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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게임을 클리어하면 초능력자가 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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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아케레스
작품등록일 :
2019.11.03 00:29
최근연재일 :
2020.04.19 00:28
연재수 :
10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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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6,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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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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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단지 스킬 하나 얻기 위해서

DUMMY

칸테라, 용병 도시, 클랜 철혈(鐵血) 거점.


“휴, 이제야 조금 숨을 쉴 맛이 나네. 그쵸?”


용병 도시의 경비를 맡기로 유명한 철혈(鐵血) 클랜의 거점은 네 면의 벽이 모두 부서져서 통풍이 아주 잘 되는 구조였다.


한 5분 전까지는 조금 답답한 구조였는데, 앨런이 방금 손수 뜯어 고쳐준 참이었다.


앨런의 발밑에 한 인형(人形)이 꿈틀거렸다.

반만 살아있는 그것은 5분 전까지만 해도 철혈 클랜의 클랜장을 맡고 있던 플레이어, 유비였다.


‘맡고 있던’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간단하다.

건물을 인테리어하는 과정에 부득이하게 클랜을 멸망시켜버려서, 이제 철혈 클랜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죄, 죄송합니다. 한 번만···.”

“아닙니다. 그럴 수 있죠. 평생 쉬세요. 아, 내일부터는 아르바이트 구하셔야 될라나.”


퍼억.


앨런의 주먹이 자비 없이 유비의 머리를 깨부순다.


“대단하네요. 철혈 클랜이 오 분 만에···.”

“그러게요. 다행이에요. 조금 지각했지만 봐주셔서.”


그 광경에 유다와 히카리가 혀를 내둘렀다.


철혈(鐵血) 클랜은 용병 도시에서도 어엿한 알짜배기로 통하는 클랜이었다.

그런 클랜이 죄다 박살 나는 데 걸린 시간이 고작 5분이다.

순찰하던 경비병이 이제 막 낌새나 알아차렸을까.


앨런의 부름에 응하지 않았다면 자기 모습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하니, 오금이 저리는 기분이었다.


그게 앨런이 유도한 바이기도 했다.


난 이렇게 무자비한 리더다.

나에게 대항하면 용서하지 않는다.

이미지를 강하게 보여주는 것.


사회초년생인 앨런은 회사에서의 직무 수행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으니, 이런 식으로 보여줄 기회가 있을 때 보여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일의 해결 과정을 통해 앨런의 능력을 어필하고, 이 과정에서 팀원끼리 공감대를 형성해 친해지면 좋고.


결론적으로 어느 정도는 성공이었다.


“이제 몇 명 남았죠?”

“한 명이요.”


유린이 존댓말을 하자 앨런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징그럽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느낌이었다.


앨런은 그냥 말을 놓으라고 할까 잠시 고민했지만, 대장의 권위를 살리기 위해서 그냥 참기로 했다.

..얼마나 더 참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나저나 한 명? 두 명 아니었어요?”

“방금 다이크가 재접속해서 물어보고 왔는데, 전사 도시 쪽에 있던 하이토도 죽었데요.”

“거 참, 이상한 일이네.”


근래의 ‘For Honor’는 기묘했다.

앨런이 SP 연합을 깨부순 뒤로 유저들의 전체적인 움직임이 줄어서 사건, 사고는 적어졌는데 오히려 유저들의 죽음이 늘었다.


“히카리 씨. 왠지 NPC들이 쳐다보는 것 같지 않아요?”

“그러게요. 착각인가 싶기도 한데, 볼 때마다 눈을 마주치니까 좀 섬뜩하기도 하고.”


지금도 소란에 모인 NPC들은 앨런 일행에게 말을 걸지 않으면서 쳐다만 보고 있다.

앨런 일행을 직접적으로 건드리지 않았기에 체감을 하지는 못했지만, 앨런 일행도 기묘함을 충분히 느끼고 있었다.


용병 도시 출신인 유다가 불퉁거렸다.


“NPC들이 전체적으로 조금 불친절해진 게 맞는 것 같아요. 원래는 말도 걸고 그랬는데, 요즘은 물건값도 자꾸 후려치려고 하고. 다 아는 사이에.”


