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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게임을 클리어하면 초능력자가 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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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아케레스
작품등록일 :
2019.11.03 00:29
최근연재일 :
2020.04.19 00:28
연재수 :
10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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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933
추천수 :
1,779
글자수 :
606,829

작성
20.04.04 00:09
조회
382
추천
16
글자
13쪽

SP 연합

DUMMY

칸테라, 마법 도시, 에드거 시약 상점.


콰앙!


허공에 폭발이 일어났다.

여파만으로 주변의 건물이 떨릴 정도로 위력적이지만, 교묘하게 훼손시키지는 않는 작은 범위의 밀집된 폭발이다.


“어이쿠.”


OVER 길드의 마스터, 칸이 엘로힘의 폭발마법을 피하며 히죽 웃는다.


“할만하네.”


[용진(勇進)]


칸의 신형이 일순간 주욱 늘어난다.

검의 간격 안에 엘로힘이 들어왔다.


[창룡격(蒼龍挌)]


엘로힘이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주문을 읊는다.


[철제 방패 소환]

[이그니션 부스터(Ignition Buster)]


강철 방패의 후면에 새빨간 불빛이 생긴다.

이내 방패가 칸의 검로를 향해 밀어 들어왔다.


쩌엉!


통짜 강철과 검의 부딪침.

압도적인 질량으로 무장한 강철 방패가 칸을 밀어냈다.


엘로힘이 잠깐의 여유를 틈타 주변 상황을 파악했다.


아직 상점 안에 직접적인 침입은 없음.

쓰러져있는 마법사들은 여럿.

SP의 연합원으로 추정되는 인물들은 거의 없음.


지원이 없다면 뒤집을 수 없는 형세다.

최고 전력인 엘로힘이 칸에게 일대일로 묶여있는 상황인 게 컸다.


그리고 흥미롭게 싸움 구경 중인 시민들.


엘로힘이 왈칵 얼굴을 구겼다.

제대로 된 출력으로 폭발마법만 사용할 수 있었다면, 피해를 감수할지언정 적을 몰아낼 수는 있었을 거다.

답답함도 모른 체 오락거리를 보듯 구경하는 주민들이 얄미웠다.


“집중 안 하시나, 탑주님!”


어느새 다가온 칸이 다시금 검을 뻗어온다.


[체인 익스플로전(Chain Explosion)]


따다다다당!


다연발의 폭발이, 약화된 위력으로 칸을 덥친다.

약화된 위력.


칸이 일부는 검으로 받아내고, 일부는 몸으로 받아내며 화망(火網)을 뚫어냈다.


“따끔하구만!”


검투 도시에서 온갖 업적을 먹으며 성장해온 칸은, 엘로힘이 손대중을 하며 상대하기엔 너무 커버렸다.


[승룡세(昇龍勢)]


후웅.


칸의 몸에 날아오르는 용의 기상이 깃들었다.


[적룡격(赤龍挌)]

[강철 방패 소환]

[이그니..]


“어딜!”


이번엔 칸이 빨랐다.

엘로힘이 캐스팅을 완료하기 전에 칸의 검이 방패에 도달한다.


꽈지지직!


강철 방패가 거칠게 찢어지고, 연약한 엘로힘의 몸이 무방비상태에 놓였다.


“업적 내놔!”

“꺄악!”


서걱.


쓰러진 엘로힘의 상체에 붉은 선이 그어졌다.

칸이 업적에 대한 욕망을 얼굴에 그대로 드러내며 다시금 검을 내리쳤다.


그리고.


[Call : Sheild]


까앙!


안토니우스가 등장했다.


“엘로힘 괜찮나?”


[윈드 프레서(Wind Pressure)]


푸화하하학!


고출력의 바람이 칸의 몸을 날려보낸다.

안전을 확인한 안토니우스가 다급하게 엘로힘을 안아 올렸다.


“엘로힘! 정신 차리게!”

“안토니우스..?”


엘로힘의 여린 동공이 공포와 고통으로 젖어있었다.


[Call : Lightning]

[공간 점화]

[체인 라이트닝(Chain Lightning)]


안토니우스의 마법사들이 전장에 가세했다.

숫자는 적었지만, 안토니우스의 직속 제자이기도 한 그들이 합류하자 어느 정도 버티는 모양새가 만들어졌다.


엘로힘이 안토니우스에게 안긴 채 그의 얼굴에 손을 댔다.

칸의 검이 스쳐 지나간 자리에서 울컥울컥 피가 솟았다.


“나, 여기까지인가 봐.”

