18.08.10 364 0 10쪽
67 신어 65화 18.08.07 395 0 13쪽
66 신어 64화 18.08.04 370 0 10쪽
65 신어 63화 18.07.31 542 0 10쪽
64 신어 62화 18.07.28 347 0 11쪽
63 신어 61화 18.07.25 401 0 10쪽
62 신어 60화 18.07.21 668 0 13쪽
61 신어 59화 18.07.19 399 0 15쪽
60 신어 58화 18.07.16 386 0 13쪽
59 신어 57화 18.07.14 402 0 17쪽
58 신어 56화 18.07.12 434 1 13쪽
57 신어 55화 18.07.09 435 0 12쪽
56 신어 54화 18.07.05 434 0 15쪽
55 신어 53화 18.07.03 415 0 11쪽
54 신어 52화 18.07.01 460 0 15쪽
53 신어 51화 18.06.29 485 0 12쪽
52 신어 50화 18.06.27 457 0 12쪽
51 신어 49화 +2 18.06.24 507 0 12쪽
50 신어 48화 18.06.22 468 0 12쪽
49 시즌 1 에필로그 18.06.20 537 0 2쪽
48 47화 18.06.20 434 0 11쪽
47 46화 18.06.17 448 0 9쪽
46 45화 18.06.13 433 0 13쪽
45 44화 18.06.10 416 0 9쪽
44 43화 18.06.07 457 0 10쪽
43 42화 18.06.02 448 1 10쪽
42 41화 18.05.29 772 1 10쪽
41 40화 18.05.24 472 1 10쪽
40 39화 (수정) 18.05.20 479 1 13쪽
39 38화 18.05.18 479 1 12쪽
38 37화 18.05.17 469 1 14쪽
37 36화 18.05.15 469 1 13쪽
» 35화 18.05.13 495 1 16쪽
35 34화 18.05.13 602 1 12쪽
34 33화 18.05.11 779 1 13쪽
33 32화. 18.05.10 530 1 13쪽
32 31화. 어떠한 충고일지라도 길게 말하지 말라 -호라티우스- 18.05.09 502 1 13쪽
31 30화 + 누군가의 잡담. 애매한 말은 거짓말의 시작이다. 18.05.08 467 1 17쪽
30 29화. 본능은 첫 번째이고 이성은 두 번째이다. 언어놀이안에 비로소 그 이유들이 있다. 18.05.08 696 1 12쪽
29 28화. 18.05.05 480 1 12쪽
28 27화. 참된 말은 아름답지 않고 아름다운 말은 좋지 못하다 -노자- 18.05.05 526 2 12쪽
27 26화. ‘언어는 미로다’ 18.05.02 801 1 13쪽
26 25화. ‘새로운 언어를 배워보라’ 18.05.02 531 1 12쪽
25 24화. 말하는 것은 지식의 영역이고 듣는 것은 지혜의 특권이다 - 올리버 웬들 홈스 18.05.01 471 1 14쪽
24 23화. 18.05.01 514 1 13쪽
23 22화. 말이 쉬운 것은 결국은 그 말에 대한 책임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 맹자 18.04.30 542 1 13쪽
22 21화. 험담은 세 사람을 죽인다. 말하는 자, 험담의 대상자, 듣는 자. - 미드라쉬 18.04.30 487 1 12쪽
21 20화. 네가 한 언행은 너에게로 돌아간다. 즉, 선에는 선이 돌아가고 악에는 악이 돌아간다 18.04.28 508 2 13쪽
20 19화. 금속은 소리로 그 재질을 알 수 있지만, 사랑은 대화를 통해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해야 한다. 18.04.28 497 1 13쪽
19 18화. 말이 입힌 상처는 칼이 입힌 상처보다 깊다. - 모로코 속담 18.04.24 498 2 12쪽
18 17화. 그 사람의 말을 듣고 그 사람의 눈동자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가 있다 - 맹자 18.04.24 502 2 13쪽
17 16화 18.04.22 637 2 7쪽
16 15화. 나의 언어의 한계는 나의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 비트겐슈타인 18.04.22 510 2 7쪽
15 14화 18.04.21 505 3 7쪽
14 13화. 말하고자 하는 바를 먼저 실행하라. 그런 다음 말하라 -공자- 18.04.21 525 3 8쪽
13 12화 18.04.20 559 2 7쪽
12 11화. 거짓말을 한 그 순간부터 뛰어난 기억력이 필요하게 된다. - 코르네이유 18.04.19 612 2 8쪽
11 10화 18.04.19 566 2 7쪽
10 9화. 말도 아름다운 꽃처럼 그 색깔을 지니고 있다. - E.리스 18.04.18 585 2 7쪽
9 8화 18.04.18 623 2 8쪽
8 7화. 다정하고 조용한 말은 힘이 있다. - 에머슨 18.04.17 691 3 7쪽
7 6화 18.04.17 690 3 7쪽
6 5화. “말을 많이 한다는 것과 잘한다는 것은 별개이다.” - 소포클래스 18.04.16 744 2 7쪽
5 4화 +4 18.04.15 836 2 7쪽
4 3화. 입은 화의 문이요, 혀는 이 몸을 베는 칼이다. -전당시- 18.04.15 1,001 4 8쪽
3 2화 18.04.15 1,400 4 8쪽
2 1화. 훌륭한 말은 훌륭한 무기이다. -퓰러- +1 18.04.15 2,877 8 10쪽
1 프롤로그 +2 18.04.15 4,071 2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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