다이크가 말했다.


“‘For Honor’의 전반적인 난도가 올라갔다는 이야기가 나오던데, 어느 정도 사실인 것 같네요.”


앨런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조금 사리면 될 텐데. 왜 자꾸 죽어 나가는 거죠? 이해가 안 되네.”


앨런의 말에 유린이 공감하고 나머지 약한(?) 멤버들이 고개를 숙였다.

NPC들이 적대적으로 돌변하면 게임이 얼마나 고달파지는지, 앨런과 유린은 몰랐다.


“일단 자리부터 피하고 대화할까요? 도시 측 병력들 몰리면 귀찮아지니까.”

“넵.”


앨런 일행은 도시를 빠져나가기 위해 움직였다.


나가는 길에 앨런은 루마니 가(家)‘였던 곳’에 들렀다.


사정을 들어보니, 십자회는 기어코 마왕의 그릇을 배출한 루마니 가문을 멸문시켰다는 모양이었다.

십자회가 지독한 것도 지독한 거였지만, 근본적으로는 앨런이 빅토리 루마니를 지키지 못해서 일어난 일이라서 앨런은 약간의 미안함을 가지고 있었다.


아무리 게임이라지만 말이지.


촤르륵.


십자회는 그들을 무덤에 묻지도 않고 모두 태워버렸다.

앨런이 할 수 있는 건 비어버린 루마니 가문의 대문에 교황의 목걸이를 걸어주는 것 정도였다.


“죄송하게 됐습니다. 제가 지킨다고 하고, 못 지켜서. 대신이라긴 뭐하지만, 십자회 녀석들 다 쳐 죽이고 왔습니다. 보상이 되지는 않겠지만, 뭐 그렇다고요.”


앨런의 옆에서 유린도 꾸벅 고개를 숙였다.

사실 십자회나 성령 기사단이나 루마니 가문의 처지에서 보기엔 다를 거 없는 집단이었을 터다.


앨런이 복잡미묘한 감정을 느끼며 돌아 나왔다.


“팀장님 감정, 저도 이해합니다. 동료 용병 녀석 죽어 나갔을 때 마음이 어찌나 짠하던지.”

“맞아요. 저번 마왕 사태 때 콜로세움 동료들 죄다 죽어서 저 펑펑 울었잖아요. 그때 니콜라스 회장님도 돌아가시고.”

“다 그런 거죠.”


다이크와 히카리, 유다가 앨런을 이해한다며 격려했다.

그들 역시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한두 번은 느꼈던 감정이었기 때문이다.


앨런은 새삼 이렇게 현실감 있는 게임을 만든 ‘For Honor’의 제작진에 감탄했다.


용병 도시를 빠져나온 앨런이 유린에게 물었다.


“나머지 한 명이 어디에 있다고 했죠? 마법 도시라고 했나?”

“네. 마법 도시. 도시에서 상인하고 있다던데요.”


무력 순인지, ‘For Honor’에서 유명한 순인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부터 유린이 부대장 노릇을 하고 있었다.

다이크가 딱히 나서고 싶은 눈치도 아니어서 앨런은 그냥 수용하고 있었다.


“상인이라.”

“앗, 그런데 유저분이 상인이시면 좀 불쌍하지 않아요? 팀장님이 불렀을 때 바로 몸 빼기 어려운 직업군이잖아요.”


히카리가 끼어들자, 앨런이 히카리에게 되물었다.


“히카리 씨는요? 히카리 씨도 지금 막 콜로세움에서 연락 오는데 저희랑 같이 움직이고 있는 거잖아요.”

“그건 그렇죠.”

“전 분명히 말했어요. 오라고. 안 오면 자른다고. 안 온건 결국 그 사람 선택이고, 저는 그런 사람을 제 팀원으로 데려가고 싶지 않아요. 중요한 시점에 명령을 따르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물론 여러분이라고 그러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하여튼 현실에서는 진짜 목숨을 맡겨야 하는 사람이잖아요? 될 수 있으면 상호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거든요.”