“정신 빠진 소리 하지 말아!”

“아니, 정신이 흐려지는걸. 빠지는 게 아니라”


안토니우스가 다급하게 상처를 누른다.


“흐읏.”


피가 벌컥벌컥, 더 튀어나왔다.

안토니우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왜 그 오랜 시간 치료 마법에 관심을 두지 않았을까.

간단한 응급 치료 마법 정도는 배워두었어야 했는데.


“잠시만 기다리게. 주위에 신전이 있지 않나. 내 자네를 곧바로 데려가겠네. 조금만 버텨. 앨런!”

“아아, 제가 상대하고 있을게요. 그러면 되죠? 빨리 가세요. 숨넘어가시겠다.”


앨런이 목을 꺾으며 나섰다.


“안토니우스.”


엘로힘이 애처롭게 성대를 울렸다.


“왜, 왜 부르나. 아니, 말하지 말게. 피가 베어 나오잖나!”


엘로힘은 안토니우스의 마법사 일생에 가장 중요한 동료였다.


그녀는 그의 논리와 지향점을 잘 이해하고, 번쩍이는 영감과 천재적인 계산을 두루 갖춘 인물.

고작, 여기서 죽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었다.


“안토니우스. 토니라고 불러도 돼?”

“되네! 되니까, 제발 그 입 좀 닫게! 그러다가 정말 죽어!”

“헤헤.”


와중에 허락을 받은 엘로힘이 헤프게 웃음 지었다.

사실, 제정신일 때 세 번이나 물어봤지만, 모두 거절당한 전적이 있었다.


[레비테이션(Levitation)]


후웅.


안토니우스가 엘로힘을 안아 들고 전장을 뜨는 사이, 앨런과 칸이 대치했다.


앨런이 뚜둑뚜둑 목을 꺾었다.

안토니우스가 내건 마지막 명령 조건은 SP 연합을 마법 도시에서 몰아내기.

시약 상점에 들이닥친 연합원들은 꽤 많아 보였다.

모두 처리하면, 의외로 일을 금방 끝낼 수 있을지도.


날아갔던 칸이 앨런을 알아보았다.


“오! 여기서 뵙네요! 앨런 님!”

“절 아세요?”

“그럼요. 유명하신데. 근데, 혹시 마탑 쪽에 붙으시려고?”


칸이 유들유들하게 물었다.

긴장을 늦추지는 않지만, 자신의 우세를 확신하는 태도다.


“네. 이쪽이랑 인연이 좀 있어서. 그쪽이 SP 연합인가 뭐 시긴가, 그거 맞죠?”

“예. 저희가 SP 연합입니다. 지금 그냥 저희 쪽에 붙으시면 일이 아주 쉬울 것 같은데 어때요?”

“하하, 거 죄송하게 됐습니다. 전 이쪽 편에 서려구요.”

“아, 의리 지키고 그런 거 좋아하시는구나.”


그런데.

칸이 재차 물었다.


“괜찮으시겠어요?”


감당, 가능하시겠어요?


칸의 기세가 후욱 펼쳐진다.

그의 기세가 전장을 짓누르자, 그 중압감에 싸우던 인원들이 움찔, 이쪽을 바라봤다.


앨런이 피식 웃었다.

순수하고 거친 칸의 호승심이 피부를 찔러오는 것 같았다.


“그쪽은 괜찮으시겠어요?”


쿠릉.


은하진기(銀河眞氣)가 사이보그의 에너지 회로를 번개같이 내달린다.


꾸욱.


앨런이 주먹을 꽉 쥔다.

검은 반지가 도드라져 보였다.


앨런이 말을 이었다.


“조금만 더 버티면 서버 닫아요, 지금 죽으면 많이 아쉬울 텐데.”


칸이 고개를 꺾으며 사납게 웃었다.


--


옼타이거는 귀환 스크롤을 찢고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공기가 심상치 않음을 알아챘다.

마을 주민들은 일상을 살아내면서도 다른 어딘가에 잔뜩 관심이 팔려있었다.


사건 사고의 냄새를 맡아내는 건 ‘For Honor’ 스트리머의 기본 소양이다.

각종 기동 보조 스킬을 곧바로 활성화한 옼타이거는 재빨리 온 도시를 뒤졌다.


날이 서 있는 감 덕분에, 옼타이거는 간신히 타이밍을 맞출 수 있었다.

명장면을 송출할 타이밍을.


“으랴앗!”


붉은 용을 휘감은 검이 가녀린 선의 미형 사이보그에게 짓쳐들었다.