히카리는 팀장님 의견이 그렇다면야, 조용히 중얼거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옆에서 듣고 있던 유린이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팀장님은 업적을 몇 개나 얻으셨길래 그렇게 강하세요?”


앨런의 얼굴이 떨떠름해졌다.


“업적 개수가 꼭 강함의 척도는 아니지 않아요?”

“대충 맞죠. 스킬 출력도 업적 개수에 비례하는 편이고. 그래서 몇 개?”


나머지 세 사람도 아닌 척 귀를 쫑긋 세웠다.

유저 중 최강이라고 불리는 앨런은 과연 업적을 몇 개나 얻었을 것인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 주제였다.


초반부에 유신에게 잡혀있었던 기억이 워낙 큰지라 업적 개수에 자신이 없는 앨런이 코를 긁으며 소심하게 대답했다.


“서른일곱 개요.”


히카리와 유다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앨런 이전에 유저 최강이라고 꼽히던 파케의 업적 개수가 서른다섯 개였다.

그것도 SP 연합 특수로 유저들 사이에 거의 치트를 사용했다고 욕먹을 정도였는데, 앨런은 혼자 힘으로 그 숫자를 넘은 것이다.


게다가 앨런의 말이 사실이라면, 칸과 파케는 순수한 ‘기량’에 의해 제압됐다는 뜻이 된다.

그건 그거대로 앨런이 얼마나 괴물 같은지 증명하는 요인이다.


반면 유린과 다이크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외려 궁금해진 앨런이 나머지 팀원들의 업적 개수를 물었다.


업적 개수가 가장 낮은 건 히카리로 26개였다. 그다음은 유다가 28개, 다이크는 32, 유린은 36으로 과연 랭커다웠다.


앨런이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그나저나 걱정이에요. 이번에 열린 스킬때문에.”

“하하. 팀장님 같은 분도 스킬 해금 걱정을 하십니까?”

“얼마나 좋은 스킬을 주려는 지, 듣도 보도 못한 조건이거나 딱 봐도 불가능한 조건이라니까요?”

“조건이 뭔데요?”


유다가 슬쩍 물었다.


“초소형 시간 역행 구슬 가져오기. 신의 지팡이 제어권 가져오기. 마왕의 뿔 가져오기. 하. 초소형 시간 역행 구슬이 뭔데요 대체? 나머지 두 개는 그냥 답이 없고.”

“헐, 신의 지팡이라니. ”


세피로트 차원에 간 적이 있는 유린이 저도 모르게 입을 떡 벌렸다.


“마계에 다시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거 참.”

“힘드시겠다.”


그때 다이크가 입을 열었다.


“초소형 뭐시기 그거. 들어본 적 있는데.”

“넷? 뭔데요? 어디서 들었어요?”


다이크가 다시 한번 기억을 되짚었다.

초소형 시간 역행 구슬.

분명 맞다.


“마탑주님이 부서진 몸 복구하시면서 사용하신 재료에요.”

“마탑주라면 브레히트요?”

“네.”


앨런의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마탑에 가면 구할 수 있는 재료인가요?”

“아뇨. 이름 보면 딱 느낌 오잖아요. 엄청 희귀한 재료인 거. 아마 브레히트 님 몸 안에 박혀있는 거 하나가 끝 아닐까요.”


다이크의 말에 앨런이 쓱 코를 훔쳤다.

나머지 인원들이 불안하게 그를 쳐다본다.


앨런이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입을 열었다.


“일단 마법 도시로 갈까요? 거기에 안 그래도 일이 있었는데 잘됐네요.”


유다가 슬쩍 물었다.


“저희는 팀장님처럼 무쌍 못 찍습니다. 아시죠?”

“에헤이. 님들이 스킬 해금할 때도 제가 다 고생해줄게요. 우리는 팀 아닙니까, 팀. 한 팀!”


--


칸테라, 사령도시, 광장.


사령 도시의 광장에 사람들이 잔뜩 몰려있었다.

시장인 브리틴이 사람을 불러 모았기 때문이다.


한 사람. 한 기사의 귀환을 축하하기 위해서.


사람들의 기대가 쌓여가는 가운데, 이윽고 한 기사가 등장했다.


머리는 허리에 단 채, 꼿꼿한 정자세로 선 기사.

듀라한 제이미였다.


“제이미! 돌아왔어요?”

“우와아아아아!”

“제이미! 제이미! 제이미! 제이미!”

“영웅! 당신은 우리들의 영웅이에요!”


사령체들을 보는 제이미는 마주 웃지 못했다.

말해야만 하는 사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윽고 함성이 잦아들었다.


제이미가 떨리는 숨을 꾹 참으면서 입을 열었다.


“우선, 저 때문에 무수히 많은 욕을 먹은 우리의 친구 브리틴을 이야기할 수 없군요.”


이미 브리틴이 앞뒤 사정을 모두 이야기한 상태라, 사령 도시 내의 여론은 훈훈했다.

장내가 박수로 점철되고, 이내 다시 잦아들었다.


제이미가 슬쩍 웃었다.


“미련한 친구. 왜 그렇게까지 한 건가? 슬쩍 흘렸으면 조금이라도 욕을 덜 먹었을 텐데.”

“그땐 확실해야 했으니까.”


브리틴이 실실 웃었다.


제이미가 장내를 돌아보았다.


늑대인간, 스켈레톤, 좀비, 구울, 듀라한, 흡혈귀, 레이스.

그리고 그 외에 많은 사령체들.


한참 동안 소란스럽던 사령체들이 조용해졌다.

제이미의 진지하고 진심 어린 태도가 그들의 입을 다물렸다.


털썩.


제이미가 무릎을 꿇었다.


“여러분이, 알아야만 하는 사실이 있습니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내일부터는 아마 제가 피곤하지 않다면 두 편 씩 올라갈 것 같습니다.

근데 내일 1교시부터 해서 정신없어서 점심에 자면 못 올릴 수도 있는데.. 노력해보겠습니다. ㅎㅎ.


ps.암영천마님께서 후원금을 보내주셨어요! 근데 쪽지가 와서 후원함에 찾아보니까 들어온 금액은 없는게, 제가 처음 받아봐서 못찾은 것 같아요. ㅎㅎ. 하지만 가격은 상관 없어요 너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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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마지막 날 +5 20.04.18 539 18 12쪽
99 단지 스킬 하나 얻기 위해서 +3 20.04.17 437 12 14쪽
98 단지 스킬 하나 얻기 위해서 +3 20.04.16 402 17 15쪽
97 단지 스킬 하나 얻기 위해서 +1 20.04.15 387 18 13쪽
96 단지 스킬 하나 얻기 위해서 +2 20.04.15 393 15 11쪽
» 단지 스킬 하나 얻기 위해서 +1 20.04.14 412 13 12쪽
94 어셈블(Assemble) +4 20.04.13 400 14 13쪽
93 어셈블(Assemble) +6 20.04.12 399 12 13쪽
92 강유진 +8 20.04.11 421 11 13쪽
91 십자회 +5 20.04.10 414 17 14쪽
90 십자회 +4 20.04.09 392 15 15쪽
89 십자회 +6 20.04.09 379 15 11쪽
88 십자회 +6 20.04.08 425 14 14쪽
87 십자회 +3 20.04.07 407 16 14쪽
86 SP 연합 +5 20.04.06 406 20 18쪽
85 SP 연합 +4 20.04.05 409 17 13쪽
84 SP 연합 +2 20.04.04 382 16 13쪽
83 SP 연합 +2 20.04.03 402 16 12쪽
82 귀환 +4 20.04.02 419 17 13쪽
81 귀환 +3 20.04.01 422 15 12쪽
80 vs 마왕 +5 20.03.31 394 15 12쪽
79 vs 마왕 +1 20.03.30 401 17 13쪽
78 vs 마왕 +4 20.03.30 423 14 13쪽
77 vs 마왕 +4 20.03.29 401 14 13쪽
76 vs 마왕 +2 20.03.28 403 16 12쪽
75 vs 마왕 +2 20.03.27 410 14 15쪽
74 마왕 대항군 +4 20.03.26 411 13 12쪽
73 마왕 대항군 20.03.25 412 14 14쪽
72 마왕 대항군 20.03.24 415 1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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