사이보그는 단 한 걸음만으로 검을 피해내고, 도리어 발을 차올렸다.


파악, 백조가 날개를 펼치듯, 사이보그의 다리가 펴 올라간다.

우아하고, 미려한 자태.

그리고 그 행위의 도달점에, 칸의 턱이 있었다.


뻐억!


피와 이빨이 동시에 터져나간다.

옼타이거가 에드거 시약 상점에 도착하자마자 잡은 첫 장면이었다.


--


‘For Honor’는 단순한 게임이 아니다. 네임드 NPC 들의 기량만 봐도, 현실 세계에 있는 고랭크의 능력자를 뛰어넘어 보이는 경우가 허다했다.

OVER 길드 정도 되는 거대 집단들이 NPC들의 전투 영상을 수집하고, 전략 분석실을 만들어 연구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앨런의 전투 영상 역시 분석 대상이었다.

OVER 길드의 전략 분석실에서 그의 싸움 방식은 굉장히 이성적이고 효율적이기로 이름이 높았다.

신입을 교육할 때, 앨런의 콜로세움 시절 영상을 보여주는 게 필수 코스가 됐을 정도였다.


그래서 칸은 앨런이 유저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 화가 났었다.

그는 실실거리고, 항상 놀고, 재미로 게임을 하는 사람처럼 굴었지만, 사실은 그 누구보다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었다.


그가 길드장으로 있는 OVER 길드에서, 다른 유저를 롤모델로 세우고 있었던 그림이 됐기 때문이다.

그가 NPC일 땐 상관이 없었지만, 유저라면.


칸은 앨런의 영상들을 분석하고 또 분석했다.

어떤 버릇이 있는지, 어떤 판단을 하는지.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는지.


시간이 가고, 앨런은 어느새 종적을 감췄다.

칸은 마왕 대항전 이후로 급격히 발전했다.

영상 속의 앨런은, 더이상 그의 상대가 아니었다.


“커헉!”


영상 속의 앨런은.


“고개 들어, 임마.”


앨런의 주먹이 다시 칸의 턱으로 향한다.

영상에서 봤던 동작이다.


칸이 생각했던 대처는 앞으로 크게 한 발 내디디며 더킹.

머리를 흔들어 타점을 흐리면 받아넘기기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현실의 앨런은, 뻗던 주먹을 펴 그대로 어깨를 잡아챘다.


“??”


그대로 니킥.


뻐억!


뭐지. 말이 안 되는데.

내가 생각한 그림은 이게 아닌데.


칸은 맞으면서도 머릿속에 의문이 가득했다.

현실의 앨런은 영상 속의 앨런처럼 부스터를 남발하지도 않고, 출력을 높이지도 않았다.

아직 제대로 된 전력을 내지도 않았다는 뜻이다.


그런데 때릴 수가 없다.

공격을 피할 수도 없다.


뭐지?

왜?

말이 안 되잖아.

업적이 많으면 신체 능력이 향상되고, 스킬의 파괴력이 올라가는 거지.

더 잘 싸울 수 있게 되는 게 아니잖아.

그런데 기본적인 기량 차이가 이렇게까지 난다고?


생각하는 칸의 안면에 다시금 앨런의 무릎이 들이닥치고,


뻐억!


땡그랑.


칸의 팔이 부르르 떨다가, 이내 쥔 검을 놓쳤다.


앨런이 방심하지 않고 무릎으로 재차 찍었다.

마계에서 겪어본 결과, 생각 이상으로 질긴 녀석들이 많았다.


뻐억, 뻐억, 뻐억!


[업적! OVER 길드장 압살!]

[OVER 길드는 ‘For Honor’ 내에서 이례적으로 큰 영향력을 가진 유이한 유저집단입니다. 이들은 검투 도시에서 콜로세움 카르텔을 억누르고 도시를 쟁취했으며 이제는 마법 도시를 집어삼킬 야욕을 불태우고 있죠. 하지만 당신의 무릎이 OVER 길드장 칸의 머리를 깨부수면서 상황이 달라질 겁니다. ‘For Honor’의 군중들이 당신의 무력에 감탄합니다!]


뭐야, 유저를 잡는다고 업적을 줘?

얘네 도대체 뭘 하고 다닌 거야?



--


“와, 대박이네요.”


-앨런좌, 미쳤다.

-그냥 상대가 안 되는데?

-칸이 문제가 아니라, 지금 유저 랭킹 1위부터 10위까지 줄 세워서 붙여도 안 될 것 같은데?

-그건 너무 가긴 했는데, 파케 하나로는 절대 상대 안 될 것 같은데.

-그지? 파케가 칸보다 조금 낫다는 평가가 있긴 한데, 이렇게 가볍게는 못 이기지.

-마계에서 마왕 잡았다더니, 업적 뒤지게 뽑고 왔나보네.

-업적 이전에, 그냥 피지컬 면에서 압도적으로 밀려서 그래. 앨런좌가 스킬 뭐 제대로 쓴 것도 없잖아.

-진짜 마왕 잡았나?

-ㄹㅇ. 진짜 제대로 된 NPC들도 앨런좌 앞에서 후달릴 것 같은데.


“솔직히 마왕 잡았다고 했을 때 좀, 덜 믿었거든요?”


적당히 숨어다니다가 NPC들이 해놓은 밥에 적당히 숟가락이나 얹었겠지.

다른 유저들처럼.


-덜 믿는 건 뭐임 ㅋㅋㅋㅋㅋ 안 믿으면 안 믿은 거지

-ㅋㅋㅋㅋㅋ 덜 믿엌ㅋㅋㅋㅋㅋ

-ㅇㅋ 바로 앨런좌한테 일러버려야지.

-근데 나도 그래. 걍 입으로는 누가 마왕 못잡음? ㅋㅋ

-인정. 나도 강현수랑 맞짱뜨면 이김. 이런거랑 머가 달라.

-현수 찡은 너무 갔지. 한국 1위 헌턴데.


그런데 아니었다.

감히 앨런의 첫 번째 팬을 자칭하는 옼타이거가 보기에, 마계에 가기 전의 앨런과 후의 앨런은 확연히 기량이 달랐다.


“그런데, 지금 보니까 알겠어요.”


옼타이거가 흥분을 못 이겨 주먹을 불끈 쥐었다.


“마왕도 잡을 만한 기량이네요. 지금의 앨런 씨는, 전보다 훨씬 강합니다. 비교도 안 될 만큼.”


직접 싸우는 건 못해도, 보는 것 하나는 어지간한 전문가를 씹어먹는다는 옼타이거가 이례적으로 방송에서 장담했다.


작가의말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저도 적고 나서 알았습니다. 하지만 업적이 주 컨텐츠인 게임에서 이 이상적합한 이름을 찾아내지 못해서 그냥 적었어요. ㅜㅜ 이왕 이렇게 된 거 게임 포아너의 액션성을 따라잡기 위해 노력하는 걸로 :) 이상 헛소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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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마지막 날 +5 20.04.18 539 18 12쪽
99 단지 스킬 하나 얻기 위해서 +3 20.04.17 437 12 14쪽
98 단지 스킬 하나 얻기 위해서 +3 20.04.16 402 17 15쪽
97 단지 스킬 하나 얻기 위해서 +1 20.04.15 387 18 13쪽
96 단지 스킬 하나 얻기 위해서 +2 20.04.15 393 15 11쪽
95 단지 스킬 하나 얻기 위해서 +1 20.04.14 412 13 12쪽
94 어셈블(Assemble) +4 20.04.13 400 14 13쪽
93 어셈블(Assemble) +6 20.04.12 399 12 13쪽
92 강유진 +8 20.04.11 421 11 13쪽
91 십자회 +5 20.04.10 414 17 14쪽
90 십자회 +4 20.04.09 392 15 15쪽
89 십자회 +6 20.04.09 379 15 11쪽
88 십자회 +6 20.04.08 425 14 14쪽
87 십자회 +3 20.04.07 407 16 14쪽
86 SP 연합 +5 20.04.06 406 20 18쪽
85 SP 연합 +4 20.04.05 409 17 13쪽
» SP 연합 +2 20.04.04 383 16 13쪽
83 SP 연합 +2 20.04.03 402 16 12쪽
82 귀환 +4 20.04.02 419 17 13쪽
81 귀환 +3 20.04.01 422 15 12쪽
80 vs 마왕 +5 20.03.31 395 15 12쪽
79 vs 마왕 +1 20.03.30 401 17 13쪽
78 vs 마왕 +4 20.03.30 423 14 13쪽
77 vs 마왕 +4 20.03.29 401 14 13쪽
76 vs 마왕 +2 20.03.28 403 16 12쪽
75 vs 마왕 +2 20.03.27 410 14 15쪽
74 마왕 대항군 +4 20.03.26 411 13 12쪽
73 마왕 대항군 20.03.25 412 14 14쪽
72 마왕 대항군 20.03.24 415 1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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